'촉각의 경험', '다섯 번째 감각', '종의 기원'(뒷 이야기일지도 모를 이야기가 또 하나 실려있다), '우수한 유전자', '미래로 가는 사람들' 등이 실린 작품집. 이미 여기저기서 읽었던 단편들이지만 모아서 소장하게 되었다는 건 또 의미가 다른 듯.
'미래로 가는 사람들' 연작은 말할 것도 없고 나머지 단편들도 정말 감탄해가며 읽었던 것들이라. 역시 강력추천.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선물해주고 싶은 책이랄까.

Posted by 에크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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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인지. 표제작을 읽고 또 읽고 하고 있다. 보통 수만 수억년이 걸려 이루어지는, 종의 분화랄까..진화의 양상을 여기서는 좀 뒤틀린 모습으로 펼치고 있는데..처절한 좌절과 구원이 묘하게 뒤섞인 이야기다.

...멋진 이야기들. 원할 때마다 근처에 손을 뻗어 다시 펼쳐서..책장을 넘겨 하나하나 찾아 읽을 수 있다는 게 기쁘다.
"땅 밑에"를 요번에 종이책으로 읽고 나서, 로저 젤라즈니의 "이 죽음의 산에서"가 떠올랐다. 물론 두 이야기가 갖는 전개양상이나 매력은 다르지만. 
생을 건 필사적인 하강/등반. 가장 깊은/높은 구덩이와 산. 안내자와 방해자. 그리고 각자가 맞는 결말. 흥미로운 비교대상인 듯. "땅 밑에"쪽이 더 경쾌하게 뒤통수를 때려주었지만서도.ㅋ 젤라즈니의 그 단편을 다시 읽어보고싶어졌다.
"0과 1사이"에 나오는 몇 구절들은 다시 읽어도 가슴을 울렸다. 언젠가 새벽에 그 구절들을 읽고는 아끼는 이에게 전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더랬지. 
"마지막 늑대"는, 새삼 뒷 얘기가 궁금하다. 누군가 그랬듯 속편이 나와도 꽤 괜찮을 것 같다.

Posted by 에크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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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서 추천글도 보고 해서 찾았는데 황금가지 밀리언셀러 책들은 문학서재와 따로 구분을 해 둬서 알아채는 데 시간이 좀 걸렸음..
제 목은 그다지 때깔도 안 나고..어딘가 가상현실적인 미래 x차대전 밀리터리물 뉘앙스를 풍기는데, 실상은 되게 현실적인 기반을 토대로 하고 있는 이야기인 듯. 저자 맥스 브룩스는 세계사나 현 세계 정세, 경제, 인권상황 같은 데 상당히 해박한 사람인 것 같다. 미래라는 가정 하에 현재의 그것들을 뒤틀어 낸 모습들이 꽤 흥미롭다.

르포랄까..일종의 가상 보고서인데, 20여 년 전 좀비 바이러스의 중국 첫 감염자 사태에서부터 바이러스 감염자가 급격히 늘고, 전 세계적인 대혼란에 빠지고, 이후 지구 각 지역의 사태 극복 과정에 이르기까지..를 상세히 다룬다. (보고서가 씌인 시점은 좀비가 최초로 출현한 지 20년 후, 미국이 좀비전쟁에서 승리선언을 한 후 10년이 지나서다.)
독특한 것은, 인터뷰 형식이라는 것. '내'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세계 각국의 다양한 계층.인종.직업군.연령대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사람들이 기억하는 당시 여러 현장에서의 생생한 모습을 고스란히 담았다는 설정이다.

좀 비라는 공포의 대상 자체에 초점이 가 있는 건 아니고..지금, 요로코롬 짜여 있는 지구란 곳에 좀비 바이러스를 툭, 던져놓으면 여기저기 어떻게 시스템이 굴러갈지, 저마다 다른 환경에서 우글거리는 지구 위 인간무리들이 어떻게 반응할지를 시뮬레이션한 풍자극적인 느낌이 강하다.

굳이 좀비가 아닌 다른 전지구적인 대재앙이라도 상관없겠지만..좀비 바이러스가 가장 저자 의도에 잘 맞아떨어지는 소재 중 하나란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정정.
' 미국 국내전선'과 '그 밖의 세계 여러 나라' 챕터를 거쳐 페이지를 넘길수록 세계 곳곳을 배경으로 좀비로 인해 생길만한 어지간한 상황들은 죄다 나오는 듯 한데, 그것들을 읽어가다보면 좀비를 대체할만한 다른 재앙으로 적합한 게 무얼까 떠올리는 건 그다지 의미가 없겠구나 싶어진다. '역시 가장 끔찍하고 심각한 파탄을 가져오고 그 이상의 후유증을 남기는 대재앙으로는 좀비 바이러스의 습격 만한 게 없겠구나..'하고 설득당하면 당했지.
그만큼 이 가상보고서 내의 이야기들은 디테일이 살아있고 실감난다. 각각 하나의 짤막한 시나리오래도 무리가 없을 듯한 이야기들이 많다. (맥스 브룩스가 03년에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라는 책을 내서 히트했다는 커버 앞 날개 설명을 간과했는데; 과연 애초에 이 양반, 좀비로 소재를 확정해두고 다른 재앙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겠지. 좀 대단한 좀비 덕후신 듯.)
브래드 피트가 제작 중이라는 영화에서는 과연 어느 부분들을 빼내 영상에 담을지 궁금하다.

기대했던 남한 사람 인터뷰는..좀 실망이었다. 역시 외국인이 보기에 남한은 북한과 별개로 떼어 보기 힘든 나라인 듯. 뒷 표지에 씌인 홍보글 이상의 스토리는 거진 없는 거나 마찬가지. 마찬가지로 일본에서의 인터뷰들도 일본, 하면 떠오르는 최초의 핵 폭탄 희생지역이라든가, 오타쿠라든가, 일본 특유의 다신 신앙, 사무라이틱한 이미지를 활용한 것 외엔 특별할 게 없다는 느낌.

