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의학기술의 빠른 발전으로 자폐가 의심되는 태아의 경우 조기조치를 통해 정상아로 치료할 수 있게 된 근미래. 유아기에 자폐증상이 발견된 경우 역시 여러가지 치료를 통해 정상인과 구별할 수 없을만큼 사회성을 획득하게 되지만, 30대 중반인 루의 경우 그런 치료들을 접하기에는 이미 너무 자란 상태였기에 발달된 치료를 받은 후에도 밖으로 드러나는 자폐인의 특성들이랄 수 있는 점들을 개선하지 못한 채다. 그보다 더 나이가 많은 자폐인들-이를테면 그의 직속상사인 알드린의 형 같은 경우-은 치료의 효과를 거의 보지 못한 채 시설에서 타인의 도움을 받아 생을 유지한다.
자폐인인 루는 대부분의 자폐인이 그렇듯, 냄새와 촉각에 무척 민감하다. 무언가를 인지할 때 쉽게 패턴을 발견하고, 그를 바탕으로 사람들과 상호작용하거나 업무를 해결한다. 제약회사에서 일하는 그가 하는 일은 주어진 자료에서 패턴을 찾고 만드는 것이다. 톰과 루시아 부부가 운영하는 펜싱클럽에서 루는 겨루는 사람들의 공격패턴을 쉽게 읽고 그를 바탕으로 방어와 공격을 해낸다. 
일반적인 사람보다도 높은 급여를 받으며 정상인들의 세계에서 성공적으로 살아가지만 그는 끊임없이 자폐인 자신과 정상인을 비교하며 가능한한 정상인과 트러블을 일으키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끊임없이 무엇이 '정상'인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가진다.
그가 이런 의문에 더 진지하고 심각하게 빠지게 되는 데에 작용하는 요인으로 이런저런 상황들이 겹쳐진다. 그가 이성적인 관심을 갖고 좋아하게 된 펜싱모임의 마저리-루를 좋아하는 지역장애센터의 자폐인 에미는 루에게 마저리에 대한 반감을 표하며 자폐인끼리 뭉쳐야 한다고 비난한다. 같은 펜싱클럽의 친구(적어도 루가 생각하기에는 그랬던)였으나 마저리가 루에게 호감을 갖는다는 이유로, 루가 자신보다 더 펜싱에 능하다거나 좋은 직업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질투를 느끼고 그의 주변에서 테러를 하고 결국에는 총구를 들이대며 그를 죽이려 했던 돈. 그리고..장애인들에게 지나치게 많은 복지를 퍼부음으로써 재정낭비를 한다며 회사의 상사 크랜쇼가 자폐분과인들에게 실험단계의 치료를 억지로 강요하는 상황.
그는 자신의 패턴인식능력이나 민감한 감각, 강박, 사회적인 신호를 캐치하지 못하는 면에 대해 정상인들과 확연한 거리감을 느끼지만. 한편으로는 '정상인들이라면 모두가 자신과 달리 어렵지 않게 사회생활을 하며 상호작용에서 문제를 겪지 않는'지' 궁금해한다. 그리고 '그렇지 않음'을 정상인인 돈이나 크랜쇼씨의 사례를 통해 몸소 겪으면서-사람들이 자폐에 대해 가지는 '무지'에 대해 생각한다. 
끊임없이 자신들과 자폐인들을 구분지으며 '정상적'으로 행동하라고 하는 정상인들. 뇌의 구조를 바꾸어 정상인들처럼 사회적인 관계를 맺는 데 무리가 없게 해 준다는 실험단계의 치료에 강제적으로 사인할 단계까지 압박받으면서, 그는 비록 자폐이지만 자신의 삶이 충분히 만족스럽다고 느낀다. 그에게는 안정적인 고수익 직업이 있고, 펜싱이라는 취미가 있으며 토너먼트에도 출전해 높은 점수를 얻을만큼 잘 적응하고 있다. 아직 그녀의 의사를 모르기에 머뭇거리고는 있지만 사랑스럽게 여기고, 데이트하고 싶어하는 여자도 있다. 아름다운 패턴과 잘 들어맞는 음악을 즐기는 삶.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지 자신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자폐인들 스스로 당연히 뇌의 기작을 처음부터 뒤집어놓는 위험한 선택을 할 거라 여기고, 반발하자 이상하게 여기면서 치료를 강요하려 드는 정상인들의 요구에 대해 불편함을 느낀다. 
그는 자신의 뇌에 가해질 치료의 정체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것을 불안해하고 스스로 뇌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한다. 정상인들의 뇌와 자폐인의 뇌의 기작에 대해 비교하고 공부하는 과정 역시 끊임없이 이런 의문과 부당한 느낌을 증폭시켜 갈 뿐이다.
-----------------------------------------------
어둠. 빛은 빠르지만, 어둠은 항상 그보다 먼저 머물러 있으니 빛보다 빠르다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 - 소설 내내 중심이 되는 어둠의 속도, 에 대한 사유. 
처음에는 정상인들이 자폐에 대해 갖는 무지에 대한 생각과 이어지며 등장하던 이 개념은, 후에 조금 바뀌어서 루가 탐구하고 싶은 우주의 미지에 대한 두근거림과 닮아가게 된다. 

