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여둔 이야기들의 수습을 위한 속편이자 시리즈의 막권.
캣니스는 그렇게 반란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캣니스의 이미지를 선동과 반군의 사기진작에 효과적으로 이용하려는 반군과 사로잡은 피타를 이용해 그를 가라앉히려는 캐피톨. 방송을 통한 프로파간다전이 인상적.
애들은 끊임없이 죄책감과 악몽과 주입된 기억에 시달리고. 사람들은 끊임없이 새로 죽어나가고. 후반부가 되어서는 주인공의 주변인 모두가 폭탄이니 트랩이니 머테이션이니가 판치는 전장-사실상 헝거게임의 확대전이나 다를 바가 없는-에 뛰어들지만, 그런 것들 모두가 당연해지다시피해서-충격으로 파들파들 떠는 인물들을 보면서도 받아들이는 입장에선 둔감해지는 느낌이다. 긴장과 충격을 완화해 줄 건덕지가-로맨스든 뭐든-후반으로 갈 수록 부족해지고.. 피닉이나 게일 같은 애들은 그간의 묘사에 들인 공을 반영해서라도 좀 더 제대로 끝 이야기를 맺어주었더라면 싶었는데..
죽고 죽이는 비인간적인 헝거게임이 있게 한 인간과 권력의 잔인한 속성. 그런 이야기들이 다시 부상하고, 주인공은 여튼 끝까지 그것들에 반기를 든다.
이러저러하여..에필로그까지 이르면..맥이 빠진다. 삼각관계도 엉성하게 얼버무려지고, 혁명 종결 이후에 대해서는 12번 구역에 다시 돌아 온 주인공 주변 일상에 국한된 뻔한 묘사가 이어진다. 새로운 세대가 태어나고, 거기서 새로운 안온을 얻고..하지만 지난 기억에 몸부림친다는.
실상 헝거게임을 둘러싼 추악함이 이 시리즈의 핵심이 되는데도 그에 대해 개개인들이 갖는 반감과 반발, 경계..그런 것 말고는 대안적인 얘기가 없다는 게 좀 아쉬웠다. 심지어 헝거게임이 상징하는 인간에 대한 비인간적인 처사와 잔인함에 반발하여 연합하고 캐피톨을 장악하는 데 성공한 반군마저 패잔한 캐피톨을 상대로 한 새로운 헝거게임을 도입하는 것에 명확한 반대를 표하지 않는다-결국 그것을 다시 도모하려던 인물은 주인공에 의해 사라지지만 그럼으로써 결론적으로 인간들의 이런 잔인한 속성은 어쩔 수 없다,는 식이 되어버린다. 각자가 반성하고 경계하는 것 이상으로 전세계적인 기념, 인권과 관련한 시스템적인 합의나 구역간 권력분배 및 견제책 제정 같은 얘기들이 등장해 줘도 괜찮았을 것 같은데.
여튼..시리즈를 주욱 읽으면서 비인간적인 통치에 반발해 되찾은 세계가 이제 어떤 식으로 인간적으로 굴러가게끔 합의가 되고 어떻게 더 나아져 가는가..주인공을 제한 등장 인물들의 삶은 어떻게 회복되어 가는가..캐피톨 위주로 기획되고 굴러가던 식민구역들은 새로 어떤 방식으로 자치하고 교역하고 교류하게 되었나..등등. 좀 건설적이고 희망 찬 마무리를 보고 싶었던 것 같은데..기운 없이 끝났다. 캐릭터들이 삼부작의 여정 동안 너무 괴로운 일들을 많이 겪고 탈진에 가까울 정도로 지쳐 버려서 그런 에너지 팍팍 들어가는 과정으로 끌고 가기에는 잘 움직여지지 않았을지도. 작가도 지친 것 같고.

Posted by 에크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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