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은 김보영의 글을 더 읽을 요량으로 빌렸음.
앞서 수록된 배명훈의 세 번째 단편까지 읽고 네 번째로 넘어왔는데...이분; 나름 에로에로를 다루는 데도 소질이 있군..-_- 그러고는 능글능글 잘도 넘어간다. 아직까진 다들 소소하게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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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박애진의 글들로 넘어왔다. 
아...이 책 좋다. 
아직까진 배명훈의 단편들도, 김보영의 단편들도 정말 좋다. 
능글능글 짖궂으면서 재치어린, 그러면서도 애틋한 구석이 담긴 배명훈의 글들과-침착하고 진지하면서도 사고를 때리는 따스한 반전이 담긴, 매번 소소하게 감동을 주는 김보영의 글.
특히 김보영의 "미래로 가는 사람들" 연작 4편은..시간여행자와 관련된 것들을 다룬 이야기인데..그런 설정을 열나게 우려먹은 로저 젤라즈니의 글들도 부럽지 않을 정도.
어..젤라즈니야 지금 비교하기엔 옛 분이니 무리가 있나. 아무튼 이 연작, 정말 멋졌음.
다만 공부를 좀 더 하고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나마 가진 얄팍한 지식도 야곰야곰 까먹어 가고 있으니..이것들을 제대로 음미하기 위해서라도 게을러서 외면하고 있던 자연과학 서적같은 걸 좀 찾아 읽어야 겠다고 다짐했다.. 나머지는 더 읽어봐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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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읽은 '집사'가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아있는 박애진. 박애진의 글들은 앞의 두 사람의 글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다. 그녀의 글 속 주인공들은 현실에서 언제나 능글능글 잘도 적응하고 살아낼 것 같은 배명훈의 주인공들과도, 심지가 굳고 때론 조용히 열망을 품는 김보영의 등장인물들과도 다르다. 건조하고 차가운 세계 속에서 고독에 절어 살아가는 인물들이다. 외로워하고-온기에 홀리지만 자신의 형태를 이루는 틀을 깨고 누군가와 하나로 융합할 수는 없는. 타인과의 온전한 합일같은 거야 다같이 꿈꾸는 환상이라고 인정하는, 버석버석한 요즘 사람들이랑 닮았다고 하면-좀 그런가. 아니..등장인물들이 그렇다기보다-종종 온기에 끌려 무모해지거나 매여버리거나 미치거나 하는 인물들을 끌어가는 작가의 시선이 그런 것 같기도. 결국은 되돌아오고야 마는 버석하고 씁쓸한 삶. 체념같기도 하고 나름의 안온함 같기도 한 그런 거. 친숙한 느낌이 든다. 항상 그런 식은 아닌 것 같지만.
'선물'이 개중 가장 마음에 들었고. '완전한 결합'은 이영도의 모 단편 중 등장하는 '온가시버시' 동화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이런 식으로 생식을 위해서는 셋, 혹은 네 종류의 성이 모여야 하는 얘기가..르귄의 단편 중에도 하나 있던 것 같은데. 제목이 뭐더라.

Posted by 에크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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