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 때의 공중전을 연상시키는 비행 전투씬들은 그런데 별로 흥미가 없어서인가, 되려 읽기 버겁고 집중력이 떨어져서 애먹었다. 

여전히 이런저런 기발하고 재미난 센스들이 넘치지만(인물들과 배경이 한국계스러운 점이 조금 신선, 절대권력에 대한 고찰이라든가, 새 유목, 가축 비행기 같은 거라든가, 비행기의 화폐화라든가, 등등 이런 부분들 재밌었지..전체적으로 유머러스한 것도 있고.) 역시 여러 세력들의 복잡한 각축전 하에 밝혀지는 주연들과 '신'의 정체. 그리고 신의 궤도에 오르는 결말부. 거기에 감동들이 집약돼 있다. 읽고나니 잘 읽었다는 생각이 모락모락. 담에 다시 한 번 더 읽어봐야겠어..이번엔 너무 띄엄띄엄 읽게 돼서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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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한 사람이다. 단 한 명의 사람과 커다란 세계는 모두 동등하다-나를 둘러싼 세계는 결국 나 하나의 탄생과 함께 시작되고 나의 경험과 목격들로 채워지고 나의 죽음과 함께 끝나는 것일테니까"-이런 말 있지 않았나? 
나니예의 시작과 끝의 방향은 고스란히, 여생에 대한 방향과 중첩되어 은경 한 사람의 손에 의문으로 놓인다.(응?) 그리고 이야기는 모두 나니예의 탄생과 멸망에 대한 것이지만, 실은 은경에 대해 말하고 있다-은경의 ...결심, 여러 번의 죽음을 통한 시행착오들, 심사숙고해 결정한 마지막 시도까지. 그리고 그에 따라 나니예 역시 바뀌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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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동면 전 지구에서 충분히 채우지 못했던 것들-경라언니와 본처를 두고 휘둘리며 구차한 생색이나 내던 아빠, 안타깝게 헤어진 바클라바, 프로펠러 비행, ..이것들을 포함한 일련의 결핍과 상실은 나니예의 신에 이르는 과정과 결과 속에서 조금씩 충족되고 위로받았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그녀가 귀환하지 못할 귀환을 택한 것 역시 나니예 곳곳에 스민 아빠의 마지막 진심을 받아들이고 화해에 나섰다고 볼 수 있을지.(너무 뻔한 추정인가;)
근데 뭐, 그대로 나니예 밖으로 나가봤자 물질문명을 벗어나 광선들만 마구 판치는 저 바깥에서 어떻게 살아가겠나. 게다가 어차피 착륙을 시도하면 어디서든 죽게 될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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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구를 위한 궁극. 파괴의 변질로 태어난 구원. 공허만을 안고있던 텅 빈 자의 내면에 꽉 차오른 무한한 중첩 세계.. 
아무튼..이 정도면 허한 맘이 차오르는 이야기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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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니스의 기지로 예외적으로 두 명 생존.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 특히 게임의 후반부 캣니스와 피타만이 남았을 때 캣니스가 사랑이라는 명목 하에 자해를 시도하는 연기(라고 쓰고 시위라고 읽는)를 하면서 둘을 살릴 수밖에 없게끔 몰아간 장면-이 구역 전체에 방영되면서. 당초 식민 구역들에게 무력감을 심어주려던 게임이 캐피톨의 잔혹함을 부각시켜 버리는 결과를 가져왔고, 그 결과 새로운 혁명을 부추기게 된다는 전개. 
캣니스는 은연 중에 캐피톨을 향한 저항의 상징이 되어가고. 게임의 승리자로서 여러 구역들을 돌게 되면서는 식민구역들의 반발심에 더욱 불을 붙이게 된다.
당근 캐피톨 측에선 가족들과 주변인들의 안위를 들어 캣니스에게 이런저런 협박을 하고-캣니스 본인도 일단은 캐피톨이 지시하는대로 처신해 저항의 불씨를 잠재우려 부단히 노력하지만..제대로 되겠나. 안 되지. 
캐피톨의 정보차단에도 불구하고. 날로 사상자를 내며 달아오르는 저항의 실태를 조금씩 알아채게 되면서 캣니스는 간신히 얻은 가족들의 안위와 저항운동 사이에서 갈등.
설상가상, 피타는 이미 게일에게 맘 둔지 오래인 캣니스에게 자꾸 연심을 내보이고..하지만 피타는 소중한 친구일 뿐이고..
갈등을 거듭하다 나름 삼각관계도 여차저차 정리하고 저항을 택한 캣니스.
하지만 날로 저항운동이 거세지자 캐피톨 측에서는 캣니스를 아예 제거해버리려고 하고, 그것이 새로운 헝거게임. 이번엔 각 지역의 생존자들만 모아서 팀을 꾸린다고. 결국 여차저차해서 피타와 캣니스, 헤이미치 멘토 팀 그대로 또 헝거게임에 참여하게 된다는 얘기. 기왕 참가할 거, 소중한 친구를 위해 목숨을 버리자고 다짐하지만 그게 잘 될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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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런 내용. 애정관계도 진일보했고. 헝거게임장도 요소요소 더욱 잔인해졌고. 목숨은 여전히 간당간당하고. 사람들은 죽어나가고. 그런게지. 다만 거기에 이젠 캐피톨에 대한 저항운동이 본격적으로 끼어들어서 결말이 조금 뒤틀린만큼, 3권에서는 더 이상 헝거게임식의 서바이벌은 나오지 않으려나 싶기도. 그래도 비슷하게 냉혹하고 잔인한 장면들이 나오겠지..
권수가 거듭할수록 점점 긴장감은 덜해지고 결말은 점점 예측가능한 큰 방향으로 움직이고. 그리되지 않을까 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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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나온다고. 예고편이 떴다. 어떤 식으로 나올지는 기대.

