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고+네뷸러+월드판타지상 싹쓸이했다니까 당근 봐야디..영화도 나온다는데 봐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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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초과학분야 과학자들의 모임인 '과학의 경계'. 그 회원 중 일부가 겨우 몇 달 간의 텀을 두고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탄소나노튜브 기술의 권위자 왕먀오 교수는 잔뜩 긴장해 있는 군인들과 경찰 관계자 스창에게 붙들려 과학의 경계와 관련해 뭔가 아는 바 없냐고 추궁당하지만 응용과학자인 본인과는 별개의 이야기일 뿐이라고 여길 따름. 그러나 마지막 자살자였던 초끈이론 과학자인 양둥과는 약간이지만 안면이 있었고, 그녀가 남긴 유서 구절("물리학은 존재한 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이 마음에 걸린 탓에 그녀의 약혼자 딩이에게 자살의 배경을 확인해보기에 이르는데, 지구 5군데에 설치된 입자가속충돌기를 통한 실험결과가 모두 랜덤으로 나타났다는 것, 보편적인 물리법칙을 끌어낼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고-이는 물리학자인 그녀에게 세상이 무너지는 것과 같은 절망을 가져다 주었으리라는 것. 그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그 정도였다. 딩이는 자세한 사항은 양둥의 어머니이자 천체물리학자인 예원제를 찾아가 보라고 조언한다.
그러던 중, 사진이 취미인 양먀오에게도 기이한 일이 벌어지는데..자신이 현상한 필름사진에 카운트다운이 찍히기 시작한 것. 이내 모든 시야에 카운트다운이 떠올라 보이기 시작했고, 패닉상태에 이른 그는 과학의 경계에 속한 과학자인 선위페이를 찾아가기에 이른다. 선 위페이는 그저 나노입자연구를 중단하라고 할 뿐. 연구를 중단하지 않으면 카운트다운은 계속될 것이며, 그 때는 주변이 아닌 우주복사차원에서 확인가능한 카운트다운을 보게 될 것이란 경고와 함께.
이런 기이한 사태들은 왜 일어나는 것인가. 중국 뿐만이 아닌 전 세계의 군과 경찰들이 '전쟁' 운운하며 긴장해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들이 주시하고 있는 가상현실게임인 '삼체'나 과학의 경계에 속한 과학자들은 다른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인가.
이야기는 세 가지 갈래로 나뉘어진다.
하나는 양둥의 어머니 예원제의 일생. 40년대생. 문화대혁명시절, 광기어린 홍위병들은 물리학자였던 그녀의 아버지를 반동분자로 몰아 때려죽였고, 위태로운 신분 탓에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기고 그녀는 거대 레이더를 장착한 산봉우리 홍안기지에서 기밀연구를 하며 20여 년을 틀어박혀 보냈다. 홍안기지의 연구는 누구에게도 제대로 진상이 밝혀지지 않은 채였으나, 양먀오가 홍안기지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예원제는 하나 둘 진상을 밝히기 시작한다.
두 번째는 '삼체'라는 가상현실 게임. 왕먀오는 '과학의 경계' 모임에 대해 미심쩍은 마음을 갖고 있던 터에 회원인 선위페이가 이 가상현실게임에 몰입해 있던 것을 보고는 자신도 플레이에 동참해보기로 한다. 혹한기나 혹염기가 찾아오면 체내의 수분을 모두 빼고 동면에 들어가는 삼체세계의 사람이 되어 도통 예측하기 어려운 태양의 운행법칙을 꿰뚫고 문명을 안정화시키는 예지자가 되는 것이 게임의 목적. 예측이 빗나가면 예지자는 가차없이 혹한이나 혹염에 따르는 문명의 멸망 전에 분노한 통치자에 의해 화형을 당하는 가혹한 게임이다. 수백 번의 문명이 발생하고 쇠락하는 과정을 함께 차근차근 밟아가면서 왕먀오는 게임 속 세계가 세 개의 태양의 인력에 영향을 받는 행성임을 파악하게 된다. 우주공간의 삼체. 서로 비슷한 질량을 갖고, 인력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움직이는 세 개의 항성. 그 항성계에서 생존하는 것은 너무도 버겁고 힘겹고 가혹한 일인 것이다. (지구의 물리학자들 사이에서 한 때 삼체의 운동을 어떻게 예측하느냐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었고, 푸앵카레가 삼체문제는 해결할 수 없음을 증명하기는 했지만, 푸앵카레는 초기조건의 민감성과 삼체시스템은 적분할 수 없음을 입증했을 뿐, 여전히 몬테카를로법이나 유전알고리즘 같은 새로운 계산법으로 삼체문제를 해결해보려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고.)
세 번째는 왕먀오가 삼체 게임 내의 레벨을 높여가면서 실제로 접하게 되는 '삼체'조직에 대한 이야기. 삼체를 플레이하며 고득점을 획득하는 이들은 대부분 정재계나 과학계, 문학계의 엘리트들이며, 특정 레벨에 도달하게 되면 개발자와 면담을 통해 더 플레이할 것인지 사상검증(?)을 받게 되어 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삼체 회원들의 회합에도 초대받게 된다.

