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국 남성의 식민성과 여성주의 이론 - 정희진.

[남성성, 식민지 남성성]
여성학 강의를 드는 것은 대체로 여성들이다. 남성들이 듣고 변해야 한다고 말들 하지만, 실상 여성학 강의를 듣고 변하는 남성은 거의 없다.
왜 그럴까? 
인종, 계급, 젠더는 권력관계이기 때문. 계급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해 자본가를 교육하는 방법을 유효하게 써먹을 수 있을까? 아니다. 그러한 변화는 제도나 물리력을 통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젠더 권력도 마찬가지. 
젠더권력이 오래되고 치열한, 정치의 최종심급이라는 사실을 전체하지 않는다면 사회는 여성주의와 소통할 수 없다. 그러나 한국사회는 젠더를 끊임없이 탈정치화하려는 사회시스템이 워낙 강력하여 제도적, 물리적 제재가 약했으며, 더욱이 남성의 변화는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으로 가능할 것인양 여성들이 남녀관계에서 더 노동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젠더권력에 대해 알아보고, 어떻게 대응할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남성성은 젠더의 가장 중요한 특성이고, 어떤 문제도 남성성을 위시한 젠더의 자장에서 자유롭지 않기에 우선 남성성이 무엇인지 알아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정희진은 서구에서 남성성을 규정한 여러 여성주의 이론을 살펴보고, 서구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을 띄는 한국남성의 '종속적(주변적)남성성', '식민지 남성성'을 규명하고자 했다.

[남성성에 대한 여성주의이론]
서구 여성주의에서 이루어진 남성성 연구는 크게 4갈래로 나뉜다.
1. 근대 자유주의
- 신분제 사회 붕괴 이후. 모든 인간은 법 앞에, 신 앞에, 과학이나 국가 앞에 평등하다는 근대 자유주의 이론을 받아들인 여성들은 '여성도 인간이다.' '남성은 인간을 대표하지 않는다.' 고 주장했다. 이는 '성별'과 '인간'  개념 사이의 갈등을 내포하고 있었으며, 인간은 인간 이전에 남성과 여성이어야 한다는 성 차별 앞에 무릎을 꿇었다. 사적 영역에서 남녀가 할 일이 따로 있다는 논리는 남성을 구원했고 혁명을 중단하게 만들었다. 결국 '(공적 영역에서) 여성이 남성의 기준에 맞는 시민이 되는 것'을 지향함으로써 급진주의 페미니즘으로부터 근본적인 비판을 받는다.
2. 실존주의
 - 시몬 드 보부아르, 1949년 '제2의 성'. 뛰어난 지식인임에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소외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추적함. '인간'이란 실상 '백인 남성' 이며, 중산층 백인 남성이 아닌 여성, 흑인은 인간이 아닌 '타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규명했다. 
  시몬 드 보부아르의 실존주의 페미니즘은, 가부장제 사회에서 '애초에 사람으로 태어났으나' 제1의 성-진정한 인간-으로 길러지는 남성과, 제2의 성-남성의 소유, 부속, 기호-으로서 길러지는 여성을 조명함으로써 남성성이 생래적이지 않음을 지적했다.
3. 1970년대 급진주의 페미니즘
- 자유주의 페미니즘과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을 비판하며 성장. 이들이 가진 근본적 문제의식은, 기존 여성주의가 젠더를 공적 영역에만 한정해서 다룬다는 것이었다. 여성이 받는 교육, 경제력 등의 공적 지위는 이성애에 기반을 둔 가족제도 하에서의 노동,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 등 사적 영역의 지위와 일치하지 않을 뿐 아니라 되려 반비례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었다. 여성억압은 사적영역에서 더 광범위하게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가정 안의 불평등과 섹슈얼리티 억압이 주요 정치적 의제로 상정되지 않는 한, 여성은 사회적 지위가 높으면 높아서 낮으면 낮아서 차별 받는다. 이들은 사적 영역을 정치화하고, 좌파 남성들의 인종차별과 성차별을 비판하며(마르크스주의 비판) 여성 자체가 억압받는 계층이라고 보았다.
여성폭력, 여성살해, 군 위안부 문제 등 전쟁성폭력, 몸 이론, 포르노그라피, 성적 대상화 등에 대한 새로운 해석에 크게 기여했다. 이들의 통찰은 현재 한국사회 진보 진영의 멈추지 않는 성폭력, 성차별과 정확히 일치한다.
4. 주디스 버틀러의 행위성 이론
젠더에 대한 이분법적 딜레마에 탈출구 제시. 남성과 여성은 존재가 아니라 반복적 수행을 거쳐 구성되는 사회적 규범이자 임의적 범주라고 제시. 애초에 남성이든 여성이든 실체는 없다. 행위가 있을 뿐. 때문에 주디스 버틀러는 '언어적 실천'이라는 패러다임을 확고하게 제시함. 

==남성은 인류, 인간성, 국가를 대표함. 남성성은 남성이 정해왔음. 그러나 바람직한 여성성은 남성사회가 정해주는 것. 때문에 남성은 개개인으로 식별되어 온 반면, 여성은 타자화되고 집단으로 뭉뚱그려져 왔음. 젠더 이분법은 남성성을 그 기준으로 하므로, 그 자체가 차별임. 그러나 마치 남성 집단과 여성 집단이 각각 균질적이고 독자적인 대립항인 것처럼 선전됨. 
남성성, 여성성은 동일하고 고정된 개념이 아님. 성별불문 실현은 불가능함.

[패권적 남성성]
서구에서 한 시대의 대세가 되어 온 남성성. 시대별로 권력과 부를 획득한 주류 남성들이 영위한 남성성. 대략 시대적 흐름에 따라 네 가지 분류할 수 있겠는데, 이전 시대 것을 계승하고 확장한 것이라 완벽하게 구분하기는 어려움. 쨌든 이들을 복합적으로 융합한 것이 시대마다 새로운 남성성으로서 각광받아 왔다고 할 수 있을 것임.
1. 그리스의 시민/전사 모델. 
-군사주의+이성주의. 남성다움=시민권. 영예로운 남성 전사의 이상이 국가의 행위에 투영된 것.
2. 가부장적 유대 기독교 모델.
-책임감, 소유권, 아버지로서의 권위 등 가정 내에서의 이상 강조.
3. 영주/후원자 모델
-귀족적 이상, 군사적 영웅주의, 높은 위험(결투 등) 감수.
4. 프로테스탄트 부루주아 이성주의 모델.
-자본주의 사회의 남성성과 가장 가까움. 경쟁정 개인주의, 이성, 자기 통제, 극기와 자제력, 공적 생활에서 몸에 밴 책임감 강한 생계 부양자.

