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새. 2019.

영상 2019. 9. 7. 21:21

동네 영화관에 올라왔길래 막 보고왔다.

여성감독 작품이고, 사실상 세계 곳곳의 영화제에서 굉장히 많은 상들을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기생충보다 덜 주목받는 작품이라고들 해서, 전부터 벼르다가 다녀왔는데.

정작 영화 자체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보기 시작했지만. 마음에 들었다.

 

시대적 배경이 90년대 초반. 가부장적인 서민집안. 대치동에 살면서. 공부 잘하는 오빠를 둔. 공부도 못하고 다른 뛰어날 것도 없는 중딩 여자아이가 주인공. 여기저기 천덕꾸러기처럼 치이며 애정에 굶주리던 여자 아이가. 먼지더께에 파묻히는 듯 갑갑한 나날들 속에서 사이사이 만나는 이런저런 인연들에 대해 그렸다. 

여자 아이들. 여자 어른들. 등장인물들 중 여자들 비중이 좀 높다.

아이 마음이나. 관계들 사이에서 흐르는 세밀한 감정선들이. 어떻게보면 되게 미묘하고 캐치하기엔 참 가느다란 느낌인데 그게 신기하게 다 이해가 되는 기분이 든달까..

40 초반쯤 되는 사람들이라면 정말정말 자기얘기처럼 공감하겠는데.. 굳이 40대가 아니더라도 한국 사는 여자들이라면 주인공의 마음이 많이 와닿을 것 같음.

 

보면서 알고 지내는 꼬맹이들 생각이 참 많이 났고. 괜찮은 도자기 찻잔을 사서 추운 겨울날 향이 좋은 차를 따라주고 싶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생은 기본적으로 고통이라는 말에 굉장히 공감하는데..그래서 감히..내가 아는 꼬맹이들에게 잠깐이나마 위로가 될만한 따뜻한 기억, 소중하게 여겨진 추억을 함께할 수 있다면 나 역시 기쁠 것 같고. 그러고 몇 년 뒤에 다 까먹히고 따뜻함만 남았으면.

 

감독 인터뷰!

https://extmovie.com/article/49628691

 

익스트림무비 - '벌새' 김보라 감독 인터뷰

데뷔작을 가지고 세계 예술 영화계를 깜짝 놀라게 하고 있는 <벌새>의 김보라 감독을 개봉 전에 만났다. 이 영화는 베를린영화제, 트라이베카영화제, 시애틀영화제, 그리고 부산영화제 등지에서 25개의 상을 들어올렸다. 그러나 그러한 영예를 추켜세울 필요도 없이 영화는 이미 한 시대를 풍미할 작품임이 감지된다. 소녀의 개인적 체험이 사회적 공기와 만나서 일으키는 파고가 어디까지일지 궁금할 것이다. 영화의 시대 배경이 되는 1994년은 88서울올림픽을 지나며 선

extmovie.com

https://youtu.be/KsLjAFijb6o  압구정 시네마톡 2019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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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크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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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사.

일상 2019. 9. 7. 21:11

대학원에 대해 우연히 공고를 접하게 되었는데. 

몰입해서 성과를 낼 수 있는 공부는 하고 싶기는 하지만. 연구하고 싶은 분야를 딱히 떠올리기가 쉽지 않더라.

나는 요즘 어떤 고민들을 하고 있나..어떤 것들에 관심이 있나..하고 생각해보니.

 

일단 과학 과목을 좋아하기는 해. 하지만 일반적인 실험 외에 뭘 더 구체적으로 심화해서 가르쳐 보거나..하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는데.

 

일상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하는 고민들은.

 

학력저하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

여기서 학력저하라는 것은.. 스스로 책이나 정보를 찾아 읽을 수 있고. 읽은 내용을 이해할 수 있고.

해당 나이 평균 수준의 어휘력과 문해력을 구사하며 대화를 할 수 있기에 스스로의 의사를 타인에게 폭력이나 짜증을 내지 않고 전할 수 있는 아이들이 드물다는 것.

공동체에 잘 섞여 들어갈만한 인재들을 길러내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그러려면 의사소통 능력은 필수임. 읽고 쓰고 말하는 게 중요하다는 거임. 그걸 바탕으로 다른 이들과도 잘 어울려 나가고. 또 스스로 찾아 공부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문해력이나 어휘력은 기본으로 깔려 있어야, 찾은 정보를 소화해서 진로를 설계하는 것이나, 자격증 취득 공부하는 것이나, 그렇게 할만한 용기가 나지. 안 그런가..

