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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10.06 푸난(Funan)2018
  2. 2016.11.20 마이클 무어 [Where to invade next.] 2016.
  3. 2016.10.23 어카운턴트.2016
  4. 2015.02.14 트라이브. 2
  5. 2015.02.12 킹스맨 보고왔다.
  6. 2015.02.09 쎄시봉
  7. 2015.02.08 빅 히어로

푸난(Funan)2018

영상 2018. 10. 6. 19:14
1975년에서 1979년에 이르기까지, 크메르 루즈라는 독재자가 집권하던 시기의 캄보디아를 조명한 애니메이션이다. 프놈펜이라는 도시에서 평화롭게 살아가던 이들을 농촌으로 강제이주시킨 뒤, 자본주의적 허물을 벗기고 공산 혁명에 동참키 한다는 명목으로 열악한 상황에 몰아넣고는 고된 노역에 종사하게 만들고 아이들은 생이별시켜 세뇌교육을 시키던 지옥같은 시기였던 듯.
세 살짜리 아들과 행복하게 지내던 신혼부부가 아들과 생이별한 뒤 몇 차례나 죽을 고비를 넘기며, 주변인들의 고통과 죽음을 경험해가며(몸도 마음도 만신창이...)  생존한 끝에 결국 아들을 찾고 함께 국경을 넘어 태국으로 달아나는 여정을 그렸다. 애니메이션이라 어느 정도 참혹한 장면들이 순화되었을 텐데도 인물들이 처한 상황들이 갈수록 밑도 끝도 없이 최악을 향해 달리고 처참해져서 계속 한숨이 나고 눈물이 났다.
함께 잘 살아보겠다, 좋은 세상을 건설하겠다, 바람직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이상이 함께 살아가는 구성원들의 동의 없이 일괄적으로 강요되었을 때 얼마나 폭력적일 수 있는지, 그리고 그런 이상이란 얼마나 쉽게 권력욕으로 변질되어 모두를 의미없고 비극적인 고통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지. 그런 고통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현재진행형인 고통 속에서 죽어가거나 트라우마에 시달리는지 생각하면  한숨이...크메르 루즈는 끌어내려졌다지만 그런 놈들이 여전히 얼마나 많았고 지금도 많은고 말이다.

삶의 고리를 끊고 해탈하는 방법을 찾아 헤매던 싯다르타가 대번에 이해되는 거. 인류가 이런 식으로 살아가는 걸 보면, 아예 새로운 삶을 만들지 않는 것이 선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태어났다면. 가능한한 다들 존중받고 사랑받으며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아가야겠지.

+
영화는 작가의 어머니와 모든 난민들에게 바친다는 감독의 메시지와 함께 막을 내렸다.

캄보디아 크메르 루즈의 독재는 1979년 베트남의 개입으로 인해 끝났다고 한다.
크메르 루즈의 공산당은 척결되었다지만. 애니메이션에선 1979년 베트남 개입으로 막 혼란하던 당시, 어린이 캠프에 홀로 남겨진 아이들을 훑어보는 씬이 등장한다. 아이들에게 세뇌교육을 시키던 어른들은 죄 어디론가 달아나거나 죽었거나 했겠지. 주인공 가족의 아이는 그를 찾아온 부모와 함께 국경을 넘는 여정에 동참하지만, 다들 어떻게 되었을지. 세뇌교육과 폭력에 길들여진 아이들을 캄보디아가 어떻게 감싸안았을지 막막해지게 만드는 씬이었다.

영화 전반적으로 등장하던 언어는 프랑스어였던 것 같다. 감독이 캄보디아계 프랑스인인가, 캄보디아가 프랑스 식민지였던가, 나 정말 동남아시아의 역사에 대해서 별로 아는 것이 없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
영화에 대한 별다른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즉흥적으로 예매를 하고, 무지했던 세상의 한귀퉁이를 곰곰히 생각해보게 하는 경험을 한다. 영화제는 이런 점이 좋은 것 같다. 표값도 싸고. 평소 잘 못 보던 독립영화나 단편영화, 제3세계 영화를 보면서 눈을 넓혀가게 되는 경험이 썩 나쁘지 않다.

