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지지리 안 읽히는 탓에.. 괜찮은 작가들의 단편집이 반가운 요즘.
킹의 다섯번째 단편선이다.
스티븐 킹의 소설을 처음 읽은 것은 예전에 서점에서 훑어본 <스켈레톤 크루>가 처음이었는데, 처음 두어 편을 읽고 덮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 류의 공포물은 별로 안 땡긴다고 느꼈고, 전반적으로 미국적인 정서가 강한 편이어서 적응이 필요했던 듯.
이후에 비교적 최근작인 장편 두어 편을 읽고 나서 (암살을 막기 위한 타임슬립물인 "11/22/63"시리즈, 샤이닝 후속작인 "닥터 슬립") 좀 면역이 생겨서 파생 영화(샤이닝, 미스트, 미저리..좀 있으면 다크 타워랑 그것이 개봉하겠는데. 다크 타워 평이 개떡같긴 하지만 이드리스 엘바가 나오시니 아무리 구려도 볼 예정.)나 드라마(언더 더 돔. 미스터 메르세데스가 최근 나오는 중.)도 좀 찾아보고 있고..이 단편선도 샀더랬고. 조금씩 스티븐 킹 소설의 재미를 알아가고 있음.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 단편선 읽고 나면. IT이랑 다크타워 시리즈를 시작할 예정. 읽을 거 많군.
올초 넷플릭스 결제 이후에 지지리도 책을 안 읽게 되어버려서, 항상 외출 때 서점을 들르는 버릇 탓에-그리고 가면 꼭 한두 권은 사게 되는지라 구매는 했지만 한 달 가까이 묵혀두었다.
읽던 초반에는 언제까지 묵혀둘거나..기왕 산 거 눈으로 글자를 하나하나 훑기라도 하자, 하고 기계적으로 시작했는데 마지막 즈음에는 상당히 몰입했고 꽤 즐거웠다.
나중에도 심심할 때 한 번 더 훑어볼 것 같은 단편은 "진저브레드 걸", "N.", "아주 비좁은 곳" 정도. "휴게소"나 "벙어리"도 끼워넣을까 했는데 소재 자체가 그다지 유쾌한 건 아니어서..모르겠군.
옮긴이의 말마따나, 대체로 초기 단편선과 달리 실제로 있을 법한 현실적인 공포물이 많은 편인데, 개중 생존과 관련된 스릴러물들이 이 선집 내에서 분량도 많은 편이고 몰입도도 강하다.
코스믹 호러 느낌의 "N."은 그런 현실적 공포와는 성향이 다르기는 하지만,
러브크래프트 단편선집에서 재미난 몇 편을 발견했던 기억 + 최근 몇년 새 이승열씨가 영미문학관에서 특유의 떨리는 목소리로 읽어주는 러브크래프트 단편들에 대한 호감 + 영화 미스트에 대한 호감 등등이 얽혀서. 그리고 작중 묘사된 강박증과 코스믹 호러 설정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어서 꽤 재밌게 읽었더랬음.
선셋노트에서 작가가 꿈을 옮겨 썼다고 밝힌 단편인, "하비의 꿈"이나 911에서 영향을 받은 듯한 "뉴욕타임스 특별 구독 이벤트", "그들이 남긴 것들". 그리고 사후세계와 관련된 "윌라"는 그다지 구미가 당기지 않는 이야기였고-재미보다 다른 의도가 큰 이야기들이지만서도-환각을 다룬 "헬스 자전거"는 흥미로운 전개이긴 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지옥에서 온 고양이"는 다른 단편과는 좀 다른 느낌의, 확실히 오래 전에 집필한 듯한 느낌이 드는 단편임. 사악하고 영악한 고양이라니. <스켈레톤 크루> 단편선집에 들어가야 했을 법한 느낌.
읽고 언능 알라딘에 팔아버려야지 했는데. 가끔씩 강렬한 단편들은 몇 년이 지나 반짝하고 당길 때가 있어서, 일단 내비두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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