Posted by 에크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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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라즈니의 순혈 판타지. 
엘프족과 인간의 혼혈이라는 이유로 폐절당한 동방 귀족 가문 셀라의 마지막 후예이자, 직업 군인으로서 서방과의 전쟁인 포타로이 대전투에서 혁혁한 공을 세워 '해방자'라는 칭호를 얻었지만. 마법의 제물로 바쳐질 여인을 구하려다 흑마법사 젤레락의 저주에 걸려 2세기간을 육체는 석상으로 변하고-혼은 지옥에서 고통받다가..서방의 군령 라일리쉬에 맞서 고향을 구하려는 포타로이 청년들의 염원에 의해 귀환한 동방의 군령 딜비쉬. 그리고 지옥에서 귀환한 그와 언제나 함께 하는, 검은 금속질의 몸과 인간의 혼을 지닌 딜비쉬의 애마 블랙.
"저주받은 자, 딜비쉬"는 이 두 콤비가 지옥으로부터 귀환한 후 라일리쉬로부터 포타로이를 지켜내고, 이후 원수 젤레락에게 복수하려 떠나는 여정을 그린 연작소설집이다. 총 11편의 중단편으로 구성돼 있고..이야기 곳곳에 요정, 늑대인간, 흡혈귀 등등을 아우르는 이종족이며 다양한 신과 악마, 마법, 현실세계와 겹쳐지는 이세계..따위가 등장한다. 
그림자 잭이나 엠버 연대기 등에서 엿본 젤라즈니의 환상 세계에 애착을 갖고 있던 덕인지 나름 즐겁게 읽었다. 그런대로 재미있었음.. 
스토리나 설정 자체가 독특하지는 않은데..작가 특유의 세련된 묘사나 유머러스한 대사같은 게 좋았던 듯?..어딘가 은근히 고풍스런 느낌도 나쁘지 않았고.
특히 마음에 들었던 에피소드는, 텅 빈 도시를 바둑판처럼 부리는 쌍둥이 마법사가 등장하는 '분할된 도시'와, 두 개의 인격 사이에서 갈등하는 마법사 리들리가 등장하는 '얼음탑'. 
속편이라는 "변화의 땅"도 기대하고 있음..

Posted by 에크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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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비쉬 연작의 완결편.
젤레락을 찾아 복수를 단행하려는 딜비쉬는 블랙과 함께 그의 일곱 성 중 하나인 초시간성으로 향한다. 리들리와의 싸움에서 큰 타격을 입은 젤레락이 초시간성에 거하는 '오래된 자'의 힘을 빌어 단기 회복을 꾀할 가능성이 크다고 여겼기 때문.
시간을 초월하여 살아있는 성과 그 안의 나락에서 꿈을 꾸며 힘을 방사하는 '오래된 자', 투알루아. 똥구덩이 촉수괴물..쿨럭;..투알루아가 선과 악의 전환기를 맞아 고통스러운 꿈 속에서 방사하는 마법적인 바람에 의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성의 주변부, 변화의 땅. 
거기에..행방이 묘연한 젤레락의 출현을 예상하고 변화의 땅을 수시로 감시하는 마법사 협회가 있고. 젤레락의 지배 하에 놓여있었지만 젤레락의 행방이 묘연한 지금 통제석이 공백인 오래된 자의 힘을 자신에게 속박해 두려고 변화의 땅으로 모험을 감행하는 마법사들이 있고. 초시간성..에는 젤레락의 명을 받아 성으로 찾아든 도전자들을 감금하는 한편 반역을 꾀하는 대리인과. 오래된 자의 말을 통역하기 위해 환생시킨 자와. 그들의 하수인인 악마들이 있고. 그런저런 설정들의 아귀가 서서히 맞물려 들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과연 복수는 멋들어지게 이루어질 것인감. 
말이 나왔으니 복수극의 결말에 대해 끄적이자면.. 젤레락은 여정을 끝맺을 최종보스라기엔 과거지사며 속내가 복잡한 인물로 그려지는지라..게다가 읽어가다보면 좀 어설프고 귀엽게 느껴지는 구석마저 있는, 모호한 악역이다. 딜비쉬의 복수심도 바득바득 이를 가는 원한이라기보다 분함. 집착.스러움에 가깝다는 것을 본인이 깨달아가는 식이고 보면..결말이 어떤 식일지는 자명. 애당초 젤라즈니옹이 단순 명쾌 복수극에 마음을 둘 리가 없는 양반이고.
젤라즈니옹 소설들을 주욱 읽고 있는데..환상소설의 느낌이 강한 것들 중엔 집착이 느껴지는 설정들이 몇 있는 듯. 냉동수면이든 지옥기행이든 감옥이나 똥더미 기행이든-평범한 인간들은 경험하지 못한 공백이나 시련기를 거쳐 단련된, 초월적인 주인공들이며 그네들이 완수하려는 마찬가지로 초월적인 과제들이야 이젠 당연하고. 대지와 천구를 아우르는 급격한 변화상..이라든가. 거울이나 마법적인 물건을 매개로 현실의 시야와 겹쳐지는 이세계나 환상, 혹은 전송시스템. 재생자나 악마, 정령, 신들을 아우르는 그로테스크한 존재들. 같은 거. 적고보니 별거 아닌가;. 
러브크래프트 신화를 모태로 했다는 홍보문구를 보니..확실히 딜비쉬 시리즈의 묘사-특히 요번 "변화의 땅"은 전반적으로 기이하고 서늘하고 음산하고 그로테스크한 것이, 러브크래프트 단편선의 크툴루 목격담들을 연상시키는 구석이 있다.