알면 알수록 비극이 참 다양하게 많고, 인간들이 다른 인간들에게 가하는 폭력이 참 창의적으로 만연해서 인간 본성에 대한 신뢰가 바스라지고 진저리치게 되는 부작용도 있는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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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크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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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_f36nVY3Zsc 

핀란드 편.
아이로, 젊은이로 있을 시간은 짧다. 그 시간을 최대한 보장해 주라. 학교는 행복을 찾는 곳.

다만. 핀란드는 복지에 투자할 자본이 어마어마한 국가인 게 사실이기도 함..
천연자원의 보고임..
다들 못 살던 5, 60년대부터 복지에 투자하고, 교육에 투자했던 것도 성공의 비결일 듯. 빈부격차가 큰 지금같은 시점, 경제계급을 공고화하려고 사다리 걷어차기를 해 대는 1%가 널린 시점에서는 부자와 가난한 자가 함께 자식들을 보내는 공립학교라니, 많이 어려울거다. 

뇌과학자들이 말하는, 인공지능에 도입하고자 하는 인간 지능의 형성 프로세스는 정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한다. 인간은 몸으로 다양한 것을 겪고 느낀 감정을 바탕으로 무언가를 기억하고 인지하는데, 이것이 지능을 형성하는 근본이라고. 로봇에게는 이것이 없어서 인간에게는 단순한 것을 식별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고. 
다양한 것을 이런저런 감정들과 함께 경험하게 해 주는 것이 뇌를 형성한다는 것. 당장 그런 지식들을 말로 구체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지는 몰라도, 자기만의 정동을 쌓아가다보면 나름의 방식을 가진 주체적인 인간이 된다는 것..이 뇌과학자들의 주장.
[2030년 내 아이가 살아갈 힘]에서도 그런 얘기가 나오고.
뇌과학 저널리스트 신성욱씨도 그런 얘기를 한 바 있고.

핀란드의 방식이 그렇지 않을지. 애들이 원하는 배움을 그 때 그 때 제공해주고. 고스란히 성공의 기억으로 축적시켜주는. 그걸 지원해주는 풍성함도 놀랍고. 재원도 부럽고. 실제로 결과도 좋다. (뭣보다, 저렇게 배움의 즐거움에 적당히 취해 자라난 뒤에도 사회적으로 복지 안전망이 잘 구축되어 있어서 실패해도 생계를 걱정할 필요가 없고 다시 일어서기 쉽다...이게 솔직히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좋다고 생각해서 이러저리 주입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원할 때 주는 것. 좋네. 현실이 어떻든 간에. 세상엔 저런 곳도 있구나. 그래도 꿈꾸는 건 좋은 일. 평생 저런 삶을 얼마나 구체화시킬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시스템이 개떡같다면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서 꼴랑 개인이지만 할 일은 해봐야겠지. 불안을 다스리는 건 선택이 아닌 것 같다. 불안은 전염되고, 가능성도 꺼버리니까. 뭐든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지.

..라지만 솔직히 애들이 책을 좀 읽었으면 좋겠다. 화요일 목요일에 하는 책읽기는 계속된다. 뭐..이건 학습을 염두에 둔..거기도 하겠지만, 재밌는 얘기도 읽고. 한국말과 좀 더 친해져서 어휘 좀 늘려보자는 뭐 그런 거다...부담을 팍팍 주려는 건 아니고. 가볍게 가고 있으니 이것도 나름 몸 경험으로 배우는 학습 아니겠나.
몸으로 배우는 학습은 우리 학교 학생들은 잘 하고 있는 듯. 그것이 본인들이 원한 활동이 되어서 결과적으로 제대로 자아성장과 뇌 구축활동이 될 수 있게끔 선생님들도 애쓰는 것 같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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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카운턴트.2016

영상 2016. 10. 23. 14:57

어카운턴트.
철저하게 몰아붙여 현실에 적응하도록 훈련시키는 것.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 고민이 많겠지. 오죽하면 아이 죽고 다음 날 죽는 게 소원이란 말도 있을까. 장애에 관대하지 않는 사회니만큼. 당장 거리에 나가도 휠체어 탄 사람 하나 보기 힘든데. 장애를 갖지 않은 이라도 약자라면 얼마나 잔인한 사회가 될 수 있는지 매일 같이 뉴스에서 확인가능하고. ..두 아버지의 행동은 방식의 차이일 뿐. 놓아버린 이의 마음은 또 얼마나 복잡할까.