이들 세 이야기 줄기는 어느 시점에 이르러 하나로 합쳐진다.
외계인이 존재할 것이라는 기대 하에 중국정부는 60년대에 미국, 소련에 이어 외계인과 접속하려 홍안기지를 통해 비밀리에 시도하였던 바 있고, 태양에 대한 연구를 했던 바 있는 예원제는 홍안기지에 틀어박혀 지내던 중 우연히 태양의 전파증폭원리를 깨닫고 몰래 태양을 통해 우주로 메시지를 보낸 바 있으며. 실제로 존재했던 외계인들이 이 메시지를 놓치지 않고 수신하였고. 이들은 게임 속 삼체세계와 같은 가혹한 세 개의 항성에 시달리는 센타우르스성 알파 삼중성계의 외계인들이며, 그네들 세계의 삼체문제를 끝내 풀지 못한 채 식민지를 찾아 헤매던 중이었으며. ..그간의 삶을 통해, 이후 지구 전역에서 확인할 수 있던 인간의 잔혹한 본성에 깊이 실망한 예원제는 그 외계인들이 보다 도덕적일 것이라는 일말의 희망을 걸고 지구를 침략해달라는 메시지를 재차 그들에게 보내었으며. 4광년 떨어진 곳에 있던 외계인들은 이를 확인하고 이내 지구로 침략해 오기 시작하였다는. 그런 얘기. 예원제가 주변 과학자들이나 급진적인 환경운동가들과 이 비밀을 공유하기 시작하면서 '삼체'라는 단체가 형성되었고, 단체는 점점 회원 수가 불어나고 파벌이 생겨나면서 예원제의 통제를 넘어서게 되었다. 외계인들의 삶을 안타깝게 여기고 동포의 희생을 기꺼이 치르려는 구원파가 있는가 하면(삼체게임의 배후는 이들 구원파이다.), 외계인들이 지구를 몽땅 쓸어버리고 현명하고 조화로운 세계를 구축하여 이끌어주기를 바라는 강림파가 크게 대립하기 시작한다. 물론 개중에는 450여 년 뒤 시작될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내부정보를 보다 제대로 빼내오려는 꿍꿍이를 지닌 이들도 있다. 강림파는 에반스라는 이름의 급진적 환경운동가 출신 대부호를 중심으로 외계인과의 통신이 가능한 시설을 갖추었으나, 인류에 대한 증오를 바탕으로 그저 전 인류의 멸망 만을 바라게 된 나머지 나머지 삼체 회원들에게 외계인들과의 통신 메시지를 숨기고 첨예하게 대립하기에 이른다.
군과 경찰은 삼체회원회합에 들이닥쳐 이런 사항들을 파악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나노튜브로 만든 줄을 활용한 일종의 작전 끝에 강림파의 통신데이터베이스를 획득하여 사건의 전말을 파헤친다. 
그 결과 알아낸 것은, 예원제가 바란만큼 삼체세계의 외계인들은 결코 도덕적이지도 평화주의적이지도 않았으며, 그저 생존에 혈안이 되어있는 냉혹한 자들이었다는 것. 지구인의 진화능력과 급격한 기술발전에 추월당할까 두려움을 느낀 그들은 그들이 도착할 450년 이후까지 지구인들의 과학기술을 현 상태로 동결시키기 원했기 때문에, 양성자를 2차원으로 펼쳐낸 후 그 위에 회로도를 구축하고 다시 11차원으로 압축하는 그들로서도 초초고도 기술로 만든 양성자 인공지능 컴퓨터(知子)를 두 대 보내서는 지구 내 기초과학분야의 실험들을 추적하여 훼손시켰고, 인류의 우주개척을 위한 기본적인 토대가 되어 줄 나노튜브기술을 겁박하여 중단시키기에 이르렀다는. 그런 얘기. 
이후 지구의 기초과학자들은 이 끊임없는 외계인의 감시와 방해공작을 물리치며 어떻게든 450년 후의 후손들을 위해 박멸불가능한 벌레처럼 버터야 하기에 이르렀다는, 그런 디스토피아적인 이야기다.

예전 지구과학 선생님이 외계인의 지구 침략에 대해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그분도 문명을 광속여행수준으로까지 진화시키고 몇 광년 씩이나 걸려 우주 이곳저곳을 탐험할 정도라면 아주 평화적이고 도덕적인 문명일 것이라고, 외계침공 따위 없을 거라고 말씀하셨더랬는데. 와 봤자 잠깐 돌아보고 금방 가버릴 거라고. 근데 류츠신은 도덕성이 제로에 수렴하는 문명도 있을 법 하지 않겠냐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책 속에서 얘기하는 외계인의 도덕성이나 생명체가 어떻게 그런 혹독한 상황에서 남아있을 수 있느냐..어떻게 역사적인 기록이 축적되어 그만한 기술발전을 이룰 수 있느냐 등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고, 주가 되는 부분은 아무래도 삼체세계의 태양의 운행 부분인 듯. 한 때 핫했던 삼체문제를 끌어들여서 같이 즐길 수 있도록 구성한 그 자체가 이 책의 역점이었던 듯하다. 그리고 광기어렸던 중국 근현대사를 끌어온 것도. 문화대혁명과 홍위병, 그 소용돌이에 휘말린 각계의 학자들과 민초들의 고초와 피폐한 삶. 아무도 세세하게 기억하려 들지 않는 그 상처들. 그 틈바구니에서 승승장구했던 기회주의자들을 다시 돌아본 것 말이다.

여튼. 초반에는 도통 이게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느낌이 강했고 책 넘기는 게 쉽지 않았는데, 중후반부에 가서 이야기가 하나로 모아지면서 속도감이 붙어서 재밌게 읽었다. 글고..아무래도 이과지식이 대단치 않아서 전파망원경의 원리니 목성의 자기폭발을 계기로 알게 되는 태양박막 증폭 원리니 삼체문제와 관련된 방정식이니 등의 세세한 이야기는 슥슥 넘길 수 밖에 없었는데, 개략적인 맥락을 이해하는 데는 크게 무리가 없고. 나같은 물리학 맹꽁이를 불쌍히 여긴 작가가 중후반부 언저리에서 죄 처음부터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_-ㅋ

이러니저러니 해도 역시 삼체 게임 부분이 제일 재밌었다. 삼체 세계의 인간이 되어 도통 종잡을 수 없는 항세기와 난세기를 예측하는 것. 안정적인 문명을 이루기 위해 언제 탈수상태를 멈추고 돌아올 것인가. 그들 세계의 해는 어떻게 떠서 어떻게 지는가. 해가 하나가 아니라면 몇 개인가. 세 개의 해가 있다면 그 운행을 어떻게 예측할 것인가. 동양문명과 서양문명의 굵직굵직한 장면들과 사상계의 인물들을 게임플레이어와 NPC로 등장시켜서 이런저런 시도를 해 보인 것들. 개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인간계 최대 천재로 불리던 폰 노이만과 뉴턴이 진시황의 3000만 병사와 함께 시도했던, 인간컴퓨터였음.ㅎㅎ..
영화화되면 이 부분이 제일 기대가 될 듯. 근데 영화가 얼마나 잘 뽑혀 나올지는 잘 모르겠다. 중국 영화 본 게 몇 안 되기도 해서.
문화혁명에 대해 누군가가 의외라는 듯이 적어놨던데. 중국에서는 문화혁명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여전히 검열하는 분위기인 모양. 미국이 아닌 중국이 세계의 존폐를 가르는 무대로 기획되었다는 면에서 적당히 눈감아 준 모양이라고 그러네.



괜찮은 리뷰 있길래 가져옴. 폐가 되지 않길.
http://sfblog.tistory.com/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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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블로그 발췌.