하늘이고 땅이고 무대 배경 자체가 확확 변하다보니 초시간성에 이르기까지를 그린 변화의 땅 여정부는 장면을 연상하는 자체가 좀 힘겨웠다. 
창의성 결여는 판타지 독자에겐 원죄같은 것.
피식, 피식, 실없이 웃게 만드는 젤라즈니옹 특유의 유머가 없었더라면 더 읽기 힘들 뻔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설정들은 꽤 마음에 들었던 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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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보니 '오래된 자'는 러브크래프트 크툴루 신화의 '오래된 옛것들Great Old Ones'과 연관이 있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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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page사내들의 눈앞에서 선명한 형태들이 춤을 추고, 여기저기로 휙휙 움직이며 견고한 벽을 통과하고, 다른 곳에서 다시 출현하는 일을 되풀이했다. 형태 일부는 추상적이었고, 개중에는 자연의 산물을 닮은 것도 있었다. 이것들은 꽃이나 뱀, 새, 잎사귀 따위였지만 대체로 패러디에 가까운 과장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엷은 녹색의 회오리바람이 반대편 벽 왼쪽 구석에서 일어났다가 어느새 스러지면서 방바닥에 벌레를 잔뜩 뿌려 놓았다. 그러자마자 지푸라기 속에서 작은 동물들이 버스럭거리면서 벌레를 잡아먹기 시작했다.
...
괴물은 몸을 돌려 휘적거리는 걸음으로 문간 쪽으로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움켜쥔 팔을 갉작거리고 있었다. 공중에 반짝이는 물고기가 느닷없이 출현해서 헤엄쳐 다니기 시작하고, 그 위아래와 주위에서 온갖 환영-불의 벽, 바늘처럼 날카로운 잎이 달린 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선 숲, 진흙탕 같은 격류, 녹는 눈으로 뒤덮인 들판- 이 병풍처럼 열리거나 닫혀도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기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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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8page딜비쉬가 문을 열자 차가운 미풍이 몸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들은 안개에 휩싸인 적동색 산으로 둘러싸인, 희끄무레하고 거대한 평원 한복판에 있는 듯했다. 산봉우리는 황혼 속으로 녹아 들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조금 뒤에야 그들은 중천에 반쯤 걸린 채로 빛의 대부분을 발하고 있는 지푸라기 빛깔의 쪼그라든 원반이 태양의 잔해임을 깨달았다. 
...
느닷없이 한 쌍의 거대한 바위가 평원 위에 출현하더니 그 위를 몇 번 구르다가 멈췄다. 우르릉거리는 소리가 일동이 있는 곳에 도달하기까지는 약 반 초쯤 걸릴 듯했다. 그러나 이런 일이 일어나기 전에 하늘에서 거대한 빨간 손이 내려오더니 바위들을 집어올렸고, 그 광경을 보고 있는 사내들의 머리 위에서 뇌명과도 같은 소리를 내며 흔들었다.
딜비쉬의 시선은 불그스름한 팔을 계속해서 따라갔다. 그 끄트머리에 있던 안개 낀 장소를 잠시 응시하자 무릎을 꿇고 있는 거인의 윤곽을 알아볼 수 있었다. 흐릿하게나마 인간을 닮은 거인의 몸 너머에서 별들이 빛을 발하고 있고, 그 머리카락에는 유성이 걸려 있다. 거인은 주먹 쥔 손을 흔들며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까마득한 하늘을 향해 한쪽 팔을 들어올렸고, 그제야 딜비쉬는 입방체를 닮은 바위의 정체를 깨달았다.
고개를 돌려 다른 쪽을 본다. 이제 이 장소의 척도와 파장에 눈이 익숙해진 덕택에 다른 거대한 존재들도 아까보다는 더 수월하게 알아볼 수 있었다. 이를테면 머리를 한쪽 손에 괴고, 다른 두 팔은 가슴에서 팔짱을 끼고, 네 번째 손의 손가락으로 기대고 있는 남동쪽 산봉우리를 어루만지고 있는 거대한 검은 형태를. 외눈과 뻥 뚫린 안와를 가진 희끄무레한 그림자가 태양보다 더 높이 솟구친 지팡이에 기대고 서 있다. 챙이 늘어진 모자에 반딧불이 같은 별들이 걸려 있는 것이 보인다. 완만하게 춤을 추는, 수많은 가슴을 가진 여자. 재칼의 머리를 가진 거인. 소용돌이치는 불길의 탑...
동료들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들 또한 같은 광경을 응시하고 있었다. 형언하기 힘든 외경심이 가득 찬 표정으로.
두 개의 주사위가 또다시 구르며 그 주위로 먼지가 일었다. 천상의 신들이 앞으로 몸을 수그린다. 검은 신이 씩 웃고는 손 하나를 뻗쳐 입방체를 집어올렸다. 빨간 신은 허리를 펴고 뒤로 물러났다. 딜비쉬는 문을 닫았다.
"장로신들..." 호지슨이 말했다. "내 눈으로 저런 광경을 직접 보는 것을 허락받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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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4page베인은 흐느낌을 멈추고 오랫동안 깊은 생각에 잠긴 채로 앉아 있었다. 갈트를 바라보는 대신 창문 밖에서 빛과 어둠이 교대로 나타나는 광경을 응시하고 있다가, 마침내 몸을 움직였다.
...
층계는 사라져 있었다. 그가 들어왔던 지점에는 이제 딱딱한 벽이 자리 잡고 있었다. 여전히 열심히 음식을 씹으면서 방을 가로질러 벽을 두들겨 보았다. 소리를 들으니 속이 빈 벽 같지는 않았다. 베인은 몸을 떨고 뒤로 물러났다. 이 장소는...
...
베인은 왔던 길을 되돌아가서 창문 너머를 내다보았다. 아까는 산이 없었던 곳에서 산맥이 아래로 가라앉고 있었다. 하늘 전체가 이제는 둔한 백색이었고, 태양도 별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여러 단계의 세기를 가진 광원들이 머리 위에서 균일하게 뒤섞여 버린 듯한 느낌이었다. 은빛 물질이 앞으로 돌진하다가 멈췄고,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것이 자신이 있는 창문을 향해 조금씩 다가오고 있는 물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조금 시간이 걸렸다. 창가에서 떨어져 나와 층계 쪽으로 갔다.
...
걸쇠를 풀고 문을 열었다.
엄청난 강풍의 포효를 닮은 절규가 베인의 고막을 울렸다. 시야가 닿는 모든 곳이 온통 물로 뒤덮여 있었다. 그러나 이토록 광막한 수면에 당연히 존재해야 할 파도라든지 파문 따위가 보이지 않았다. 물 위를 뒤덮다시피 한 안개 내지는 물보라 때문인 것일까...
검을 앞으로 내밀어 축축한 안개 속으로 밀어 넣어 보았다. 다음 순간 베인은 검을 홱 잡아 빼고 있었다.
검 끄트머리는 녹이 슬어 완전히 사라져 버린 상태였다. 검 끄트머리에 아직도 들러붙은 산화된 부분을 만지자 손가락 및에서 가루로 변해 아래로 떨어졌다.
귀청이 떨어져 나갈 듯한 날카로운 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하늘은 여전히 이음매를 찾아볼 수 없는 진주 빛의 광막한 공간이었다.문을 닫고 빗장을 지른 다음 등을 갖다 대고 섰다. 베인은 몸을 떨기 시작했다.

