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서 추천글도 보고 해서 찾았는데 황금가지 밀리언셀러 책들은 문학서재와 따로 구분을 해 둬서 알아채는 데 시간이 좀 걸렸음..
제 목은 그다지 때깔도 안 나고..어딘가 가상현실적인 미래 x차대전 밀리터리물 뉘앙스를 풍기는데, 실상은 되게 현실적인 기반을 토대로 하고 있는 이야기인 듯. 저자 맥스 브룩스는 세계사나 현 세계 정세, 경제, 인권상황 같은 데 상당히 해박한 사람인 것 같다. 미래라는 가정 하에 현재의 그것들을 뒤틀어 낸 모습들이 꽤 흥미롭다.
르포랄까..일종의 가상 보고서인데, 20여 년 전 좀비 바이러스의 중국 첫 감염자 사태에서부터 바이러스 감염자가 급격히 늘고, 전 세계적인 대혼란에 빠지고, 이후 지구 각 지역의 사태 극복 과정에 이르기까지..를 상세히 다룬다. (보고서가 씌인 시점은 좀비가 최초로 출현한 지 20년 후, 미국이 좀비전쟁에서 승리선언을 한 후 10년이 지나서다.)
독특한 것은, 인터뷰 형식이라는 것. '내'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세계 각국의 다양한 계층.인종.직업군.연령대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사람들이 기억하는 당시 여러 현장에서의 생생한 모습을 고스란히 담았다는 설정이다.
좀 비라는 공포의 대상 자체에 초점이 가 있는 건 아니고..지금, 요로코롬 짜여 있는 지구란 곳에 좀비 바이러스를 툭, 던져놓으면 여기저기 어떻게 시스템이 굴러갈지, 저마다 다른 환경에서 우글거리는 지구 위 인간무리들이 어떻게 반응할지를 시뮬레이션한 풍자극적인 느낌이 강하다.
굳이 좀비가 아닌 다른 전지구적인 대재앙이라도 상관없겠지만..좀비 바이러스가 가장 저자 의도에 잘 맞아떨어지는 소재 중 하나란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정정.
' 미국 국내전선'과 '그 밖의 세계 여러 나라' 챕터를 거쳐 페이지를 넘길수록 세계 곳곳을 배경으로 좀비로 인해 생길만한 어지간한 상황들은 죄다 나오는 듯 한데, 그것들을 읽어가다보면 좀비를 대체할만한 다른 재앙으로 적합한 게 무얼까 떠올리는 건 그다지 의미가 없겠구나 싶어진다. '역시 가장 끔찍하고 심각한 파탄을 가져오고 그 이상의 후유증을 남기는 대재앙으로는 좀비 바이러스의 습격 만한 게 없겠구나..'하고 설득당하면 당했지.
그만큼 이 가상보고서 내의 이야기들은 디테일이 살아있고 실감난다. 각각 하나의 짤막한 시나리오래도 무리가 없을 듯한 이야기들이 많다. (맥스 브룩스가 03년에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라는 책을 내서 히트했다는 커버 앞 날개 설명을 간과했는데; 과연 애초에 이 양반, 좀비로 소재를 확정해두고 다른 재앙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겠지. 좀 대단한 좀비 덕후신 듯.)
브래드 피트가 제작 중이라는 영화에서는 과연 어느 부분들을 빼내 영상에 담을지 궁금하다.
기대했던 남한 사람 인터뷰는..좀 실망이었다. 역시 외국인이 보기에 남한은 북한과 별개로 떼어 보기 힘든 나라인 듯. 뒷 표지에 씌인 홍보글 이상의 스토리는 거진 없는 거나 마찬가지. 마찬가지로 일본에서의 인터뷰들도 일본, 하면 떠오르는 최초의 핵 폭탄 희생지역이라든가, 오타쿠라든가, 일본 특유의 다신 신앙, 사무라이틱한 이미지를 활용한 것 외엔 특별할 게 없다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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