 

한글교육이 절실한 아이들이 있고. 이 때 그들을 지도할 수 있는 사람은 담임교사뿐인 경우가 많으며. 이들을 지원할만한 연수나 재정이 부족한 경우도 많음. 국어교과서는 이런 난독증 수준의 아이들에게는 너무 어려움. 특별한 교재가 필요한데 드묾. 재정이나 연수를 지원한다고 해도, 담임교사가 이들을 따로 끼고 가르쳐야 하는 것은 일반적인 의무 이상의 시간과 노력을 요구하는 것이라----정부 차원에서 이런 학생들을 위해 전문가를 고용하고 학습을 책임져 줄 필요가 절실함. 외국처럼 특정 나이 이전에 파악해서 교통편!!!!과 재정적인 지원을 해 주어야 함. 특수아동으로 분류하지 않더라도 언어치료 등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함.

다문화가정 아이들도 이 케이스에서 크게 다르지 않은 경우라. 언어교육 전문가를 투입할 필요가 있음. 

 

 

독서지도에 대한 방안이 필요함. 문해력과 어휘력을 늘리기 위한 독서 프로그램 지원을 해 주어야 함.

방과후 독서교실이나 토요 독서교실 등. 여러가지 프로그램을 고안해서 이들에게 계속 책을 읽히고 내용 파악하고 자기 생각을 쓰는 연습을 계~~~~속 시켜줘야 함. 학교에서 교사들이 연구하게 만들고, 지원해줘야 하는데..진도의 압박과 재구성의 어려움 등등으로 외면하는 교사들이 아직 많음. 긴 글도 좋기는 한데, 호흡이 짧은 단편소설 위주로 자주 읽혀보고 어휘 찾아보고 할 만한 책 자료가 많이 발굴되었으면 좋겠고. 아이들 수준별로 체계적인 책 자료가 좀 있었으면 좋겠고. 

 

 

정보소외현상도 심한 편인데. 태블릿PC나 컴퓨터 지원 등이 있기는 하지만, 그 이상으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자료수집-선별-사용 교육이 병행되어야 하는데 잘 안 됨. 아이들은 자료 수집부터 어려움을 겪음. 

 

경제적 어려움을 딛고 꿈을 찾아갈 수 있도록 진로지도교육도 필요하고..다양한 장학금이나 정부지원 정보 제공이 필요함. 

 

부모교육과 가정상담이 필요함. ..

 

같은 맥락에서 교사 지원이 많이 필요함. 정신적, 신체적으로 지쳐있는 교사들이 참 많고, 아이들이 앓는 ADHD나 난독증, 우울증 등에 대해 전문가와의 연계가 절실함. 교실 붕괴 등의 요인은 담임의 책임이 아닌 경우가 많음. 복합적인 것임. 가정내 문제, 아이의 기질적 문제, 병 문제 등등..

일단은 교장교감 등 관리자들이 교실 붕괴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학부모와 학생 대상으로 제재를 발휘할 수 있게 해야 함.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를 끼치게 되므로.

일정 수준 이상의 물의를 일으킬 경우 격리해서 따로 학부모 소환하고, 교장교감 감독 하에 따로 수업받고 상담 지원 받고. ..가정 홈스쿨링 받으라는 말은 못 하겠는데, 상황상 그게 불가능한 가정이 무척 많을 것이기 때문. 몇 회 이상이면 의무적으로 검증되고 인가받은 상담심리사에게서 부모 교육과 학생 상담을 방과후에 몇 회기 이상 받도록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함. 안받으면 법적인 제재........-_-과한가?

모두가 어려운 교실 상황을 외면하고, 담임이 교실 하나를 통으로 책임지는 현 상황이 너무 비정상적인 것 같음.

그러다보니 애들을 초반에 잡아야 되니 어쩌니 하는 얘기가 나오고, 학생들의 인격 존중을 토대로 한 민주적인 학급운영이 불가능해짐.

아이들에게도 공동체에 피해를 끼치면 안 된다는 것을 좀 더 확실히 인지시킬 필요가 있음. 정책적으로 자리잡힌다면 좀 더 서로서로 자기검열을 하겠지. 