번역 출간 예정인 <지구의 과거> 3부작(<삼체; 2007년>, <어둠의 숲 黑暗森林; 2008년>, <사신의 영생 死神永生; 2010년>)은 여러 세대에 걸쳐 중국인을 비롯한 인류와 외계문명이 협상과 전쟁을 되풀이하는 이야기다.

삼부작의 첫권이었군. 다음 번역본도 나오면 관심은 가져보겠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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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40

어디서 찾았는지 뉴턴이 흰색과 검은색의 작은 깃발을 각각 세 개씩 들고 왔다. 폰 노이만은 그것을 받아 들고 병사 세 명에게 백기 한 개와 흑기 한 개씩을 나눠주었다.
"흰 색은 0이고, 검은색은 1을 뜻합니다. 좋습니다. 이제 잘 들으세요. 출, 몸을 돌려 입1과 입2를 쳐다보세요. 그들이 모두 흑기를 들면 당신도 흑기를 듭니다. 다른 상황에서는 모두 백기를 듭니다. 이런 상황은 세 종류입니다. 입1이 백기 입2가 흑기, 입1이 흑기 입2가 백기, 입1과 입2가 모두 백기."
"색을 바꿔야할 것 같네. 백기는 항복의 의미야."
진시황이 말했다.
흥분한 상태인 폰 노이만은 황제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병사 세 명에게 계속 명령했다.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입1, 입2, 마음대로 깃발을 드세요. 좋아요. 들어! 좋습니다. 다시 들어! 들어!"
...
"이 세 사람이 계산 시스템의 부품이 된 것입니다. 게이트 부품의 일종으로 '앤드게이트'라고 합니다."
폰 노이만은 말을 마치고 황제가 이해하도록 잠깐 멈추었다.
진시황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짐은 이제까지 충분히 무료했으니, 계속하게."
...
폰 노이만은 병사 세 명을 이용하여 낸드게이트, 노어게이트, XOR게이트, XNOR게이트, 3상태 게이트를 시연했다. 마지막으로 병사 두 명으로 구성된 제일 간단한 부정 게이트를 보여주었다.
...
진시황, 뉴턴, 폰 노이만과 왕먀오가 피라미드 꼭대기의 단에 서있었다. 이 단에는 묵자를 만났던 곳과 비슷하게 각종 천문 기구가 있었고 그 중에는 유럽의 근대 설비도 있었다. 그 아래에는 진나라 군사 3000만 명이 방진을 짜고 서 있었다. 한 변이 6킬로미터나 되는 정사각형이었다. 막 떠오른 태양 아래 방진은 고정된 듯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이 마치 3000만 개 병마용으로 구성된 거대한 양탄자 같았다. 
...
진시황은 자랑스러운 듯이 방진을 훑어보았다.
"그렇다면, 폐하, 폐하의 위대한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폰 노이만이 격정에 차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진시황이 고개를 끄덕이자 병사 하나가 달려왔다. 그리고 황제의 칼자루를 쥐고 뒤로 몇 걸음 물러나 황제 자신은 뽑을 수 없는 청동 장검을 뽑아 들고 앞으로 나아가 무릎을 꿇고 황제에게 검을 바쳤다. 진시황은 하늘을 향해 장검을 들고 소리쳤다.
"컴퓨터 대열로 서라!"
...
아래의 대지에 있는 방진이 출렁이더니 복잡하고 정밀한 회로 구조가 나타났다. 10분 뒤 대지 위에 36제곱킬로미터 규모의 컴퓨터 메인보드가 나타났다.
폰 노이만이 거대한 인간 회로를 소개했다.
"폐하, 우리는 이 컴퓨터 이름을 '진1호'라고 지었습니다. 저기 중심부분을 보십시오. 저것은 CPU로 컴퓨터의 핵심 계산 부품입니다. 폐하의 5개 정예 부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그림과 대조해보면 그 안에 가산기, 레지스터, 스택 메모리를 볼 수 있습니다. 외부의 가지런한 부분은 메모리로, 이 부분을 구축할 때 우리는 사람이 부족하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다행히 이 부분의 부품 동작이 제일 간단해서 각 병사들에게 여러 색깔의 깃발을 갖도록 훈련시켰습니다. 조합하니 한 사람이 동시에 20명이 하는 조작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전 대열을 관통하는 통로를 보십시오. 통로에는 명령을 기다리는 경기병이 있습니다. 그들이 바로 여러 가지 신호가 들어가는 라인인 버스 입니다. 시스템 버스가 전체 시스템간의 정보 전달을 책임집니다."
그는 이어서 말했다.
"버스 구조는 위대한 발명으로 플러그인이 있으면 최대 10개 군단으로 구성할 수 잇고 매우 빠르게 마운트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진1호'하드웨어 확장과 업그레이드에 매우 편리합니다. 다시 가장 먼 곳을 보시면, 망원경으로 봐야 잘 보이실 겁니다. 저것은 보조 기억 장치로 우리는 코페르니쿠스가 지은 이름을 사용해 이것을 '하드드라이브'라고 했습니다. 이것은 지능이 비교적 높은 300만 명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앞서 분서갱유 때 그들을 남겨두신 것은 잘하신 일입니다. 그들은 모두 공책과 연필을 들고 연산 결과 기록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물론 그들의 최대 업무는 가상 메모리 역할로, 중간 연산 결과를 저장합니다. 연산 속도에 장애가 생기는 곳이 바로 그들이 있는 곳입니다. 여기, 우리와 가장 가까운 곳에 모니터 진열이 있습니다. 컴퓨터 운행의 주요 상태 매개 변수를 보여줄 수 있습니다."


(이어서 뉴턴의 미분방정식 소프트웨어를 갖고 2년간의 태양운행궤도를 계산하기에 이르고...)





Posted by 에크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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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드라마 시리즈가 나온다는데. 파일럿을 본 뒤로 기대중이다. 
다만 필립 K. 딕 소설은 아이디어가 튀는 뼈대형이지 몰입을 돕는 풍성한 묘사같은 게 있는 타입은 아니라서 빌리거나 사도 잘 읽어나갈 수 있을지 몰겠음..

Posted by 에크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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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체를 살 생각이었는데 반디앤루니스에서 매진됐더라. 뭘 살까 고민하다가 골랐다. 정소연 작가가 번역해 주신 책들도 잘 읽었고. 우주류를 읽었을 때의 감동도 생각나고 해서. 단편선 하나 쟁여놓고 읽는 것도 좋겠거니 싶다. 개중 세 편은 이전에 다른 단편선에서 읽었던 것들이고..해서 나머지 작품들을 먼저 읽어볼 생각이다. 