==시대마다 이러한 모델들을 재구성하고 재결합하여 남성성의 변화나 대체가 일어났다. 그러나 그것이 남성 권력의 쇠퇴나 변질은 아니었다. '남성의 위기' 담론은 다양한 남성성 중 하나가 다른 남성성으로 교체될 때 나타나는 남성 문화의 반응으로, 젠더 이분법적인 상황에서는 이를 '여성 지위 향상'으로 이해하려 든다. 

[주변적 남성성]
돈과 권력을 획득하지 못한 비주류 남성들이 갖는 남성성. 가난한 남성, 동성애자 남성, 장애인, 학력이 낮은 남성, 병역의무를 마치지 못한 남성들은 지배적 남성성의 위계 아래 있음. 여성의 일상생활에서는 패권적 남성성보다 주변적 남성성을 경험하게 될 때가 많다.
남성 문화 안에서는 중심을 지향하거나 비굴하고 의존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여성에게는 더 폭력적이고 강한 남성성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남성성을 확장하고자 하지, 사회적 약자와 연대하려 들지 않는다. 
지배적 남성성의 자원이 사법권력, 지식, 자본 등 일반적인 권력이라면, 이들의 남성성은 폭력, 협박, 치킨게임, 낭만화된 하위문화-조폭영화 등, 여성의 모성과 연민을 자극하는 자작극 등을 자원으로 삼는다. 폴 윌리스의 백인 남성 노동자 계급 연구 등에서 볼 때, 이들은 자신의 계급적 위치를 공부를 열심히 하고 사회 운동에 참여하는 등의 분노로 승화하기 보다 당장의 남성성 획득을 위해 미래를 포기하며, 이주민과 여성 노동자를 향한 배타성, 우월 의식으로 열등감을 보상받고자 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결국 사회의 보수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일본의 NEET족의 탈력문화, 영국 백인노동자의 루저문화 등에서 볼 때 이들은 자발적 루저로서 노동을 비롯한 공부, 연애, 관계맺기 등 조금이라도 힘이 들어가는 일은 하지 않는다. 강하지만 강하지 않은 것처럼 행동하며, 피해자 코스프레에 능하다.

비주류 남성들의 괴로운 일상의 원인은 자신보다 지위가 높은 남성에게 있으나, 이들은 여성들에게 문제를 전가한다. 개인적으로 문제가 있을 경우에는 남성 연대를 활용한다. 남성에겐 집단의 성원으로서, 모든 차이를 초월한 남성 연대라는 가장 강력한 힘의 역사가 있다. 이성애가 남성 연대를 이길 수 있다면 가부장제 사회가 아닐 것이다. 
남성 가장들은 아내의 월급보다 남성 동료의 월급이 많기를 바라며, 성폭력 피해자가 자기 가족이라 할지라도 숨기거나, 가해자 편에 서거나, 피해자를 대신하여 합의금을 챙긴다. 남성은 상황에 따라 자신을 개인 혹은 남성 집단의 성원으로 정체화한다. 
남성은 정체성이 아닌 포지션이며, 모든 남성은 직접적인 성 차별의 수혜자이자, 잠재적 가해자의 위치에 있다. 개개인의 품성, 가치관, 성찰과 무관하게.

[식민지 남성성]
제국주의 시절, 침략자들이었던 서구에서의 남성들이 독립성, 자율성과 주권, 군사주의 등을 특징으로 하고 여성과 아이들을 지킨다는 명목 하에 압박했으며 이는 서구 페미니즘의 비판을 받았다.
반면, 식민지배를 겪었던 한국 남성들은 자국의 여성을 지키기 보다 자원으로 여기고 소모하고, 강대국이나 윗 서열 남성들에게 조공하며(미군 성범죄에 대해 미국여인을 범하자는 감정적 논리가 우세했던 사례, 군 위안부, 기생관광, 미군기지촌 성매매 합법화 사례 등을 들고 있음. 최근의 YG연예기획사 등의 사례를 봐도, 알게 모르게 흔한 경우라고 할 수 있을 듯.), 한편으로는 강대국들 내지는 높은 서열의 남성들과 부대끼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여성의 위로와 지지를 끊임없이 갈구한다. 식민지 남성성을 규정하는 특징 10가지를 보자..
1)  보편적 주체로서 자신을 국가, 민족과 동일시
2) 성별 정체성을 국내 여성과의 관계에서 구성하기보다 외세와의 관계에서 파악
3) 강대국에게 저항하거나 이용하여야 하는 남성의 중대한 업무 앞에서 여성들이 자신과 뜻을 함께 하지 않고 평등을 외치는 것을 반민족적으로 여김
4) 여성 해방은 경제적 계급 해방이나 민족 해방 이후의 과제임
5) 여성은 강자와의 투쟁에 바쁜 자신을 대리해 생계를 책임지고, 자녀를 양육하고, 성적욕구를 해결해 주는 성역할에 충실해야 함
6) 자신이 지치면 여성은 위로와 지지와 격려를 해주어야 함
7) 자원이 부족할 경우 적의 성적노리개가 되어 먹을 것을 얻어와야 함. 이 경우 식민지 남성은 우울해하거나(이상-날개), 자존심이 상해 여자를 패거나 혐오하고, 환황녀라며 매도해 공동체에서 몰아내고(안정효-은마는 오지 않는다), 중산층 여성에 대한 적대감으로 피해여성을 진정한 민중으로 숭배하거나(김기덕-해안선), 분노로 스스로 미침(남정현-분지)
9) 좌파 민족주의 진영은 가해국과의 투쟁에서 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사과보다 경제적 협력이나 군사원조를 받아내는 등, 협상 자원으로 활용해 왔다.
10) 자신이 이 모든 고통을 해결하는 방법은 성찰이나 강자에 대한 저항이겠으나, '도리가 없'으므로 술을 마신다. 무기력, 자기연민, 고뇌하는 자기도취상태에 있다.

역사적인 흐름에서 본 식민지 남성성은 현재까지 이어지는 양상을 띄며, 이는 비슷한 처지의 다른 약소국 남성성과도 다른 특이한 양상이다. 
페미니즘은 성별 분업의 철폐를 주장하지만, 한국 남성은 성별에 따른 분업조차 하지 않는다. 여성과 직면하는 남성이 없으며 없음을 이야기하며 '가부장 없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에게 필요한 생존전략이 무엇일지 묻고 있다.