직속상사 알드린이 크랜쇼의 만행에 대해 상층부에 교묘하게 찌르고, 크랜쇼가 짤리고 나자, 실험단계의 의료행위에 대한 강제성은 사라진다. 회사지원에 의해 전액이 보장되는 뇌치료와 재적응에 걸리는 시간을 보상하기 위한 생명연장술인 라이프타임 시술이 온전히 자의에 의한 선택항으로 남게 되자, 고민하던 루는 우주에 대한 오랜 동경을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자폐인이었다는 이유로 가능성이 닫혔던 길. 
자폐 자체가 불만스러워서가 아니라, 그 자신의 삶을 더 진취적이고 윤택하게 만들고 싶었기에 그는 자폐인이었던 그를 진심으로 걱정해주고 이해해주던 몇 안되는 친구들의 걱정을 뒤로 하고 시술을 받기로 결정한다. 
영장류 실험을 거쳐 처음 인간에게 시술된 이 치료는 전례가 없었으므로 초반에는 루가 퇴행된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고 사회성을 획득한 부분 외에는 완전히 실패한 것처럼 보였지만, 루는 몹시 빠르게 예전의 기억을 회복해 나간다. 사회성을 지닌 루가 옛 기억과 패턴분석성향을 가진 루를 통합하면서, 과거의 루가 가졌던 기억과 감정은 조금 변화할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더이상 마저리에게 이성적인 두근거림을 느낄 수 없다. 그러나 그는 새로운 방식으로 그들을 아낀다.
7년 간의 노력 끝에 그는 우주선에 몸을 싣는 데 성공한다. 빛에 몸을 싣고 어둠을 찾아 떠나는 모험은 무궁무진할 터이다.


인상적인 페이지>


p.21

"어둠의 속도에 대해 궁리하고 있었어." 내가 시선을 떨어뜨리며 말한다. 말을 하면, 잠깐이라도 다들 나를 바라볼 것이다. 모두의 시선을 느끼고 싶지 않았다.
"어둠에는 속도가 없어. 어둠이란 빛이 없는 공간일 뿐이야." 에릭이 말한다.
"만약 누가 중력이 1 이상인 세상에서 피자를 먹으면 어떻게 될까?" 린다가 묻는다.
"몰라." 데일이 걱정스런 말투로 대답한다.
"무지의 속도야." 린다가 말한다.
내가 잠깐 어리둥절했다가 이해한다. "무지는 지보다 빨리 확신하지." 린다가 씩 웃고 고개를 꾸벅인다. "그러니 어둠의 속도는 빛의 속도보다 빠를지 몰라. 빛이 있는 곳에 늘 어둠이 있어야 한다면, 어둠이 빛보다 먼저 나아가야지."