Posted by 에크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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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 진로를 택하고 보다 이과적인 지식을 더 쌓았더라면. 정말로 더 즐겁게 읽었을 테지..싶어서 좀 침울해졌던 책이었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번 거듭해서 읽고 검색해야하긴 했지만 과학자들이 가설을 내놓고 스스로 가진 편견과 확신을 경계하며 하나하나 새로운 진실들을 하나하나 추리해 가는 과정. 가설에 걸맞는 실험을 계획하고 수행해서 결과를 도출하고 해석해내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 특히 각 분과에서 내놓는 결과물들을 퍼즐처럼 맞춰나가는 모습을 뒤따라가는 것은 정말 유쾌하고 멋졌다..이 맛에 다들 그렇게 열광했구만 싶었던. 

Posted by 에크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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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차일드. 이거 되게 맘에 든다. 하하..언젠가 보고 싶었던, 그런 종류의 글이었음. 마사의 책에 나온 유토피아 아이디어도 맘에 들었고..전체적으로 흡족했다. 독특한 아이디어를 잘 풀어내는 글도 있었고. 작가 특유의 피로함과 우울을 담아낸 글들도 그 나름대로 좋았고.
어떤 주제고 끌어와 발전시키고 맺으며 건설하고 발전시키고 파괴하는 자유로움이 부러웠고 즐거웠고. 뭣보다도.. 뭔가 쓰고 싶다는 마음을 한 편 한 편 읽어내는 내내 자극받았다. 뒷편에 실린 작가의 에세이에서는 그런 마음을 알아차린 듯한 진심어린 글쓰기 조언이 담겨있다. 

Posted by 에크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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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훈씨가 애증. 이란 단어를 썼던데. 어느 정도는 공감. 
어린 루퍼스가 등장하고. 주인공과 운명적으로 엮이고 휘말리게 되면서 초반에는 어느 정도 그가 보다 나은 인간으로 바뀔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기대했지만. 보통의 인간이 자신이 묶인 시대를 벗어나 더 내딛는 데는. 자신이 가진 뒤틀린 특혜(실은 근육펌핑효과를 내면서 내장지방도 비대하게 키우는 스테로이드에 가깝겠지만)를 깨닫고 벗어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모양이다. 보다 조화로운 미래를 경험한다해도. 그래도 되는. 젖어도 되는. 아무도 무어라 하지 않는 폭력. 야만스러움. 거기서 벗어나기란.
거기 휘말리고 충격을 입고 넌더리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던져버릴 수 없는 희망이라 그래야 하나. 인간 자체에 대해 영영 무관심해질 수 없는 얽매임 같은 것을 읽었다. 
야생종과도 닮은 느낌인데. 필사적으로 애쓰면 뒤틀리고 일그러진 그 야만스러운 공동체. 가해자와 피해자들. 두통 뿐만 아니라 실제로 육체적으로도 치명상을 야기하는 모두에게서 떠나갈 수 있고 벗어날 수 있는데도 끝내 거기서 눈을 떼지 못하고 개입을 멈출 수 없어한다는 점에서. 애증이라고 하면 애증일까. 것보다는 좀 더 염세적이고 비관적이고 메말라 있지만 말이다. 그 세계가 소환된 과거. 아니면 초능력자의 무리로 특정지어져 있긴 해도. 결국 주인공이 스스로 그 일원이라고 여기기 때문인걸까. 

아무리 고독과 고립을 꿈꾼대도 사람들과는 어떤 식으로든 얽매일 수 밖에 없다는 사실. 전해듣거나 볼 수밖에 없고. 어떤 식으로는 판단하고 평가하고 애착을 느끼며 관계를 갖게 되고. 그러다보면 결국 어떤 위치에 있다 하더라도. 방관자이든. 우월한 위치에 있든. 세계를 둘러싼 혐오와 폭력으로부터 무관할 수 없다...영향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것. 주인공들이 그토록 할 수 있는 선에서 애를 썼던 것도 그 사실을 무섭게 알고 있었기 때문. 

어떤 시스템에서든. 피해자이든 가해자이든. 폭력이 존재한다면 모두에게 알게 모르게 폭력의 흔적이 남는다. 자유를 제한하고. 한 사람으로서 온전하게 기능하는 것을 막고. 가능성을 꺾어버리는. 결국 모두가 피해를 입는 셈이다. 최근의 페미니즘 이슈든. 인종차별이슈든. 그런 것들을 보면서도 느끼는 것. 때문에 그런 화두에 동참하는 것은 어찌보면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정말 간만에 몰입해서 밤을 새며 읽었던 소설이었다. 야생종 이후 처음 번역되어 나오는 옥타비아 버틀러 소설이라 해서 많이 기대했고. 나왔다는 소식이 보이자마자 주저 않고 두 권 다 질렀다.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 글들이었고. 애착이 간다. 

Posted by 에크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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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에 SF소설가로 이름을 날린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 시니컬하고 이지적인 건조한 문체. 군대복무경험. 아프리카를 비롯한 각국에서의 풍부한 경험. 과학적 지식. 여성의 몸에 대한 욕망. 그의 소설을 읽은 많은 이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급진적인 페미니즘 메시지에 열광했다고. 하지만 누구도 그가 남성의 가면을 쓴 여성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의 정체가 밝혀진 후, 70년대 SF문학계는 아직도 팁트리 쇼크라고 일컬어지는 어마어마한 충격에 빠졌다고 한다.

체체파리의 비법을 비롯해서 이 책에 실린 많은 단편들이 아포칼립스 삘이고, 디스토피아스럽다. 남성들의 성충동과 공격성을 이용해서 인류를 거세시켜버린 외계인들(체체파리의 비법). 의도치 않은 타임슬립으로 남성이 멸종한 미래세계와 조우한 우주비행사들(휴스턴, 휴스턴, 들리는가?). 스스로 건실한 남성을 선택하여 임신하고는 남초세계의 중심에서 당당히 프로로서 살아가다가, 유리천장과 여성혐오에 질린 나머지 외계인과 접선하여 지구를 뜨는 모녀(보이지 않는 여자들). 외모지상주의 세계의 밑바닥에서 구르다 PPL을 위한 아바타와 연결되어 신세계를 접하는 소녀의 사랑(접속된 소녀). 과밀된 지구를 벗어나 인류가 정착할 곳을 찾아 떠돌던 와중, 어마어마한 사실에 직면하고는 괴멸되어 버리는 마지막 탐험대(덧없는 존재감). 우주와의 일체를 갈망하며 떠나는 사람들이 하나 둘 '강'으로 향하고 이제 몇 남지 않은 지구에서, 그 역시 외계의 지식과 평온함에 녹아들기 위해 강으로 향하던 와중 마지막으로 인간적인 삶을 추구하는 소녀와 만난 소년(비애곡). 숲에서 만난 신비한 여인을 살리기 위해 미쳐버린 천재 생물과학자(아인박사의 마지막 비행).