Posted by 에크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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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말인가 90년대 쯤에 나온 책이다. 당시 일본에는 이미 결혼하지 않은 30대 여성들이 사회현상화 하던 때였던 듯. 그를 바라보는 두 여성학자, 우에노 치즈코와 노부타 사요코의 대담집이다.
우에노 치즈코는 최근 페미니즘 이슈와 관련, "여성혐오를 혐오한다"라는 저서가 재조명되면서 한국에서도 이름을 날리고 있는 사회학자인데, 이번에 도서관에서
검색하니 우에노 치즈코 관련 서적이 이 책 밖에 없어서 일단 빌려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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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을 돕는 심리상담센터를 오랜 시간 운영해 온 노부타 사요코와, 페미니즘 저서로 유명한 우에노 치즈코 두 사람이 만나서 결혼을 둘러싼 사회현상에 대한 궁금증을 나누고 서로 의견을 나누는 방식.
30대 비혼 여성들은 왜 비혼으로 남았는가, 성과 사랑에 대한 그들의 사고체계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무엇이 그들을 비혼으로 이끄는가, 비정규직 비혼 30대 여성, 그들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현재(당시 일본에서) 그들을 끼고 사는 일본의 베이비부머들, 부모세대의 미래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그뿐만 아니라 결혼을 둘러싸고 사회에서는 어떤 성역할을 양성에게 밀어붙이고 있는가-여자들은 결혼을 통해 무엇을 얻으려 하는가, 여성들을 혐오하는 남성들은 왜 나타나는가, 폭력적인 결혼생활을 접지 못하는 여자들은 왜 그런가, 등등에 대해 의논한다.
그런대로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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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이후에 읽은 "여성혐오를 혐오한다"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겹쳐지는 감이 있기는 한데, 몇 가지 추려보면 이런 얘기들이 나옴. (나머지 주제들은 잘 기억이 안 나서 못 적겠다.)

-남성이 진정한 남성이 되려면? 연애 못하는 남성에 대한 이야기
남성들을 진정한 남성으로 만들어 주는 것은 실은 여성이 아니고 남성공동체이며, 남성공동체로부터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여성을 소유하는 것이 일종의 자격조건 같은 것으로 굳어져 왔음. 실상 오래 전부터 남성공동체의 서열에 맞춰 여성은 자연스럽게 주어지는 것이었고, 중매결혼이 있던 시기까지는 남성들이 딱히 노력하지 않아도 대부분 결혼하여 아내를 소유하고, 번듯한 남성으로서 대우받을 수 있었음. /여성을 소유하지 못한 남성, 동성애자 남성들은 진정한 남성이 아닌, 여자 같은 존재로 배척당하며, 연애하지 못한 분노를 일부 남성들이 폭력이나 분노로 표출하는 것은 이런 연유. 그들은 여전히 여성을 일종의 배부받는 자원 정도로 여기고 있음./ 연애하지 못하는 남성들(경제적으로, 외모적으로 등등 경쟁에서 밀리는)을 사회적으로 배려해 주어야 한다는 일부 남성들의 주장이 일본에서도 수십년 전부터 이슈를 불러 일으킨 바 있었으나, 저자는 여성의 경우 이슈조차 되지 못하던 사안이지 않으냐, 아직 선택받는 것에 대해 익숙하지 않은 탓이라며..커뮤니케이션 기술을 기르는 것이 우선이지 않겠느냐고 제안.

-여자를 좋아하는 남자의 여성혐오
남성에게는 여성 그 자체보다도 남성공동체의 인정이 더 중요하지만, 그 안에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 또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서 여성이 불가피하게, 수단적으로 필요하다. 결국 여성을 남성과 대등한 관계로 바라보지 못하게 된다=여성혐오.

-30대 비혼, 비정규직 여성을 바라보는 대담자들의 시각 -부정적인 듯.
보수적인 성 관념과 자유로운 성 관념 사이에 낀 세대. 결혼이 꼭 필요하다고 보지는 않는 세대. 30대 비혼 비정규직 여성의 경우 경제적으로 부를 쌓은 베이비 부머 부모와 함께 안락한 한 때를 보낼 수 있을는지 몰라도, 부모의 부가 끊기고 더 이상 비정규직 일자리에서 버틸 수 없게 되면 경제적으로 쪼들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 더군다나 일본에서는 비혼 자녀가 고령의 부모를 맡아 개호하게 되는 경우가 많으므로..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복지의 하위계급으로서 배척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현 일본의 비정규직 비혼 여성 30대(당시)들은 결혼 전의 유예로서 비혼을 택하는 경향이 있고,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이 없는 상태이기에 위험. 베이비부머들은 이런 상태를 두고보고 있는데, 딸이 자신들의 뒷날을 개호해주기를 바라는 이기심 때문이기도 함(현 2,30대 한국의 비혼여성들과는 다른 듯)

-결혼에서 얻고자 하는 것들.
남성은 결혼을 통해 남성공동체로부터 번듯한 자격을 갖춘 진정한 남성으로서 인정받게 됨. 여성의 경우 남성으로부터 선택받음으로써 '여성으로서의 가치'를 증명하게 됨. 어떤 조건의 남성과 결혼하였는가는 여성들 사이에서 일종의 척도로 분류되기도. 여성이 이런 '여성으로서의 가치증명'을 남성으로부터 수동적으로 부여받고자 하는 것에서 벗어나 진정 자유롭게 비혼을 택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라 이야기 하고 있음.

-결혼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여성들의 이유
결혼을 '자신의 선택' 이라고 여기고, 남편을 '자신이 선택한 남자'로 '내가 없으면 어찌 할 도리가 없는 사람'으로 여기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음. 일종의 자존심. 이런 여성들의 경우 자신들의 불행한 결혼에서 벗어나면 결국 '아무것도 가진 것 없고, 자립하지 못한 상태의, 초라한 중년 여성'으로 남는 것이 두려운 탓에, 가정을 책임지고 꾸려나가는 가정 주부로서의 모습을 유지하고 싶어함.
(학습된 무기력 이론과는 또 다른 이야기라 신선한 감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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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30대 비혼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싶었던 것도 컸는데, 대담에서 다룬 수십 년 전의 일본 상황은 현재와는 좀 맥락이 많이 다른 것 같아서 아쉬움이 컸다.
최근의 여성들은 이 대담집 속에서처럼 부모가 지닌 부의 그늘 아래서 평온한 나날을 보내며 미래에 대한 대책 없이 결혼 전의 유예로서 비혼을 한다기보다, 치열하게 고민한 끝에 비혼이 더 낫다는 결론을 내리고 적극적으로 현재와 노후를 대비하고자 하는 흐름이 더 크다고 보는데 말이다.
반면 결혼과 관련된 화두는 꽤 흥미롭게 읽었다. 연애나 결혼을 통해 두 성은 어떤 것을 노리는가-말이다. 진정한 남성이 되는 자격조건을 얻기 위해, 진정한 여성으로서 인정받기 위해서라는 것. 사회 속에 녹아들고, 존심을 지키고자 하는 것. 두 대담자는 당시 그런 수동적인 인정받기는 필요없다고 외치는 비혼자가 참 드물거라고 아쉬워했지만, 요즘을 보면 인정따위 없어도 된다고 외치는 자유로운 비혼자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는 것 같은데.