p.142

경기장으로 가는 길에 루는 뒷자리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보통 동승했던 수다쟁이들보다 편했다. 갑자기 루가 입을 열었다. "어둠이 얼마나 빠른지 궁금해한 적 있으세요?"
"으음?" 최근 논문의 중간 부분을 더 치밀하게 써야 할지 고민하던 톰이 주의를 돌렸다. 
"빛의 속도는, 진공 상태에서 빛의 속도는 값이 있어요... 그렇지만 어둠의 속도는..."
"어둠에는 속도가 없어." 루시아가 말했다. "그저 빛이 없는 곳일 뿐이지=부재에 붙인 명칭일 뿐이야."
"저는...저는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톰이 백미러를 살짝 보았다. 루의 얼굴은 조금 슬퍼 보였다. "어둠이 얼마나 빠를지 생각해 봤어?" 톰이 물었다. 루시아가 그에게 시선을 보냈으나 모르는 체했다. 루시아는 그가 루와 그의 단어놀이에 빠질 때마다 걱정했지만, 톰은 딱히 해가 될 일이 아니라고 보았다. 
"어둠은 빛이 없는 곳이죠. 빛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곳이요. 어둠이 더 빠를 수도 있어요-항상 먼저 있으니까요."
"혹은 어둠에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을지도 모르지. 먼저 그 자리에 있으니까. 운동이 아니라 장소로."
"어둠은 실체가 아니야. 그저 빛이 없는 상태를 일컫는 추상적인 개념일 뿐이야. 움직임을 가질 수가 없어..."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빛도 어떤 추상적인 개념인 셈이지. 그리고 금세기 초에 빛을 멈추기 전까지 사람들은 빛이 운동, 입자, 파동으로만 존재한다고 말하곤 했어."
목소리에 날이 서 있어서, 아내가 얼굴을 찡그리고 있음을 보지 ㅇ낳고도 알 수 있었다. "빛은 진짜야. 어둠은 빛이 없는 것이야."
"가끔 엉둠은 어둠보다 어두운 것 같아요. 더 짙죠."
"정말 어둠이 진짜라고 생각해?" 루시아가 몸을 반쯤 뒤로 틀며 물었다.
"'어둠은 빛의 부재로 특징지어진 자연 현상이다.'" 루가 인용임을 분명히 드러내는 단조로운 강연 투로 말했다. "고등학교 공통 과학 교과서에 씌어 있었어요. 그러나 이 말은 사실상 아무것도 가르쳐 주지 않죠. 선생님은 별들 사이의 밤하늘이 어두워 보여도, 사실은 빛이 있다고-별들이 사방에서 빛을 방출하기 때문에 빛이 있고, 그렇지 않다면 별이 보이지 않으리라고 하셨어요."
"비유적으로 보아, 빛을 앎으로, 어둠을 무지로 보면, 확실히 어둠이-무지가 실제로 존재한다 싶을 때도 있지. 그저 앎이 없는 상태보다 더 실체적이고 드센 무언가가 말일세. 일종의 무지에 대한 의지 같은 것이야. 그걸로 몇몇 정치인들을 설명할 수도 있겠군."
"비유적으로 보면, 고래를 사막의 상징이라고 하거나 다른 무슨 말이든 해도 되지."

(어둠의 속도에 대한 대화.

회사의 치료권유가 점점 압박의 형태로 구체화된다는 것을 느끼는 시기. 루의 일에 예민하고 방어적이 된 루시아와, 아직은 루가 스스로 해쳐나갈것이라고 믿는 톰 사이의 신경전이 끼어 있는 대화긴 하지만.)



