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우 감독 영화였네.

부모님 생신 맞아 함께 보러갔다왔음. 

영화 상영 내내 지루하고 불편해서 -_-^ 이런 표정이었던 듯.

이런 류의 중년남 판타지 너무 많음. 개떡같은 삶의 한 조각 빛이 되어주는 구원같은 여자. 몇 번이고 나락에 떨어지지만 항상 새로운 기회를 주는 아름답고 고결한 나의 여인..난 항상 열심히 살고 있지만 삶은 가혹하고 개떡같이 그지 없지.

하지만 내 삶엔 좋은 것 몇 가지만 있으면 행복할 수 있어! 너만 있으면 돼! 웩.

해피엔딩, 은교, 침묵 맹글었던 아재 감독인 거 알았으면 안 보러 갔을 거임...

Clumsy한 남자애 언제까지 도닥여줘야 하는데. 실상 그런 개차반 남자들 넘쳐나는데 착하고 성실하고 잘 생겼다고 포장해 둔 것도 웃기고. 어떻게든 현실은 외면하고서 주인공 둘을 맺어주고 끝난 것도 웃기고. 90년대~2000년대로 포장해서 과거엔 그런 순수한 감성이 살아 있었지, 하고 딱한 나이팅게일 증후군을 추억 필터로 한 꺼풀 감싼 것도 웃기고...

차라리 주인공이 소년원 댕겨온 입 거친 날라리 여자애고, 남주가 빵집의 착실하고 조신한 남자애라는 성별반전영화였더라면 여전히 구리지만 조금은 더 참신한 유니콘 판타지라며 즐겁게 봤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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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use M.D.를 재밌게 본 사람들이라면 분명 이 시리즈도 좋아할 듯. 이제 시즌 1이 나왔다.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것은 어떤 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하기 위해 가장 처음 밟아야 할 스텝이다. 닥터 샌더스가 만난 사람들은 수년에 걸쳐 그들을 괴롭히는 병이 무엇때문에 시작되었는지, 어떻게 치료해야할지 알아내기 위해 여러 의사들을 찾아 헤매었지만 진단 자체부터 내릴 수 없었던 사람들이었다. 닥터 샌더스가 이끄는 진단의료팀은 이들을 수년 간에 걸쳐 도왔으며, 샌더스는 이 과정을 '진단'이라는 제목의 칼럼으로 뉴욕 타임즈에 꾸준히 기재해왔다. 이 사례들은 House M.D. 시리즈의 다양한 에피소드로 차용되기도 했다. 그의 말대로, 의사가 진단을 내리는 과정은 정말이지 셜록 홈즈를 방불케하는 추리전과 다를 게 없다.

이번에 샌더스는 넷플릭스의 도움으로 그간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데, 인터넷을 활용하여 진단의 데이터베이스를 늘려보고자 한 것이 그것. 전 세계의 다양한 사람들에게 환자의 병에 대한 지식을 공유하고, 무슨 병인지 진단에 대한 회신을 받아서 하나하나 소거해 가며 정확한 진단을 찾아나가는 것이다.

회당 한 명씩, 다양한 증상의 환자들이 등장하고, 오랫동안 고통받아 온 환자들의 일상을 바라보면서 응원하는 마음 반, 추리에 솔깃해지는 마음 반으로 지켜보게 된다.

보다보면 미국과, 다른 나라의 의료시스템을 비교해 보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미국 의료시스템이 타국에 비해 비싼데다 비효율적이라 진단을 더 어렵게 하고 치료의 적기를 놓치게 만드는 것도 있는 듯. 환자들이 거진 경제적으로 파산 지경이고.. 딱해서 눈물이 나기도. 특히 어린아이들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면 더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어려운 환자들에게 전세계 의료인들이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모습을 보다보면 인류애가 조금 상승하는 느낌임. 희귀질병을 앓는 사람들과 그 가족들이 함께 연대하는 것을 보는 것도 좋고. 때로는 오랜세월 외곬수로 연구하던 연구자와 희귀질환자를 매칭하게 되어서 신약개발의 가능성을 열어주기도 하는데, 서로들 감격하며 희망차 하는 모습 보면 힐링됨...

프로그램 취지가 꽤 좋고, 그만큼 잘 기능하고 있는 것 같아서 이 시리즈가 꾸준히 나와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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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새. 2019.

영상 2019. 9. 7. 21:21

동네 영화관에 올라왔길래 막 보고왔다.

여성감독 작품이고, 사실상 세계 곳곳의 영화제에서 굉장히 많은 상들을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기생충보다 덜 주목받는 작품이라고들 해서, 전부터 벼르다가 다녀왔는데.

정작 영화 자체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보기 시작했지만. 마음에 들었다.

 

시대적 배경이 90년대 초반. 가부장적인 서민집안. 대치동에 살면서. 공부 잘하는 오빠를 둔. 공부도 못하고 다른 뛰어날 것도 없는 중딩 여자아이가 주인공. 여기저기 천덕꾸러기처럼 치이며 애정에 굶주리던 여자 아이가. 먼지더께에 파묻히는 듯 갑갑한 나날들 속에서 사이사이 만나는 이런저런 인연들에 대해 그렸다. 

여자 아이들. 여자 어른들. 등장인물들 중 여자들 비중이 좀 높다.