란"...옛 전언에 따르면 그 성은 시간을 초월한 존재이고, 시간의 흐름에 그냥 닻을 내리고 함께 흘러가고 있다고 하더군. 만약 그 닻을 어떤 식으로든 끌어올린다면 성은 영겁의 강에서 표류하게 될 거라나..."
-p.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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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page홀룬은 사방팔방에서 울려 퍼지는 첫 번째 단어-상당히 표준적인 개시음-를 듣고 자신의 추측이 옳았음을 깨달았다. 주문 속을 전진하며 각 몸짓의 인상을 흡수하고, 각 단어의 내부에서 그것을 실감하고, 이것들 모두를 뇌리에 확실하게 새긴다. 주문 끝에 도달하자 간극을 뛰어넘어 두 번째 순회를 시작했다. 이번에는 각론을 복습한다기보다는 전체적인 인상을 얻기 위한 것이었다. 다시 한 번...
홀룬은 이 주문의 교묘하기 이를 데 없는 설계에 혀를 내둘렀다. 홀룬 자신도 언젠가는 반드시 이와 비슷한 이동 장치를 손에 넣을 것이다. 요즘은 어디를 가도 이토록 뛰어난 주문 실력을 볼 수가 없다...
다시 한 번.
이제는 예전보다 더 비평적인 눈으로 관찰하며 움직였고, 공격에 가장 적합한 지점을 찾아서...
"아하!"
일곱 번째 단어는 경자음으로 끝났고, 여덟 번째는 경자음으로 시작되고 있었다. 스물세 번째와 스물네 번째 단어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홀룬은 또다시 그곳을 지나가 보았다. 7-8의 조합 쪽 휴지 간격이 약간 더 길었다.
다음에 지나갔을 때 그 간극에 연음의 t를 넣어 보았다. 설령 젤레락이 자기 자신의 주문을 감사하더라도 두 개의 자음 사이에 끼어 있기 때문에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
그런 다음 이 특별한 요소로부터 떨어져 나와 단순한 부 주문 시스템을 만들어 냈다. 이 시스템의 선들은 모두 기존의 주문 요소들과 평행한 형태로 그 위에 겹쳐져 있었다. 이 작업이 끝나자 또다시 주문 본체를 통과해 보았지만, 그 어떤 것도 삭제하지는 않았다. 다음번에 통과했을 때는 t를 활성화시키고 자기 자신의 시스템 속으로 파고 들어갔다. 완벽했다. 이 부 주문은 젤레락 자신의 시스템 심장부를 실제로 사용하고 있었지만, 연결 고리 자체는...
홀룬은 자신의 존재로부터 이끌어 낸 에너지를 그가 만든 시스템 안으로 조금씩 흘려 넣음으로써 시스템을 활성화시켰다. 구조 전체가 사라지더니, 홀룬은 자신의 거울 속에서 누워 있는 자기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음속으로 차갑고 파란 존재를 향해 조롱하듯이 혀를 내밀어 보인다.
거울에서 나와 진동율을 낮춘 다음 눈을 떴다. 기지개를 켜고 미소 짓는다. 성공이었다. 발자국도 전혀 남기지 않았다.

란주문이 눈에 들어오자 홀룬은 구조의 차원으로 전이했다. 이쪽이 더 편안했다. 주문은 서로 연결된 색색가지 선들의 집합이 되었다. 이것들 모두가 맥동하고, 에너지의 구슬들이 일견 무작위하게 접합점에서 접합점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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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크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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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고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을 것만 같은 흐름이 4권 후반에 들어서야 확 빨라지는데, 모든 게 폭풍우 때 낭떠러지로 쓸려나가는 토사처럼 급작스럽게 맺어진 느낌이다. 
무언가를 넘어서서 성취해 낸 인간승리극이라기 보다는 인간사를 자아내는 요인이 되는 지극히 인간적인 고집과 우둔함에 대한 이야기였던 것 같고. 등장인물들의 치열한 삶을 한숨과 약간의 경의를 갖고 바라볼 수 있었을지 몰라도 끝내 찬탄할 수는 없었다. 
신과 여신의 이름을 걸고 무수히 행해졌던 일들, 아등바등 세우고 확장하고 영광을 얻으며 더 나은 삶을 만들려는, 태어나고 애쓰고 낳고 죽고 하며 이어지는 사람들의 삶의 고리를 내려다 본 듯한 느낌.중요한 것은 어느 신비에 마음을 의지하든 다른 이들을 존중하고 조화를 이루며 주어진 삶을 성을 다해 사는 것. 작가가 말하려던 건 그거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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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이 시리즈의 시대적 배경은..한 때 영국땅을 지배하던 로마가 쇠퇴하고, 색슨족이 쳐들어오면서 엠브로지우스의 뒤를 이은 영국의 자생세력 유서와 그 뒤를 잇는 아서가 다양한 부족들을 규합하여 색슨족의 침략에 맞서는 시기. 로마의 통치와 함께 크리스트교가 유입된 지 2백여년이 흘렀고 점점 그 세를 확장해가는 상황에서 아발론을 근거지로 하는, 여신을 섬기는 토착종교는 점점 아발론 섬과 함께 안개 속으로 잊혀져간다. 
아발론의 도움으로 성스러운 검 엑스칼리버를 받아 유서에 이어 왕좌에 올랐으나 한편으로는 크리스트교 신자인 동료들을 지니고 독실한 크리스트교 신자인 아내 그웬와이파와 결혼한 제왕 아서는 부족들 간의 조화로운 공존과 평화를 바라지만, 근본적으로 타 종교를 수용할 수 없는 크리스트교의 성격 탓에 아발론과 크리스트교 각각을 섬기는 두 세력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다.
주인공 격인 아서의 누이 모게인은 여신의 여사제로서 잊혀져가는 아발론의 지혜를 크리스트교에 잠식당하는 땅 위에 다시 세우기 위한 소명을 지닌 인물. 그웬와이파는 크리스트교의 단순. 엄격. 견고한 교리 안에서 보호받고 안온함을 누리고 싶어하는 소박한 여인이지만 사랑하는 란슬롯과 제왕 아서의 정숙한 왕비라는 지위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현실세계의 자연스러운 삶-동식물과 더불어 인간을 조화롭게 한 데 엮고, 그들의 욕망과 생식과 죽음 모두를 순리로서 긍정하고 수용하는, 모든 종교의 신은 하나라고 인정하는 아발론. 
욕망은 걸러져야 할 죄이며 모든 인간은 죄인이며 특히 여성은 남성을 꾀어 죄를 짓게 하였으니 더욱 사악하기에 내세를 위해 끊임없이 참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자신들의 신 외에는 모두 악마로 보고 배척하는 크리스트교. 
기본적으로 주요 인물들 사이/인물내부의 갈등은 두 종교관의 대립, 두 종교를 섬기는 세력들의 대립에서 온다고 해도 되려나. 
그리고 그 와중에 부각되는, 그 속에서 여인으로서 사는 것. 아발론의 여신을 대변하는, 최고 여사제인 모게인과 독실한 크리스트교도 그웬와이파라는 두 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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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아서왕과 원탁의 기사 이야기는 크리스천 남성 소설가의 손에 의해 기사도와 무용담 식으로 포장된 게 알려진 거고, 원전 설화는 다듬어지지 않아 투박하리라 여겨지는데. 어릴 적 본 애니메이션이나 BBC에서 방영중인 시리즈물에서 비스무리한 이야기를 다룬 것을 시청하는 것 외엔 자세히 접해본 적이 없다. 젤라즈니의 장편 속에 조금씩 스며있는 설정이나 단편의 소재로 등장한 내용들도 있구나. 하지만 거기 나오는 건 워낙 유명하고 단순한 설정들일 뿐이니까.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관계가 얼마나 원전에 가까운 내용인지는 모르겠지만-작가가 굳이 설화의 복원에 집착할 이유도 없고..그래서도 안되겠지. 
하지만 읽어가다보니 궁금해지는거다. 이 시리즈에서 멀린 타리신, 비비안, 이그레인, 모거즈, 모게인-모르가나, 아서, 란슬롯, 가와인-그웨인, 바란,..아서를 둘러싼 인물들 대개는 혈족으로 가깝게 묶인 이들로서 설정돼 있고, 작가는 그들의 삶을 상당히 복잡다단하게 얽어두었다. 
크리스트교도인 남성 작가의 문체로 씌였을 옛 소설과 달리 모게인, 그웬와이파라는 전설 속 여성의 시선으로 본, 여성 작가가 재해석한 아서왕의 전설, 이라는 홍보문구에 혹하기도 했고 어느 정도는 그에 상응하는 기대를 갖고 빌려온 것이긴 한데-확실히 그럴듯하게 잘 씌인, 촘촘하게 잘 엮은, 몰입도 높은 이야기긴 하다. 벌어지는 사건들을 겪어나가는 여성인물들의 사고나 감각이 아주 생생하게 전해져온다. 
다만 당시 크리스트교와 대비되는 그 고대 종교는.. 시리즈의 초반부터 그다지 내 맘을 매료시키지 못하고 있다. 종교적 맹신이나 맹목적으로 희생과 고통을 강요하니 견디니 하는 건 저쪽이나 이쪽이나 별반 다를 게 없잖슈..여신의 뜻 좋아하시네-__-..하는 생각이 종종 들기 땜시롱. 어느 정도 미리 틀이 짜인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예지력과 마법을 속성으로 점해둔 종교를 폭력적이지 않은 방식으로만 끌고가는 건 어려울 테지만. 작가가 여신을 숭앙하는 그 종교를 크리스트교와 대비해서 한껏 멋드러지게 그려내려 할 때마다 어느 정도는 그럴듯하다고 고개를 주억이곤 하면서도 또 어느 정도는 은근한 반감이 솟는 건 어쩔 수가 없는 듯..고대 종교라니 고대 종교로 받아야지..
..지금 3권째 읽고 있는데. 뒷표지에서 홍보해대는 여인들의 성취..에 대해선 조금 기대치가 줄어버린 느낌이고. 조금은 아침형 막장드라마 같은 여태까지의 전개를 보면서 어쩌면 아서왕 설화를 색다른 시각으로 접하는 것 정도로 만족해야 하는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묘하게 실망하고 있는 걸 보면 나 아무래도 모게인과 그웬와이파가 좀 더 당시를 초월해서 더 여장부 답게 씩씩하길 원했던 것 같다. 뭣보다 그런 모습이 제대로 받아들여지는 모습을 보고 싶었고 말이지. (시대상, 맥락, 다 무시한 슈퍼우먼 스토리를 기대했던 건가.=_=) 게다가 인물들이 죄다 이렇게까지 관계와 신앙의 대립 속에서 고통받는 걸 보고 싶지도 않았던 것 같고. 하지만 이대로도 충분히 유익하긴 하다. 오래도록 이어져 온 여인들의 삶과, 그만큼 오래도록 그녀들을 겨냥해 만들어지고 붙여진 이런저런 관습적인 시선들, 그 안의 부당함, 그리고 요즘과 달리 큰 힘을 지니고 사람들의 삶을 좌우했을 과거의 종교들, 지금보다 여러모로 힘겨웠을 옛 사람들의 생활상 따위에 대해 이것저것 떠올리게 만드는 시리즈고, 정말 간만에 술술 페이지를 넘기며 즐겁게 읽고 있다. 얽히고 설키는 게 딱 몇 시즌짜리 드라마 감이네. 
고치기 지우기