p.362

이제 나는 PTSD가 '외상 후 스트레스성 장애' 이고, 이것은 기억 기능에 이상한 변화를 발생시킴을 안다. 복잡한 통제와 환류 메커니즘, 정보 전달의 억제와 비억제의 문제이다.
나 자신이 지금 외상 후 상태라는 생각이 떠오른다. 나를 죽이고 싶어하는 사람으로부터 공격을 받았으니, 비록 나는 특별히 스트레스를 받거나 흥분하지 않았지만 그들이 말하는 외상이다. 어쩌면 정상인들은 거의 살해당할 뻔한 몇 시간 뒤에 앉아서 교과서를 읽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이러는 쪽이 편안하다. 사실들은 여전히 여기에, 논리적인 순서로 구성되어 사실들을 선명히 드러나게 하려고 애쓴 사람에 의해 씌어 있다. 부모님이 내게, 이 행성에 사는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든 별들은 희미해지지도 다치지도 않고 계속해서 빛나리라고 말했을 때와 꼭 같다. 나는 내 주위에서는 산산조각난다 하더라도, 어딘가에 규칙이 존재하고 있음이 좋다. 
정상인들은 어떻게 느낄까? 중학교 과학 시간에 했던 실험을 기억한다. 비스듬히 놓은 화분에 씨를 심었다. 식물들은 줄기가 어느 쪽으로 굽어지든 간에, 빛이 있는 방향으로 자랐다. 누군가 나를 비스듬히 놓은 화분에 심었던 걸까 하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선생님은 그건 전혀 다른 문제라고 했다. 
여전히 같은 문제처럼 느껴진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내가 황폐한 기분이리라고 생각할 때에 행복해하며, 세상에 비스듬히 존재한다. 나의 뇌는 빛이 있는 방향으로 자라려고 하고 있지만, 화분이 비뚜름하면 곧게 세워질 수 없다. 
내가 교과서를 이해하고 있다면, 주차장의 차 중 몇 퍼센트가 파란색인지 기억하는 이유는 내가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생과 수에 더 주의를 기울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눈치 채지 못하기 때문에 상관하지 않는다. 나는 그들이 주차장을 보고 무엇을 눈치 채는지 궁금하다. 줄지어 선 그토록 많은 파란색, 빨간색, 황갈색 차들 외에 무슨 더 볼 것이 있을까? 그들이 아름다운 수적 조합을 보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는 무엇을 보지 못하고 있을까?
나는 색과 수와 패턴과 상승과 하강의 연속을 기억한다. 이것이 감각 처리 기관이 나와 세상 사이에 놓은 필터를 가장 쉽게 통과한다. 그런 다음에 이것들은 나의 뇌의 성장 변수가 되어, 내가 제약 생산 과정에서 상대 펜싱 선수의 움직임에 이르는 모든 것들을 같은 방식으로, 한 가지 현실의 다양한 표현형으로 보게 한다.
나는 집 안을 훑어보고 나 자신의 반응, 내가 갖고 있는 규칙성에 대한 필요, 연속성이나 패턴을 갖고 되풀이되는 현상에 대한 나의 매혹을 생각한다. 누구나 어느 정도의 규칙성을 필요로 한다. 누구나 연속성과 패턴을 어느 정도는 즐긴다. 예전부터 이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이제 나는 더 잘 이해한다. 우리 자폐인들은 인간 행동과 선호 지표의 한쪽 끝에 있지만,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 마저리에 대한 나의 감정은 정상적인 감정이지, 이상한 감정이 아니다. 내가 다른 사람보다 그녀의 머리카락이나 눈의 다른 색들을 더 잘 알아볼지도 모르지만, 그녀 가까이에 있고 싶다는 갈망은 정상적인 갈망이다.