Posted by 에크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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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여둔 이야기들의 수습을 위한 속편이자 시리즈의 막권.
캣니스는 그렇게 반란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캣니스의 이미지를 선동과 반군의 사기진작에 효과적으로 이용하려는 반군과 사로잡은 피타를 이용해 그를 가라앉히려는 캐피톨. 방송을 통한 프로파간다전이 인상적.
애들은 끊임없이 죄책감과 악몽과 주입된 기억에 시달리고. 사람들은 끊임없이 새로 죽어나가고. 후반부가 되어서는 주인공의 주변인 모두가 폭탄이니 트랩이니 머테이션이니가 판치는 전장-사실상 헝거게임의 확대전이나 다를 바가 없는-에 뛰어들지만, 그런 것들 모두가 당연해지다시피해서-충격으로 파들파들 떠는 인물들을 보면서도 받아들이는 입장에선 둔감해지는 느낌이다. 긴장과 충격을 완화해 줄 건덕지가-로맨스든 뭐든-후반으로 갈 수록 부족해지고.. 피닉이나 게일 같은 애들은 그간의 묘사에 들인 공을 반영해서라도 좀 더 제대로 끝 이야기를 맺어주었더라면 싶었는데..
죽고 죽이는 비인간적인 헝거게임이 있게 한 인간과 권력의 잔인한 속성. 그런 이야기들이 다시 부상하고, 주인공은 여튼 끝까지 그것들에 반기를 든다.
이러저러하여..에필로그까지 이르면..맥이 빠진다. 삼각관계도 엉성하게 얼버무려지고, 혁명 종결 이후에 대해서는 12번 구역에 다시 돌아 온 주인공 주변 일상에 국한된 뻔한 묘사가 이어진다. 새로운 세대가 태어나고, 거기서 새로운 안온을 얻고..하지만 지난 기억에 몸부림친다는.
실상 헝거게임을 둘러싼 추악함이 이 시리즈의 핵심이 되는데도 그에 대해 개개인들이 갖는 반감과 반발, 경계..그런 것 말고는 대안적인 얘기가 없다는 게 좀 아쉬웠다. 심지어 헝거게임이 상징하는 인간에 대한 비인간적인 처사와 잔인함에 반발하여 연합하고 캐피톨을 장악하는 데 성공한 반군마저 패잔한 캐피톨을 상대로 한 새로운 헝거게임을 도입하는 것에 명확한 반대를 표하지 않는다-결국 그것을 다시 도모하려던 인물은 주인공에 의해 사라지지만 그럼으로써 결론적으로 인간들의 이런 잔인한 속성은 어쩔 수 없다,는 식이 되어버린다. 각자가 반성하고 경계하는 것 이상으로 전세계적인 기념, 인권과 관련한 시스템적인 합의나 구역간 권력분배 및 견제책 제정 같은 얘기들이 등장해 줘도 괜찮았을 것 같은데.
여튼..시리즈를 주욱 읽으면서 비인간적인 통치에 반발해 되찾은 세계가 이제 어떤 식으로 인간적으로 굴러가게끔 합의가 되고 어떻게 더 나아져 가는가..주인공을 제한 등장 인물들의 삶은 어떻게 회복되어 가는가..캐피톨 위주로 기획되고 굴러가던 식민구역들은 새로 어떤 방식으로 자치하고 교역하고 교류하게 되었나..등등. 좀 건설적이고 희망 찬 마무리를 보고 싶었던 것 같은데..기운 없이 끝났다. 캐릭터들이 삼부작의 여정 동안 너무 괴로운 일들을 많이 겪고 탈진에 가까울 정도로 지쳐 버려서 그런 에너지 팍팍 들어가는 과정으로 끌고 가기에는 잘 움직여지지 않았을지도. 작가도 지친 것 같고.

Posted by 에크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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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록에 열올리며 한 권씩 사모을 시절, 드래곤라자의 인기도 대단했었는데 그 땐 왠지 전사니 엘프니 모험가니 하는 이야기에 끌리질 않아서 그냥 외면했던 기억이 있다. 뒤이어 나온 시리즈의 인기도 대단했었지..눈마새나 피마새가 대단하다는 이야기를 환상문학팬들이 종종 하고..계속 시리즈물들이 나오는데 점점 이 사람 글이 궁금해지는 한편으로 속편격인 작품들도 있다 그러고..시리즈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모르겠고 조금 막막해서 내비두고 있을 즈음 처음 읽게 된 이영도의 글이 SF모음집에서 읽은 "카이와판돔의 번역에 대하여". 언어의 소멸에 대한 이야기였고 좋은 인상을 받았더랬음.
쨌든. 첫 작을 여차저차 읽었는데..왜 그렇게 인기가 많았는지 이해가 될 것도 같다. 캐릭터들이 저마다 또렷하게 살아 움직이는데다 주인공 일행이 세계를 아우르는 스펙터클한 사건사고들의 핵심이 되어 막 해결하고 다니고..ㅋ 여기저기 소소한 유머도 심어져 있고, 경쾌하게 흐르는가 하면 심각하고 진중한 화두도 나오고. 
근데 뒤로 갈수록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같은 주제에 대한 등장인물들 나름의 철학 피력이 주구장창 이어지는지라..작가의 생각이 직접적으로 인물들 입을 통해 줄줄 대변하듯 나오는 게 계속되니 그건 좀 별로였던 것 같음. 거기 더해 일행 속 인물들이 짜여진 틀 안에서 바른 길로만 가게끔 정형화 돼 있는 듯한 거라든가..후치가 가끔 지나치게 방정맞거나 지나치게 멋들어지다든가..쿨럭. 등등이 딱 애니메이션 한 시즌 몰아보는 듯한 느낌이었음. 애당초 그런 식으로 짜여진 소설을 읽으면서 이 이상 뭐라고 하는 건 좀 그런 것 같고, 그런대로 재미지게 읽었으니 됐다. 

Posted by 에크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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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종. 옥타비아 버틀러. 
빌려읽었다. 
절판이라 어디 구핳 데도 없던 책이었는데 서울도서관에 있더라. 
흑인이자 여성으로는 매우 드물게 활동했던 sf작가의 대표작. 
옥타비아 버틀러의 단편 하나가 '종말문학 걸작선' 시리즈에 수록되어 있다는 점을 빼면, 아마 번역되어 있는 유일한 책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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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작가의 저서 중 대표작으로 꼽히는 어떤 시리즈의 프리퀄 같은 책이라고 하는데. 그 시리즈는 아직 번역이 안 된.
번역된다면 시리즈도 읽어보고 싶은. 그런 것이다. 
아프리카 부족민들의 삶. 노예매매와 관련된 부분. 수백년을 거슬러오는 개척지 시대의 미국상 등이 언뜻 언뜻 다뤄지는데. 분량이 대단치 않음에도 그 부분들은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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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을 살아가는 도로와 안얀우. 
도로의 존재는 인류를 관통해 온 가부장제의 은유같았다.
안얀우는 모계사회를 대표하는 상징 같있달까. 
딸들과 아들의 삶을 공포와 경외를 빌판삼아 쥐락펴락하며. 부족의 큰 빙향을 정한답시고 자녀들의 혼사를 이용해먹는 가부장들의 삶. 그리고 개개인의 행복을 우선시하며 결함과 고통을 보듬는 모계부족의 어머니. 
상처에 민감한 쪽. 배려하는 쪽이 언제나 현실에선 지게 마련이다. 때문에 도로같은 가부장은 안얀우같은 어머니에게 있어 이기기 어려운 존재이고, 두려움과 혐오를 불러일으키지만. 
궁극적으로 인간들은 외로운 존재이고 서로 이끌리는 본성을 지니고 있기에..어떻게든 함께하는 방향을 모색하게 된다-그래야 한다-는..뭐 그런 식으로. 읽었더랬다. 