Posted by 에크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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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문학웹진 거울> 서평 이벤트에서 받은 책.
읽으면서 정리하는 겸 쓰다보니 어수선. 스포일러 왕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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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들이 누구이고 어떤 배경과 능력을 지니고 있는지, 소위 그들이 '동반자'라고 부르는 동물들과 무엇을 하는지, 왜 서로를 탐색하고, 궁극적으로는-무엇을 준비하고 있으며, 그 '10월의 마지막 밤'에 대해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지, 어설프게나마 전체적인 상을 파악하는 데는 페이지를 꽤 넘겨야 했다. 
젤라즈니옹은 처음부터 자세하고 친절하고 장황한 상황 설명을 늘어놓지 않는다. 화자 스너프를 통해 실마리를 여기 찔끔, 저기 찔끔, 요기 언뜻, 조기 언뜻 식으로 감질나게 내비칠 뿐이다. 그리고 그 실마리를 놓치지 않고 이해하는 데는 유명한 고딕호러, 추리같은 장르소설들이나 동류의 소재를 다루는 고전영화들에 대한 빠심이 유용할 듯 싶다. 장르적인 지식이 아예, 전무하더라도 끝까지 읽다보면 후반 들어서는 직접적으로 노골적인 힌트가 주어지거나 장황한 설명을 해주기도 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스토리를 이해하는 데 큰 문제는 없겠지만, 확실히 재미는 덜할 것이다. 특히 이 소설의 세계관을 장악하고 있는 H.P.러브크래프트의 크툴루 신화에 대해서는 개괄적인 지식이라도 지니고 있는 편이 나을 것 같고..
그렇게 저마다 고딕호러/추리/스릴러 소설이나 영화의 오마주를 담고 있는 인물들에게는 각자 동반자, 즉 지성을 갖춘 소환 동물들이 붙어있고, 자신들의 능력을 증폭시키기 위한 도구를 지녔다고 언급된다. 이들은 또한 은밀하게 폐쇄파 VS 개방파 로 나뉜 속성을 지니고 있으며 10월 31일 보름달이 뜬 할로윈에 벌어질 거대한 게임에서 두 편으로 나뉘어 대결하게 될 것이다.
할로윈에 '현시'하는 그 '무언가'란 한참이나 언급되지 않다가 할로윈이 가까워 오는 후반에 들어서 쏟아지는 힌트나 오마주들을 통해 노골적으로 암시되는데, H.P.러브크래프트의 작품에 등장하는 신들이다,('선주신'이라고 나오는데, 원래 '선주신'은 '위대한 옛것들'과 적대하는 오거스트 덜레스의 Elder God을 일컫는 개념이랜다.)
H.P.러브크래프트 팬 사이트 WeirdTales.org(http://weirdtales.org/)의 "Cthulhu Mythos 개괄"에서 본 설명을 인용하자면..
"원시의 지구, 지적 생물이 존재치 않았던 시절에 머나먼 우주에서부터 도래하여 지구를 지배하고 유전자 조작을 통해 인간을 비롯한 지적 생명체를 창조한 신들은 공포와 광기로 세상을 손 아래 부리는 존재들이다. 이들은 갑자기 깊은 잠에 들어 태평양의 해저에서 안식을 취하고 있으나, 결코 '꿈꾸지만 죽지 않는' 신적 존재들로서 가끔씩 소수의 인간들에게 실체를 드러내곤 한다. 
인류 문명 탄생 이후 현재까지 수만 여년의 기간, 크툴루 신화의 전체 시간선에 비해서는 지극히 짧기만 한 인류 흥성의 시기는 단지 이 신들이 수면을 취할 동안 이미 예정된 종말의 때를 잠시 보류해 놓은 소박한 평온일 뿐이며, 별이 바로잡힐 때 그들이 다시 지배자로서 지상에 나타나게 되면, 인류는 공포와 고통을 못 이겨 미치게 되어 결국엔 절멸하고 만다는 지극히 두려운 미래상이 러브크래프트의 소설 곳곳에 암시되어 있다. /
이 무서운 세계관 속의 인류는 우주의 중심도 아니고 만물의 영장도 아니다. 오로지 아득한 과거에 지구에 내려온 Cthulu Spawn, Greate Old One 이라고 불리는 외계의 존재들에 의해 창조된 피조물에 불과하다. 기독교의 가르침처럼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만들어진 고귀한 존재가 아니라 창조자의 손에 장난삼아(Joke) 실험과정 중의 하나로 만들어진 하찮은 피조물일 뿐이다. 러브크래프트의 소설과, 러브크래프티안 작가들의 소설 곳곳에 등장하는 '네크로노미콘(Necronomicon)', '위대한 옛것들(Greate Old One)' 같은 정체불명의 조어들은 모두 이 신화의 한 부분이다."

