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리즈에 대한 극찬은 익히 들어왔고. 여차저차하여 아무튼 손에 넣었긴 했는데. 안 읽어지네. 다 넷플릭스 때문이다...-_-
스트레인지띵스, 그레이스, 퍼니셔, 마인드헌터..보다보니 책을 잡을 새가 없군.
세계종말문학걸작선. 이었나. 아주 오래전에 읽었던 SF단편선이 있는데, 거기 "소년과 개"라는 굉장히 강렬한 단편을 읽은 적이 있더랬다. 두고두고 제목을 기억하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그 원작자라고 하네. 할란 엘리슨은 본인이 터미네이터 원저자라고 주장했다고도. 이래저래 뒤져보니 굉장한 성격을 지닌 인물이더라.
아무튼. 두 번째 단편 읽다가 놓은 뒤 진전이 없다. 확 몰입할만한 단편이 초입에 없었던 것도 있지만, 짬 날 때마다 요 시리즈가 넷플릭스에게 지고 있음..-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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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세 권을 전부 갖추었다. 시리즈의 2,3권까지 읽고 1권을 남겨둔 상태.
예상했던 것만큼, 인터넷 리뷰들이 극찬하는 만큼 가독성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아마 한국팬들 대개는 수십년 전에 티비 시리즈나 영화같은, 다른 계기로 알게 된 작가가 아닐까 싶은데. 단편선으로 처음 접한 입장에서는 서술 방식이나 전개방식에 적응해야 하는 입장이라 그런가.
묘사 방식이 상당히 독특하다고 느꼈다. 개인적이고 적나라하고 조금은 악에 받쳐 있다는 느낌도 받았다.
신성모독적인 단편이 몇 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 몇몇이 그랬다. 내게는 호감으로 작용했다.
디스토피아물들이 대부분.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을 몇 꼽자면.
-나는 입이 없다 그리고 나는 비명을 질러야 한다.
자신을 개발한 인간들을 증오하는 AI에 의해 기한 없는, 다양한 지옥을 진행형으로 경험하는 이야기.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친 짐승
천국의 비인간성에 대한 색다른 우화랄까.
"하지만 사람들이 왔다면, 그들은 지옥이 그들과 함께했음을, 천국이라고 불리던 곳이 있었음을, 그리고 모든 광기가 흘러나온 중앙이 그곳에 있었음을, 그래서 한때 그 중앙이 평화로웠음을 알게 될 것이다."
-바실리스크
베트남전에서 포로로 잡혔다가 고문에 의해 기밀을 누설하고 돌아온 상병이야기. 장애와 PTSD에 시달리지만 국가의 반역자로 몰려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그리고 그에게 씌인 사악한 신 마르스.
-매 맞는 개가 낑낑대는 소리
뉴욕에서 실제로 일어난, 방관자들에 둘러싸여 한 여성이 살해당한 사건을 모티브로 삼은 단편. 도시에서의 비인간적인 삶과 만연한 범죄상을 겪으며 떨던 인간들이 자연스레 안식을 찾아 검은 미사에 동참하게 된다는, 뒤틀린 상상.
-사이영역
영혼은 어디로 가는가. 아무도 모르지. 그러니 이런 상상 역시 가능하겠지.
안락사당한 영혼을 수집하여 다른 행성의 다른 생물체에게 주입하는 프리랜서가 있고, 그에 의해 안식은 커녕 다른 세계, 다른 생물체의 삶을 계속 살아가게 된 한 사람. 그는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새로운 곳, 새로운 육체로 여러 번 보내져 기대되는 행동을 하도록 요구받지만, 종교와 신성의 탈을 쓴 규칙들과 음모들을 모두 경계하고, 휘둘리지 않으며 멋대로 죽는다. 그리고 다시 새로운 삶을 살도록 강요받고, 또 멋대로 죽는다. 이 과정을 무수히 거치며 그는 점점 모든 생물체 내부에 도사리고 있던 태초의 신성과 가까워지고, 마침내 제멋대로인 골칫덩이 영혼의 존재를 알아차린 프리랜서의 앞에서 각성하여, 신으로서 응당 마지막으로 해야 할 것, 창조된 것들의 결말을 불러온다. 모든 것의 끝.
신을 핑계로 내세운 부산하디 부산한 온갖 서열다툼, 거기 휘둘리다못해 지칠대로 지친 피로를 마침내 끝맺는 종말, 이란 느낌.
-마노로 깎은 메피스토.
육체를 옮겨다니는 괴물과의 사투. 야생종에서의 그 초인이 생각나기도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