기억을 위한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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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는 고대시절부터 인간의 몸에 침투해 그 허물을 벗으며 살아온 능력자이다. 그의 능력을 교배하여 거대한 초능력 부족을 이루었고, 끊임없이 그의 자손들 중 강한 능력자들을 골라 교배를 강요하여 점점 부족의 전체적인 능력치를 키워나가는 중이다. 자신과 닮은, 자신과 대등한 능력을 지닌 이를 태어나게 만드는 것이 그의 가장 큰 관심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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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 있는 자신의 부족을 관리하려 찾아온 도로는, 그와 조금 떨어진 외딴 곳에서 안얀우를 감지한다. 
안얀우는 자신의 몸을 온전히 컨트롤하는 방식으로 수백년을 살아 온, 도로에 의해 교배되어 태어난 것이 아닌 '야생종' 여자다. 
도로는 자신의 부족에 큰 자산이 될 수 있으리라 여기고 그녀를 신대륙에 사는 부족에게로 데려가려한다.
변형능력을 써서 충분히 그에게서 벗어날 수 있음에도 그녀의 발목을 잡는 것은 자신이 낳은 부족 아이들이다. 너무 오래 살아왔고 수없이 모습을 변화시켜왔기에 자신이 어미인 줄도 모르고 마녀라며 배척하려 들지만, 도로가 그들을 죽이는 것을 용납할 수 없는 것. 한편으로는 그와 결합하여 자신과 비슷한 아이를 낳아 외롭지 않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그러나 도로는 그의 가장 뛰어난 아들 아이작에게 그녀를 넘길 작정이다. 이미 도로와 결혼했다 여기는 안얀우는 강하게 반발하지만, 도로에게는 이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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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가축과도 같은 교배가 그녀에게 강요된다. 오로지 능력의 향상만을 위해 선택된 상대와 성교하여 아이를 낳는 것이다. 도로는 아이작과 자녀들의 안위를 두고 그녀를 조종한다. 도로가 아끼는 아들이자 탁월한 중재자인 남편 아이작은 도로의 위압을 견뎌내고 어느 정도는 가혹한 처사로부터 그녀를 보호해주지만 그도 철저하게 이용당할 뿐이다. 아이작의 사랑과 배려를 바팀목삼아 도로의 폭압과 모욕을 견디던 그녀는 도로의 욕심으로 아이작이 처참한 죽음을 맞이하자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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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의 눈을 피해 자유로운 돌고래로서의 삶을 살다가 그녀 자신만의 부족을 만들어낸다. 도로가 필요없다며 내팽개친 부족의 아이들. 하나같이 자신의 능력때문에 불안정한 이들. 안얀우는 능력에 상관없이 서로를 보듬고 아우르는 진정한 공동체를 구성하고, 평온한 삶을 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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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에게 발각되어 고스란히 그의 폭압하에 놓일 운명에 처하자 안얀우는 스스로의 몸을 조절하여 소멸을 시도한다.
그녀의 소멸 앞에서. 오랜세월 홀로. 대등한 이 없이 수천년을 살아 온 도로는 그제야 그의 존재와 줄곧 함께해 온 고독에 제대로 직면하고는 몸서리치고. 안얀우와 계속 함께 할 방도를 필사적으로 모색한다. 그 과정에서 자손들을 컨트롤하던 폭력적인 방식을 대폭 수정하고. 타협한다.
안얀우의 요구를 대폭 수용해서 이들은 이후 계속 인간적인 면모가 살아있는 공동체를 꾸리며 함께 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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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여단. 존 스칼지. 호전적 우파에다 호모포빅이란 얘기를 들었지만 사고가 꽉 막힌 인간은 아닌 것 같다. 읽다보면 머리가 비상한 인간이란 느낌이 온다. 전개와 캐릭터들이 움직이는 방식은 꽤 논리적이고 융통성 있고. 게이 캐릭을 다루는 방식도 그리 편견에 차 있거나 하진 않은 것 같다. 여튼. 노인의 전쟁을 읽은 지 너무 오래되어서 거진 기억은 나지 않는데. 속편격인 이 책은 완전히 이어지는 이야기가 아니고 별개의 사건과 인물들을 다루는지라 다행.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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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페리가 지구에서 사별한 아내를 토대로 태어난 특수요원, 제인 세이건이 있는 특수부대(죽은이의 DNA를 토대로 만든 특수요원들이 있는지라 유령여단이라고도) 내에서 일어난 사건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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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개척지구방위군에서 뇌도우미 연구개발을 담당했던 과학자 샤를 부탱이 자신의 복제체를 만들어 자살을 꾸며내고 르레이-아네샤-오빈 연합에 비밀리에 투항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천재적인 그는 연구중에 자기 뇌의 전자기적 구조를 그대로 스캔해낸 홀로그램을 만들어둔 적이 있었다. 한 몸에서 새몸으로의 전이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일종의 카피의식을 연구한 것. 
부탱이 미처 그것을 폐기 못하고 달아났고, 그의 배신동기나 현 위치를 알아내기 위한 단서가 전무했기에 CDF의 고위장군들은 샤를의 복제체에 그의 전자기적 의식을 그대로 덮어씌워냄으로써 직접 대답을 듣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부탱이 첫 개척지 피닉스 주민이고, 개척지민 DNA를 군병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조건에 발이 걸린 장군들은 그가 공식적으로는 죽은 인간이란 점을 들어 복제체를 특수부대원으로 만들기로 협의한다. 특수부대원은 보통 죽은이의 DNA를 사용하니까.

그리하여 새로운 특수요원 재러드 디렉이 태어났으나. 16주를 거쳐 성인의 몸을 얻어 태어난 그는 정작 아무것도 기억해내지 못했고. 하여 그는 특수부대원으로서 훈련받고 제인 세이건 휘하에 놓인다. 
이 과정에서 비슷하게 태어난 동기들과 뇌도우미를 통한 통합과 그로 인한 효율적인 학습, 친밀감 등을 경험하고. 통합을 활용한 훈련들을 받는다. 지구에서 태어난 진짜내기들은 일반적으로 특수부대를 유령여단이라 부르며 꺼림칙하게 여긴다. 그러나 특수부대원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유머와 인간성. 도덕률을 갖고 있다. 그들은 평소 진짜내기들이 더러운 꼴 직접 보지 않겠다는 투로 던져주는 비인간적인 지시와 강요에 진저리치면서도 인류를 지키기 위해 태어났다는 목적성을 항상 상기하며 삼켜내는 자들이다. 