젤라즈니옹의 딜비쉬 시리즈는 러브크래프트의 세계관을 차용한 판타지다, 특히 후권인 "변화의 땅"에 등장하는 장로신들의 모습과 크툴루 신화의 신들은 닮아 있다.
무정하고 이기적인 신들. 인간을 벗어난 존재들을 심적으로 깡그리 부정하지 못하고 종종 신비에 매혹되곤 하는, 구체적인 신앙을 떠난 종교적인 인간들에게 이만큼 설득력 있게 세계를 설명해 주는 신화도 없을 것이다. 비록 인공의 냄새가 또렷하고 짙은 자조가 섞여 있기는 해도. 많은 이들이 매혹을 느끼는 것도 이해가 간다.

음...버닝하는 세계관에, 버닝하는 캐릭터들. 그러니께 이 책은 "다같이 즐겨요, 젤라즈니의 마이붐 팬북" 쯤으로 봐도 손색이 없는 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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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참가자와 입회자가 드러나고 선주신들에 대한 언급까지 오고 나면, 이후로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보드게임의 진행양상을 연상시키는 고조되는 긴장과 각박해지는 견제가 있고, 최후에 대한 기대 역시 높아져 간다. 캐릭터들의 저변에 깔린 의도나 뒤의 전개는 어떤 식이 될지 대충 상상할 수 있게 되지만, 소설은 막판까지 구체적인 정보들을 장악하고서 서서히 초점을 예리하게 갈아 맞추고 해상도를 높여 나가는 방식으로 허를 찌르고 호기심과 흥미를 무리없이 지속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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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드러나기 전에 던지는 암시들을 캐치하고 미리 알아차리는 젤라즈니옹과 장르소설 팬들 간의 짤막한 유희. 
개성 넘치는 '초대받은' 캐릭터들이 새로운 상황 하에서 벌이는 그럴싸한 행동들-탐색과 공방을 좇는 재미. 
패러디와 오마주의 음미. 
그리고 흩어진 조각들이 서서히 짜여가는 퍼즐의 전체상을 기대하며 바라보는 재미까지. 
즐길거리가 풍부한, 꽤 퀄리티가 높은 젤라즈니판 '장르호러팬북'이다.

무시무시한 보스캐릭터, 신들의 강림에 대한 기대치를 훌쩍 높여둔 것 치고는 마무리가 너무 간략하고 가볍게 끝나버려서 '어라? 이게 다유?' 싶은 아쉬움이 있지만, 나름 유쾌한 결말인 것 같다. 뭐..최후의 날 소환장면의 투닥거림을 보는 게 충분히 다이나믹하고 재미있어서..웅장한 결말이 아니란 데 크게 불만이 없다. 되려 어울리지 않았을 수도 있겠고. 
결국..그간 젤라즈니옹의 소설에서 보곤 했던 착 가라앉아. 땅 파고 들어가는 무거운 고민과 독백들은 의도적으로 덜어진 듯 하고, 할로윈에 걸맞는 기괴함과 환상이 우정과 함께 다정하게 들어차 있는 소설이었던 듯. 재미있었다.

젤라즈니 소설을 주워섬기는 중인 팬으로서는 이번 책은 흡족한 축이었다. 다만 장르소설에 별 흥미가 없는 사람들이 읽기엔 러브크래프트 소설의 오마주 부분 등은 좀 아리송하고 버거울 것도 같다.

등장인물들과 오마주에 대한 힌트들이 등장할 때마다 주석표시로 두고, 책 뒤편에 좀 더 자세하게 정리했더라면..하고 생각했지만, 그럼 되려 힌트 위치에 대한 스포일러가 되려나. 친절한 주석은 아니었지만 아주 허술한 주석도 아니었고보면. 소설 속에 차용된 다른 저자들의 캐릭터며 크툴루 신화의 상세내용에 대한 아쉬움과 호기심은 결국 읽다가 던져둔 러브크래프트 전집과 해당 소설들을 읽으며 푸는 게 맞겠지..싶다.