유툽에서 돌아다니던 이 영상은 어디까지 진실일까.
https://youtu.be/kMw8Yu6NVrY
중증 자폐가 이런 상태라면. 
https://youtu.be/CJ0bO8wA6Bo
일반적인 통합학급에선 어디까지 도울 수 있을까. 얘네가 학교의 특수교사가 맡는 한두 시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간을 스물 남짓한 아이들과 함께 앉아있어야 한다면. 분별해 거를 수 없는 소음. 에너지 넘쳐나는 시기의 아이들이 내는 온갖 시각적 청각적 소음. 예민한 촉각. 일반적인 아이들도 10분 이상 집중하기 어려운 수업시간에. 쏟아지는 자극들을 어떻게 견디나. 
발화로도 지표로도 증명되지 않는 지성에 대해 믿고 끊임없이 정서적 지적 인풋을 시도하는 것? 함께 스밀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 예민하거나 둔한 감각을 배려하는 환경을 꾸미는 것???? 그게 어디까지 가능할까. 생각이 복잡하다.

공존할 수 있다면야. 장애는 큰 문제가 아닐텐데. 장애 없는 사람들도 다들 어딘가 미숙한 점, 모난 점, 약간의 신경증이 있다고들. 어떤 환경이냐에 따라 정서적, 신경적인 취약부분이 덧나서 병증으로 발현되느냐 아니냐 여부가 갈린다고. 

성선설이니 성악설이니에 대한 생각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저마다 상황에 따라 선하거나 악하거나. 혹은 결핍되어 뒤틀리고 모나서 갈등을 일으키기 쉬운 부분들이 있게 마련인 듯. 인간의 선천을 따지는 건 크게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신경증이든 장애든 인종이든. 그것들이 적당히 조화를 이루게끔 수용적이고 여유로운 사회가 되거나. 피해주거나 의존하지 않고 일원으로서 받아들여지기 위해 노력이 필요한 부분, 모나고 뒤틀린 부분을 스스로 인식하고 둥글게 다듬어가거나. 가 현실적인 것 같다. 교육이 개입할 부분이 거기인 것 같고. 필요한 부분을 기르거나 타인을 찌를만한 부분, 다듬을 부분을 깨닫게하고. 한편으론 다양한 다름에 익숙해지게끔하고, 차이를 배려하고 조화를 이루게 돕는 것.

다름에 대한 경직된 시각. 차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 불안을 낳고. 불안이 고립과 차별을 낳고. 차별이 가난을 부르고. 가난이 높은 범죄율를 낳는다고. 그런 기사를 읽은 적이 있는데. 결국 세상을 사람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보다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가능하게 한다는 말인가. 싶다.

결국 자립할 수 있다면야.. 자폐 스펙트럼 중 하나인 아스퍼거를 다룬 영화 아담. 엘리자베스 문의 SF소설 어둠의 속도.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가 대체 뭐냐고 묻는 이야기들. 소통 상의 불편함, 고립감은 있을지 몰라도 잘들 사니까. 타인들이 그들을 이해하려 받아들이려 노력하는 주변이 되어준다면야. 그리고 그런 인식의 변화는 교육에다 요구하겠지. 그럴 수밖에 없고.

다만. 장애 없는 아이들도 건강한 마음으로 자라나고 자립하기 힘든 세상이고.. 거기다 각박하다보니 다들 날이 서서. 좀 더 사람들 마음에 타인을 돌아 볼 여유가 있으면 더 나을텐데. 그러려면 홀로서기 과정을 받쳐 줄 복지가 어느 정도 뒷받침 되어 주면 좋을텐데. 다들 이래저래들 공포를 안고 뒤쳐지지 않고 소외되지 않기 위해 자가해결을 모색하고 있고. 약한 사람들, 더 많은 지원과 배려가 필요한 사람들은 더 살기 어려워지고, 고민에 찌들고.

...복잡하고..모르겠고. 여튼 그런 고민까지 고스란히 담은, 좋은 영화인 듯. 형제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마음에 들었음.


