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여단. 존 스칼지. 호전적 우파에다 호모포빅이란 얘기를 들었지만 사고가 꽉 막힌 인간은 아닌 것 같다. 읽다보면 머리가 비상한 인간이란 느낌이 온다. 전개와 캐릭터들이 움직이는 방식은 꽤 논리적이고 융통성 있고. 게이 캐릭을 다루는 방식도 그리 편견에 차 있거나 하진 않은 것 같다. 여튼. 노인의 전쟁을 읽은 지 너무 오래되어서 거진 기억은 나지 않는데. 속편격인 이 책은 완전히 이어지는 이야기가 아니고 별개의 사건과 인물들을 다루는지라 다행.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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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페리가 지구에서 사별한 아내를 토대로 태어난 특수요원, 제인 세이건이 있는 특수부대(죽은이의 DNA를 토대로 만든 특수요원들이 있는지라 유령여단이라고도) 내에서 일어난 사건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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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개척지구방위군에서 뇌도우미 연구개발을 담당했던 과학자 샤를 부탱이 자신의 복제체를 만들어 자살을 꾸며내고 르레이-아네샤-오빈 연합에 비밀리에 투항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천재적인 그는 연구중에 자기 뇌의 전자기적 구조를 그대로 스캔해낸 홀로그램을 만들어둔 적이 있었다. 한 몸에서 새몸으로의 전이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일종의 카피의식을 연구한 것. 
부탱이 미처 그것을 폐기 못하고 달아났고, 그의 배신동기나 현 위치를 알아내기 위한 단서가 전무했기에 CDF의 고위장군들은 샤를의 복제체에 그의 전자기적 의식을 그대로 덮어씌워냄으로써 직접 대답을 듣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부탱이 첫 개척지 피닉스 주민이고, 개척지민 DNA를 군병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조건에 발이 걸린 장군들은 그가 공식적으로는 죽은 인간이란 점을 들어 복제체를 특수부대원으로 만들기로 협의한다. 특수부대원은 보통 죽은이의 DNA를 사용하니까.

그리하여 새로운 특수요원 재러드 디렉이 태어났으나. 16주를 거쳐 성인의 몸을 얻어 태어난 그는 정작 아무것도 기억해내지 못했고. 하여 그는 특수부대원으로서 훈련받고 제인 세이건 휘하에 놓인다. 
이 과정에서 비슷하게 태어난 동기들과 뇌도우미를 통한 통합과 그로 인한 효율적인 학습, 친밀감 등을 경험하고. 통합을 활용한 훈련들을 받는다. 지구에서 태어난 진짜내기들은 일반적으로 특수부대를 유령여단이라 부르며 꺼림칙하게 여긴다. 그러나 특수부대원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유머와 인간성. 도덕률을 갖고 있다. 그들은 평소 진짜내기들이 더러운 꼴 직접 보지 않겠다는 투로 던져주는 비인간적인 지시와 강요에 진저리치면서도 인류를 지키기 위해 태어났다는 목적성을 항상 상기하며 삼켜내는 자들이다. 

인류에 반기를 들고 뭉친 세종족 연합의 축이되는 것이 여왕을 주축으로 한 곤충형 에네샤 종족. 그들을 무력화하기위해 제인 세이건의 부대는 계승자 애벌레를 납치하는 치졸한 전투를 담당한다. 그 과정에서 제러드는 사랑하던 동기 새라를 잃고, 부대가 납치한 애벌레마저 외교적 선택 하에 죽이는 꼴을 보게 되면서 부탱의 일부-딸의 상실을 기억해낸다.
개척지 중 하나인 고리형행성 오마 상공에 근무하던 중 오빈 종족(콘수에 의해 인공적으로 지능향상과 기술발전을 이루었다는 종족. 개별자아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야기 후반에 존 페리와 연이 닿는다.)에 의해 딸을 잃은 것. 그 이유가 CDF 장군들-특히 맥스가 오빈침공을 대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 역시. 

제러드는 부탱의 기억에 애통해하고. 분노한다. 그런 그에게 르레이종 포로로서 잡혀 연구동에 소속된 유전학자 카이넨과 조수 윌슨(존 페리의 동기이자 고등학교 물리교사출신)은 명령불복종을 각오하면서까지 부탱의 의식을 완전히 깨우는 실험에 동참할 것인지의 선택지를 주려 한다. 윤리적 선택에 민감한 르레이로서 카이넨은 인류가 가차없이 생성해내고 소모하는 특수부대원의 삶에 깊이 동정해왔기 때문. 부탱으로서가 아닌 스스로의 자아를 잃지 말라고도 당부한다. 

제러드는 부탱의 기억을 찾기 위해 부탱의 경험이 녹아든 사물과 장소를 짚어가는 실험방식에 동의한다. 그 일환으로서 격추당한 오빈령 오마행성의 연구실에 비밀리에 접근한 뒤 조이의 인형을 보고 난 그는 제대로 각성하기에 이른다. 부탱의 배신동기와 현 위치에 대한 단서를 모두 파악한 그는 제인의 부대와 함께 오빈들의 달 중 하나인 아리스트로 간다. 부탱을 생포해 오는 것이 내려진 임무였다. 

아리스크 대기에서 제러드와 제인을 비롯한 몇을 제외한 모두가 추락사한다. 부탱은 뇌도우미 프로그램 개발자라 자신만아는 벡도어를 통해 특수부대원의 뇌도우미를 무력화할 수 있던 것. 거진 태반을 뇌도우미로 제어해왔고. 서로 상시통합상태였던 특수부대원들은 혼란과 무력에 빠진다. 
사로잡힌 제러드에 흥미를 느낀 부탱은 오빈들을 시켜 제러드를 데려온다. 그는 CDF 특수부대 괴멸을 위한 뇌 바이러스 연구중이다. 기왕 이리된 것 본체인 자신과 함께하라며 부탱은 제러드에게 자신의 배신이유를 장황하게 말해준다.