Posted by 에크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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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이슈가 계속 불거지는 요즘, 덕분에 읽을 거리가 참 많아졌다고 느낌. 우에노 치즈코 이야기는 자주 접했고, 대표적인 저작으로 꼽히는 책이라 읽어보겠다고 샀다.
'결혼제국'의 이야기와 많이 겹치는 내용도 있고 한데, 좀 논문스럽게 딱딱한 면도 있고 내 입장에서는 너무 깊이 들어간다 싶은 면도 있어서(그렇게까지 자세하게 알고 싶지는 않은데..일본신화 속의 여성혐오적 텍스트라..)적당히 흘려 읽을 부분은 흘려 읽음. 기억나는 몇 가지만 거칠게 기록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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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딸의 갈등에 대해 조망한 부분.
이건 여기저기서 많이 들었던 얘기기도 한데. 아무튼 인상적. 시대가 변하고 여성 역시 사회진출이 가능해지게 되면서, 어머니들은 딸에게 더 많은 기대를 한다는 것. 아들처럼 출세해서 좋은 직업-아직 유리천장도 있으니 조직적인 회사보다는 고소득 자영업직을 구하기를 바라는 한편, 딸로서 좋은 혼처로 시집가서 여성으로서의 가치증명(어쩌면 어머니의 위신을 세워주는 제2의 인생?)을 해 주기도 바란다는 것이다. 그리고 노후 역시 며느리보다 딸이 돌봐주기를 더 기대하는 경향이 있다고. 아들보다는 딸을 더 원한다는 말들이 별로 달갑지 않은 게 어렴풋이 이런 것들을 감지하고 있던 것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음.. 아무튼 태어날 때부터 선별당하던 것 보다 나은 것인지 모르겠으나.. 딸들이 요구받는 것들이 과거에 비해 늘어난 것은 맞는 듯. 주부가 요구받는 것들이 많아진 것과 마찬가지. 남성과 다름없이 사회생활을 하는 존재로서나..돌봄을 행하는 여성으로서 동시에 기대를 짊어지게 된 것.

남성의 존재증명과 연애
예로부터, 진정한 남성으로서 남성공동체에게 인정받는 것이 남성들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것이었다. 그런 인정을 받기 위한 자격요건 중 하나가 여성을 소유하는 것이었고. 여성을 소유하는 것, 여성과 연애를 하고 결혼하는 것이 그래서 남성들에게는 중요해진다. 예전에는 남성공동체의 위계질서를 지키다보면 자연스럽게 주어지던 여성이, 혹은 중매를 통해 어떻게든 얻어지던 여성이 구하기 어려워지고, 마음을 얻어야 한다는 측면이 생기면서 아직 세태에 적응하지 못한 남성들이 '경제적으로나 외모적으로 딸려서 연애시장에서 인기 없는 남성들을 위한 사회적 배려가 필요하다' 혹은 '여성들이 따지는 것들이 너무 많다, 이기적이다' 하고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이 일본에서도 자주 있었다.(최근에 이슈가 된 책이기는 하지만, 십수년 전에 씌어진 책이기도 하고) 경제적으로, 외모적으로 딸리는 여성의 연애와 결혼에 대해서는 오래도록 이슈조차 되지 않았는데도. 장애가 있는 남성의 성욕 해소에 대해서는 이슈가 되지만 반대에 대해서는 언급되지도 않았고 말이다.(그 경우 성적인 권력관계나 힘의 차이가 너무 또렷해서 성사되기도 힘들겠고-되려 여성장애인의 가족들이 불행한 사태에 대비해 불임수술을 시키는 경우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이니 말 다했지..)
여성 역시 오랜 세월동안, 결혼을 통해 남성으로부터 선택받고 '여성으로서의 가치'를 증명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교육받아왔기 때문에, 남성의 선택을 놓고 경쟁하는 면이 없지 않았다. 때문에 여학교 내 문화와 같은 여성들간의 문화는 양성이 섞여 있는 곳의 문화와는 성격을 달리하고, 여성들에게 인기있는 여성들과 남성들이 선호하는 여성은 또 달라지는 추세가 있었다.
여성혐오 사회에서 남성들은 소유하기 적합한,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만만한 여성을 더 선호하고, 여성들은 빼어난 외모보다는 수더분한 외모의, 털털하고 자조적인 농담을 하는 여성들을 더 좋아하는 경향이 있던 것이 사실.

도쿄전력 OL 살인사건
90년대 화제가 되었던 사건. 당대 처음으로 여성 역시 앨리트 코스를 밟는 것이 가능해진 세대. 그녀는 왜 억대 연봉을 받는 조직의 핵심, 엘리트였음에도 밤거리를 쏘다니며 헐값에 몸을 팔았는가. 그에 대해 여러 르포와 소설과 추측이 난무했지만, 우에노치즈코는 사건을 뒤집어 생각해보려 한다. 엘리트코스를 처음 뚫은 여성에 대한 세간의 어마어마한 기대와 거기서 오는 책임감,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리트들의 자리 중 '여성에게 허락된 자리'만을 얻을 수 있었던, 일반적은 OL과 다르다고 분류되었으나 실제로 모호한 대접을 받던, 결혼시장에서는 꺼려지는 존재가 되었던 여자. 저자는 그녀가 남성들이 꾸려놓은 여성혐오적인 사회의 스트레스로 인해 서서히 말라 죽어가는 느린 자살과도 같은 상태였으며, 매춘을 통해 남성들에게 복수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헐값, 또는 무료로 남성들을 받아들이고 하나하나 빠뜨리지 않고 꼼꼼히 메모한 것은 것은 그녀 역시 그 남성들의 가치를 그렇게 매겼다는 것. 여성을 인위적으로 자신보다 낮추지 않으면/혹은 자신의 것으로 하나 이상 소유하지 못하면 상대적으로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얻지도, 욕구해소를 보장받을 수도 없는 미약한 존재인 남성들의 모순을 자해의 방식으로 비웃은 것이라는 것이다.
(앞장에서 원조교제에 대한 이야기 역시 비슷한 맥락으로 다루고 있었다. 남성들이 너무도 원하기에 값이 뛴 어린 육체를, 스스로 매춘이라는 방식으로 시궁창에 던져버리는 자해의 방식으로 아버지에게, 어머니에게, 세상에 복수하는 방식을 취하는 여자아이들이 많다고)

오랜 여성혐오의 역사
일본 신화에서, 이런저런 일본문학작품들에서, 춘화 우키요에에서, 오늘날까지 전해오는 천황가의 대 잇기 풍습에서, 드라마 속 대사에서 등등. 남성중심적인 공동체 구성의 역사, 성녀-어머니-부인(가부장제속의 여성)거나 창녀-미혼여성-애인(가부장제밖의 여성)로서 갈라지며 끊임없이 정형화된 객체로서만 등장하는 여성의 모습을 끊임없이 엿볼 수 있고..최근에도 '나는 아니니까' 라며 일부의 여성들을 타킷화 하여 악녀로 그려내고 전락시키는 류의 여성작가 문학작품이 화제가 되는 등 남성에 의한, 여성 자신에 의한 여성혐오는 뿌리 깊은 역사를 다져온 바 있음.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실체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고, 그를 위해 이 책을 썼다는 것이 저자의 말.