아이 마음이나. 관계들 사이에서 흐르는 세밀한 감정선들이. 어떻게보면 되게 미묘하고 캐치하기엔 참 가느다란 느낌인데 그게 신기하게 다 이해가 되는 기분이 든달까..

40 초반쯤 되는 사람들이라면 정말정말 자기얘기처럼 공감하겠는데.. 굳이 40대가 아니더라도 한국 사는 여자들이라면 주인공의 마음이 많이 와닿을 것 같음.

 

보면서 알고 지내는 꼬맹이들 생각이 참 많이 났고. 괜찮은 도자기 찻잔을 사서 추운 겨울날 향이 좋은 차를 따라주고 싶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생은 기본적으로 고통이라는 말에 굉장히 공감하는데..그래서 감히..내가 아는 꼬맹이들에게 잠깐이나마 위로가 될만한 따뜻한 기억, 소중하게 여겨진 추억을 함께할 수 있다면 나 역시 기쁠 것 같고. 그러고 몇 년 뒤에 다 까먹히고 따뜻함만 남았으면.

 

감독 인터뷰!

https://extmovie.com/article/49628691

 

익스트림무비 - '벌새' 김보라 감독 인터뷰

데뷔작을 가지고 세계 예술 영화계를 깜짝 놀라게 하고 있는 <벌새>의 김보라 감독을 개봉 전에 만났다. 이 영화는 베를린영화제, 트라이베카영화제, 시애틀영화제, 그리고 부산영화제 등지에서 25개의 상을 들어올렸다. 그러나 그러한 영예를 추켜세울 필요도 없이 영화는 이미 한 시대를 풍미할 작품임이 감지된다. 소녀의 개인적 체험이 사회적 공기와 만나서 일으키는 파고가 어디까지일지 궁금할 것이다. 영화의 시대 배경이 되는 1994년은 88서울올림픽을 지나며 선

extmovie.com

https://youtu.be/KsLjAFijb6o  압구정 시네마톡 2019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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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뽕이 차오르는 영화.
라미 말렉에 대한 칭송은 전부터 마이너하지만 열정적인 팬덤글을 간혹  봐왔던지라. 퍼시픽이니 밴드오브브라더스니. 톰 행크스가 연기 넘 잘하길래 점찍어서 영화 같이 찍었다느니. 박물관이 살아있다에서 이집트왕으로 나왔는데 연기가 어쩌구저쩌구..
암튼 알게 모르게 팬덤에 설득당해서 대충 연기 잘 하는 사람이겠거니 하고 봤는데. 과연 잘하더라. 치아보형물이 좀 신경쓰이긴 했고. 왜소한 몸매가 좀 괴리감 느껴지긴 했지만. 노래모창 괜찮았고 후반부, 특히 라이브에이드 부분으로 갈수록 진짜 프레디 머큐리같더라. 글타고 내가 프레디 머큐리에 대해 잘 알던 건 아니었지만 정말 배역에 확실히 녹아든 느낌이었음...근데 젤 먼저 찍은 장면이 라이브 에이드래서 띠용.ㅎㅎㅎㅎ

드럼비트랑 기타솔로. 신들린 보컬. 아 진짜 매력적이었고. 좋았네. 락콘 가고 싶어지는 영화였고..그런 점에서 좀 아쉽기도 했음. 음악에 좀 더 푹 녹아들고 싶은 순간이 있었는데 관객석으로의 화면전환이 너무 잦아서 좀 몰입이 깨지는 순간이 많았음. 좀 더 잘 찍을 수 있었다는 얘기에 공감하는 게. 공연장면을 좀 더 보여주든가. 아니면 프레디머큐리의 방황에 대해 좀 더 깊이있게 보여줬어도. 선택과 집중이 잘 안 된 느낌. 어중간한 느낌임. 그래도 좋았다만.

프레디 머큐리 역으로 사샤 바론코헨이 꼽히기도 했다는데. 얼핏 보면 그가 외모면에선 훨씬 실물에 가까워보임. 더 단단하고 머슬있는. 다만 프레디의 방황 부분을 좀 더 19금으로 심도있게 다루자는 그의 의견에 퀸의 메이옹이랑 로저 옹 등이 반대했다는 듯. 퀸 멤버들은 프레디의 사생활을 파기보다 뮤지션으로서의 그의 모습을 더 다루고 싶으셨다나봄.

캐스팅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실제 밴드 멤버랑 싱크로율이 장난 아님. 영화 보고서 팬들이 올린 사진 보는데 와. 기타 브라이언 메이옹 역의 귈럼은 완전 판박이. 드럼 역 배우 벤 하딩?도 꽤 비슷. 캐스팅 담당 상줘야됨.