Posted by 에크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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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오프 마실갔다가 건짐. 전체적으로 약간 눌려 휜 자국이 있지만 펼친 흔적이 거의 없는 아주 깨끗한 책이었다. 양장된 표지를 펼칠 때의 약간의 저항감, 책장 구석에 가지런히 말려 들어있던 손때 탄 흔적이라곤 없는 책갈피줄까지. 누군가가 한 번도 읽은 적이 없다는-적어도 완독은 한 적 없다는 뜻일까;?
여튼 모 단편선에서 읽은 '파리의 4월' 이후 별 관심이 없다가 '오멜라스를 떠난 사람들'에서 눈이 뜨인 이후 제대로 읽어보게 된 르귄여사의 첫 장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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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로캐넌의 세계' 도입부, 단편 '셈레이의 목걸이'를 '바람의 열두방향'에서 읽었다.
'헤인시리즈'에 대한 짤막한 소개글도 언뜻 본 적이 있고.
전개 중에 '헤인시리즈'에 등장하는 듯한 헤인, 로캐넌 등의 행성이 이 책의 무대배경이 되는 '게센'과 함께 언급되는 것을 보니 이 책도 '헤인 시리즈'와 연관이 있는 모양)
소설의 배경은 행성 '게센, 행성;겨울'이다.
본격적인 내용 전개에 앞서 행성 '헤인'과 헤인에서 비롯한 다행성 공동체 '에크멘'의 존재가 전제된다.
헤인이라는 아주 오래된 행성이 있다. 헤인의 주민들은 고도로 발달한 문명과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무척 오래 전부터 지구 등 여러 행성에 진출하여 적응하여 각 곳마다 나름의 문명들을 발달시켰다. 이후 그들은 자신들의 식민지와 새로 발견된 행성들의 고등지성체들에게 자신들의 존재와 행적들을 널리 알리고, '에크멘'이라는 문명 공동체를 만들었고, 에크멘에 가입된 80여 개의 행성과 3000여 개의 국가들 간에는 평화롭고 자유로운 문물과 문화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
게센의 주민들은 아직 에크멘의 존재를 모르는 상태다. 
아주 오래 전, 헤인 주민들이 식민지를 개척하는 과정에서 게센 원주민들은 헤인인들에 의해 유전자를 조작 실험을 당한 바 있다는데-그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난 현재 행성 게센의 거주민들은 모두 양성체이다. 모두 한 몸에 남성과 여성이 공존하는 자웅동체. 지구인과 비슷하지만 키가 좀 작고, 갈색의 피부를 지녔다. 달에 한 번, 2~3일 정도 '케머' ; 발정기 때 랜덤으로 남녀가 갈리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겉으로 성적 구분이 드러나지 않고, 성욕도 거세된 채다. 
남녀의 신체적 차이에서 오는 사회적 관습들, 남녀 사고의 동질성과 다름, 여성의 그룹과 남성의 그룹의 특성, 여성의 정치와 남성의 정치방식, 성욕의 발현에 있어서의 차이..
이것들은 보통 남성과 여성으로 갈리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한, 누구나 벗어날 수 없는 화두다. 때론 순수하게 궁금해 하며, 가끔은 논쟁하다 불쾌해하면서 '성적인 구분이 사라지고 모든 인간이 그저 각각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받아들여지고 존중받는다면' 하고 상상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이 소설은 그런 사고실험의 뉘앙스가 짙게 풍기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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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의 주인공은 '에크멘'에서 '게센'으로, 평화로운 자유무역-지식과 문물에 대한-을 맺고자 파견된 단 한 명의 사절 '엔보이'이다. 지구 태성의 흑인 남성으로, 이름은 '겐리 아이'. 그는 게센에 있는 국가들을 상대로 자신과 에크멘에 대해 알라고 동맹을 맺기 위해 노력하는 와중에 은하계에서 유일한 양성자들이 이룩한 세계를 탐방할 기회를 갖는다.
눈으로 뒤덮인 대륙들, 일년 내 겨울인 극히 차가운 기후, 독특한 식생, 봉건제가 살아있는 왕정국가 카르하이드와 친교그룹들로 이뤄진 오르고린-게센의 대표적인 두 국가. 그들의 영토분쟁-하지만 국지적인 분쟁으로 끝날 뿐 한 번도 전쟁이 일어난 적은 없다(양성성 탓인지, 아니면 혹독한 기후 탓인지). 현재를 원년삼아 과거를 셈해가는 역법, 생리적 주기에서 영향을 받은 듯한 한 달의 날짜계산, 원시종교 한다라와 거기서 파생된 종교 요메시. 기후로 인한 독특한 의식주 양태, 양성인들의 생식방법과 성문화 등등. 
겐리는 이전에 행성 게센을 다녀간 조사자들의 보고서와, 책이 드문 대신 게센에서 널리 유통되는 음성 테입들을 검토하면서, 직접 경험하면서 조금씩 게센인들의 삶에 더 익숙해져 가고, 그를 토대로 게센인들에게 효과적으로 동맹을 제시할 방법을 고심한다.
처음 그는 왕국 카르하이드의 고관 에스트라벤의 안내와 협력을 받으면서 카르하이드 왕과의 대면을 준비하지만, ...동맹에 이르기까지의 길은 험난하다. 상황은 때로 미묘한 불안, 긴박한 위험들을 동반하며 복잡하게 흘러간다. (결국은 어찌될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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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의 행성.
하지만 묘사된 게센의 모습은 소름 끼칠 정도로 꼼꼼하고 세밀하다. 
인간사회에 대한 이해를 확장하기 위해 오지의 부족들을 관찰하며 논문과 보고서로 결과를 남기던 인류학자들의 행적을 우주적인 범위로 확장한 버전같달까. 가상이긴 하지만. 지구의 생태와 인간사회를 이루는 면면을 따서, 새롭게 걸맞는 것들로 대응시켜, 또다른 인류가 살아가는 행성이라는 형태로 구성해 놓았다. 꽤 그럴 듯하다. 
일반적으로는 무섭도록 혹독한 기후에서 막대한 영향을 받는 것으로(작가가 양성성이란 측면에 좀 더 집중하고 싶어서 환경적인 다양성을 줄인 것 같다), 양성인들로서의 공통적인 습성이나 문화에 대한 묘사에서는 아직은 남성중심적으로들 많이 돌아가는 지구사회에다 여성성을 확대적용한 모습으로 그려낸 것 같다고 종종 느꼈다(약자에 대한 자연스런 배려, 수동성, 덜 목적적임, 전쟁의 부재 같은 이런저런데서). 글고보니 게센인들의 '프로그레서:체면, 위신, 혹은 그것들을 발휘할만한 자격'에 대한 태도도 인상적이었는데..이건 어떻게 봐야할까. 보통 평판에 민감하고 위계를 중시하는 남성사회의 특성을 반영한 걸까? 남성과 여성의 특성을 조합하고 조율한 듯한 데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간 듯한 면도 있었다. 자웅동체라는 데서 연원하는 듯한 게센인 특유의, 어딘가 일원론적인 통찰을 담은 직관적인 사고체계나-그걸 강하게 반영하는 듯한 고대종교 한다라에 대한 묘사들이 그것. 꽤 흥미로웠는데. 좀 심오하기도 했고. 소설의 제목도 거기서 기원하는 것이다. 그 부분들에 대해서는 다시 몇 번 읽어봐야겠다. 그럼 요모조모 이해가 새로울지도.
당연하겠지만. 역시 군집, 그 안의 위계, 신앙, 예술, 사랑, 복잡한 이해관계와 대립, 분쟁 등은 인간이 있는 어디에나 일어나는 일이고, 그건 동일한 성으로 구성된 사회에서도 다를 바가 없겠지 싶다. 하지만 그 양상은 또 당연하게도 각자 독특한 인성을 갖춘 개인마다, 그들이 이룬 각각의 사회마다 다양한 모습일테고..겐리가 만난 게센인들이 저마다 다르고 카르하이드와 오르고린이 여러 면에서 색다른 문화와 국민성을 지닌 것처럼 말이다.
게센에 대한 꼼꼼하고 생생한 묘사도 그렇지만, 인류에 속하는 일원이란 점 외에 너무나도 다른 두 사람, 서로에게 외계인인 겐리와 에스트라벤 둘 사이의 교류 역시 강하게 맘을 끌었다, 그들이 휩쓸리는 복잡다단한 이해관계들과 생사를 건 활극 역시 아주 생생하고 정교하고 치열한 것이.. 아..책 후반부에 나오는 두사람의 여정은 지금도 생각하면 춥다;o;