인류에 반기를 들고 뭉친 세종족 연합의 축이되는 것이 여왕을 주축으로 한 곤충형 에네샤 종족. 그들을 무력화하기위해 제인 세이건의 부대는 계승자 애벌레를 납치하는 치졸한 전투를 담당한다. 그 과정에서 제러드는 사랑하던 동기 새라를 잃고, 부대가 납치한 애벌레마저 외교적 선택 하에 죽이는 꼴을 보게 되면서 부탱의 일부-딸의 상실을 기억해낸다.
개척지 중 하나인 고리형행성 오마 상공에 근무하던 중 오빈 종족(콘수에 의해 인공적으로 지능향상과 기술발전을 이루었다는 종족. 개별자아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야기 후반에 존 페리와 연이 닿는다.)에 의해 딸을 잃은 것. 그 이유가 CDF 장군들-특히 맥스가 오빈침공을 대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 역시. 

제러드는 부탱의 기억에 애통해하고. 분노한다. 그런 그에게 르레이종 포로로서 잡혀 연구동에 소속된 유전학자 카이넨과 조수 윌슨(존 페리의 동기이자 고등학교 물리교사출신)은 명령불복종을 각오하면서까지 부탱의 의식을 완전히 깨우는 실험에 동참할 것인지의 선택지를 주려 한다. 윤리적 선택에 민감한 르레이로서 카이넨은 인류가 가차없이 생성해내고 소모하는 특수부대원의 삶에 깊이 동정해왔기 때문. 부탱으로서가 아닌 스스로의 자아를 잃지 말라고도 당부한다. 

제러드는 부탱의 기억을 찾기 위해 부탱의 경험이 녹아든 사물과 장소를 짚어가는 실험방식에 동의한다. 그 일환으로서 격추당한 오빈령 오마행성의 연구실에 비밀리에 접근한 뒤 조이의 인형을 보고 난 그는 제대로 각성하기에 이른다. 부탱의 배신동기와 현 위치에 대한 단서를 모두 파악한 그는 제인의 부대와 함께 오빈들의 달 중 하나인 아리스트로 간다. 부탱을 생포해 오는 것이 내려진 임무였다. 

아리스크 대기에서 제러드와 제인을 비롯한 몇을 제외한 모두가 추락사한다. 부탱은 뇌도우미 프로그램 개발자라 자신만아는 벡도어를 통해 특수부대원의 뇌도우미를 무력화할 수 있던 것. 거진 태반을 뇌도우미로 제어해왔고. 서로 상시통합상태였던 특수부대원들은 혼란과 무력에 빠진다. 
사로잡힌 제러드에 흥미를 느낀 부탱은 오빈들을 시켜 제러드를 데려온다. 그는 CDF 특수부대 괴멸을 위한 뇌 바이러스 연구중이다. 기왕 이리된 것 본체인 자신과 함께하라며 부탱은 제러드에게 자신의 배신이유를 장황하게 말해준다.

그는 우주의 여러 종족이 모여 평화를 추구하는 콘클라베의 존재를 언급하며 CDF가 지나치게 호전적이며 팽창주의적이라 비난한다. 그간 지구에 콘클라베의 존재를 숨김으로써 전쟁만이 인류의 유일한 해법이라 강조하고, 우주로 올라와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노인 지원자들을 수월하게 받아들여 정복하는 데 여념이 없다는 것이다. 

부탱의 딸 조이는 오빈에 의해 죽지 않은 것으로 밝혀진다. 개별 자아가 없는 오빈들이 그의 재능을 이용하려 들었기 때문. 여튼 부탱은 여전히 CDF를 증오하기 때문에 오빈들을 위해 뇌과학연구를 지속하는 조건으로 오빈을 부추겼다. 그렇게 형성한 오빈-에네샤-르레이 인류대항연합이 CDF를
끝장내길 진심으로 원하고 있다.

제러드는 뇌도우미 바이러스로 특수부대를 무력화하고, 그럼으로써 CDF뿐 아니라 결국 인류 전체를 무력화시킬 것이 뻔한 그의 방식에 모순을 느끼며 끝까지 그와 함께하기를 거부한다. 부탱은 결국 제러드의 몸을 뇌바이러스의 최초 숙주로 삼고 효과적으로 퍼뜨리기 위해 자신의 의식을 그에게로 덮어 전송하려든다. 제러드는 자아를 잃을 처지에 놓이게 되지만 여차저차 조이와 제인을 살린 뒤 부탱과 공멸하기에 이른다.

제인 세이건과 존 페리는 부탱이 말한 사실들을 함구하는 조건으로 CDF군에서 은퇴한다. 조이는 제인 세이건에 의해 구출된 이후 두 사람 가족의 일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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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이런 내용이었음. 
아. 항상 리뷰를 쓸 때 굳이 주저리주저리 줄거리를 쓰는 이유는, 나중엔 정말 기억이 안나기 때문. 차근차근 적다보면 간과한 부분도 정돈이 되고..기억도 더 오래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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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옮기는 데서 발생하는 자아문제.
CDF의 구린면모. 전쟁의 참혹함. 
특수요원사이드의 이야기- 뇌도우미를 통한 텔레파스나 통합, 진짜내기와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 등등.
이래저래 전작에서 깊게 다루지 못한 흥미로운 거리들이 많았다. 
사실상 이 시리즈에 등장하는 유전공학적 기술들은 충분히 앞으로 가능할 법 한데. 아무래도 윤리적 문제로 이래저래 제한받다보면 실현이 무척 어렵지 않을까 싶은 것들이다. 그것들이 마구 한계까지 뻗쳐 발전된 양상을 보는 게 흥미로웠다. 역시 이만큼 인간이랄까 지성체를 마구잡이로 다루는 폭력을 합리화하는 데는 이종족 전쟁만한 소재가 없다 싶기도. 좀비든 외계인이든..니편도 내편도 정신도 몸도 한놈이든 여러놈이든. 마구마구 한계까지 휘몰아치며 괴롭히기엔 딱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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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다루는 스페이스물은 별로 취향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등장하는 다양한 종족들. 곤충형이든 인간형이든. 그들의 정치나 종교, 사회상을 지켜보는 건 흥미로웠지만. 역시 전쟁의 비극, 밀리터리 기술, 메카닉이나 군사용 유전공학, 군대 내 계급문화..를 보는 건 타입이 아닌 것 같다. 모험면을 강조한 스타트랙 류나 르 귄의 에크멘 사절 활극 쪽이 차라리 더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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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미래배경의 스페이스 오페라..축인지는 몰라도 최근 보르코시건 시리즈를 개시했는데. 시리즈의 주인공이 태어나기 전까지밖에 안 읽어서 잘 모르겠지만..아직까진 작가가 엮는 인물들의 화학작용에 꽤 많은 서술을 할애하고 애매하게 우연과 핑크기류가 횡행하는지라..그에 비하면 아직까진 노인의 전쟁 시리즈쪽이 좀 더 마음에 드는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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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어마어마한 인기를 구가하는 이유는 알 것 같다. 상당히 명석하고 논리적이고, 유쾌한 사람이구나..했다. 
노인의 전쟁 시리즈만 봐도..주요 캐릭터들은 모두 무척 이성적이고. 날카롭게 앞을 예측할 줄 알고. 취할 수 있는 선택항을 차근히 펼쳐놓는데 익숙하고. 개중 최선의 수를 노리며 움직인다. 그렇다고 목표수행을 위해 자아나 정서적인 면을 마냥 억누르거나 외면하는 것도 아니다. 두 가지를 함께 조화롭게 가져간다. 한계상황에서도 캐릭터들은 냉소적이지만 유쾌하고 유머러스한데다 중심이 잘 잡혀있다. 인물들간의 관계를 유지하고 시너지를 일으킬 줄 안다.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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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가 삼부작 중 유령여단을 최고로 꼽았던데. 동감. 인생과 자아에 대해 파고드는만큼, 셋 중 가장 진중하고 생각할 거리가 많은 작품이었다. 나머지 둘은 그에 비하면 존 페리와 그 동료들이 막막한 상황을 타개하며 벌이는 활극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달까. 