퀸의 tmi를 이래저래 찾아보고 있는데 이 밴드 진짜 매력적인 듯. 싸우는데도 먼가 꽁냥꽁냥하고 별로 안 험하고 귀엽기까지 한 느낌임. 차랑 사랑에 빠지는 곡 안 넣어준다고 로저 옹 삐져서 장롱 시위 했다는 거나. 로저 옹이 승질 드러워서 드럼 종종 집어던졌다는 거나. 던진 거 우연히 무대 뒤  프레디가 맞아서 실려갈 뻔 했다는 거나.
프레디 옷에 대해 한 마디씩 했어도 입는 거 자체에 대해서는 뭐라 안했다는 멤버들 얘기나. 한 술 더 떠서 프레디가 직접 디쟌한 쫄쫄이옷들 같이 입자고 했는데 다들 학을 떼고 자기들은 얌전한 옷 입었지만 프레디가 입는 거에 대해선 뭐라 안하고 넘어간 거나. 프레디는 누구에게나 달링이라 불렀고.
그밖에 메이옹이 천문학 박사에 대학총장님까지 하셨단 거나.
디콘 옹이 전자공학 전공이라 기자재 직접 고치고 할 때 멤버들 와서 구경했다는 거나. 디콘옹이 특수녹음 구현해서 오페라 스타일 가능했다는 거나. 긍겡 임페리얼 칼리지 이과수재들 틈에 낀 유일한 예과인간 프레디니..등등등.
뭐 밴드간의 불화나 프레디의 방황은 나름 심각했을 수도 있겠지만. 이제껏 락밴 덕질하면서 본 게 만만찮다보니..신생아 강간이나 살인죄 복역이나 칼부림. 헤로인 중독으로 사망한 경우. 자살 등등. 별의 별 경우가 락씬엔 워낙 많아서. 이 정도면 진짜 훈훈한 밴드고 서로 가족이라 할 만 하네 싶은 것.

자주 들어왔던 7080노래들 중 퀸의 히트곡이 생각보다 많은 데 놀랐고. 은근 취향에 맞는 곡들이 많아서 신났고. 락공연 가서 미친듯이 슬램하면서 떼창하고 싶어지고 기타를 배우고 싶어졌음. 당장 가까운 데서 싱얼롱관 했음 가사 외워서 갔을텐데.ㅎㅎㅎ

오늘 두 번째로 보고 왔지만 첫 번째보다 만족스러웠음. 아...좋다. 자기 전에 아직 못 본 퀸 tmi 더 찾아봐야게씀. 이히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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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다 싹 날라감. 우씨.
니콜라스홀트 연기 나쁘지 않았음.
교수님역으로 케빈베이컨 나와서 기분 좀 잡침.
전쟁이란 게 사람을 정말 망가뜨리는 거 같음.
상처받은 내면을 치료하려고 명상을 찾기 시작한 작가가 번뇌를 제하려고 조용한 오두막을 찾은 것까지는 어느정도 평이한 일임. 근데 차기작에 대한 압박과 사람들에 대한 신뢰상실과 사생팬들 때문에 점점 더 스스로 고립하고 은둔하는게 독특한 이력이라 할 수 있겠음. 어찌보면 딱하다 할 수도 있겠으나 어찌보면 온전한 자급자족과 글쓰기로 내면의 평화를 얻는. 완벽하게 행복한 삶이었다고 볼 수도 있겠다 싶어 마음이 묘했음. 가족을 만든 건 좀 아니다 싶음. 그런 사람은 혼자 살아야 함. 아내와 아이를 빨리 놓아주었어야했음.

어린시절부터 하고 싶은 일을 부정당하고. 고상한 어퍼클라스도. 하렘의 일원도 아닌 하프 유대인. 돼지고기도축업을 하는 유대인의 아들. 이 온갖 아이러니 속에서 화만 키워가던 반항아가. 내면의 평화를 찾기까지. 그 중심에는 화를 토해내기 위한 글쓰기가 있었고. 그것을 타인과 공유할 수 있는 형태로 다듬게 도운 조력자가 있었고. 전쟁의 포화는  모든 것을 다시 이지러뜨려놓았으나 또한 그가 명상을 통해 묵혀둔 내면을 온통 토해내고 다스리는 글쓰기를 할 수 있게하는 계기가 되었고. 종내는 종교적인 글쓰기로 그를 이끌어 내면의 평화를 찾게 만들었음.
호밀밭의 파수꾼 함 읽어봐야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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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이와 간만에 클래식공연.

서울유스필하모니와 일리야 뭐시기라는 피아니스트였음. 성이 기억이 안나..
김대진 피아니스트가 성성한 백발로 등장, 지휘를 했다.
현을 위한 보칼리제.
피아노협주곡 2번.
교향곡 2번.
해서 5시부터 두어 시간쯤 진행.