Posted by 에크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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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민우회에서 엮은 책으로, 41명의 회원들의 짤막한 일상 에세이를 모은 것이다. 미혼, 비혼, 기혼 여성 뿐 아니라 20대에서 4,50대 중장년까지 다양한 여성들의 일상에세이랄까.
일상에서 느끼는, 여성에게 주어지는 이중잣대적인 시선-왜 웃통을 까 제낄 수 없는가, 왜 여자가 담배피는 걸 두고 보지 못하는가 등등-에서부터. 혼자 사는 여성의 주거위협, 어릴 때부터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만연한 성폭력, 피임약 재분류 같이 여성의 몸과 관련된-그러나 정작 여성은 배제된 다양한 이슈들에서의 경험, 동성친구와의 동거와 노후에 대한 생각, 기혼여성의 명절치르기, 자녀 키우기, 해사대학에서의 여성배제, 의사로서의 경험 및 의료생협을 이끌어가는 경험, 여성동료의 장례를 맡아 치른 경험 등등. 다양한 여자들의 일상과 사색을 다루었다. 개중에는 성별이분법적인 사회에 대한 남성 크로스드레서의 고찰이라든가, 여초회사에서 커밍아웃을 시도한 남성 게이의 이야기도 있다. 일시적인 장애를 겪고 있는 이의 장애체험기도 있다. 여성민우회는 성소수자와 장애인들의 권익운동과도 궤를 같이 하는 단체이기 때문에. 래디컬 측에서는 당장 급한 여성인권 외에 딴 곳에 신경쓴다고, 남성게이들 역시 여성혐오를 내면화 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지적하며 쓰까라고 욕하기도 하는 것 같지만. 암튼.

연대와 네트워크에 대한 생각은 막연하게 해 왔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꿈꾸기 시작한 것은 최근이다. 섬과 같은 헐렁한 연대. 다양한 계층, 다양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이들과의 연대를 꿈꾸고 있다. 수도권이 최적의 장소겠지만, 한동안 지방에서 살아가게 될 거라면 비슷한 생각을 가진 이들을 찾아서 함께 네트워크를 꾸리고 싶다. 좀 더 자유롭고, 주입된 가치관으로 속박받지 않아도 되는. 그런 의미에서, 연대 하고 있는 이들의 주기적인 결과물 같은 이 책이 특출날 것 없지만 좀 훈훈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생각이 이어지면, 행동이 되고, 행동이 또 다른 생각과 방향을 낳고, 착착 결과를 쌓아가겠지.

Posted by 에크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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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 방. 2010

책/사회 2016. 10. 23. 21:57

도서관에서 1권 보다 세련된 장정의 섹슈얼리티 강의 2편이 있는 걸 보고 몇 페이지 뒤적이다보니 '언니네'라는 데서 인용된 글들이 보이길래 마침 같은 서가에 '언니네'라고 찍힌 책을 뒤적이기 시작한 게 계기. 부담없이 읽을만한 책이라 술술 넘겼다. 
남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어떤 상황을 겪고 그 속에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에 대한 얘기는 항상 흥미로운 화제고..그러다 공감가는 상황 속에서 현명함이나 기지가 보이는 생각을 만나면 기억 속에 갈무리해 놓기도 하고..하는 재미로 게시판 들락거리는 걸 좋아하는데, 이 책도 그런 느낌이랄까. 애초에 언니네라는 사이트에서 오고가던 이야기들을 모아 둔 거라니 당연한 건지도.
고개를 주억이게 하는 얘기도 있고, 오호.싶은 멋진 얘기도 있었다. 이렇게 사는 사람들도 있군, 의외로 이런 사람들이 적지 않구나, 싶었던 얘기도 있고 내가 하곤 했던 조금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던 생각들을 좀 더 현실적인 면에서 구상해보던 얘기도 있고..
언니네란 곳도 며칠 전 처음 들어가봤다. 책에서 느꼈던 건 옹기종기 모여앉아 두런두런 얘기하는 곳이란 느낌이었는데, 생각보다 규모가 있고 각도 좀 진 느낌이라 약간은 생소하게 느껴졌다. 일단은 생각날 때 몇 번 들러보려고 즐겨찾기에 추가 해 놨다.

Posted by 에크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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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장사 마돈나가 한창 상영중일 때, 고문이었다는 김비씨네 홈페이지를 찾아 들어가 본 적이 있다. 살아가는 이야기, 영화 리뷰들, 그리고 직접 쓴 글들을 휘휘 둘러보았다. 나름의 주관이 또렷한 리뷰라든가, 아주 매끄럽지는 않지만 마음이 뚝뚝 묻어난 글들이 그런대로 맘에 들었던 것 같다.
얼마 전 신문에서 장편소설 공모에 대한 인터뷰 조각을 보고 도서관을 찾았더니 수상작이 있더라. 07년에 나왔으니, 나온 지도 꽤 됐는데 몰랐다. 
빌려서 읽고 있는데...
생소함에 놀라 거부하고 과잉반응하다 제 풀에 망가진 사람들에게, 상처입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몇 번이고 찾아가 되려 놀라게 한 데 대한 용서를 빌고 재건을 도와주며 스스로를 이해시키는 어느 보살님이 나오시는구먼..하고 주억거리고 있다. -__- 
주인공이 땅 파고 들어가는 전개의 소설들에 익숙한 탓인지, 연희의 그런 대범함과 용기에 이끌리면서도 채 나라면..하고 섣불리 생각에 올리진 못할 것 같은 압도감을 느끼고 있다. 소설에서나 있을 법한 단순하고 비현실적인 캐릭터라는 건 아니다. 그녀는 시련을 덤덤하게 이겨내는 굳센 인물로만 그려지는 건 아니고 오히려 오랜 시간동안 밑바닥에서 구르며 별 일을 다 겪어 왔고, 무수한 좌절을 겪고 몇 번이고 무너지는 경험을 해 왔는데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거기서 굴러 기어 나올만한 가느다란 힘줄만큼을 어떻게든 놓지 않고 있었던 거랄까..존재 자체를 부정당하면서도 스스로를 잃지 않고 살아가기 위한 만큼의 희망을..놓을까, 말까 하면서 계속 손아귀에 조물락거리며 어떻게든 계속 살아나가는. 그만큼의 꿋꿋함이 나를 압도시킨다.
연희가 원하는 사랑과 가족은 그닥 거창하지 않다. 그녀가 사랑한 인태도 그녀에게서 오래 전에 죽은 엄마냄새를 찾는..애정결핍증후가 다분한, 썩 포용력있고 대단한 남자도 아니고..그의 가족도 속내를 들여다보면 냉랭한 구석과 트라우마가 묻어나는, 붙들고 매달릴만큼 대단한 매력을 지닌 집안도 아니지만..

