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 때의 공중전을 연상시키는 비행 전투씬들은 그런데 별로 흥미가 없어서인가, 되려 읽기 버겁고 집중력이 떨어져서 애먹었다. 

여전히 이런저런 기발하고 재미난 센스들이 넘치지만(인물들과 배경이 한국계스러운 점이 조금 신선, 절대권력에 대한 고찰이라든가, 새 유목, 가축 비행기 같은 거라든가, 비행기의 화폐화라든가, 등등 이런 부분들 재밌었지..전체적으로 유머러스한 것도 있고.) 역시 여러 세력들의 복잡한 각축전 하에 밝혀지는 주연들과 '신'의 정체. 그리고 신의 궤도에 오르는 결말부. 거기에 감동들이 집약돼 있다. 읽고나니 잘 읽었다는 생각이 모락모락. 담에 다시 한 번 더 읽어봐야겠어..이번엔 너무 띄엄띄엄 읽게 돼서 아쉬움.
-----
‎"세계는 한 사람이다. 단 한 명의 사람과 커다란 세계는 모두 동등하다-나를 둘러싼 세계는 결국 나 하나의 탄생과 함께 시작되고 나의 경험과 목격들로 채워지고 나의 죽음과 함께 끝나는 것일테니까"-이런 말 있지 않았나? 
나니예의 시작과 끝의 방향은 고스란히, 여생에 대한 방향과 중첩되어 은경 한 사람의 손에 의문으로 놓인다.(응?) 그리고 이야기는 모두 나니예의 탄생과 멸망에 대한 것이지만, 실은 은경에 대해 말하고 있다-은경의 ...결심, 여러 번의 죽음을 통한 시행착오들, 심사숙고해 결정한 마지막 시도까지. 그리고 그에 따라 나니예 역시 바뀌어 간다.
-----
그녀가 동면 전 지구에서 충분히 채우지 못했던 것들-경라언니와 본처를 두고 휘둘리며 구차한 생색이나 내던 아빠, 안타깝게 헤어진 바클라바, 프로펠러 비행, ..이것들을 포함한 일련의 결핍과 상실은 나니예의 신에 이르는 과정과 결과 속에서 조금씩 충족되고 위로받았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그녀가 귀환하지 못할 귀환을 택한 것 역시 나니예 곳곳에 스민 아빠의 마지막 진심을 받아들이고 화해에 나섰다고 볼 수 있을지.(너무 뻔한 추정인가;)
근데 뭐, 그대로 나니예 밖으로 나가봤자 물질문명을 벗어나 광선들만 마구 판치는 저 바깥에서 어떻게 살아가겠나. 게다가 어차피 착륙을 시도하면 어디서든 죽게 될거고;
-----
도구를 위한 궁극. 파괴의 변질로 태어난 구원. 공허만을 안고있던 텅 빈 자의 내면에 꽉 차오른 무한한 중첩 세계.. 
아무튼..이 정도면 허한 맘이 차오르는 이야기려나.

Posted by 에크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