어릴 때 엄마는 카세트테잎으로 클래식 음악을 종종 들려주곤 했는데. 모차르트나 베토벤. 쇼팽. 리스트. 그밖에도 리처드 클레이더만이나 발레곡들도 있었다. 아무래도 언니가 꼬꼬마시절 피아노를 곧잘 쳐서 콩쿨에도 나가 상을 받아오곤 했기 때문에 관심을 더 가져주신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없는 형편이라도 꾸준히 공연이나 영화도 보여주고 음악도 들려주시고 하셨던 게 지금와선 감사할따름.
세상의 이런저런 것들을 더 알고 즐기려면, 겉핥기라도 한 계기가 있어야지. 개떡같은 삶을 견디는 힘은 뭔가에 애착을 느끼고 즐기는 데서 나온다고 생각하는 요즘으로선..
암튼. 어린시절부터 들은 곡들 중에. 차이코프스키가 내 클래식 최애. 그의 비극적인 삶도 울림이 있긴 하지만 확 와 박히는 매력적인 멜로디라인과 애절하다가 폭발하고 질주하는 감정의 고저가 좋음.
라흐마니노프를 처음 듣게 됐을 때. 차이코프스키와 비슷한 이유로 좋아하게 됐던 것 같음.
오늘 연주는 2층에서 들었고. 조금 거리감이 느껴지는 것마저도 울림이 섬세한 느낌이네. 싶어서 좋았음. 늘어진다고 생각해서 자주 듣지는 않았던 보칼리제도 아름답고 한결 더 애절하게 들리고. 악기 하나하나의 음색이 잘 구분되는 듯 해서 좋았고.
협주곡이야 뭐 언제나 그랬듯 좋았고.
교향곡은 잘 안 듣는 레퍼토리라서 조금 생소했지만. 뭔가 크리스마스 삘나고 3악장은 특히 화사한 느낌이 좋았네. 3악장만큼은 다른 매체에서 종종 들었는지 안 생소하더라. 알고보니 포레스텔라 곡 중에 멜로디를 차용한 곡이 있었다는 듯.

곡들을 들으면서 온갖 생각들이 끊이지 않아서 좀 괴로웠는데. 당장 해내는 것들이 가치가 없는가. 가치는 무엇으로 정하는가. 나 노동의 값을 너무 폄하하는 것은 아닌가. 염증과 수명과.. 따위랑 관련된 것들이어서. 복작복작. 답도 없을 것들을 소모적으로 생각해대는 머리를 좀 멈추고 집중했더라먼 더 좋았을텐데. 암튼 곡들 자체는 좋았고.
2000년대 초 락음악 듣기가 몇 회기째 슬슬 물리는 시점이라 라흐마니노프나 차이코프스키 교향곡들을 다시 파봐야겠다고 생각.
여튼. 간만에 100여 명 가까운 연주자들이 교향곡 스탠스에 맞춰 정렬해 앉은 모습을 보니 멋있더라. 제1 제2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 플룻. 호른. 트럼펫. 클라리넷. 퍼쿠션들. 연주하는 흐름들이 쉭쉭 여기조기로 옮겨가고. 옮겨오고 하며 활들이 파도처럼 너울너울 움직이고. 그런 걸 보니 좋더라.

공연 끝나고 디타워의 루나틱 가서 스테이크랑 봉골레파스타 먹음. 크림브륄레 첨 먹어봄. 나는 부산식 분식 정도가 소울푸드인 싸구려 입맛이고. 고기류는 소화가 더뎌서 그닥 선호하지 않지만. 디저트류에 든 설탕도 속을 부글거리게 하는지라 의식적으로 피하려 하지만. 맛은 다들 훌륭했고. 맛이 좋으면 일단 행복하니까. 감사히 얻어먹었음.

돌아와서 비비씨 보디가드 함께 정주행 완료.
알찬 하루여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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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대단한 화제길래 눈여겨보고 있다가 어무이랑 보러댕겨옴.
초반부에 대한 느낌은.
과시용 장면들로 넘쳐나는구나.
한드 막장물이랑 비슷하네. 였음.

한드에 흔히 나오는 재벌집 얘기들과 크게 다르지 않단 느낌. 근데 규모가 어마어마하긴 함. 사업체 한두 개 갖고 있는 한드 재벌집은 그냥 일개 졸부도 아님. 걍 평범한 거임.
여긴 국제적으로 노는 부동산 갑부들이 등장함. 한드 규모에 억배는 한 것 같음.

똑똑허고 이쁘고 희망찬 여주가 한드에서는 흔히 당당하게 나가다가 온갖 치졸한 남친집 시모의 계략에 치를 떨고 온갖 폭력적인 일에 시달리지만. 여기선 나름 남친집이 19세기부터 부자인 뼈대있는 집안이라서인가. 아님 한드같은 사악하고 치졸한 괴롬힘에 대한 상상력을 발휘하는 일이 작가들에겐 어나더 레벨의 하이라서인가. 그냥 너 따위가...정도의 눈부림이나 여주 뒷조사를 하는 데서 그침. 이마저도 상당한 무례로 여겨지는 게 신선할 지경.

남친이 대단한 인성의 유니콘으로 등장하고. 시종일관 꾸준한 평면적인 성격임. 판타지에 판타지를 더한 궁극의 신데렐라 스토리임.

중국의 전통적인 가족상. 요리. 노래. (마작..)등등을 버무리려고 많은 노력을 한 게 눈에 띄었음. 현대적인 팝을 중국어로 부르는 가수들은 좀 생소한데 신선했고. 결혼식 노래 부른 가수는 참 노래 잘한다고 간만에 느낌.