p.435

"나 자신이 누구인가는 저에게 중요합니다." 내가 말한다.
"그러니까, 자폐증을 앓는 게 좋다고요?" 의사의 목소리에 꾸중하는 듯한 어조가 섞인다. 그는 나 같은 사람이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으리라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
"나는 나 자신이기를 좋아합니다. 자폐증은 나 자신의 한 부분입니다. 전부가 아닙니다." 나는 내 말이 사실이기를, 내가 내 진단명 이상이기를 바란다.
"그러니-우리가 자폐증을 없애도 당신은 같은 사람일 겁니다. 그저 자폐인이 아닐 뿐이죠."
그는 자신의 말이 사실이기를 바란다. 어쩌면 자신이 사실이라고 생각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자신의 말이 사실이라고 굳게 믿고 있지는 않다. 자신의 말이 사실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물리적인 두려움의 시큼한 악취처럼 그에게서 풍겨 나온다. 그의 얼굴이 자신의 믿음을 나에게 확신시키고자 하는 표정으로 주름지지만, 거짓된 진심은 내가 어렸을 때부터 알아온 표정이다. 모든 치료사들, 선생님들, 상담가들이 갖고 있던 레퍼토리였다. 걱정스러워하는/마음쓰는 표정.
그들이 어쩌면-틀림없이 그러리라-현재의 연결만이 아니라 기억에 손을 댈지도 모른다는 점이 무엇보다 두렵다. 그들은 나만큼이나, 내 모든 과거 경험이 자폐인의 관점에서 나왔음을 알고 있으리라. 연결을 바꾼다 하여 나를 나이게 하는, 이런 자폐인의 관점에서 쌓아올린 기억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내가 자폐인임이 어떤 느낌인지,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기억을 잃는다면, 서른다섯 해 동안 내가 쌓아올린 것을 모두 잃게 되리라. 나는 그것을 잃고 싶지 않다. 내 경험을, 그저 읽은 책의 내용을 기억하듯이 기억하고 싶지 않다. 머저리가 비디오 화면에 나오는 사람처럼 기억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나는 기억에 따르는 감정들을 간직하고 싶다.


p.488

나는 우주를 차갑고 어두운, 그들이 환영받지 못하는 곳으로 묘사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은 밤에 밖에 나가 하늘을 올려다 본 적이 한 번도 없는 것처럼 말한다. 어디에 있든, 진짜 어둠은 우리 기구의 탐지 범위를 넘어, 어둠이 먼저 오는 저 멀리 어둠의 가장자리에 있다. 하지만 빛이 따라잡는다.
내가 태어나기 전에, 사람들은 자폐아에 대해 더 많은 부분을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 읽은 적이 있다. 어둠보다 어두웠다.
나는 린다가 별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린다가 천문학을 하고 싶어 한 것도 알지 못했다. 어쩌면 그녀는 우주로 나가고 싶어 했는지도 모른다. 내가 그랬듯이. 그렇듯이. 여전히 그렇듯이. 만약 치료가 성공한다면, 어쩌면 나는-단지 그 생각만 해도, 나는 기쁨에 사로잡혀 움직일 수 없게 된다. 그러나 나는 움직여야 한다. 일어서서 기지개를 켜지만, 충분하지 않다.
체육관에 들어가자 에릭이 트램폴린에서 막 내려온다. 그는 베토벤의 <5번 교향곡>에 맞춰 뜀을 뛰고 있었다. 내가 하고 싶은 생각에는 너무 과격한 음악이다. 에릭이 내게 고개를 끄덕이고, 나는 맞는 느낌이 올 때까지 가능항들을 훑는다. <카르멘>. 관현악 모음곡. 이거다.
이런 격정이 필요하다. 폭발하는 음이 필요하다. 나는 자유낙하로의 황홀한 열림을 느끼며 높이, 더 높이 뛰어 오른다. 이어서 똑같이 황홀한 압박감, 관절의 조임, 나를 더 높이 밀어 올리려는 근육들의 움직임을 느낀다. 반대항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같은 것이다. 작용과 반작용. 중력-나는 중력의 반대항이 있는지 알지 못하지만, 트램폴린의 탄력성이 하나 만들어낸다. 숫자와 패턴들이 생겨나고, 깨어지고, 다시 생겨나며 마음속을 달린다.


p.553

저 밖에는 어둠이, 우리가 아직 모르는 어둠이 있다. 어둠은 언제나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어둠은 언제나 빛보다 앞선다. 예전의 루는 어둠의 속도가 빛보다 빠르다는 것을 불편해했다. 지금의 나는 그 사실을 기쁘게 여긴다. 왜냐하면 그것은 빛을 쫓는 한, 나는 영원히 끝나지 않으리란 뜻이기 때문이다. 
이제 내가 질문을 던질 차례이다.

Posted by 에크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