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종. 옥타비아 버틀러. 
빌려읽었다. 
절판이라 어디 구핳 데도 없던 책이었는데 서울도서관에 있더라. 
흑인이자 여성으로는 매우 드물게 활동했던 sf작가의 대표작. 
옥타비아 버틀러의 단편 하나가 '종말문학 걸작선' 시리즈에 수록되어 있다는 점을 빼면, 아마 번역되어 있는 유일한 책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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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작가의 저서 중 대표작으로 꼽히는 어떤 시리즈의 프리퀄 같은 책이라고 하는데. 그 시리즈는 아직 번역이 안 된.
번역된다면 시리즈도 읽어보고 싶은. 그런 것이다. 
아프리카 부족민들의 삶. 노예매매와 관련된 부분. 수백년을 거슬러오는 개척지 시대의 미국상 등이 언뜻 언뜻 다뤄지는데. 분량이 대단치 않음에도 그 부분들은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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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을 살아가는 도로와 안얀우. 
도로의 존재는 인류를 관통해 온 가부장제의 은유같았다.
안얀우는 모계사회를 대표하는 상징 같있달까. 
딸들과 아들의 삶을 공포와 경외를 빌판삼아 쥐락펴락하며. 부족의 큰 빙향을 정한답시고 자녀들의 혼사를 이용해먹는 가부장들의 삶. 그리고 개개인의 행복을 우선시하며 결함과 고통을 보듬는 모계부족의 어머니. 
상처에 민감한 쪽. 배려하는 쪽이 언제나 현실에선 지게 마련이다. 때문에 도로같은 가부장은 안얀우같은 어머니에게 있어 이기기 어려운 존재이고, 두려움과 혐오를 불러일으키지만. 
궁극적으로 인간들은 외로운 존재이고 서로 이끌리는 본성을 지니고 있기에..어떻게든 함께하는 방향을 모색하게 된다-그래야 한다-는..뭐 그런 식으로. 읽었더랬다. 

기억을 위한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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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는 고대시절부터 인간의 몸에 침투해 그 허물을 벗으며 살아온 능력자이다. 그의 능력을 교배하여 거대한 초능력 부족을 이루었고, 끊임없이 그의 자손들 중 강한 능력자들을 골라 교배를 강요하여 점점 부족의 전체적인 능력치를 키워나가는 중이다. 자신과 닮은, 자신과 대등한 능력을 지닌 이를 태어나게 만드는 것이 그의 가장 큰 관심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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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 있는 자신의 부족을 관리하려 찾아온 도로는, 그와 조금 떨어진 외딴 곳에서 안얀우를 감지한다. 
안얀우는 자신의 몸을 온전히 컨트롤하는 방식으로 수백년을 살아 온, 도로에 의해 교배되어 태어난 것이 아닌 '야생종' 여자다. 
도로는 자신의 부족에 큰 자산이 될 수 있으리라 여기고 그녀를 신대륙에 사는 부족에게로 데려가려한다.
변형능력을 써서 충분히 그에게서 벗어날 수 있음에도 그녀의 발목을 잡는 것은 자신이 낳은 부족 아이들이다. 너무 오래 살아왔고 수없이 모습을 변화시켜왔기에 자신이 어미인 줄도 모르고 마녀라며 배척하려 들지만, 도로가 그들을 죽이는 것을 용납할 수 없는 것. 한편으로는 그와 결합하여 자신과 비슷한 아이를 낳아 외롭지 않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그러나 도로는 그의 가장 뛰어난 아들 아이작에게 그녀를 넘길 작정이다. 이미 도로와 결혼했다 여기는 안얀우는 강하게 반발하지만, 도로에게는 이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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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가축과도 같은 교배가 그녀에게 강요된다. 오로지 능력의 향상만을 위해 선택된 상대와 성교하여 아이를 낳는 것이다. 도로는 아이작과 자녀들의 안위를 두고 그녀를 조종한다. 도로가 아끼는 아들이자 탁월한 중재자인 남편 아이작은 도로의 위압을 견뎌내고 어느 정도는 가혹한 처사로부터 그녀를 보호해주지만 그도 철저하게 이용당할 뿐이다. 아이작의 사랑과 배려를 바팀목삼아 도로의 폭압과 모욕을 견디던 그녀는 도로의 욕심으로 아이작이 처참한 죽음을 맞이하자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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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의 눈을 피해 자유로운 돌고래로서의 삶을 살다가 그녀 자신만의 부족을 만들어낸다. 도로가 필요없다며 내팽개친 부족의 아이들. 하나같이 자신의 능력때문에 불안정한 이들. 안얀우는 능력에 상관없이 서로를 보듬고 아우르는 진정한 공동체를 구성하고, 평온한 삶을 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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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에게 발각되어 고스란히 그의 폭압하에 놓일 운명에 처하자 안얀우는 스스로의 몸을 조절하여 소멸을 시도한다.
그녀의 소멸 앞에서. 오랜세월 홀로. 대등한 이 없이 수천년을 살아 온 도로는 그제야 그의 존재와 줄곧 함께해 온 고독에 제대로 직면하고는 몸서리치고. 안얀우와 계속 함께 할 방도를 필사적으로 모색한다. 그 과정에서 자손들을 컨트롤하던 폭력적인 방식을 대폭 수정하고. 타협한다.
안얀우의 요구를 대폭 수용해서 이들은 이후 계속 인간적인 면모가 살아있는 공동체를 꾸리며 함께 하기로 한다.

Posted by 에크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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