Posted by 에크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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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63
공공도서관에서 빌림. 오랜만에 간 공공도서관엔 전보다 읽을만한 책이 없어보였음. 그나마 때깔이 좋아보이던 책이라 빌림. 스티븐킹을 별로 읽어볼 기회가 없었지만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잠깐 읽었던 단편은 그닥 취향이 아니었다. 검은고양이의 오마주스러운 작품이었는데..미국스러운 생활감과 디테일이 살아있고 제법 위트있었지만.. 이 책울 끝내고 나서도 내가 미국 문화에 익숙한 인간이었더라면 스티븐 킹을 꽤 좋아했을거란 생각이 든다. 미국적인 이런저런 것들이 잘 버무러진 글을 쓰는 작가같다. 미국식 위트. 교양. 역사와 지리에 대한 박학함과 미국적인 감성. 미국적 가치에 대한 열정.

존 케네디가 11월 22일에 암살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시간탐험을 시도하는 제이크 에핑이란 사내 이야기다. 평범한 고등학교 영어교사. 주정뱅이에 바람난 부인 크리스티와 4년인지 5년인지의 결혼생활이 아작난 이혼남. 
그는 어느 날 단골가게 앨스 다이닝 사장 앨에게 불려간다. 여름휴가 이후 수십년이나 늙어버리고 심각한 상태가 되어 버린 앨에게서 제이크는 사업체 창고에 토끼굴같은 시간균열이 있음을 전해듣는다. 언제든 58년 9월로 점핑할 수 있는 토끼굴. 돌아온 뒤 다시 가면 항상 58년 9월로 리셋되어 있다는 토끼굴. 원하는대로 시간을 보낼 수 있지만 돌아오면 현실의 2011년에선 고작 몇 분 지나있을 뿐이라는 거다. 

앨은 제이크에게 케네디의 암살을 저지할 생각이었고 몇 번 시도하는 과정에서 수십년이 지났고 결국 악화된 폐암으로 실패했다며 제이크에게 유지를 이어주길 바란다. 실제로 미래가 바꾸는지에 대해 앨은 여러 번의 타임슬입을 콩해 실험도 했는데, 50년대 후반 사냥감으로 오인한 사냥꾼에게 척추를 맞아 하빈신이 마비된 소녀를 구해낸 것이 그것.

마침 제이크는 학교수위의 자전수필을 읽고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이제 예순이 훨씬 넘어서야 고등학교 자격을 따려 제이크의 필수강의를 이수하는 학교수위 해리. 다리를 절고 약간 모자란 탓에 두꺼비 해리라고 놀림받는 선한 사람. 
제이크의 강의이수를 마무리하는 수필과제의 주제는, 삶을 바꾼 순간이었는데 그는 자신의 일가족 참상 건을 써 낸다. 
58년 할로윈 저녁에 주정뱅이 아버지의 망치로 온가족이 도살당하고 자신만 치명적인 뇌손상과 다리상처를 갖고 살아남았단 거다. 
그의 삶을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 케네디가 살아있었더라면 이런저런 여파로 일어난 베트남전 때문에 수천 명이 죽어나갈 일도 없었을지 모른다는 것 등등에 설득되어 시간여행을 감행한다.
그에게 암살범 리 오스왈드에 대해 조사한 자료들과 돈을 건네고 망설임의 여지를 남기지 않으려고 앨이 진통제를 왕창 먹고 죽은 탓도 그를 떠민 요인이었다. 

첫번째 시도에선 해리 더닝 일가족을 모두 살리는 데 실패했다.
다시 감행하기로 한 두번 째 시도에선 일가족 살해범이 될 프랭크 더닝을 권총으로 미리 처치하고, 사냥꾼을 사냥터에 가지 못하게 하는 방법을 써서 깔끔하게 부수적인 미션을 완료했다. 

앨에 의하면 리 오스왈드의 암살이 단독행동일지 공범이 있거나 외부의 지시일지는 분명치 않다고 했기 때문에 베이크는 조지 앰버슨이라는 신분으로 단독범행이 확실해질 때까지 리를.감시하기로 한다. 
당시 리는 집착쩌는 어머니를 피해 소련으로 가 활동하다 붕괴하려는 소련에 싫증을 느끼곤 일가를 이루어 다시 미국으로 귀환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아직 소련에서 돌아오지 않은 리 일가를 기다리며 제이크는 사건기록을 소설화 시키며 느긋하게 지내며 마피아와 연계된 스포츠 도박판에 가 앨이 준 자금을 불리기도 하고(미래를 알고 있으니), 교사직을 위조해 잠깐 영어교사일을 하기도 한다. 이후 도박건이 심각해져서 마피아에게 죽을 뻔하기도 하지만. 그 땐 슬슬 리가 돌아와 텍사스의 댈러스 빈민촌에 정착할 즈음이었기 때문에 그를 감시하기 위해 근처로 거주를 옮기게 됐다. 다만 그곳이 워낙 희망없는 끔찍한 곳이라 이내 마음이 피폐해진 제이크는 조디라는 마을에서 새로 교사일을 병행하며 필요할 때 감시주거에서 감시테잎과 전방향마이크를 사용하기로 한다. 
제이크는 조디의 고등학교 교장 디크. 사서 미미 커플과 호의적인 관계를 맺고 성공적인 교직 입성을 하고, 미미가 암으로 죽으면서 새로 들어오게 된 새디라는 새로운 사서교사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다. 다만 이 아가씨는 극심한 결벽증 환자와 별거중이었고 그로 인한 상처를 품고 있었다는 것이 새로 불거지는 문제. 
물론 제이크는 미래인? 특유의 포용력과 위트와 부드러움으로 그녀의 상처를 토닥이며 행복하게 사랑도 하고 연극부 담당 교사로서 뛰어난 학생 (마이크, 생쥐와 인간)을 발굴해 멋드러지게 연극도 몇 편 펼치고 하며 조디에서의 순조로운 나날을 보낸다.
물론 밝힐 수 없는 불명확한 신분과 암살저지 건 때문에 새디와의 관계가 심각하게 삐걱거리기도 했다. 
그와 별개로 리 오스왈드를 저지하려는 노력이 암살 시기와 가까워지면서 제이크는 자꾸 과거의 저항에 부딫히게 되는데 개중엔 리가 극우파에 속하던 모 장군을 사살하려던 날, 독단범행인지 확인하려던 차에, 돌아버린 전남편의 침입으로 새디가 왼 뺨에 중상을 입는 것도 포함된다. 결국 그게 연인사이를 구원해주는 계기가 되지만. 
뒤엔 도박으로 연인의 병원비를 충당하려다 전부터 행동을 주시하던 마피아에게 된통 당해 심각한 무릎 부상과 비장파열, 기억상실을 경험하기도 했다. 
일련의 과정에서 우연히 마주친 이 운명의 사랑은 깊어졌으며 암살저지를 위한 계획은 그녀를 지키려고 한 노력에도 불구하도 연인에게도 까발려졌다. 최후의 날, 따돌리려는 노력도 무색하게 새디는 제이크를 찾아냈고 둘은 함께 댈러스 차량 퍼레이드를 구하기 위해 떠난다.
차 앞바퀴가 빠져 가로수를 들이받고. 버스가 교통사고가 나고. 강도를 당할 뻔 한 과정을 함께 도와가며 거쳐 총이 날아갈 교과서 창고건물 6층까지. 둘은 성공적으로 진입했고 암살범은 사살되었다. 대통령은 구원되었다. 과정에서 새디가 죽었지만.