7프로 정도에 머무는 미국내 아시안 비율이나. 아시안 배우들의 드라마나 영화 속 입지 등을 생각하면. 이 영화 상당히 벼른 느낌임. 실제로 그렇기도 하고. 그간 인지도 있던 많은 아시안계 배우들이 주연이나 까메오로 등장했고. 분명 엄청 벼른 중국계나 동북 아시안계 갑부들이 투자도 많이 했을 것 같음. 아시아권 기업 등에 대한 이미지개선으로 인한 효과도 기대해볼만한 장기적인 투자전략일테니.
그간의 아시안 스테레오 타입들을 적당히 힙하게 이용하거나 뒤집으려 노력한 장면들이 좀 노골적이다 싶을 정도로 눈에 띰. 수학이나 경제에 밝고. 미국의 이민 1세대들은 온갖 고난 속에서도 상당히 끈기있고 성실하고 가족적인 태도로 2세대를 키워냈으며. 그렇게 헌신적인 부모 덕에 성공한 2세대들이 많다는 것. 반면 아시안들도 미친듯한 향락을 즐길 줄 알며. 아시안 남자들의 떡대도 꽤 볼만하며..같은 어필들. 개중 가장 노골적인 것이. 미국내에선 소수일지 몰라도 세계적으로 중국자본이 갖는 입지는 무시못할 수준이고. 우린 이렇게 미친듯이 잘나간다는 과시. 돈을 이렇게까지 처발처발할 수 있다니. 싶을 정도로 화면에 칠한 돈이 덕지덕지 보임.
평이한 신데렐라스토리일 수 있는 영화가 어마어마하게 흥행할 수 있던 이유는. 그런 뽕 덕분인 듯. 낯부끄러울 정도로 노골적이지만 이런 영화가 나오기를 목말라한 사람들이 미국엔 많고. 뽕에 충분히 절여져서 나갔겠지.
뭔가...요즘 와칸다뽀레버나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즈나 느낌이 비슷함. 전자는 판타지라지만 후자는 그래도 실체가 명확하다는 데서 더 뽕이 충실하게 찰 듯.
암튼.
로맨스의 탈을 쓴. 다시는 우리를 무시하지 마라. 이런 포효 같은 영화였음.

이혼하게 되는 남주 사촌누이 알리스테어였나??? 이름 기억이 안남. 암튼 참 인상적이었는데. 역시 경제력이 있으니 당당해지기 쉽구나. 싶기도 하고. 항상 여자보다 서열이 높아야한다는 강박과 자신보다 나은 부인내지 여친에 대한 자격지심을 가진 남자들에 대한 비꼬기가 느껴져서 유쾌. 굳이 상대의 그런 자격지심에 맞춰 스스로를 후려칠 이유가 없다는 얘기도 좋았고.  해슘주 까메오랑 막판에 썸타는 것도 유쾌. 돈 보고 접근한 거래도 뭐 어때.

신흥부자들 느낌의 미친 화면이 지루했는데. 어느샌가 금세 익숙해져서 흥청망청 즐겁게 봤음. 로맨스의 완성은. 뭐 큰 의미 두지 않고 봤지만. 여주의 고난이 그런대로 인간적인 수준에서 마무리돼서 짜증 안나고 훈훈하고 좋았음. 콘스탄스 우 연기 잘하더라.


어디서 보니 이 영화가 동북아시아쪽 아시안계만 조명하고 남부아시아나 서남계-인도계나 아랍계 아시안들은 소외시켰다는 평도 해외에선 있다는 것 같은데. 글고보니 것도 그럼. 근데 또 서양인들 기준으로 아시아로 묶어둔 범위가 너무 크지 않냐고. 애당초 인종이 다르지 않냐고. 인종구분을 다각화할 필요 있는 거 아니냐고 답한 댓도 봄. 그니까. 아시안. 이란 기준이 서양에서 온 것이다보니. 그런 시각도 있을 수 있겠구나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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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백.2018.

영상 2018. 10. 13. 16:38
작년 꼬맹이생각이 많이 났다. 요즘 수업 끝나고 방과후교실 가기 번에 교실에 한 번씩 와서 색종이 달라고 그러는데. 얘가 단순히 색종이 갖고 싶어서 날 떠보는건지. 아님 걍 뭔가 온기가 그리워서 그런건지. 난 잘 모르겠음.

작년의 나는 애를 안쓰러워만 하고 제대로 애가 보이는 이상행동들을 얼른 제대로 잡아주지 못해서 스스로 너무 자괴감 들고 힘들었음. 무능의 증거인 것 같아서. 남한테 토로도 못하고 끙끙 앓았더랬음. 뭘 어떻게 해야 애에게 좋을지도 잘 모르겠더랬음. 따뜻하게 대해줘야하는지. 어차피 부족한 애정 어설프게 줘서 애 더 망치지 말고 규율을 익히게 세게 나가야하나. 막막했고. 이런저런 것들을 시도해 보았지만 개선되는지 어떤지도 모르겠었고. 이리저리 헤매다가 걍 다 말아먹은 기분이었다. 올해 말 들어서는 도벽증세가 사라졌다고 하긴 하더라만. 다행이었지만. 왠지 내 무능의 반증 같아서 맘 한켠이 쓰리더라. 그런 애가 종종 반을 찾아오니까 또 착잡한거지.
얘 맘 속의 결핍은 조금이라도 채워져 가고 있는건가. 아니면 결핍된 상태로 좌절되어 얼어 둔해져가고 있는건가. 코딱지만한 충족과 마비 중에 어떤 게 더 나을까.