당분간은 전개되는 양상을 보니 어떻게든 연희는 그들과 소통하려는 시도를 계속하게 될 것같다. 
나머지는 다 읽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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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는 그 인태의 가족을 돌보면서 조금씩 그들에게서 인정받기 시작했다. 음..여기까지는 예상대로다.
그러나 인태 가족과의 관계를 거치면서 연희 역시 바뀌었다. 한때 사랑이라고 믿었지만 으레 보통이라고 여겨지는 삶을 이루고 싶은 동경의 감정이 마음 속엔 더 컸고, 자신에 대한 인태의 감정 역시 사랑보다는 집착이었음을 이미 연희는 알고 있었다.
오랜 시간 모두에게 여자로서 인정받고자 강박적으로 애쓰고 시달리며 살아왔던 그녀는 한 번 더 심하게 학을 뗀 후로, 이제 타인의 시선에 굳이 남자로, 혹은 여자로 자신을 끼워맞추려 안달하지 않기로 한 것같다. 애당초 여자로서의 그녀는 그녀를 이루는 정체성의 일부일 뿐이었고, 그녀가 그녀 자신으로서 살아가는 데 타인의 인정이 필수불가결한 것은 아닌 거다. 그녀는 이전보다 좀 더 느긋한 마음으로 트랜스젠더로서의 앞날을 생각하기 시작한다..

소설 말미에 적힌 飛. 
훌훌 털고 날아오르는 결말을 보고, 아..했다. 
어느 것 하나 온화한 데라곤 없는 세상이지만, 그래서 체념에 가깝지만. 결코 이전과의 분투와 다르지 않은 여유로움.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는 강함과 떳떳함. 그런 것들이 많이 마음에 와 닿는다. 여전히 연희 보살님이 아니라고는 못하겠고 도달할 수 없을 듯한 압박도 주고..안타까움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어떤 점에선 닮고 싶기도 하고 응원해주고 싶기도 하다.
그리고..무엇이든. 많이 접하고 부딪히고 닳으면서 예민할 필요 없는 다름에 대해서는 좀 더 둔감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잠깐. 
고치기 지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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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4page"남자 옷을 입고 지내다 보니까 그게...되게 불편하고 힘들더라고요. 내가 아닌 것 같고. 내가 입고 있어야 할 것이 아닌 것 같고."
"아, 그럼 이 남자 옷들을 이제 죄다 갖다 버려야지 여자 옷들은 왜 버린다고 챙기고 앉았어?"
이모의 눈은 더욱 동그래진다.
"근데, 나...이 옷 입었을 때에도 불편했거든요."
연은 높은 구두와 짧은 치마와 하늘거리는 옷가지들을 바라보며 그날의 기억들을 되살린다.
"남자 옷을 입었을 때에도 굉장히 불편했지만, 이 여자 옷들을 입었을 때에도 굉장히 불편했어요. 근데 난 여자니까, 누가 뭐래도 여자니까 그런 걸 입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안 입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불편한데도 화장을 하고, 짧은 치마를 입고, 누군가 나를 여자로 봐주지 않으면 속상해하고 절망하고. 남자인 나를, 남자였던 나를 들킬까봐 조마조마 가슴 졸여하고."
연은 매달리듯 붙들고 있던 서랍을 천천히 끼워 넣는다. 이번에도 역시 서랍은 말 잘 듣는 아이처럼 스윽 들어맞는다.
"처음에는..남자가 되려고 애를 썼고, 그 다음에는 여자가 되려고 애를 썼고. 단 한 번도 날 인정하고, 날 받아들이고 날 끌어안고 살지 않았던 것 같아. 언제나 뭐가 되려고만 했지, 누군가 다른 사람이 되려고만 했지, 내가 날...나 자신을 위해서, 진짜 나 자신을 위해서 살았던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아요."
...
"나 이제 나로 살래요. 여자가, 남자가 아니라 진짜 나."