ADAM 트레일러. https://youtu.be/92U6OnVZG3U
Yes, I Can 2016 패럴림픽 주제가 https://youtu.be/vzjuQoNM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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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크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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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브.

영상 2015. 2. 14. 00:08
원래는 내려갈 생각이었지만 서울도서관에 반납할 책이 있었음. 걍 내려가는 걸 내일로 미루고 다녀오는 길에 트라이브 상영관을 찾았다. 마침 씨네코드 선재에서 하는 게 있길래 찾아갔다. 도중에 좀 우왕좌왕. 그래도 여차저차 어떻게든 찾아갔다.
수화로만 이루어진 영화라기에 호기심이 컸다. 음악도 하나 나오지 않는, 말이라고는 한 마디도 사용하지 않는, 평행세계의 동떨어진 종족 이야기같은 영화.
-----
막 새로운 기술학교에 전학한 철부지 소년이 학교 내에서 암묵적으로 용인되는 갱 활동에 몸담게 되고,와중에 첫 섹스와 애착을 경험한다. 갱단 아래서 섹스를 팔아 돈을 버는 소녀에 대한 소유욕에 불타오르지만, 갱에서는 그녀를 꾀어 이탈리아로 보낼 생각이고, 소녀는 그를 그저 돈 대오는 호구 정도로 봐 줄 뿐. 뒤늦게 소녀가 떠날 거란 걸 알고는 막으려 하지만, 갱에서는 그를 처참하게 후드려 패고 좌절시킨다. 이후 소년은 갱단에 대해 막나가는 복수를 한다.

그 일련의 모든 과정은 오로지 화면만 보며 유추해 가는 수밖에 없어서, 소소한 부분은 틀렸을지 몰라도. 얼추 저런 내용인 건 맞는 듯.
-----
우크라이나 상황은 잘 모르고, 사람들이 청력을 모두 상실한 듯한 세계이기에 현실이 얼마나 반영되었는지도 모르지만, 화면 속에 등장하는 일련의 과정은 훅 하고 날것의 느낌이 난다. 소리는 작거나 없지만 온갖 표정과 몸짓들이. 당연하다는 듯 절망과 폭력에 찌든 험악한 일상과 기복어린 감정들을 파닥파닥 물고기가 튀어 오르듯 표현해낸다.
말하지 못하는 아이들. 소소한 기술을 배우며 학교를 다니지만 그것들은 그들에게 전혀 희망이 되어주지 못하는 것 같다. 소녀들은 그저 화물트럭운전수들에게 피임도 않고 몸을 팔며 돈을 모으고, 갱단소년들은 도둑질하고, 삥 뜯고, 뒤치기하고, 소녀들을 이용한다. 어른들 역시 그들의 사업에 수저를 얹는다. 더러운 현실에 순응하고 더러운 놈이 되거나. 더러운 놈들 틈바구니에서 적당히 이용당해주면서 돈을 벌어선 타국으로 떠나거나. 그들은 그 정도 선택지 밖에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 사랑놀음은 그래서 적절치 않다.

소소한 일상의 작은 소리들이 아무렇지 않다는 듯 흐르는 가운데, 몸짓들만이 점점 파들거리며 격렬해져가고, 그러자 가끔 가쁜 숨소리에 고통섞인 울음이 뒤섞이고, 그것들은 머리통이 깨져나가는 처참한 소음으로 확대되고서야 조용히 잦아든다.
---
마지막 장면은 그래서 아주 기묘했다. 아무도 옆사람이 머리가 터져나가는 것을 듣지 못하고 잠들어 있다가 하나씩 처참하게 머리통이 깨져나가는데, 그 소리가 영화 내내 울리던 어떤 소리보다도 커서 사람들을 움찔거리게 만들었다. 거친 분노와 증오를 아주 선명하게 각인시켜주는 장면이었다. 별의 별 영상물을 보아오면서 비위를 길러왔지만 난생 처음으로 눈을 감았더랬다. 하지만 소리는 여전히 생생했다.
현실과 사랑 모두에 진저리나고 지쳐버린 소년이 기숙사로 향하는 철문을 닫고나자 영화가 끝났다.
-----
먼 시점에서 인류의 언어를 하나도 모르는 외계인이 우릴 바라보면 이런 느낌일까. 인간사회의 집약판같다는 느낌도 얼핏 들었다. 부정적인 감정들에 쉽게 잠식당하고, 이용하고 이용당하고. 할 수 있으면 얼마든지 추해질 수 있는 존재들이 작게 훅훅거리고 쉿쉿 거리며 서로서로 위협하고 감정을 강요하고 살아남으려 버둥거리고 부숴버리는. 인간종. 그래서 트라이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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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크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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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맨 보고왔다.