개중에는 초기 진입 허들이 좀 높은 단편들도 있었지만, 대체로 흥미롭게 읽었다. 지금보다 여권이 열악했을 70년대에. 여성으로 태어나 나무랄 것 없는 교육을 받고. 뛰어난 두뇌로 CIA나 전투기 조종사, 군 정보원, 실험 심리학 박사 등으로 일하면서 그가 남초에서 겪었을 갑갑함, 좌절, 회의 같은 감정들이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느낌. 실제로 업무 중에 받은 스트레스를 글을 쓰는 것으로 해소했다고. 

'죽어라! 이 희망없는 개떡같은 인류!'
'걍 여자들을 다 죽여버리고 너희만 남지 그래?'
'인간이 그렇게 대단한 존재인가?'
'여자들만 남아서 살아간다면 세상은 어떻게 굴러갈까?'
'이 외모지상주의가 과학기술과 접합하면 어디까지 천박해질 수 있는지 보자'

같은..속내가 들리는 듯도. 다만. 개인적인 분풀이로 치부하기에는 글 안에 녹아들어간 메시지나 아이디어들이 신랄한만큼 미래를 꿰뚫는 통찰력이 있고 탁월하다는 느낌. 그 점을 인정하듯, 당시 네뷸러, 휴고 수상작이나 노미네이트 된 작품들이 대거 있다.
이런 남자가 한 명이라도 존재한다는 점에서 많은 70년대 여자들이 위안을 받았을 것 같다. 하지만 현실은... 소외되는 소수자의 입장에 서기란 정말 어려운 일인 듯. 옥타비아 버틀러의 '킨'에 나오는 루퍼스도. 더 나은 세계에 대해 보여주고, 끊임없이 인권에 대해 이야기하던 미래인을 곁에 두고서도 새로운 지식을 스스로에게 유리하게 비틀려고만 하지 정말로 노예들의 인권에 대해 눈을 뜨진 못했더랬고. 당장 요즘 페미니즘 이슈를 둘러싼 이야기들을 봐도..

남성들의 공감능력은 태생적으로 그 평균이 여자들에 비해 낮다고 하는데, 공감능력이 충분히 길러질 수 있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서천석 샘의 우리아이 괜찮아요 라됴에서 그러더라)...우리 사회가 남성들에게 그닥 공감능력을 발달시킬 기회를 주지 않는 것 같음. 소설이나 영화가 공감능력을 키우기에 좋은 도구라고 하지만, 요즘 영화에 여자배우가 얼마나 나오나? 소수자가 얼마나 주인공이 되나? 한국소설 여험 어떤가? 드라마에서 강간 소재를 얼마나 자주 써먹나? 멋진 남자들이 한다는 터프한 행동들은 또 어떤가? 생각해보면. 그들의 입장에서는 굳이 공감 안 해도 아직은 잘 살아갈만한 세상이다. 견디다 못한 한 쪽이 요즘 공감결여자들과 연애와 결혼에 보이콧을 하니 좀 시끄러워질 뿐. 그 전까지는 아무 문제 없었다.

가면을 쓴 시절, 편지로만 소통했다고 하는데, 가장 친밀했던 작가가 어슐러 르 귄이었다고. 르 귄 여사 역시 '어둠의 왼손' 같이 성에 대한 사고실험을 여럿 했던 작가기도 해서 어느 정도는 서로 영향을 주고 받았던가 싶다. 가면을 벗고 나서 나눴다는 글, 르 귄의 소회를 보면 씁쓸하기도 하고. 훈훈하기도 하고.

가면을 벗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 르 귄에게 보내는 편지에 '자신의 글을 이해해주지는 못하지만 부인이 글을 쓰는 것에 대해 좋아해주고 이해해주는 남편과 함께 살고 있다'고 썼다고 한다.
그러나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 아니 앨리스 브래들리 셸던의 남편은 알츠하이머로 오래 고생했고. 앨리스는 오랜기간 소설에서 멀어져 남편을 간호했다고. 남편이 시력을 상실하게 되자 좌절하게 된 그녀는 산탄총으로 남편을 살해하고 자신도 죽었다 한다. 아들은 당시 '어머니는 아버지를 따라 바로 죽지 않으면 다시 만날 수 없을 것으로 여겼다'고 회상했다는데. 
작가 이력과 소설에서 읽히는 그녀의 삶. 당시의 여권. 희귀하게도 그녀를 존중해주는 남편. 그 사랑과 절망. 

이 책의 속지부터 소설과 해설까지를 주욱 읽어 나가는 것은 뭔가..참 복잡한 마음이 들게 하는 경험이었다.

