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에서 박경리 문학관에 들른 후에. 대하소설을 제대로 읽어보고 싶어져서 최근 김약국의 딸들부터 해서 토지도 빌려다 읽고 있다. 술술 읽힌다. 다만 평소에 딴데 한눈팔 때가 잦아서 맘 먹고 책을 펼쳐드는 것 자체가 어려워 문제임. 일단 펴면 재밌는딩.

여러 사람의 삶의 양상을 보여주는 방식이다보니 한두 주인공에 집중되어 서술되는 소설들과는 또 느낌이 좀 다르다.
시대상이 좀 더 눈에 잘 들어오고. 이런저런 인간군상의 다양성도 눈에 띄고. 온갖 일이 일어남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이어져오는 생의 고리들이 대단하다 싶고. 삶 자체가 참 고생스럽고 지루하고 버거운 것인데 참아내며 새끼를 길러내 온 옛 사람들을 생각하면 조상과 자식이 다 뭐고 그렇게들 되뇌던 인간의 도리란게 뭔가..바보같구나 싶어 혀를 차고 싶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특히 옛 시대의 여자들의 삶이란 것이. 왜들 그렇게 매여 살아야 했을꼬 싶고 신분고하 막론하고 노예와 다를 것 없다 싶기도 하고. 갑갑해져오는 구석이 있다.
 그 와중에 벌어지는 찰나의 사랑이나 야망이나 그런 것들이 그 진저리나는 구덩이 속에서 화르륵 불타올랐다 스러지는 걸 보면 또 눈길이 끌리고. 그렇다. 
토지같은 경우는 일제강점기가 막 시작되려는 찰나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라. 인물들이 그 시대적 파도에 이리저리 휩쓸리며 버티다가. 느슨한 신분적 경계를 타고 들떠서 뒤엎기를 시도하다가. 이래저래 스러지고. 뭐 그런 양상들이 또 그럴싸하다.
중독성이 있는 이야기들이어서. 21권까지 쭉 잘 볼 수 있길. 지금 3권 읽고 있다.
Posted by 에크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