제이크는 일련의 과정을 모두 다시 감행할 요량으로 FBI 요원과 경찰을 적절히 상대한 뒤 토끼굴로 간다. 토끼굴 앞까지 다다르는 동안 7000명이 캘리포니아에서 폭풍으로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뭔가 심상찮다. 
그러나 다시 돌아온 2011년은 전보다 훨씬 끔찍하게 어그러져 있다. 끊임없는 전쟁. 그리고 이런저런 핵전쟁으로 인한 방사능과 끊임없는 자연재해로 종내는 지구가 아작날 것 같은 상황. 
제이크는 피복되어 기형으로 태어나 자란 아이들이 자신이 구해 낸 해리 할범을 괴롭히는 것을 구해주고는 아연실색한다. 정말로 사태를 해결해야겠다고 다시 타임슬립한다. 
전부터 토끼굴을 지나 과거로 올 때마다 앞에 앉아 카드를 모자에 꽂고 있던 거렁뱅이가 있었는데, 항상 소정의 돈을 요구했으며 카드는 노란 카드, 주황카드, 검은 카드로 색이 점차 변했고 검은 색이었을 땐 술에 절다 못해 자살해버린 시체의 모습였다.
2011년의 상황에 기겁해 다시 돌아온 그에게 새로 나타난 거렁뱅이 카드맨이 대화를 요청한다. 카드맨들은 뭔가 아는 듯했지만, 63년 2011년으로 가려는 그에게 이 새 카드맨이 나타났을때까지만 해도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알고보니 그들은 이런 류의 토끼굴-시간 기포를 지키며 궁극적으로는 기포들이 터지도록 마무리해서 미래가 나비효과로 아작나는 것을 막으려는 임무를 지닌 이들이었다. 원상회복된다는 앨과 제이크의 기존 믿음과 달리, 세계는 아주 미세한 변화마저 기억했고 미래는 상이 바뀌었다. 시간여행이 반복될 때마다 레이어같은 차원의 꺼풀이 끈처럼 가느다랗게 생겨나고, 카드맨들은 미세하게 변한 미래를 모조리 기억하는 숙명을 지녔다. 제정신으로 살아갈 수 없는 이들이었고, 전임자는 그래서 중독에 빠져 종내는 자살했던 것. 
자신의 존재가 미치는 영향이 어마어마하단 것에 좌절한 제이크는, 처음엔 일련의 과정을 다시 감행하려 고집을 피우지만 새디의 안위와 미래가 걱정되어 디크에게 보낼 엽서만을 남긴 채 중단하고 되돌아온다.
2011년. 조디에서 뺨에 중상을 입지만 극복하고 훌륭한 사회복지사가 된 저명인사 새디 여사와 재회한 제이크는 그녀에게 춤을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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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줄거리만 왕창..
5060년대의 시대상이 굉장히 잘 나타나 있다. 조사를 무진장 했을거라 여겼는데 
시대상과 관련된 조사를 맡이 해 준 친구가 있더만. 암살 건과 관련해서는 당시 암살장소들과 관련된 박물관이 있어서 거기서 문의를 여러번 받아 준 모양이고. 케네디 당시 대통령 보좌관 부부 등에게서도 조언을 받았다고. 책도 마이 읽었던 듯. 
시대상 묘사에 관해선 미국인으로 태어나서 이 책을 읽었더라면 훨씬 흥미로웠을 부분들이고, 매력적인 부분들이라 좀 아쉽기도 하다. 당시 사람들의 여유있고 순수한 마음구석들. 맛나고 정직한 수제음식들. 멋드러지고 개성넘치는 차들. 그런 것들을 좋았구나, 흡족하구나, 하도 느끼는 주인공 맘이 이해가 돼서. 그런 부분들에 한해선 결코 그때처럼 돌아가지 못할테고 점점 각박해지겠지. 
물론 빈민가 묘사나 인종차별 얘기는 끔직했다만. 나아졌다곤 해도 폭력과 빈부격차는 지금도 끔찍하게 여기저기서 일어나니까. 씁쓸하게 읽었어도 그런 건 여전히 마음놓고 넘길 수 없는 부분이었지.

암살 건과 관련해서는 비극으로 끝날거라 예상은 했다. 케네디를 죽인다고 더 나은 세상이 펼쳐진다..는 건 납득하기 어려운 일. 안타까운 사건이라는 건 동의하지만 사람들 의식에 변화가 없는 한은 역사가 꾸준히 좋아지기란 어려운 일인 듯. 케네디 말고도 역사의 변곡점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것이니. 정말 개선된 미래모습이 펼쳐지더라도 감동은 별로 없었을테다. 어차피 우리가 잡아내 경험할 수 있는 상도 아니니까. 
글치만.
핵폭탄과 자연재해는 좀 심하긴 했네. 당장 지구가 부서지기라도 할 양이라니. 갑자기 소설에서 나와 러브크래프트가 맹근 신화 세계에 내던져진 기분이었음. 앞서 말한대로 체념스런 웃음이 나게 만들더라. 그래. 멋진 대체미래상이 펼쳐진다 한들 어디다 쓰겠어. 흡족할만큼 세세하게 쓰지도 못할테고 어차피 납득하지도 못할테다가 공상에 지나지 않을것을. 하는 웃음.