영상 2015. 2. 12. 00:23
용산 롯데시네마에 예약해둔지라 미적미적 기어나와서 다녀왔음. 분명 네이년지도앱에서 버스노선을 찾아뒀는데 아무리봐도 정류장에선 노선번호를 찾을 수가 없어 택시를 잡아탔더랬다. 퇴근시간이라 무지막지하게 막혀서 영화값만큼 택시비로 지불하고도 늦었음.
해리와 애그시의 만남 이전 스토리를 못 챙기고 날려먹었다.
-----
킹스맨 인물들의 코드네임이 아서왕 신화의 인물들로 되어 있어 흥미로웠음. 관련 신화를 차용한 젤라즈니 소설이며 아발론의 안개 소설 드라마며 아서왕을 다룬 역사드라마도 몇 편인가 보았을 정도로 좋아하는 이야기라서.
해리의 코드네임 갤러해드는 원탁의 기사들 중 가장 아름다운 미청년이자 빼어난 기사였다지. 랜슬롯의 아들. 원탁의 자리 중 저주가 깃든 위험한 자리는 오직 그를 위해 남겨져 있었다 했다.
코드네임 멀린역 배우는 아서왕을 다룬, 게다가 에바 그린이 모게인으로 나온 다른 드라마 시리즈에서도 멀린 역으로 나온 적이 있는 배우..인 줄 알았는데 아니구나. 조셉 파인즈.. 뭔가 이미지가 닮아서 착각을...아니. 별로 안 닮았는데..;; 거기서 멀린은 마키아벨리적인 킹메이커로서 멋모르는 청년을 끌어다가 신화를 직접 제조해나가는 인물로 그려졌었다. 아무튼..철부지 색정광 아서보다도 멀린과 모게인의 포스가 대단했는데 몇 편 못 가 캔슬되어버렸다.
-----
눈이 즐거운 영화였다. 늘씬하고 날렵한 인물들이 몸에 딱 맞는 단정한 수트를 입고 화기와 암기를 자유자재로 휘두르며 가차없이 쏘고. 베고. 찌르고. 부순다! 멋졌다!ㅋㅋㅋ
악역 곁의 비서이자 보디가드로 따라붙었던 가젤언니도 무쟈게 멋졌음. 킬힐액션이 끝내줬음. 슝슝! 단면조차 깔끔하게 뭐든 베어버리는 모양새가 정말 멋졌음.. 캬하하하!
---
계급 고착화가 심한데다 왕족이 있고 귀족들이 상원의원하고 있는 영국. 언어로 출신이며 계층 구분이 되는 곳 답게 에그시네 양아치들과 해리의 말투가 다른 것도 인상적이었음. 코크니와 상류층의 어투..해리의 뒤를 이어 멋지게 맞춤정장으로 빼입은 에그시가 말투도 싹 바뀌고 해리처럼 술에 대한 까다로운 취향마저 연기해내는 게 암튼. 인상적임.