그간 다른 이들의 방식에 대해 거부감을 강하게 느꼈다. 너무 강압적인 것 아닌가. 애한테 좀 더 부드럽게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냥 애 키워본 경험도 없고 앞으로의 책임이 막막해서 애 키울 생각도 없는 내가. 현실에서 매일 애랑 경제적인 괴로움과 여유없음에 부대끼지 않으니 어쭙잖게 시혜적인 생각이나 갖고 부모나 다른 양육자, 교사들과 그들의 방식을 평가하는지도.
비혼인의 여유와 무경험에서 나온 오만인거지. 마냥 부드럽다고 좋은 것도 아닐 것인데. 알면서도.

아이를 기르는 일은 쉽지 않다. 그리고 사람은 약해서. 어른이라고 애들보다 엄청 더 강하겠는가. 사는 게 시궁창이면. 비틀리기 쉽고. 스트레스를 갈무리하기 어려워지고. 살아가는대로 정당화하고. 그러기 쉬운 게 인간이고. 그게 참 비극적임. 어쨌든 관심과 책임을 끊임없이 요구하는 것이 아이들이니까 양육자 입장에선 희생할 것들이 생기는 게 불가피함. 쉽지 않은 일임.  글고 아이들이 사랑을 쏟아붓는다고 양육자가 원하는대로 크는 것도 아님. 온갖 이유를 찾아 빗나가기 쉬운 것도 애들임. 내가 그래봐서 암. 비극이지.
한 술 더 떠서. 2050년에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엄청 재앙적인 기상상황이 된다고 하더라. 이미 북극곰과 산호초는 멸종 직전임. 다큐에 보니까 산호초 멸종하면 해양생태계 끝장에 가깝다고들. 버뮤다 삼각지대나 북극 빙하 아래에 묻혀있는 메탄가스 매장량이 어마어마 하다는데. 그게 녹아나오면 온실효과는 더 심해지고 항공사고가 상당히 증가할 거라고도. 세계평균기온이 5도만 더 올라가도 인류는 멸종각임. 당장 온 인류가 쇠고기 끊고 채식해야 온난화가 더뎌질 판인데 안 그럴 거니까 온난화는 더 심해질 거라고. 중국발 초미세먼지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고. 일본발 방사능 오염은 아마 우리세대가 죽을 때까지 더 심해지면 심해지지 나아질 길 없을거고. 바다로 흘러갔다 해산물에 섞여드는 미세플라스틱도 해마다 점점 많아지겠지. 유사호르몬 섭취량도 해마다 늘어서 이미 남성들 정자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고. 시험관 아기 시도는 늘고 있고..등등.

미래에 대해 긍정적인 마인드를 유지해 나가고. 진취적인 용기가 없다면. 자신이 없다면 처음부터 아이를 만들지 않는 것이 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사람은 온기를 원하는지라 쉽지 않은 얘기다. 그리고 한 때 풍족한 삶이라도 이래저래 참 쉽게 양상이 변하니까. 어차피 생은 풍족한 이에게든 그렇지 않은 이에게든. 희망이 있는 이에게든. 비관적인 이에게든 고다. 누구에게나 살아있는 건 쉽지 않다. 그런 마당에 무슨 기준으로 누구에게 부모될 자격을 주고 말고 하겠나.

아이나 학교와 인연을 만들고 싶지 않았더랬다. 온갖 가불가의 규칙들과 모범이라는 테두리 안에 스스로를 옥죄는 삶이지. 고리타분하고. 아이들의 반항도 이해가 안 되는 게 아니다. 나도 욕 정도는 수시로 하고. 맘껏 염색도 하고. 적당히 일탈도 하며 살고 싶었던 때가 있었는데.
하지만 어찌되었건 이미 공교육 종사자로 애들이랑 수 없이 부대끼는 입장에선. 있는 애들 잘 기르는 일에 집중하는 것도 가치있는 일인 것 같음. 소소한 보람이 있고. 엄청 속썩힌 애들이라도 그애들 삶이 안쓰럽고  행복하길 바라게 된다. 내 멋모르던 어린 시절이라고 삶이 쉽지는 않았으니까. 아이들 삶도 꽤 치열하고 힘겨우니까. 걍 응원해주고 싶은 거지. 어쨌든 태어난 거라면. 있는 사람들끼리는 충돌을 줄이고 서로 배려하고 염려하며 행복하게 잘 부대끼며 살길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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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크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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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씨 119.2018

영상 2018. 10. 11. 23:43
마이클무어의 다큐신작.
트럼프 정권에 대한 우려와 그에 맞서는 풀뿌리운동들을 조명한 다큐임.
트럼프가 당선되리라 믿지 못했던 때. 힐러리 당선이 당연하다고 믿었던 때가 있었는데. 어쩌다 이리 됐나. 부터 시작해서.
미국 미디어와 트럼프가 어떤 식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사게 되었는지. 정확히는 부끄러움 없이 혐오를 내뱉을 수 있게 만듦으로써 이슈를 확산하고, 어떻게 그게 도저히 있을 수 없다 여겼던 비정상적인 행위들을 주류로 끌어오게 됐는지. 그리고 그에 대해 민주당 주류가 얼마나 안이하게 대처하여 패배했는지. 다루고.
기부금의 영향을 크게 받는 미국 당파 특성상 민주당의 주류가 좌파적 가치 대신 중도적이고 안이한 인물을 경선에서 내세울 수밖에 없는 현실, 그 때문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선거에 대한 염증을 느끼고 떨어져 나가는지. 그게 트럼프같은 극우당선에 얼마나 도움을 주게 되는지도 조명.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은 버니샌더스라는, 다수의 민중이 지지한 특출난 인물이 있었음에도 경선결과를 조직하기까지 하면서 중도인 힐러리를 내세웠고 그마저도 민주당 텃밭으로 여겨지는 지역엔 등신대나 보내는 만행을 저질러서 표를 깎아먹음. 애초에 거기 투표시스템도 희한하기 짝이 없어서. 제대로 민의가 반영되려면 1인 1표 하자고 해야겠으나 참 쉽지 않겠다 싶었음. 혐오를 배설하는 쾌감이 참 사람들을 쉽게 베린다 싶고.