중간중간에 펼쳐지는 본 미션 외의 소소한 미션들은 여백을 채우고 긴장을 완화시려는 의도가 뻔히 읽혔지만 그 나름대로 중간중간 짠하기도 했다. 순박한 사람상. 그리울수밖에 없는 인간들의 상. 향수가 느껴져서. 사랑스러워서. 그리고 가끔은 그들의 고민과 어려움을 미래에서 온 주인공의 입장에선 훨씬 수월하게 어루만져줄 수 있어서 기쁘기도 했다.
세련된 감각과 놀라운 포용력을 지닌 연인이자 교사. 멋진 공상이다. 작가 할부지가 한 때 교사로 근무하기도 해서인가. 연극무대를 멋드러지게 차려내는 센스나 불안해하는 학생을 북돋우는 스킬 따위를 그려내는 데 각별한 애정이 느껴졌다. 주인공도 뿌듯한 일이라고 흡족해하잖는가. 킹 할부지 역시 그런 것들을 잘 해내는 괜찮은 선생이었을 것 같단 생각을 잠깐. 교사로서의 저런 면모는 부럽기도 하고. 눈물을 잘 흘리지 않는 우직하지만 부드럽고 센스 넘치는 머리좋은 남자. 그 시대에 딱 어울리는 사람이라...
뭐. 그렇게 사랑이야기도 연극 이야기도 늙은 작가 할부지의 향수랄까 이상향이 물씬 배어나는 듯 했다. 거기 가끔 코웃음치면서도 동조하며 읽었다. 

세부적인 디테일은 역시나 잘 기억이 안 난다. 잘 몰라서 막 넘겨버린 것들도 몇 있다. 본 소재를 제대로 소화하려면 아마 미국 역사책도 몇 끼고 읽는 게 좋았을터지만. 귀찮아서 엄두를 못내겠음.
엄마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소련으로 나갔다가 싫증내고 다시 돌아온 극좌청년 리 오스왈드. 미국의 인종차별과 빈부격차에 불만을 품고 그가 전단을 돌리고, 극우파 몇을 죽이려 들고, 쿠바 미사일 위기 때 쿠바를 위협하는 케네디에 불만을 품고, 쿠바로 건너가려다 실패하는 와중에 그의 가난과 폭력에 휘말려 지낸 아내 마리나와 딸아이들. 망명하고 시들어버린 채 그들을 가끔 원조해 준 러시아 출신 중산층들. 그를 비웃으며 부추겨 댄 드 모렐렌토 장관. 감시에 만전을 디하지 못한 FBI. 케네디 사후의 이런저런 과정을 거쳐 인종갈등시위가 일고. 킹 목사가 죽고. 베트남전이 일어나는 일련의 과정. 한 번 쯤은 검색해 보는 것도 좋겠다. 

결말? 그 이상 납득할만한 해피엔딩도 앖겠다. 제이크를 보고. 어스레하게 퍼져있는 과거~미래의 레이어 층을, 그 끈들을 희미하게 감지해내고 기시감을 느끼는 새디. 옛 그대로 늙은 조디의 사람들. 행복했던 과거의 음악과 춤. 그 정도면. 찌잉하게 안타까우면서 행복하지. 음.

Posted by 에크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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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라즈니의 번역본을 천천히. 하나씩. 모두 손대왔다. 
개중엔 읽다 관둔 것도 하나 있지만. 여튼.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 유머러스하고 고아한 문체. 방대한 지식. 신화를 차용해 만들어낸 아름다운 이계와 강힌 캐릭터성 같은 것에 매력을 느꼈던 건 사실.
반면 슬슬 듀나를 비롯한 이들의 비판도 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체인질링과 매드완드를 읽고 있는데. 그림자잭이나 딜비쉬 연작과 아주 흡사한 느낌이다. 약간의 각성이 필요한 것을 제하면 이미 완성된 캐릭터.
이채를 띄지만 평면적인 이계. 거기엔 딱히 시대상이나 삶이 반영되어 있진 않은 것 같고. 그 이상으로 평면적이고 도구적인, 항상 타자로 머무르는 여자들. 완결된 글이고 더 이상 발전가능한 뭔가는 없어보일 수 있다.
어딘가 소품같은 느낌이 강한 시리즈다. 세계를 뚝딱뚝딱 만들어낸 방식도 그렇고. 복잡다단함과 미묘함이 많이 거세된, 동화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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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을 주축으로 한 세계에서 마왕 데트 일가는 백마법사 모를 중심으로 한 저항군에 죽고, 일가의 마지막 아이는 죽임당하는 대신 모에 의해 과학기술을 주축으로 한 세계로 바꿔치기 당한다.
자라난 두 아이는 각각의 세계에 적응하지 못한 채 각자의 천재성을 발휘하는데. 공학자의 아이였던 마크 마락슨은 마법세계에서 금지당한 과학기술을 화려하게 부활시키다 배척당하고 복수를 꿈꾸게되고.
데트의 아이 댄은 폴터가이스트를 비롯한 묘한 능력을 숨긴 채 중세사를 연구하는 학생이자 밤무대 기타리스트로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아버지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뮤지션으로서의 삶을 꿈꾼다. 마크의 복수가 구체화되려는 시점,
20여년이 흘러 쇠약해진 마법사 모는 마크의 과학기술에 대적하기 위한 방패로서 댄을 다시 불러들이고, 자신은 이세계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죽음을 맞는다. 댄은 폴 데트슨이라는 진정한 자신의 정체를 알고, 빠르게 적응한다.
폴은 탁월한 음유시인이자 신참 마법사로서 이후의 모험에서 큰 역량을 발휘한다.그는 일곱조각상의 힘과 도둑 마우스글러브의 협조로 반쯤 질투로 미쳐날뛰는 마크를 죽이고 마법세계의 평온을 되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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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비쉬 연작에서 보았던 주문의 시각화. 꽤 독특한 묘사라고 느꼈는데 여기서는 더 구체적으로 발전되어 묘사돼있다. 재미있다. 여기 등장하는, 마법사의 영혼이 봉인된 7조각상은 후에 마틴옹이 7s로 차용한 걸까?

캐릭터들을 인형놀이하듯 휘두르는 글 말고. 좀 더 치밀하고 깊이있고 짜임새있는 글을 읽고 싶다. 기대만큼 즐겁지가 않네.