영국은 멀찍이서 문화상품들 핥기엔 재밌는데 직접 들어가 살라면 절대 못 견딜 것 같단 생각이 새삼. 아무리 특색있고 멋져도 난 왕족이랑 귀족이 세습된 부를 가지고 눈에 띄게 영향력을 발휘하는데다..계급적인 요소 강하게 풍기는 나라에선 못 살 것 같고..지성인스러움 물씬 풍기는 오이씨도 은연중에 인종차별적인 단어 뱉고 사과하는 동네인데..차별 어련하겠나 싶고.
---
액션씬이 3D 게임스러웠달까. 타임래그와 함께 주변을 좀 더 보여주면서 다시 빠르게 진행되는 식인데 그만큼 행동에 리듬을 주고 타격감이 두드러져서 멋지구리.
그런 액션 씬들 중 제일 인상적이었던 게 해리-갤러해드가 초반의 술집 양아치들 손봐주는 장면, 그리고 미국 극우 교회에서 갤러해드가 정줄 놓고 몰살하는 장면. 특히나 교회씬은 꽤 긴데, 무척 잔인한데도 사이다를 연상시키는 씬.
몰지각과 차별주의로 완전무장하곤 합리화시키는, 공격적인 사람들에 대한 분노가 마구 휘몰아치는 장면. 정줄 놓기 전에 날린 대사도 위트 넘쳤음.
이걸 원 테이크로 찍었다니 대단..
---
콜린퍼스 캐릭터가 영화 내내 등장하지는 않는데도 불구하고 그의 활약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끝나고 나서도 그 액션씬들이 계속 머릿속 에서 플레이되고 있는 중..
-----
여튼. 단정하고 날렵한 멋드러진 외견과 제대로 절도있는 몸가짐을 갖춘 신사가 될 수록, 누구보다도 완벽한 암기와 가공할 체술을 갖춘 스파이가 된다는 발상이 참 재밌는데다가..
그에 걸맞는 때깔과 액션을 제대로 갖춘 영화였음.

인류와 바이러스를 동급으로 놓은 악역의 발상도, 여기저기서 종종 보던 얘기들이 영화에 나온 것처럼 느껴져서 재미있었지. 설득력 있는 악역이랄까.
뭐 우리나라야 애 안낳는다니 국가가 사라지니 호들갑이지만, 세계 전체적으로는 인구증가가 계속되고 있고.
자손을 많이 낳는 경우는 통계적으로 무지하고 가난한 사람들이 많다고 하고.
지구온난화로 인한 재앙이 바이러스를 몰아내기 위한 숙주의 열병이란 말도 얼추..공감이 가는 바라..
이런 냉소적인 시각에서 좀 더 훼까닥. 하면..하등한 인간들을 죽이니 어쩌니 하는 저런 미친놈이 나올 수도 있겠군. 싶은 거임.

해서. 신경신호에 정줄놓은 사람들이 마구 싸워대는 장면도. 돈과 권력과 오만함을 두루 갖춘 인간들 머리통이 펑.펑. 예쁘게 터지는 쇼도 둘 다 적당히 거리감을 두고 흥미롭게 잘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
빅히어로도 그렇고. 이 작품도 DVD나오면 사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음.

요즘 괜찮은 영화들이 많이 나오는 듯. 은근 화제가 되고 있는 트라이브도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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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크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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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시봉

영상 2015. 2. 9. 01:18
별로 보고픈 생각은 없었는데 예매해뒀대서 보러갔다. 여섯시 이십분 영화.
시간에 맞춰 여의도에 가느라 애먹었다. 며칠간 뛸 걸 다 뛴 느낌. 영화가 끝날 때까지 기도가 걸걸하고 명치가 아플 정도였다.
외커 평이 낮았던 건 한효주 탓이 꽤 컸던 듯. 후반부가 꽤 늘어지긴 했지만 그런대로 잘 보고왔다.
노래가 대체로 들을만 했다. 포크의 매력은 시대가 간다고 바래거나 사그라드는 류는 아닌 것 같다. 음미할만한 가사. 청량한 기타음색. 그 나름의 아름다움이 넘쳐서.
딴 영화 음향의 두 배 정도 공을 들인 시스템이랬던가? 그랬던 듯.
캐릭터를 따지자면..극중에선 걍 보조적인 역할이고 크게 인기가 많게 그려지지도 않았지만 실제 이장희씨만큼 이장희씨 캐릭터가 제일 멋있게 그려졌던 것 같고. 송창식씨 캐릭터도 배우가 상황에 적당히 유머러스하고 끼 넘치게 잘 소화했던 듯. 강하늘은..마냥 이쁘게만 부르려는 느낌이 좀 작위적인 감이 심해서 별로였는데..그래도 노랜 잘하더라. 가공의 인물인 오근태는 노래는 확실히 딸리던데..러브라인 연기에 치중해 그려진 인물이라 크게 신경쓰진 않았다.
웨딩케잌의 번안곡 가사에서 모티브를 얻은 러브라인이라는데. 말이 많았고 평점을 깎아먹은 원인인 듯 했지만. 별 거부감 없이 그냥저냥 봤다. 엉뚱한 CG나 몰래 바꿔 쓴 가사같은 무리수스러운 데도 있었지만. 친구마저 넘겨버리고 커리어마저 끊어버리는 남자의 순정이라..요즘처럼 눈에 띄는 곳에 여자를 도구처럼 보고 깎아내리기 바쁜 추한 발정남들이 넘쳐나는 시대엔 드문 모습의 복고풍 판타지 캐릭터 같았다. 그런대로 안 거북스랍고 괜찮았다. 후반부에 무너져 펑펑 우는 남자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각자 가정도 있는데..저렇게 마음 정리를 못하면..싶기도 했지만. 그 이상으로 나가진 않아서. 짠함의 범위에 적당히 안착. 영화 타깃이 되는 어르신들 나이만큼 살아가다보면 완전히 갈무리하지 못한 감정같은 게 아무래도 한 둘 쯤 남아 응어리져 있고 그럴 수도 있겠지.