Posted by 에크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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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의학기술의 빠른 발전으로 자폐가 의심되는 태아의 경우 조기조치를 통해 정상아로 치료할 수 있게 된 근미래. 유아기에 자폐증상이 발견된 경우 역시 여러가지 치료를 통해 정상인과 구별할 수 없을만큼 사회성을 획득하게 되지만, 30대 중반인 루의 경우 그런 치료들을 접하기에는 이미 너무 자란 상태였기에 발달된 치료를 받은 후에도 밖으로 드러나는 자폐인의 특성들이랄 수 있는 점들을 개선하지 못한 채다. 그보다 더 나이가 많은 자폐인들-이를테면 그의 직속상사인 알드린의 형 같은 경우-은 치료의 효과를 거의 보지 못한 채 시설에서 타인의 도움을 받아 생을 유지한다.
자폐인인 루는 대부분의 자폐인이 그렇듯, 냄새와 촉각에 무척 민감하다. 무언가를 인지할 때 쉽게 패턴을 발견하고, 그를 바탕으로 사람들과 상호작용하거나 업무를 해결한다. 제약회사에서 일하는 그가 하는 일은 주어진 자료에서 패턴을 찾고 만드는 것이다. 톰과 루시아 부부가 운영하는 펜싱클럽에서 루는 겨루는 사람들의 공격패턴을 쉽게 읽고 그를 바탕으로 방어와 공격을 해낸다. 
일반적인 사람보다도 높은 급여를 받으며 정상인들의 세계에서 성공적으로 살아가지만 그는 끊임없이 자폐인 자신과 정상인을 비교하며 가능한한 정상인과 트러블을 일으키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끊임없이 무엇이 '정상'인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가진다.
그가 이런 의문에 더 진지하고 심각하게 빠지게 되는 데에 작용하는 요인으로 이런저런 상황들이 겹쳐진다. 그가 이성적인 관심을 갖고 좋아하게 된 펜싱모임의 마저리-루를 좋아하는 지역장애센터의 자폐인 에미는 루에게 마저리에 대한 반감을 표하며 자폐인끼리 뭉쳐야 한다고 비난한다. 같은 펜싱클럽의 친구(적어도 루가 생각하기에는 그랬던)였으나 마저리가 루에게 호감을 갖는다는 이유로, 루가 자신보다 더 펜싱에 능하다거나 좋은 직업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질투를 느끼고 그의 주변에서 테러를 하고 결국에는 총구를 들이대며 그를 죽이려 했던 돈. 그리고..장애인들에게 지나치게 많은 복지를 퍼부음으로써 재정낭비를 한다며 회사의 상사 크랜쇼가 자폐분과인들에게 실험단계의 치료를 억지로 강요하는 상황.
그는 자신의 패턴인식능력이나 민감한 감각, 강박, 사회적인 신호를 캐치하지 못하는 면에 대해 정상인들과 확연한 거리감을 느끼지만. 한편으로는 '정상인들이라면 모두가 자신과 달리 어렵지 않게 사회생활을 하며 상호작용에서 문제를 겪지 않는'지' 궁금해한다. 그리고 '그렇지 않음'을 정상인인 돈이나 크랜쇼씨의 사례를 통해 몸소 겪으면서-사람들이 자폐에 대해 가지는 '무지'에 대해 생각한다. 
끊임없이 자신들과 자폐인들을 구분지으며 '정상적'으로 행동하라고 하는 정상인들. 뇌의 구조를 바꾸어 정상인들처럼 사회적인 관계를 맺는 데 무리가 없게 해 준다는 실험단계의 치료에 강제적으로 사인할 단계까지 압박받으면서, 그는 비록 자폐이지만 자신의 삶이 충분히 만족스럽다고 느낀다. 그에게는 안정적인 고수익 직업이 있고, 펜싱이라는 취미가 있으며 토너먼트에도 출전해 높은 점수를 얻을만큼 잘 적응하고 있다. 아직 그녀의 의사를 모르기에 머뭇거리고는 있지만 사랑스럽게 여기고, 데이트하고 싶어하는 여자도 있다. 아름다운 패턴과 잘 들어맞는 음악을 즐기는 삶.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지 자신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자폐인들 스스로 당연히 뇌의 기작을 처음부터 뒤집어놓는 위험한 선택을 할 거라 여기고, 반발하자 이상하게 여기면서 치료를 강요하려 드는 정상인들의 요구에 대해 불편함을 느낀다. 
그는 자신의 뇌에 가해질 치료의 정체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것을 불안해하고 스스로 뇌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한다. 정상인들의 뇌와 자폐인의 뇌의 기작에 대해 비교하고 공부하는 과정 역시 끊임없이 이런 의문과 부당한 느낌을 증폭시켜 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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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빛은 빠르지만, 어둠은 항상 그보다 먼저 머물러 있으니 빛보다 빠르다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 - 소설 내내 중심이 되는 어둠의 속도, 에 대한 사유. 
처음에는 정상인들이 자폐에 대해 갖는 무지에 대한 생각과 이어지며 등장하던 이 개념은, 후에 조금 바뀌어서 루가 탐구하고 싶은 우주의 미지에 대한 두근거림과 닮아가게 된다. 

직속상사 알드린이 크랜쇼의 만행에 대해 상층부에 교묘하게 찌르고, 크랜쇼가 짤리고 나자, 실험단계의 의료행위에 대한 강제성은 사라진다. 회사지원에 의해 전액이 보장되는 뇌치료와 재적응에 걸리는 시간을 보상하기 위한 생명연장술인 라이프타임 시술이 온전히 자의에 의한 선택항으로 남게 되자, 고민하던 루는 우주에 대한 오랜 동경을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자폐인이었다는 이유로 가능성이 닫혔던 길. 
자폐 자체가 불만스러워서가 아니라, 그 자신의 삶을 더 진취적이고 윤택하게 만들고 싶었기에 그는 자폐인이었던 그를 진심으로 걱정해주고 이해해주던 몇 안되는 친구들의 걱정을 뒤로 하고 시술을 받기로 결정한다. 
영장류 실험을 거쳐 처음 인간에게 시술된 이 치료는 전례가 없었으므로 초반에는 루가 퇴행된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고 사회성을 획득한 부분 외에는 완전히 실패한 것처럼 보였지만, 루는 몹시 빠르게 예전의 기억을 회복해 나간다. 사회성을 지닌 루가 옛 기억과 패턴분석성향을 가진 루를 통합하면서, 과거의 루가 가졌던 기억과 감정은 조금 변화할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더이상 마저리에게 이성적인 두근거림을 느낄 수 없다. 그러나 그는 새로운 방식으로 그들을 아낀다.
7년 간의 노력 끝에 그는 우주선에 몸을 싣는 데 성공한다. 빛에 몸을 싣고 어둠을 찾아 떠나는 모험은 무궁무진할 터이다.


인상적인 페이지>


p.21

"어둠의 속도에 대해 궁리하고 있었어." 내가 시선을 떨어뜨리며 말한다. 말을 하면, 잠깐이라도 다들 나를 바라볼 것이다. 모두의 시선을 느끼고 싶지 않았다.
"어둠에는 속도가 없어. 어둠이란 빛이 없는 공간일 뿐이야." 에릭이 말한다.
"만약 누가 중력이 1 이상인 세상에서 피자를 먹으면 어떻게 될까?" 린다가 묻는다.
"몰라." 데일이 걱정스런 말투로 대답한다.
"무지의 속도야." 린다가 말한다.
내가 잠깐 어리둥절했다가 이해한다. "무지는 지보다 빨리 확신하지." 린다가 씩 웃고 고개를 꾸벅인다. "그러니 어둠의 속도는 빛의 속도보다 빠를지 몰라. 빛이 있는 곳에 늘 어둠이 있어야 한다면, 어둠이 빛보다 먼저 나아가야지."