@lanian 님에게 댓글쓰기

304page"난 너무 많이...도망 다녔어. 그래서 이제, 도망 다니는 거...싫어.
"연은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피해 이리저리 도망을 다녔던 자기 자신의 비겁한 모습들을 똑똑히 기억해낸다. 자신을 놀리던 학교의 아이들과, 동네 사람들과, 그리고 모르는 사람들의 불쾌한 시선들을 피해 이리저리 숨어 다녔던 것을 고스란히 기억해내고 있었다. 그리고 맨 처음 이 집에서 도망쳐 나왔던 그 순간을 떠올렸다. 도망갈 필요 없는 건데, 그냥 그대로 그 자리에 앉아 식구들에게 조곤조곤 설명해드리면 되는 일인데. 아니,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 말씀드리고 그리고 당당한 얼굴로 식구들을 맞이했으면 되는 일이었는데. 쓸모없는 지나간 시간들에 대한 회한이 차곡차곡 밀려온다.
"도망치지 않아. 절대."
연은 그렇게 중얼거린다. 그리고 아이를 향해 힘껏 웃어준다. 
너도 그런 것을 깨달을 때가 올 거란다. 도망치고, 숨는 것만으로 네가 살고 싶은 삶을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도망치지 않고 당당하게 맞선다면 부끄러움도 더 이상 부끄러움이 되지 않는다는 아주 간단한 진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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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page"이것아, 푼수처럼 너풀대지 말고 좀 여성스럽게 행동해서 눈도장을 콱 찍고 와."
"난 그런 거 싫어요. 이모도 잘 알면서."
연은 남자답다, 여자답다, 하는 이야기들은 질색을 하며 싫어했다. 남자답다는 건 무엇인가. 여자답다는 건 또 무엇인가. 게다가 남자는 왜 남자다워야 하는 것이고, 여자는 왜 여자다워야 하는 것인가. 남자도 아닌데 남자답지 못하다, 라는 이해할 수 없는 비난을 물리도록 들었던 연이었다. 이제야 힘겹게 자신의 삶을 찾아 여기까지 왔는데, 아직도 이해하기 힘든 그 편견의 덩어리 속에서, 여자다워야 한다, 라는 이야기들은 침을 칵 뱉어주고 싶을 만큼 싫다. 연은 어느새 골난 아이처럼 삐죽 입술을 내밀고 있었다.
"넌 나이가 몇 살인데 아직도 그렇게 철없는 소리를 하니?"
"난 있는 그대로 날 보여주고 싶다고요."
연의 목소리는 단호하다.
"누가 널 보여주지 말래? 그건 가까운 사람한테나 해. 나한테 하고, 네 남자친구한테나 하고. 뭐 자랑할 일이라고 가뜩이나 투박한 계집애가 사내처럼 하고 다니는 것도 모자라, 말투며 행동까지 사내처럼 하고 다니려고 해?"
이모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이야기라면 연은 당장에 박차고 일어나 버럭 소리를 질렀을 터였다. 
"이것아, 흥흥거리며 공주짓을 하라는 게 아니야. 넌 여자니까 네 본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라는 이야기야."
이모는 이모답지 않은 차분한 목소리로 또랑또랑하게 짚어가고 있었다."넌 아니라고 할지 몰라도, 그건 분명히 피해의식이야. 태생이 틀리다보니 그럴 수도 있겠지만, 여자다워져라, 여자가 뭐 그러냐 하는 이야기만 나오면 파르르 들고 일어나 괜히 센 척하고. 이것아, 그것도 네 편견이야. 여자다운게 당당하고 강해지라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아? 단지 진정한 여성의 부드러움과 온화함을 보여야 할 때는 보여주라는 이야기지. 여자답다, 남자답다는 이야기는 결국 인간다워라 하는 이야기야. 남자면 남자로서, 여자면 여자로서 자신이 타고난 것들을 가지고 아름다움을 보여줘라 하는 이야기고. 아닌 것 같아?"