김희애씨는 나름 외모관리에 엄청 신경쓰시는 듯. 밀회 때는 느끼지 못했던 부자연스러움이 얼굴에 넘쳐서 놀랐음. 어쩔 수 없는 게로군..했다.
김윤식씨는..찌든 회사원 중년이라기보다 스릴러 혼자 따로 찍는 것 같은 느낌이 아직 남아있어서. 좀 써늘한 느낌이 조금 있더라. 다 보고 나서 같이 웃으며 그부분 얘기를 했다. 나 니네 친구 아니다. 가 소름끼쳤다고.ㅎ
여튼. 그럭저럭 잘 봤다. 엄마가 좋아할 듯.
마냥 토닥토닥하며 눈물샘을 자극하는 국제시장보단. 세대가 모두 그런대로 같이 즐길만한 아름다운 노래들이 있어서. 더 나은 것 같다. 복고바람 속에서 이것도 나름 흥행 잘 될듯.

옛날은 지금보다 형편없는 일 투성이였을텐데도. 검열과 피터지는 운동들로 점철된 독재시대든 많이들 경제적으로 고꾸라졌던 IMF시대든.. 많이들 그 시절을 그리워하고. 아름다운 기억들을 자꾸 되새김질하듯 찾아낸다는게. 신기하다. 더 늙으면 실감이 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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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크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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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히어로

영상 2015. 2. 8. 03:08
예매권 두 장을 써서 보러갔다. 왜색 짙은 애니메이션이라 해서 얼마나 두드러지나 했는데. 금문교가 도리이 모양인 것과..시내 가게들 외양이며 홍등 같은 것들이 눈에 띄더라. 마블코믹스의 원작가가 일본계라 그렇다고. 원래 더 왜색이 짙은 것을 그 정도로 누그러뜨린 것이라 한다. 주인공의 이름도 일본인의 성이었지만 바꿨다던가.
왜색 얘기는 이만하고..

무진장 귀여운 영화였다. 사람들의 안위를 염려하는 상냥한 마음이 내내 푸근하게 감싸오는 영화였고. 해서 눈물이 나기도 했다. 상실을 극복하고 성장을 멈추지 않는 아이에 대한 얘기기도 했다. 사람들과 친밀하게 부대끼는 것. 누군가를 염려해주고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내는 관계들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그런 영화였다. 무척 마음에 들었고..그러지 못하고 있는 내 마음이 암담하게 느껴졌다. 벗어난다고 해서 잘 될까. 그렇지 않으면 나는 모두가 혐오해 마지 않는 무기력한 인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이미 인이 찍혀버린 판에 별로 자신이 없다. 냉소와 조소로 가득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한데 어찌되었건 세상에는 열심인 사람들이 있고. 희망과 온기를 이야기하는 작품들이 이렇게나 있다. 모두 나처럼 비참한 생각으로 살아가진 않는다. 그리고 아이들일수록 추한 것들로부터 멀어져 자랄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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