Posted by 에크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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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질링의 후속편.
천재적인 마력을 타고난 폴의 마법적 각성 과정을 다루었다.
다양한 법사들이 등장하는데, 저마다의 마력 발현 양상은 꽤 독특하고 볼만하다. 체인질링보다는 재미있다. 딜비쉬에서 잠깐씩 등장한 마법구현 양상이라든가, 검은 성의 마법사 이야기가 떠오르는, 음습하게 어둡고 어딘가 치명적인 암기가 숨어있는 듯한 긴장감, 어딘가 낡은 듯 고상한 분위기가 은근히 매력적이다. 초자연적인 존재들을 다른 옛날 공포 영화 보는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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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받지 않은, 타고난 마법력을 지닌 마법사들. 
폴 역시 따지자면 매드완드랄 수 있다. 
일곱마법상의 정체를 연구하던 폴에게 론도발성으로 자객이 나타나고, 폴은 이를 계기로 신변에 대한 정보를 더 얻어내고자 4년에 한 번 열리는 마법회동에 참석하기로 한다. 신입마법사의 통과의례를 받기 위한 여정 와중에 기이하고 사악한 꿈에 시달리는 한편 의례를 이끄는 백마법사 래릭의 견제에 당해 몸을 바꿔치기당하고-기이한 사내의 도움을 받는다.
마법사로서의 통과의례를 거친 후 매드완드들은 누구보다 강력한 대마법사로 성장하게 된다. 폴의 정체와 발화할 능력을 견제한 나머지 그의 자유를 속박한 이는 래릭의 사수 라일이었고. 데트와 이름모를 사내와 함께 고차원의 문을 열어 현 세계를 더한 마법이 꿈틀대는 세계로 흡수통합시키려다 새로운 세계를 장악할 매드완드들에게 밀릴 것을 걱정해 반기를 든 사내였다. 
폴을 잠시 도왔던 이름모를 사내는 헨리 스피어. 그는 데트를 파멸로 몬 그 계획을재개하려는 와중에 라일과 폴의 저항에 부딪친다. 일곱조각상은 일곱마법사들이 봉인된 데트의 열쇠로, 이계의 문을 열어 마법세계를 한층 더 부흥시키기 위해 폴을 끝까지 이용하려든다. 
폴은 시키는대로 움직이기 싫어서, 부친의 죽음마저 외면하게 만든 그 힘의 추구에 넌더리가 나서 헨리스피어와 일곱조각상에 반기를 들고 저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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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련의 상황은 초반부터 폴의 주변을 멤도는 기묘한 존재의 독백으로 중계된다. 
자아가 불명확하고 존재이유조차 깨닫지 못하는데 알 수 없는 계약에 묶여 폴 주변을 탐색하는 중이지만, 폴에게 친근감을 느끼고 있어서 폴 몰래 조금씩 도움을 주기도 한다. 어쩌다 접한 하급 악마를 제외하고는 작품 안에선 아무도 그의 존재를 깨닫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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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의 위기. 
마우스글러브가 시체를 뒤집어쓰고 나타난 이 기묘한 존재의 귀띔을 받고 상황을 파악한 뒤 문버드와 협력, 마크와의 전투에서 화산에 파묻혔던 마법홀을 찾아오고 다른 백마법사들과 협력했음에도. 이들은 매드완드 헨리의 마력과 일곱조각상의 힘에 밀린다. 
모두의 목숨이 경각에 이르는데. 기묘한 존재가 폴의 부름에 각성하면서 모두를 지켜내고 남을 정도의 위력을 발휘해낸다. 
헨리는 조각상의 힘을 빌려 달아나고. 사건은 여기서 일단락된다. 

이후 폴은 라일의 도제 백마법사 래릭이 친형임을 알게 되고. 아버지의 망령이 귀띔해준 벨파니오르가 소환되고 채 역할을 얻지 못한 채 20년을 방치되어있던 악마의 이름임을 확인하게 됐다. 
헨리가 들고 튄 조각상은 일곱 중 하나뿐으로. 이계의 문을 여는 데 수년의 세월이 더 소모되겠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어서. 폴과 일련의 백마법사 연합은 헨리의 추구와 제물로서 인신공양이 일어날 가능성 등을 경계 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복잡다단했지만 폴은 마법사로서 제대로 각성을 이루었고. 스스로의 정체와 마법사회의 일원으로서의 위치를 제대로 파악하게 되었고. 친형을 만나는 한편 든든한 수하 벨파니오르를 얻었다. 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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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크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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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국영 보러간 부산에서 사온 책.

모래폭풍으로 인한 부상때문에 죽은 것으로 오인받아 화성에 홀로 남겨진 후, 마크 와트니가 생존하기 위해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 장단기적으로 당면하는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이야기의 거진 전부라고 보면 된다. 글고 그걸 지켜보는 게 재미 포인트임. 재밌다는 얘길 많이 들어서 기대를 무진장 했는데 내 이과적 머리는 고딩시절 이후 갱신된 바가 없는지라 조금 잉?엥?갸웃?하며 읽었더랬음. 
주인공인 마크 와트니가 엄청 낙천적이고 문제해결력이 뛰어나서 조금 침울해하기는 할 망정 오랜시간 기죽어 있지 않는다는 점이 맘에 듦. 어떻게든 머리를 굴리고 뚝딱뚝딱해서 필요한 결과를 얻어낸다는 것도 멋지고. 이공계쪽 머리가 녹슬지 않았더라면 좀 더 즐겁게 그 과정을 즐겼을텐데. 문제해결과정을 들여다 볼 때마다 버퍼링이 좀 있어서리. 아쉬움이 남는 책이다.

애당초 홀로 남겨진 와트니의 계획은 다음 화성탐사대 아레스4가 올 때까지 지구와 교신하며 살아남아 탐사대와 랑데부하는 것이었지만. 막사천이 노화로 인해 찢어져 애써 지은 감자 농사가 망하면서 그 계획은 크게 어그러진다. 
옛 화성탐사선 패스파인더를 발굴하면서 나사와의 교신은 성공했지만. 아레스4호가 올 때까지 부족한 식량을 보급받으려다 서두른 탓에 충분한 사전 실험을 거치지 않은 로켓이 망가지는 바람에 실패. 그리하여 결국에는 우여곡절 끝에 구조시점이 앞당겨진다. 중국의 로켓과 발사대를 빌려 보급품을 실은 아레스3팀이 다시 화성궤도에 도킹, 아레스4팀을 위한 화성상승선에 탄 와트니와 랑데부하는 것이 그것.
랑데부 지점인 스키아파렐리로 가는 와중에도 순간의 실수로 패스파인더가 합선으로 무력화되어 쌍방향 통신을 할 수 없게 되거나. 태양전지를 무력화시키기 충분한 모래폭풍의 영향권에 접어드는가 하면. 무른 모래톱에 이동용 로버며 생명유지장치를 실은 트레일러가 거꾸러지거나 하는 등의 문제가 막 터진다. 

그 한사람 구하기 위해서 온 나사 사람들이 잠도 안자고 초과근무를 하면서 수십억달러를 소모하는 걸 보면. 정말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우주버전 같기도. (영화 속 라이언도 맷 데이먼이었다지) 소설 말미에 무사히 구조된 와트니가 어려운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하는 인류 덕에 내가 살아남았다.라는 표현을 쓴 것이. 좀 와닿았음. 

Posted by 에크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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