개인적으로는 상담심리사들이 학교마다 의무적으로 고용돼 있었으면 좋겠음..작은 시골학교는 교통편이 가장 큰 문제라서. 강사나 전문가 고용하기도 힘듦. 이들이 상주하면서 교사 상담도 꾸준히 하도록 하고. 철저하게 상담 내용은 기밀로 지키게 하고...

 

 

 

 

..관심사라고 하면. 그럼.

초등 국어교육??

상담심리??

교육 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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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크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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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지지리 안 읽히는 탓에.. 괜찮은 작가들의 단편집이 반가운 요즘.

킹의 다섯번째 단편선이다.
스티븐 킹의 소설을 처음 읽은 것은 예전에 서점에서 훑어본 <스켈레톤 크루>가 처음이었는데, 처음 두어 편을 읽고 덮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 류의 공포물은 별로 안 땡긴다고 느꼈고, 전반적으로 미국적인 정서가 강한 편이어서 적응이 필요했던 듯.
이후에 비교적 최근작인 장편 두어 편을 읽고 나서 (암살을 막기 위한 타임슬립물인 "11/22/63"시리즈, 샤이닝 후속작인 "닥터 슬립") 좀 면역이 생겨서 파생 영화(샤이닝, 미스트, 미저리..좀 있으면 다크 타워랑 그것이 개봉하겠는데. 다크 타워 평이 개떡같긴 하지만 이드리스 엘바가 나오시니 아무리 구려도 볼 예정.)나 드라마(언더 더 돔. 미스터 메르세데스가 최근 나오는 중.)도 좀 찾아보고 있고..이 단편선도 샀더랬고. 조금씩 스티븐 킹 소설의 재미를 알아가고 있음.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 단편선 읽고 나면. IT이랑 다크타워 시리즈를 시작할 예정. 읽을 거 많군.

올초 넷플릭스 결제 이후에 지지리도 책을 안 읽게 되어버려서, 항상 외출 때 서점을 들르는 버릇 탓에-그리고 가면 꼭 한두 권은 사게 되는지라 구매는 했지만 한 달 가까이 묵혀두었다.
읽던 초반에는 언제까지 묵혀둘거나..기왕 산 거 눈으로 글자를 하나하나 훑기라도 하자, 하고 기계적으로 시작했는데 마지막 즈음에는 상당히 몰입했고 꽤 즐거웠다.

나중에도 심심할 때 한 번 더 훑어볼 것 같은 단편은 "진저브레드 걸", "N.", "아주 비좁은 곳" 정도. "휴게소"나 "벙어리"도 끼워넣을까 했는데 소재 자체가 그다지 유쾌한 건 아니어서..모르겠군.
옮긴이의 말마따나, 대체로 초기 단편선과 달리 실제로 있을 법한 현실적인 공포물이 많은 편인데, 개중 생존과 관련된 스릴러물들이 이 선집 내에서 분량도 많은 편이고 몰입도도 강하다.
코스믹 호러 느낌의 "N."은 그런 현실적 공포와는 성향이 다르기는 하지만,
러브크래프트 단편선집에서 재미난 몇 편을 발견했던 기억 + 최근 몇년 새 이승열씨가 영미문학관에서 특유의 떨리는 목소리로 읽어주는 러브크래프트 단편들에 대한 호감 + 영화 미스트에 대한 호감 등등이 얽혀서. 그리고 작중 묘사된 강박증과 코스믹 호러 설정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어서 꽤 재밌게 읽었더랬음.

선셋노트에서 작가가 꿈을 옮겨 썼다고 밝힌 단편인, "하비의 꿈"이나 911에서 영향을 받은 듯한 "뉴욕타임스 특별 구독 이벤트", "그들이 남긴 것들". 그리고 사후세계와 관련된 "윌라"는 그다지 구미가 당기지 않는 이야기였고-재미보다 다른 의도가 큰 이야기들이지만서도-환각을 다룬 "헬스 자전거"는 흥미로운 전개이긴 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지옥에서 온 고양이"는 다른 단편과는 좀 다른 느낌의, 확실히 오래 전에 집필한 듯한 느낌이 드는 단편임. 사악하고 영악한 고양이라니. <스켈레톤 크루> 단편선집에 들어가야 했을 법한 느낌.

읽고 언능 알라딘에 팔아버려야지 했는데. 가끔씩 강렬한 단편들은 몇 년이 지나 반짝하고 당길 때가 있어서, 일단 내비두는 걸로.

Posted by 에크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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