간만에 꽤 괜찮은 책을 읽었다는 느낌이 든다. 헤인시리즈들을 하나씩 찾아볼 만도 하다.

+첫 장에 외삼촌이 세 조카들에게 03년에 선물로 주었다고 적혀있다. 이 책을 사랑했다는 게 느껴진다..역시 책 선물은 읽을만한 사람을 좀 가려 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책이 중고서점에 팔려버린 걸 알면(더군다나 정말 한 번도 안 읽었다면 더) 그 외삼촌 좀 씁쓸할지도. 그래도 그 선물은 돌아 돌아 내게로 왔고..감사. 북오프에서 이렇게 안 질렀으면 훨씬 먼 훗날에나 읽었을 가능성이 컸다;

Posted by 에크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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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동기 주민들이 살아가는 '포말하우트2'.
기술과 도구적 측면에서만 인식하던-잘 알지 못하던 세계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
이방인이자 그들의 친구로서. 단순 분류기호와 명칭, '포말하우트2'로 규정되던 세계에서 살아가는 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배우며 이해하려는 로캐넌과 동료들, 힐퍼.
그리고 종국엔 '이름을 얻은', 독특하고 고유한 무엇으로서 인정받게 된 '로캐넌의 세계'.
한 사람의 운명은 중요하다. 
한 사람이 받은 고통과 부당함에 눈을 돌리고 분개하기.
반쪽짜리 인간 피안의 성숙 - 저마다 다른 개개를 구별하여 인식하는 것. 다양성에 대한 이해. 햇볕과 나무그릇과 풀 내음의 즐거움으로의 회피에서 벗어나-슬픔과 고통과 공포의 경험과 기억 또한 온전히 받아들이고 되새기며 간직하는 것. 타인의 마음을 멀리서도 감지하고 읽어내며 동조할 수 있는 '텔레파시'. 일종의 친화력이자 서로를 굳이 구별하지 않는 덩어리 존재이기에 가능한 특성.
각 행성의 문화적 다양성, 특성, 차이를 무시하고 감행한 기술원조와 개발로 인한 반란. 스러진 생명들을 보다 못해 복수를 감행하다.-그 결과 짊어지게 된 천 여개의 목숨들. 그 묵중함.
인간형의 아름다운 외모과 고도의 건축술을 지녔지만 지성을 찾아볼 수 없는, 날개달린 생명체. 외견. 외견. 외견. 외견에 홀리지 말 것. 겉모습에 집착하지 말 것. 보이는 것으로만 판단하지 말 것. 속내는 들여다보고 경험하지 않으면 모르는 것..

Posted by 에크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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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R.R.마틴. 로저 젤라즈니와 친했고 영향도 많이 받았다고. 
해서 얼불노 시리즈를 처음 시도했을 때는 1부 채 다 못 읽고 반납했다. 젤라즈니 소설에 비해 날 것의 느낌이 많이 나고, 차가운 문체..그다지 유머러스한 구석도 없고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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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은 과연 4부로 갈 수록 엉망이 되어 이거이 뭔 소린가 중간중간 재조합하느라 신경 쓰느라 안 그래도 느린 독서 속도가 더 느려졌다.
이런저런 명칭이나 지명같은 게 4부까지 주욱 통일되어 있지 않고 캐릭터마다 어투도 번역가가 바뀌면서 같이 막 바뀜; 오역이나 생략된 부분도 많다는데-이건 원문을 읽어보지 않아 자세히는 모르겠구먼. 번역가들이 판타지 세계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말도 있던데 읽다보니 과연..그냥 포기하고 머릿속에서 재번역 과정을 거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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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지도는 필수.
http://www.westeros.org/Citadel/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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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불노 작가인 마틴 옹은 중세사 덕후라고. 인터뷰에서 언급된 대로(역사는 재밌지만 이미 결말이 나 있어 아슬아슬한 재미가 없는 게 아쉬웠다던가-고로 소설속에서 그 긴장감을 구현해 내는 게 좋았다던가..) 확실히 얼불노는 중세 유럽 삘이 강하게 난다. 그때처럼 비위생적이고 처절한 가난이 그득한 거리와..그 밖에 인간이 미처 손 쓸 수 없는 재앙이 그득한 세계. 명예와 야욕을 둘러싸고 왕국 간-기수 가문끼리의 흥망성쇄가 끊이질 않는. 거기 마법과 초자연적인 생물들이란 요소가 깃들어 있어 더 처참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만 빼면. 주요 등장인물들도 그 소용돌이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잘도 휘둘리고 망가지고 스러져 간다. 역사 속에 깃드는 신의 섭리를 잘 아는 작가. 그러니 이렇게 캐릭터를 막 다룰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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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머리 잡이. 모래통에 갑옷 넣고 굴려 씻는 종자..같은 구절들을 읽노라면 오래 전에 읽은 "문명을 바꾼 밑바닥 직업의 역사\불량직업잔혹사"가 떠오른다.
‎"엔더의 게임" 이래 더한 아동학대물. 하지만 왜 그렇게 팬들이 열광하는지도 이해가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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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시대 의복이며 먹거리, 기사도, 교육 따위 등에 대해 잘도 묘사해놨지만-그 중에서도 가장 상세한 묘사는 당시의 형편없는 인권인식과 위생개념, 도적질과 강간과 살육 등 전쟁 중에 만연한 온갖 범죄들과 썩어가는 시체에 대한 것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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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부 유출본이 나왔다고 본 것 같은데. 기다리다보면 번역돼서 나오겠징

Posted by 에크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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