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인지. 표제작을 읽고 또 읽고 하고 있다. 보통 수만 수억년이 걸려 이루어지는, 종의 분화랄까..진화의 양상을 여기서는 좀 뒤틀린 모습으로 펼치고 있는데..처절한 좌절과 구원이 묘하게 뒤섞인 이야기다.

...멋진 이야기들. 원할 때마다 근처에 손을 뻗어 다시 펼쳐서..책장을 넘겨 하나하나 찾아 읽을 수 있다는 게 기쁘다.
"땅 밑에"를 요번에 종이책으로 읽고 나서, 로저 젤라즈니의 "이 죽음의 산에서"가 떠올랐다. 물론 두 이야기가 갖는 전개양상이나 매력은 다르지만. 
생을 건 필사적인 하강/등반. 가장 깊은/높은 구덩이와 산. 안내자와 방해자. 그리고 각자가 맞는 결말. 흥미로운 비교대상인 듯. "땅 밑에"쪽이 더 경쾌하게 뒤통수를 때려주었지만서도.ㅋ 젤라즈니의 그 단편을 다시 읽어보고싶어졌다.
"0과 1사이"에 나오는 몇 구절들은 다시 읽어도 가슴을 울렸다. 언젠가 새벽에 그 구절들을 읽고는 아끼는 이에게 전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더랬지. 
"마지막 늑대"는, 새삼 뒷 얘기가 궁금하다. 누군가 그랬듯 속편이 나와도 꽤 괜찮을 것 같다.

Posted by 에크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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