p.142

경기장으로 가는 길에 루는 뒷자리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보통 동승했던 수다쟁이들보다 편했다. 갑자기 루가 입을 열었다. "어둠이 얼마나 빠른지 궁금해한 적 있으세요?"
"으음?" 최근 논문의 중간 부분을 더 치밀하게 써야 할지 고민하던 톰이 주의를 돌렸다. 
"빛의 속도는, 진공 상태에서 빛의 속도는 값이 있어요... 그렇지만 어둠의 속도는..."
"어둠에는 속도가 없어." 루시아가 말했다. "그저 빛이 없는 곳일 뿐이지=부재에 붙인 명칭일 뿐이야."
"저는...저는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톰이 백미러를 살짝 보았다. 루의 얼굴은 조금 슬퍼 보였다. "어둠이 얼마나 빠를지 생각해 봤어?" 톰이 물었다. 루시아가 그에게 시선을 보냈으나 모르는 체했다. 루시아는 그가 루와 그의 단어놀이에 빠질 때마다 걱정했지만, 톰은 딱히 해가 될 일이 아니라고 보았다. 
"어둠은 빛이 없는 곳이죠. 빛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곳이요. 어둠이 더 빠를 수도 있어요-항상 먼저 있으니까요."
"혹은 어둠에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을지도 모르지. 먼저 그 자리에 있으니까. 운동이 아니라 장소로."
"어둠은 실체가 아니야. 그저 빛이 없는 상태를 일컫는 추상적인 개념일 뿐이야. 움직임을 가질 수가 없어..."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빛도 어떤 추상적인 개념인 셈이지. 그리고 금세기 초에 빛을 멈추기 전까지 사람들은 빛이 운동, 입자, 파동으로만 존재한다고 말하곤 했어."
목소리에 날이 서 있어서, 아내가 얼굴을 찡그리고 있음을 보지 ㅇ낳고도 알 수 있었다. "빛은 진짜야. 어둠은 빛이 없는 것이야."
"가끔 엉둠은 어둠보다 어두운 것 같아요. 더 짙죠."
"정말 어둠이 진짜라고 생각해?" 루시아가 몸을 반쯤 뒤로 틀며 물었다.
"'어둠은 빛의 부재로 특징지어진 자연 현상이다.'" 루가 인용임을 분명히 드러내는 단조로운 강연 투로 말했다. "고등학교 공통 과학 교과서에 씌어 있었어요. 그러나 이 말은 사실상 아무것도 가르쳐 주지 않죠. 선생님은 별들 사이의 밤하늘이 어두워 보여도, 사실은 빛이 있다고-별들이 사방에서 빛을 방출하기 때문에 빛이 있고, 그렇지 않다면 별이 보이지 않으리라고 하셨어요."
"비유적으로 보아, 빛을 앎으로, 어둠을 무지로 보면, 확실히 어둠이-무지가 실제로 존재한다 싶을 때도 있지. 그저 앎이 없는 상태보다 더 실체적이고 드센 무언가가 말일세. 일종의 무지에 대한 의지 같은 것이야. 그걸로 몇몇 정치인들을 설명할 수도 있겠군."
"비유적으로 보면, 고래를 사막의 상징이라고 하거나 다른 무슨 말이든 해도 되지."

(어둠의 속도에 대한 대화.

회사의 치료권유가 점점 압박의 형태로 구체화된다는 것을 느끼는 시기. 루의 일에 예민하고 방어적이 된 루시아와, 아직은 루가 스스로 해쳐나갈것이라고 믿는 톰 사이의 신경전이 끼어 있는 대화긴 하지만.)



p.362

이제 나는 PTSD가 '외상 후 스트레스성 장애' 이고, 이것은 기억 기능에 이상한 변화를 발생시킴을 안다. 복잡한 통제와 환류 메커니즘, 정보 전달의 억제와 비억제의 문제이다.
나 자신이 지금 외상 후 상태라는 생각이 떠오른다. 나를 죽이고 싶어하는 사람으로부터 공격을 받았으니, 비록 나는 특별히 스트레스를 받거나 흥분하지 않았지만 그들이 말하는 외상이다. 어쩌면 정상인들은 거의 살해당할 뻔한 몇 시간 뒤에 앉아서 교과서를 읽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이러는 쪽이 편안하다. 사실들은 여전히 여기에, 논리적인 순서로 구성되어 사실들을 선명히 드러나게 하려고 애쓴 사람에 의해 씌어 있다. 부모님이 내게, 이 행성에 사는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든 별들은 희미해지지도 다치지도 않고 계속해서 빛나리라고 말했을 때와 꼭 같다. 나는 내 주위에서는 산산조각난다 하더라도, 어딘가에 규칙이 존재하고 있음이 좋다. 
정상인들은 어떻게 느낄까? 중학교 과학 시간에 했던 실험을 기억한다. 비스듬히 놓은 화분에 씨를 심었다. 식물들은 줄기가 어느 쪽으로 굽어지든 간에, 빛이 있는 방향으로 자랐다. 누군가 나를 비스듬히 놓은 화분에 심었던 걸까 하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선생님은 그건 전혀 다른 문제라고 했다. 
여전히 같은 문제처럼 느껴진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내가 황폐한 기분이리라고 생각할 때에 행복해하며, 세상에 비스듬히 존재한다. 나의 뇌는 빛이 있는 방향으로 자라려고 하고 있지만, 화분이 비뚜름하면 곧게 세워질 수 없다. 
내가 교과서를 이해하고 있다면, 주차장의 차 중 몇 퍼센트가 파란색인지 기억하는 이유는 내가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생과 수에 더 주의를 기울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눈치 채지 못하기 때문에 상관하지 않는다. 나는 그들이 주차장을 보고 무엇을 눈치 채는지 궁금하다. 줄지어 선 그토록 많은 파란색, 빨간색, 황갈색 차들 외에 무슨 더 볼 것이 있을까? 그들이 아름다운 수적 조합을 보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는 무엇을 보지 못하고 있을까?
나는 색과 수와 패턴과 상승과 하강의 연속을 기억한다. 이것이 감각 처리 기관이 나와 세상 사이에 놓은 필터를 가장 쉽게 통과한다. 그런 다음에 이것들은 나의 뇌의 성장 변수가 되어, 내가 제약 생산 과정에서 상대 펜싱 선수의 움직임에 이르는 모든 것들을 같은 방식으로, 한 가지 현실의 다양한 표현형으로 보게 한다.
나는 집 안을 훑어보고 나 자신의 반응, 내가 갖고 있는 규칙성에 대한 필요, 연속성이나 패턴을 갖고 되풀이되는 현상에 대한 나의 매혹을 생각한다. 누구나 어느 정도의 규칙성을 필요로 한다. 누구나 연속성과 패턴을 어느 정도는 즐긴다. 예전부터 이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이제 나는 더 잘 이해한다. 우리 자폐인들은 인간 행동과 선호 지표의 한쪽 끝에 있지만,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 마저리에 대한 나의 감정은 정상적인 감정이지, 이상한 감정이 아니다. 내가 다른 사람보다 그녀의 머리카락이나 눈의 다른 색들을 더 잘 알아볼지도 모르지만, 그녀 가까이에 있고 싶다는 갈망은 정상적인 갈망이다.


