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폴. 집보러 왔어요.
접고 구석진 환전소에서 일하는 인물 이야기.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와 외동아들과 함께 살아가는 그녀는 지금 집에서 이사하겠다며 계속 신문인가 잡지에 새로 난 집들을 보러 다닌다.
(일본만 해도 사람이 살고 있는 집에 이사들어올 이가 부동산 사람과 문을 끄르고 집을 구경하는 것이 비상식적인 일이라고 하던데. 그러면서 한국의 집 구경하기 시스템을 처음 알고 나선 엄청 놀랐다고 하더라만. 싱가폴은 한술 더 떠서 살고 있는 사람이 집에서 머물러 있어도 걍 막 들어가서 구경하는 모양인지. 한 번은 침대에서 자고 있는 거주자 옆에 누워서 진득하게 보고 있기에 꽤 놀랐음.)
 그녀는 집을 들를 때마다 거기 사는 사람들의 물건을 몰래 하나씩 가지고 돌아와 아무도 모르게 자기 방 벽장에 모아둔다. 슬쩍 가져온 장신구를 몸에 걸쳐보기도 하고. 자기의 추억인 듯 사진을 바라보기도 하고.
그녀의 집 근처에는 일제강점기 때 끊임없이 폭탄을 터뜨리고 부상당해 죽은 사람들의 시체를 던져버렸다는 낡은 채석강을 돌아 흐르는 강이 하나 있는데, 어느 날 그녀는 아이를 매번 보내는 수영장에 보내고는 휘적휘적 그 강가에 들어간다. 수영이 끝나고 엄마를 찾는 아이와 눈이 마주치자 자신도 수영하다 가겠다며 태연히 들어가서는 잠수하더니 다시 나오지 않는다.
양욱할 아이와 부양할 어머니. 가난. 홀로 부담해야 하는 고독. 사랑없음. 벗어나고 싶지만 벗어날 수 없는. 의무와 책임이 가득한 삶. 개선될 것 같지 않은 삶. 손에 닿지 않는 다양한 형태의 삶들. 삶이 끝없는 좁은 수렁에 갇혔다고 생각될 때. 그녀는 수렁에 몸을 담그고 모든 것을 놓아버렸다.
그럴 때는 그냥 발끝만 보고 한 걸음씩 내딛어나가야하는데. 살면서 경험하는 온갖 감각과 감정과 상황의 등락들을 훑어나가며 새로운 국면을 맛보는 것도 썩 나쁘지 않다고. 어쩌면 먼 훗날 생각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모르는거지만.

부탄. 열린 문. 할머니어릴적. 할머니가 엄마 기를 적. 그리고 할머니가 손주의 전화를 받는 현대에 이르기까지. 시골의 부엌. 아궁이가 있는 공간에 카메라가 고정돼 있고 조금씩 풍경이 바뀌어가는 모습을 그리면서 시대의 흐름을 느끼게 만듦. 야박하게 문을 왜 잠그냐고 야단치고 샐면부지의 나그네를 흔쾌히 맞아들이던 어릴 적 집이 이제 위험하니 문 꼭 잠그라는 손주의 당부를 받게 되는 노년의 집과 동일한 공간이라는 거. 세월이 가면서 불신해야만 하는 것들이 늘어나고. 새로운 발명과 발견으로 고쳐나가야 할 관습들도 많아지겠고. 나이가 들다보면 나도 어떤 면에서는 업데이트가 느려져서 점차 뒤쳐지는 사람이 되겠지.

제목이 생각안남. 수족관의 사육사 이야기. 물고기들 먹이를 주는 모습이 참 매력적. 이런 장면을 오래 담고 싶어서 이야기를 급조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될 만큼 수족관 유영장면이 멋있어서 보는 내내 내년 여름 스쿠버다이빙 자율연수 또 하면 꼭 들어야지 하는 생각을..근데 최근 읽은 모 책에서는 오픈워터 자격 따려다가 엄청 고생했다는~입으로 숨쉬기 힘들고 귀가 그렇게 아팠다고~얘기가 나와서 좀 걱정되기도. 방학중 하는 것도 아니고 학기중 전주에서 실시하는 연수라서 퇴근길이 너무 힘겹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ㅠㅜ그래도 지구온난화로 산호초 다 고사하기 전에 산호초 구경은 함 해보고싶은뎅.
암튼 스쿠버다이빙이 팔할인 단편이었던 걸로. 마술사 보조로 일했던 쌍둥이 언니의 행방불명 얘기가 나오는데. 그래서 결국 언니를 찾았는지는 모르겠다. 지루한 기다림에 못 이겨 떠난 이는 그래서 어떻게 했을까.
필리핀? 마지막 주문.
한적한 레스토랑에서 서버가 겪는 손님들. 이런저런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장사하다보면 저런 양반들 허다하겠지 싶음. 마지막까지 예외랄 것도 없지 않았을까. 평소보다 더했을수도 있겠고. 남이 내 사정 봐주면서 살아가는 건 아니니까 머.
굳이 생판 남에게 내 사정 까발리며 동정을 끌어낼 이유도 없고. 구질구질한 뒷 얘기 까발리며 이야기한대도 다들 지쳐서리 동정의 말 하나. 따뜻한 말 하나 생각해내기 부담스러워하고. 싫어하고. 애당초 그럴 의무가 없는 사람들이잖음. 걍 덤덤히 망한 거 마무리하고 걱실걱실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 다음 방안을 생각해가는 것이 최선임. 알바가 덤덤히 통화하며 다음 일을 찾아봐야겠다고 말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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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크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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