대선이후, 그렇게 당선된 트럼프 정권이 인종차별과 가난혐오를 얼마나 당당하게 표방하고 피해를 입히고 있는지 미주리주 플린트시(미굳내 가장 가난한 시이자 흑인밀집시)의 사례를 들어 조명함. 멀쩡한 식수원에 쓸데없는 새 식수관을 건설하도록 허가하고, 공사완료때까지 납성분 그득한 폐수로 식수원를 바꾸게 하는 결정을 내린 결과 플린트시 사람들은 죄다 영구적인 손상을 입거나 죽었음. 그런데 트럼프는 되레 이를 칭찬하고 지지함. 사람들이 버젓이 사는 시내에 군사훈련도 하게 만듦. 가장 가난한 소수자들의 도시에 대한 이런 간보기를 통해 얼마든지 다른 지역도 좌우하려 할 수 있을거라고 마이클 무어는 우려함. 민주당 출신 대통령 오바마도 트럼프의 행동과 전혀 다르지 않은 만행을 저지르고 갔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나도 적잖이 충격먹었더랬음. (납 좀 먹어도 돼요. 나도 어릴 때 먹었는디 멀쩡함. 수돗물 가져와바바.) 민주당이나 공화당이나..기부금 받는 정치인들이란..

마이클무어는 트럼프와 전미총기협회와의 긴밀한 관계도 다루는데. 로비 끝판왕인 단체인만큼 학교내 총기난사사건이 계속 터지는데도 제대로 된 대책이 세워지지 않고 있음. 총기전면금지도 아니고 허가를 강화하자는 것인데도.

다행히도. 끔찍하게만 보이는 이런 상황들에 대항하는 인물들도 등장함.
풀뿌리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신규 정치인들. 가난하고 열심히 일하는 일반 서민들을 대변하는, 실제로 서민이었던 사람들이 정계에 속속들이 등장하는 중임. 조금씩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고, 시민사회의 이런저런 골때리는 부당함을 이슈화하고 시위하는 이들과도 연계해 인지도를 얻어가는 중임.
총기규제에 목소리를 높이는 학생들. 실제 총기난사사건을 겪고 나서 캠페인 활동에 뛰어든 10대들 얘기도 나옴. 피해 당사자들인만큼 무시할 수 없는 진정성을 갖고 세를 확장해가고 있고. 정계를 차차 압박해가고 있음.

트럼프가 연임을 표방하고. 더 나아가서는 독재까지 노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며, 경각심을 가지고 지켜보면서 이미 행동하는 이들과 함께하자는. 그런 류의 메시지를 던지고 영화는 끝남.

미국도 참 쉽지 않구나 싶고. 정치가 돈과 얽히면서 얼마나 민의와 멀어지는가도 보니까 씁쓸하고. 저렇기 돈의 영항으로 굳어진 시스템을 수정하려면 결국 풀뿌리민주주의가 체념하고 망설이는 인간들에게도 대세로 여겨질만큼 가시화돼야하는데, 고생한다..싶은데..또 용케 우리는 그걸 해냈어? 싶고.

결국 민주주의에선 권력이 대한 꾸준한 감시, 행동과 연대를 통한 무시못할 세력을 만드는 것이 시민다수가 원하는 바를 이루는 가장 기본적이고 확실한 방법이라는 거.
어마어마한 뉴스와 정계sns릉 모으고 분석하고 이슈화하는 마이클 무어도 정말 대단하고 멋진 양반인 듯.

