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이후 거의 들어오지 않았던 블로그인데. 오랜만에 들어와보네.
그간 많은 일들이 있었다.
온갖 인간관계에 푹 담궈져 있다가 나왔고. 정신 없이 바쁘고 잠을 쪼개가며 책도 써 보고.
주변에서는 천박하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싶지만 돈과 경제기사에 지대한 관심을 갖게 됐다.
작게 나마 스터디 모임도 하고 있고.
발전이라면 발전이고. 피곤함이 늘었다면 늘었고.
학교를 옮기고 나서, 그간 내 일상을 지배하다시피하던 학교 이슈에서 많이 벗어나기도 했다.
전처럼 수업준비를 위해, 때로는 잠을 이루지 못해 새벽까지 깨어있는 일이 좀 줄었다.
선배 선생님들이 학교를 이끌어가는 모습을 몇 발짝 떨어져 관망하면서 이렇게 평온할 수도 있구나..
저런 식으로 진행되는 거구나.. 하고 있달까.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일상은 부드럽고 잔잔하다. 두루두루 서로 마음다치지 않도록 노력하는 이런 아이들은 처음 만나보았다. 속 썩이는 사건이 아예 없던 건 아니었지만, 충분히 납득 가능한 감정들이어서. 사는 건 원래 재미 없고 내적 동기를 찾기 힘든 일이니까, 그럴 땐 아이들도 때때로 내가 느끼는 것과 비슷하려니 한다.
살아있는 것들은 모두 원하는 것과 반하는 거대한 강요의 흐름에 이리저리 치이며 사는 것이려니..
무기력하고 짜증내는 자아를 어떻게든 부둥부둥 일으켜서, 희미하게나마 즐겁게 느껴지는 실마리를 찾아 그에 의지하며 살아가는 삶을, 그 아이들도 조금씩 터득하게 되겠지. 사는 일은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다.
내가 준비하는 일련의 수업들이나 활동들이 그 과정을 좀 수월하게 해 주었으면 좋았으련만.
올해는 조금 뻔뻔하다 느낄 정도로 힘을 많이 빼고 지내서. 그렇다고 아예 손을 놓은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튼. 이제 2020학년도도 마무리를 앞두고 있으니까.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이고 싶다는 집착도 많이 버렸다. 나는 어중간한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해 가고 있다.
아주 좋은 교사도 아니고, 아주 악랄한 교사도 아니고.
좋은 친구도 아니고, 나쁜 친구라기엔 어중간하지.
아무튼. 그렇다. 모두와 적당히 거리를 두고 지내면- 나는 적당히 괜찮은 사람이다. 적당히 나쁜 사람이고.
기존에 만난 이들에 대해서도 비슷한 입장을 지니려고 노력은 한다.
그들도..적당히 나쁘고 적당히 괜찮은 사람들이었다. 그저, 되는대로 살고 사는 대로 생각하는 이들이 좀 있었을 뿐.
그 양반들도 사는 게 그냥 힘들었을 것이다. 힘든 삶이니까...그러니까 뒤틀리는 거다.
뒷담은 까겠지만. 더 만날 일 없는 이상은 안쓰럽게 여기고 있다.
다들 고생한다. 잘 견디어가기를. 그래도 종종 웃기를. 괜찮은 기억 한두 개 정도씩은 나누고 가기를.
아이들에게도, 나에게도, 그들에게도. 진심으로 그렇게 바란다.
아예 아무것도 기억하지 않아도 좋고.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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