그는 우주의 여러 종족이 모여 평화를 추구하는 콘클라베의 존재를 언급하며 CDF가 지나치게 호전적이며 팽창주의적이라 비난한다. 그간 지구에 콘클라베의 존재를 숨김으로써 전쟁만이 인류의 유일한 해법이라 강조하고, 우주로 올라와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노인 지원자들을 수월하게 받아들여 정복하는 데 여념이 없다는 것이다. 

부탱의 딸 조이는 오빈에 의해 죽지 않은 것으로 밝혀진다. 개별 자아가 없는 오빈들이 그의 재능을 이용하려 들었기 때문. 여튼 부탱은 여전히 CDF를 증오하기 때문에 오빈들을 위해 뇌과학연구를 지속하는 조건으로 오빈을 부추겼다. 그렇게 형성한 오빈-에네샤-르레이 인류대항연합이 CDF를
끝장내길 진심으로 원하고 있다.

제러드는 뇌도우미 바이러스로 특수부대를 무력화하고, 그럼으로써 CDF뿐 아니라 결국 인류 전체를 무력화시킬 것이 뻔한 그의 방식에 모순을 느끼며 끝까지 그와 함께하기를 거부한다. 부탱은 결국 제러드의 몸을 뇌바이러스의 최초 숙주로 삼고 효과적으로 퍼뜨리기 위해 자신의 의식을 그에게로 덮어 전송하려든다. 제러드는 자아를 잃을 처지에 놓이게 되지만 여차저차 조이와 제인을 살린 뒤 부탱과 공멸하기에 이른다.

제인 세이건과 존 페리는 부탱이 말한 사실들을 함구하는 조건으로 CDF군에서 은퇴한다. 조이는 제인 세이건에 의해 구출된 이후 두 사람 가족의 일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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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이런 내용이었음. 
아. 항상 리뷰를 쓸 때 굳이 주저리주저리 줄거리를 쓰는 이유는, 나중엔 정말 기억이 안나기 때문. 차근차근 적다보면 간과한 부분도 정돈이 되고..기억도 더 오래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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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옮기는 데서 발생하는 자아문제.
CDF의 구린면모. 전쟁의 참혹함. 
특수요원사이드의 이야기- 뇌도우미를 통한 텔레파스나 통합, 진짜내기와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 등등.
이래저래 전작에서 깊게 다루지 못한 흥미로운 거리들이 많았다. 
사실상 이 시리즈에 등장하는 유전공학적 기술들은 충분히 앞으로 가능할 법 한데. 아무래도 윤리적 문제로 이래저래 제한받다보면 실현이 무척 어렵지 않을까 싶은 것들이다. 그것들이 마구 한계까지 뻗쳐 발전된 양상을 보는 게 흥미로웠다. 역시 이만큼 인간이랄까 지성체를 마구잡이로 다루는 폭력을 합리화하는 데는 이종족 전쟁만한 소재가 없다 싶기도. 좀비든 외계인이든..니편도 내편도 정신도 몸도 한놈이든 여러놈이든. 마구마구 한계까지 휘몰아치며 괴롭히기엔 딱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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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다루는 스페이스물은 별로 취향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등장하는 다양한 종족들. 곤충형이든 인간형이든. 그들의 정치나 종교, 사회상을 지켜보는 건 흥미로웠지만. 역시 전쟁의 비극, 밀리터리 기술, 메카닉이나 군사용 유전공학, 군대 내 계급문화..를 보는 건 타입이 아닌 것 같다. 모험면을 강조한 스타트랙 류나 르 귄의 에크멘 사절 활극 쪽이 차라리 더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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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미래배경의 스페이스 오페라..축인지는 몰라도 최근 보르코시건 시리즈를 개시했는데. 시리즈의 주인공이 태어나기 전까지밖에 안 읽어서 잘 모르겠지만..아직까진 작가가 엮는 인물들의 화학작용에 꽤 많은 서술을 할애하고 애매하게 우연과 핑크기류가 횡행하는지라..그에 비하면 아직까진 노인의 전쟁 시리즈쪽이 좀 더 마음에 드는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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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어마어마한 인기를 구가하는 이유는 알 것 같다. 상당히 명석하고 논리적이고, 유쾌한 사람이구나..했다. 
노인의 전쟁 시리즈만 봐도..주요 캐릭터들은 모두 무척 이성적이고. 날카롭게 앞을 예측할 줄 알고. 취할 수 있는 선택항을 차근히 펼쳐놓는데 익숙하고. 개중 최선의 수를 노리며 움직인다. 그렇다고 목표수행을 위해 자아나 정서적인 면을 마냥 억누르거나 외면하는 것도 아니다. 두 가지를 함께 조화롭게 가져간다. 한계상황에서도 캐릭터들은 냉소적이지만 유쾌하고 유머러스한데다 중심이 잘 잡혀있다. 인물들간의 관계를 유지하고 시너지를 일으킬 줄 안다.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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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가 삼부작 중 유령여단을 최고로 꼽았던데. 동감. 인생과 자아에 대해 파고드는만큼, 셋 중 가장 진중하고 생각할 거리가 많은 작품이었다. 나머지 둘은 그에 비하면 존 페리와 그 동료들이 막막한 상황을 타개하며 벌이는 활극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달까. 

Posted by 에크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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