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영화관에 올라왔길래 막 보고왔다.
여성감독 작품이고, 사실상 세계 곳곳의 영화제에서 굉장히 많은 상들을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기생충보다 덜 주목받는 작품이라고들 해서, 전부터 벼르다가 다녀왔는데.
정작 영화 자체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보기 시작했지만. 마음에 들었다.
시대적 배경이 90년대 초반. 가부장적인 서민집안. 대치동에 살면서. 공부 잘하는 오빠를 둔. 공부도 못하고 다른 뛰어날 것도 없는 중딩 여자아이가 주인공. 여기저기 천덕꾸러기처럼 치이며 애정에 굶주리던 여자 아이가. 먼지더께에 파묻히는 듯 갑갑한 나날들 속에서 사이사이 만나는 이런저런 인연들에 대해 그렸다.
여자 아이들. 여자 어른들. 등장인물들 중 여자들 비중이 좀 높다.
아이 마음이나. 관계들 사이에서 흐르는 세밀한 감정선들이. 어떻게보면 되게 미묘하고 캐치하기엔 참 가느다란 느낌인데 그게 신기하게 다 이해가 되는 기분이 든달까..
40 초반쯤 되는 사람들이라면 정말정말 자기얘기처럼 공감하겠는데.. 굳이 40대가 아니더라도 한국 사는 여자들이라면 주인공의 마음이 많이 와닿을 것 같음.
보면서 알고 지내는 꼬맹이들 생각이 참 많이 났고. 괜찮은 도자기 찻잔을 사서 추운 겨울날 향이 좋은 차를 따라주고 싶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생은 기본적으로 고통이라는 말에 굉장히 공감하는데..그래서 감히..내가 아는 꼬맹이들에게 잠깐이나마 위로가 될만한 따뜻한 기억, 소중하게 여겨진 추억을 함께할 수 있다면 나 역시 기쁠 것 같고. 그러고 몇 년 뒤에 다 까먹히고 따뜻함만 남았으면.
감독 인터뷰!
https://extmovie.com/article/49628691
https://youtu.be/KsLjAFijb6o 압구정 시네마톡 20190907
'영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열의 음악앨범. 2019. (0) | 2019.09.08 |
---|---|
닥터 샌더스의 위대한 진단. 넷플릭스. 2019. (0) | 2019.09.08 |
보헤미안 랩소디. 2018. (0) | 2018.11.10 |
호밀밭의 반항아. 2018. (0) | 2018.10.28 |
세종.라흐마니노프.201810 (0) | 2018.10.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