오늘 원어민한테 이 얘기 꺼냈더니. 무어는 중도적인 입장이 아닌 딱 한 편을 들어서 얘기하니 명쾌하고 재밌다고. 자기같은 2,30대 미국인들은 당파가 더이상 가치를 표방하지 못하고 로비때문에 비슷비슷한 데 염증을 느껴 당파적 관점을 별로 지지하지 않는다고. 그런 얘기하더라. 전미총기협회와 총기규제 건도. 생각보다 중도적인 입장이라 놀랐는데. 지역별로 자율적인 방어가 필요한 곳도 있으니까..하더라. 총을 없애자는 것도 아니고 규제를 강화하자는건디. 암튼 유색인종 미국인에 대한 편견 때문일까.  생각보다 덜 좌파스러워서 좀 실망함. 버니샌더스도 몰르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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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폴. 집보러 왔어요.
접고 구석진 환전소에서 일하는 인물 이야기.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와 외동아들과 함께 살아가는 그녀는 지금 집에서 이사하겠다며 계속 신문인가 잡지에 새로 난 집들을 보러 다닌다.
(일본만 해도 사람이 살고 있는 집에 이사들어올 이가 부동산 사람과 문을 끄르고 집을 구경하는 것이 비상식적인 일이라고 하던데. 그러면서 한국의 집 구경하기 시스템을 처음 알고 나선 엄청 놀랐다고 하더라만. 싱가폴은 한술 더 떠서 살고 있는 사람이 집에서 머물러 있어도 걍 막 들어가서 구경하는 모양인지. 한 번은 침대에서 자고 있는 거주자 옆에 누워서 진득하게 보고 있기에 꽤 놀랐음.)
 그녀는 집을 들를 때마다 거기 사는 사람들의 물건을 몰래 하나씩 가지고 돌아와 아무도 모르게 자기 방 벽장에 모아둔다. 슬쩍 가져온 장신구를 몸에 걸쳐보기도 하고. 자기의 추억인 듯 사진을 바라보기도 하고.
그녀의 집 근처에는 일제강점기 때 끊임없이 폭탄을 터뜨리고 부상당해 죽은 사람들의 시체를 던져버렸다는 낡은 채석강을 돌아 흐르는 강이 하나 있는데, 어느 날 그녀는 아이를 매번 보내는 수영장에 보내고는 휘적휘적 그 강가에 들어간다. 수영이 끝나고 엄마를 찾는 아이와 눈이 마주치자 자신도 수영하다 가겠다며 태연히 들어가서는 잠수하더니 다시 나오지 않는다.
양욱할 아이와 부양할 어머니. 가난. 홀로 부담해야 하는 고독. 사랑없음. 벗어나고 싶지만 벗어날 수 없는. 의무와 책임이 가득한 삶. 개선될 것 같지 않은 삶. 손에 닿지 않는 다양한 형태의 삶들. 삶이 끝없는 좁은 수렁에 갇혔다고 생각될 때. 그녀는 수렁에 몸을 담그고 모든 것을 놓아버렸다.
그럴 때는 그냥 발끝만 보고 한 걸음씩 내딛어나가야하는데. 살면서 경험하는 온갖 감각과 감정과 상황의 등락들을 훑어나가며 새로운 국면을 맛보는 것도 썩 나쁘지 않다고. 어쩌면 먼 훗날 생각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모르는거지만.

부탄. 열린 문. 할머니어릴적. 할머니가 엄마 기를 적. 그리고 할머니가 손주의 전화를 받는 현대에 이르기까지. 시골의 부엌. 아궁이가 있는 공간에 카메라가 고정돼 있고 조금씩 풍경이 바뀌어가는 모습을 그리면서 시대의 흐름을 느끼게 만듦. 야박하게 문을 왜 잠그냐고 야단치고 샐면부지의 나그네를 흔쾌히 맞아들이던 어릴 적 집이 이제 위험하니 문 꼭 잠그라는 손주의 당부를 받게 되는 노년의 집과 동일한 공간이라는 거. 세월이 가면서 불신해야만 하는 것들이 늘어나고. 새로운 발명과 발견으로 고쳐나가야 할 관습들도 많아지겠고. 나이가 들다보면 나도 어떤 면에서는 업데이트가 느려져서 점차 뒤쳐지는 사람이 되겠지.

제목이 생각안남. 수족관의 사육사 이야기. 물고기들 먹이를 주는 모습이 참 매력적. 이런 장면을 오래 담고 싶어서 이야기를 급조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될 만큼 수족관 유영장면이 멋있어서 보는 내내 내년 여름 스쿠버다이빙 자율연수 또 하면 꼭 들어야지 하는 생각을..근데 최근 읽은 모 책에서는 오픈워터 자격 따려다가 엄청 고생했다는~입으로 숨쉬기 힘들고 귀가 그렇게 아팠다고~얘기가 나와서 좀 걱정되기도. 방학중 하는 것도 아니고 학기중 전주에서 실시하는 연수라서 퇴근길이 너무 힘겹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ㅠㅜ그래도 지구온난화로 산호초 다 고사하기 전에 산호초 구경은 함 해보고싶은뎅.
암튼 스쿠버다이빙이 팔할인 단편이었던 걸로. 마술사 보조로 일했던 쌍둥이 언니의 행방불명 얘기가 나오는데. 그래서 결국 언니를 찾았는지는 모르겠다. 지루한 기다림에 못 이겨 떠난 이는 그래서 어떻게 했을까.
필리핀? 마지막 주문.
한적한 레스토랑에서 서버가 겪는 손님들. 이런저런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장사하다보면 저런 양반들 허다하겠지 싶음. 마지막까지 예외랄 것도 없지 않았을까. 평소보다 더했을수도 있겠고. 남이 내 사정 봐주면서 살아가는 건 아니니까 머.
굳이 생판 남에게 내 사정 까발리며 동정을 끌어낼 이유도 없고. 구질구질한 뒷 얘기 까발리며 이야기한대도 다들 지쳐서리 동정의 말 하나. 따뜻한 말 하나 생각해내기 부담스러워하고. 싫어하고. 애당초 그럴 의무가 없는 사람들이잖음. 걍 덤덤히 망한 거 마무리하고 걱실걱실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 다음 방안을 생각해가는 것이 최선임. 알바가 덤덤히 통화하며 다음 일을 찾아봐야겠다고 말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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