p.435

"나 자신이 누구인가는 저에게 중요합니다." 내가 말한다.
"그러니까, 자폐증을 앓는 게 좋다고요?" 의사의 목소리에 꾸중하는 듯한 어조가 섞인다. 그는 나 같은 사람이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으리라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
"나는 나 자신이기를 좋아합니다. 자폐증은 나 자신의 한 부분입니다. 전부가 아닙니다." 나는 내 말이 사실이기를, 내가 내 진단명 이상이기를 바란다.
"그러니-우리가 자폐증을 없애도 당신은 같은 사람일 겁니다. 그저 자폐인이 아닐 뿐이죠."
그는 자신의 말이 사실이기를 바란다. 어쩌면 자신이 사실이라고 생각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자신의 말이 사실이라고 굳게 믿고 있지는 않다. 자신의 말이 사실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물리적인 두려움의 시큼한 악취처럼 그에게서 풍겨 나온다. 그의 얼굴이 자신의 믿음을 나에게 확신시키고자 하는 표정으로 주름지지만, 거짓된 진심은 내가 어렸을 때부터 알아온 표정이다. 모든 치료사들, 선생님들, 상담가들이 갖고 있던 레퍼토리였다. 걱정스러워하는/마음쓰는 표정.
그들이 어쩌면-틀림없이 그러리라-현재의 연결만이 아니라 기억에 손을 댈지도 모른다는 점이 무엇보다 두렵다. 그들은 나만큼이나, 내 모든 과거 경험이 자폐인의 관점에서 나왔음을 알고 있으리라. 연결을 바꾼다 하여 나를 나이게 하는, 이런 자폐인의 관점에서 쌓아올린 기억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내가 자폐인임이 어떤 느낌인지,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기억을 잃는다면, 서른다섯 해 동안 내가 쌓아올린 것을 모두 잃게 되리라. 나는 그것을 잃고 싶지 않다. 내 경험을, 그저 읽은 책의 내용을 기억하듯이 기억하고 싶지 않다. 머저리가 비디오 화면에 나오는 사람처럼 기억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나는 기억에 따르는 감정들을 간직하고 싶다.


p.488

나는 우주를 차갑고 어두운, 그들이 환영받지 못하는 곳으로 묘사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은 밤에 밖에 나가 하늘을 올려다 본 적이 한 번도 없는 것처럼 말한다. 어디에 있든, 진짜 어둠은 우리 기구의 탐지 범위를 넘어, 어둠이 먼저 오는 저 멀리 어둠의 가장자리에 있다. 하지만 빛이 따라잡는다.
내가 태어나기 전에, 사람들은 자폐아에 대해 더 많은 부분을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 읽은 적이 있다. 어둠보다 어두웠다.
나는 린다가 별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린다가 천문학을 하고 싶어 한 것도 알지 못했다. 어쩌면 그녀는 우주로 나가고 싶어 했는지도 모른다. 내가 그랬듯이. 그렇듯이. 여전히 그렇듯이. 만약 치료가 성공한다면, 어쩌면 나는-단지 그 생각만 해도, 나는 기쁨에 사로잡혀 움직일 수 없게 된다. 그러나 나는 움직여야 한다. 일어서서 기지개를 켜지만, 충분하지 않다.
체육관에 들어가자 에릭이 트램폴린에서 막 내려온다. 그는 베토벤의 <5번 교향곡>에 맞춰 뜀을 뛰고 있었다. 내가 하고 싶은 생각에는 너무 과격한 음악이다. 에릭이 내게 고개를 끄덕이고, 나는 맞는 느낌이 올 때까지 가능항들을 훑는다. <카르멘>. 관현악 모음곡. 이거다.
이런 격정이 필요하다. 폭발하는 음이 필요하다. 나는 자유낙하로의 황홀한 열림을 느끼며 높이, 더 높이 뛰어 오른다. 이어서 똑같이 황홀한 압박감, 관절의 조임, 나를 더 높이 밀어 올리려는 근육들의 움직임을 느낀다. 반대항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같은 것이다. 작용과 반작용. 중력-나는 중력의 반대항이 있는지 알지 못하지만, 트램폴린의 탄력성이 하나 만들어낸다. 숫자와 패턴들이 생겨나고, 깨어지고, 다시 생겨나며 마음속을 달린다.


p.553

저 밖에는 어둠이, 우리가 아직 모르는 어둠이 있다. 어둠은 언제나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어둠은 언제나 빛보다 앞선다. 예전의 루는 어둠의 속도가 빛보다 빠르다는 것을 불편해했다. 지금의 나는 그 사실을 기쁘게 여긴다. 왜냐하면 그것은 빛을 쫓는 한, 나는 영원히 끝나지 않으리란 뜻이기 때문이다. 
이제 내가 질문을 던질 차례이다.

Posted by 에크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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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검은 상자.
감응상자. 손잡이를 잡으면 월버 머서라는 인물과 공간을 뛰어넘어 감응할 수 있다. 영적 교감을 나누고 죽음을 앞둔 그의 고통을 생생히 느낄수있다. 한때 파라코딘에 빠졌던 대도시 사람들 사이에선 마약이 아닌 이 감응상자가 조금씩 유행하기 시작하고. 국방부에서는 머서의 존재와 감응상자에 대해 반감을 갖고 없애려는 시도를 한다. 지구인이 아닌 듯한 머서와 감응상자회사 관계자들. 머서와 접촉하고 혼자가 아니고 싶어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런 그들을 막으려는 정부. 방해에도 불구하고 더시 머서와 교감하려는 위험한 시도를 하는 텔레파스 레이와 그의 일본인 연인, 선불교 학자 조앤.
고통받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어하는 서민들을 견디지 못하는 것은 어느 정부나 똑같은 모양. 고통을 나누고 혼자가 아니라는 위안을 얻으려는 이들을 외계인처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어디나 있게 마련이고. 그 와중에서도 그런 시도를 계속해나가는 사람들이 있고.

Posted by 에크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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