란어쩐지 궤변같은데 묘하게 설득력 있는 것도 같은


Posted by 에크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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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정재승 두 사람이 자신의 관점에서 쓴 각각의 글 두 개씩을 주제별로 엮은 것이다. 블로그에서 보는 칼럼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느낌도 들고..어떤 주제들은 인터넷 게시판 여기저기서 언급되는 걸 보기도 해서 그리 참신하지는 않단 느낌도 들었지만 재미있게 읽고 있음.. 정재승씨의 글에는 복잡계 과학을 연구하면서 직접 겪고 느낀 일, 주변 동료에게서 들은 일이나 학계의 동향 등이 간간히 등장하고, 그것들이 정재승씨가 주제를 보는 관점을 뒷받침하는데-진중권씨의 미학적 인용보다 이 쪽이 더 마음을 끌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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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크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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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위해 끼적끼적..
>노동은 있으나 노동자가 아닌 사람들 
당시 파업중이던 울산 현대자동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조명. 열악한 복지 여건에서 일하면서도 임금도 제대로 못받는, 살아있는 소모 부품들.
>한쪽 다리 내주고 이룬 코리안 드림
열악한 근무환경. 쪼달리는 중소기업. 터무니없이 많은 돈을 요구하는 중간 브로커. 위태로운 입지. 부상. 고용인의 횡포. 향수.. 외국인 노동자.
>어린 엄마들
아이를 낳기로 결심한 순간 어린 엄마들이 받는 부당한 시선과 수모. 함께 상황을 책임져야 할 아빠들은 어디에. 출산률을 높인답시고 낙태를 금지시키고서는 아이를 죽이지 않고 버리지도 않을 것을 결심한 미혼모들을 위해 정부는 어떤 실효성 있는 지원을. 
>십 대를 보는 세상의 눈, 학생인가 아닌가
학교를 다니지 않는 아이들. 탈학교 청소년들이 지닌 정당한 문제의식과 자신의 미래를 위한 알찬 계획들. 그러나 학생이 아니라는 것만으로 던지는 사회의 시선. 제도적 불이익은 만만치 않다.
>코시안, 그리고 그의 엄마들
낯설고 거친 농촌 환경에서 힘겹게 적응해가는 외국인 엄마들과 그들의 아이들.
>아시아 여성, <천국의 계단> 넘어 지옥에 오다
물건 팔리듯 결혼거래를 통해 한국으로 시집 온 아시아 여성들. 한국에 대해 품었던 그들의 환상과 사랑이 무참히 깨지는 과정, 사람에게 하는 것 같지 않은 대우들, 귀화에 이르는 너무 험난한 길과 고충.
>제 3의 시민, 도시의 노인들
지하철을 타고 공원을 찾는 노인들의 생활상. 경제적 빈곤과 무력과 허무가 뒤섞인, 노인 자살률 1위국의 위엄.
>세월의 막장에 갇힌 사람들
한 때 산업화의 역군으로 불렸던 탄광노동자들의 뒷 이야기. 제대로 거동하기도 힘든 진폐증을 안고 소리없이 죽어가는 그 많은 사람들.
>보안관찰법은 덫이고 늪이거든
국가 보안법 위반 등으로 3년 이상 형기를 살다 나온 사람들이 출소 이후에도 겪는 계속적인 감시. 석달마다 정기적인 보고를 하고, 이사를 하든 회사에 다니든 알려야 하는, 사회 복귀를 가로막고 놓아주지 않는 덫.
>무슬림도 평화를 원한다
이슬람 교도, 중동인이라는 이유로, 테러리스트라며 싸잡아 미워하고 차별하는 한국사람들의 무지와 편견.
>0.3평 세상, 그 안엔 어떤 삶이 있을까
도로변 신문 가판대, 경비실, 매표소, 구두방..협소한 공간에서 다리 한 번 펴지 못하고 근무하는 사람들과, 수십년을 일해도 줄지 않는 궁핍. 
새까만 어둠과 눈을 멀게 하는 환한 빛이 교차하는 전동차 안에서 홀로. 열차의 소음과, 괴팍한 곡선 선로로 인한 공황불안장애에 시달리며 강박적으로 시간과 씨름하는 지하철 기관사들. 
자본과 기술의 메커니즘에 길들여진 무감각이 가져오는 작은 공간의 문제. 사람 중심의 근로조건이란 무엇인가.
>새벽 바다로 나가는 사람들
배를 타는 선장과 선원들의 열악한 처우. 
환경단체와의 실랑이, 턱없이 적은 보상금에 시달리는 저인망 어선. 그나마 해외에 수출하며 사정이 좀 낫다는 통발 어선 측도 위험과 고생이 따르는 어업임에는 다를 게 없다. 수입의 50퍼센트를 떼어가는 선주. 배에 탄 모든 선원들의 안위를 홀로 떠안아야 하는 선장. 구하기 힘든 인력. 외국인 선원들이 배를 타기까지 거쳐야 하는 대여섯 단계에 이르는 비합리적인 긴 절차와, 외국인 노동자들을 경제적으로 얽메는 중간 브로커, 송출소. 다달이 돈을 요구해오는-수협과 허울뿐인 해운노조. 그리고 유동하는 어획량까지.
>고충 수업, 타율 학습
0교시, 야간 자율학습, 학교 안에서 자유를 잃은 학생들. 좋은 대학을 위해서라면 강경한 벌점제도와 학원강사 일색의 수업도 나쁠 것 없다는 학교. 
...정작 당사자들의 의사는. 
10년이 넘도록 제자리걸음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학교의 모습.
>농촌 청소년들은 외롭다
급속도로 감소하는 농촌의 청소년 수. 어울릴 사람도, 갈 곳도 없는 적적하기 짝이 없는 농촌의 아이들. 그리고 다시는 찾지 않겠다는 다짐들. 농사를 짓고 살아갈 희망이 일찌감치 사라져 버린 듯한-먹고 살기 막막한 농촌마을들의 실상.
>여전히 세상의 끝에 있는 섬, 소록도
전남 고흥군 소록리 소록도의 한센병 환자들. 유전병도 아니고 발병률도 전국을 통틀어 한 해 15~17명으로 극히 낮다고 알려졌음에도 여전히 기피당하고 소외당하는 삶을 살아가는, 나환자들의 서러운 삶.
>민족주의의 또 다른 얼굴, '일본인 처'
"이분들은 한국인을 사랑하고 한국을 좋아해서 온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양국에서 다 냉대와 소외를 받고 있어요. 우리는 자라면서 피해자 교육만 받지 않았습니까? 그런데도 이분들을 만나면 만날수록 생각할 여지가 많아졌어요. 일본에 할 말 많지만 한편으로 이분들도 그 그늘이지 않겠습니까? 우리 사회도 이분들을 껴안아야 해요. ..." 
'배타적이고 편협한 자민족주의의 색채를 띈 우리 민족주의. 타자에 대한 구별은 차별의 시선이 된다'. 
>창신동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
70년, 80년대 청계천 본제공장의 여공들은 이제 결혼하여 일하는 엄마가 되었다. 동대문 근처, 국내산 의류의 85%가 생산되는 주거지이자 생산지인 창신동에 새로 자리를 잡고 공장시절 만난 재단사 남편과 맞벌이를 하지만 한달에 채 200만원을 못 번다. 비정규직도 정규직도 아닌 영세사업주로 보너스나 휴가, 수당 개념도, 보험과 연금 혜택도 없이 비수기를 일감을 찾아 근근히 버티며 한 달 벌어 두 달 먹고 사는 식으로 살아간다. 
'10년 전에 비해 소득은 오히려 낮아지고, 물가 상승률까지 고려하면 생활수준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가난은 여전히 그들 곁에 있고, 이제는 되물림되어간다. 
'소비자가 싼 물건만 찾을수록 내수는 얼어붙고, 소비자이면서 동시에 노동자인 우리의 삶은 동반 하락한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중국 노동자들은 1970년대 우리 노동자들처럼 욕까지 얻어먹으며 잔업과 야근을 강요당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 노동자들에게 '70년대처럼 안 하려면 그만두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의식적인 소비가 필요한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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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크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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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의 구조적인 문제나 세금을 걷는 과정에서의 탈세 등도 중요한 문제지만 세금, 하면 예산. 이니 예산 집행과정에 대해 꼬집어보지 않을 수 없고, 현 정부 들어 필요하지도 않은 대규모 토목사업이 횡행하며 예산을 잡아먹고 있다보니 정부와 건설업계 간의 유착 및 로비, 한 번의 공사마다 건설업체가 빼돌리는 어마어마한 공사비(=절약할 수 있는 예산) 등을 다루지 않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책의 상당부분을 할애해서, 뇌물이 아니면 돌아갈 수 없는, 구조부터 썩어빠진 건설업계가 어떻게 예산들을 쪽쪽빨아 드링킹하는지 자세히 언급하고 있는데..애초에 별로 호감가는 분야도 아니었지만 이젠 주변에서 누가 건설업계, 특히 유명 건설사에 종사한다고 하면 맘이 전보다 더 쓰릴 듯.

건설업계 비리는 요 정권 들어 전체적인 판이 커지면서 날뛰고 있긴 하지만 비단 이번 정권에서만 일어난 것도 아니고 여러 정권을 거치며 고착화 되어왔다고, 좌우가 아니라 상식적인 면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책에서 언급하는 건설업계 비리에 대해 안 걸 대충 끄적여보면, (상세한 내용이나 맥락은 역시 책을 읽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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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자체-다단계 하도급 구조부터가 공사내내 엄청난 비자금을 활용한 상납식 뇌물을 윤활유 삼아 돌아가고 있는데다. 노무인 수와 노동시간, 공사간행률 따위 조작하거나. 입찰률 높이고 자금세탁하려 페이퍼컴퍼니 양산하거나. 하도급이랑 이중계약맺어 장부조작, 돈 빼돌리는 게 건설업계에선 매양 일어나는 일.
공사를 수주받는 원도급인 10개 대형 건설사들은 더 심한게-
공사비 책정 방식부터 시장가를 반영하지 않는 후져 빠진 표준셈표방식으로 부풀려서는 하도급 처우나 노무인들 임금도 제대로 안 돌보면서 차익은 있는대로 빼먹고,
공사 낙찰 관련해서도 경쟁을 통해 공사가를 낮추는 최저가 낙찰제가 대대적으로 도입되는 걸 유보시키고 턴키나 대안 입찰 방식 등 진입장벽 높고 건설 대기업 간 가격담합입찰이 가능한 방식의 입찰을 늘리려는 로비를 성공시키곤 지네들끼리 들러리 서주면서 낙찰받아서 수천억원씩 예산 더 뜯어먹고(청계천, 영화세트로 써도 될 가든 파이브, 지하철 9호선, 지하철 7호선과 3호선 연장구간, 은평 뉴타운 사업 등등은 MB시장 때 턴키방식으로 낙찰됐는데, 시공중 온갖 비리사건에 휘말렸고 고분양가 논란도).
이뻐해주는 정부랑 붙어서는 누가 많이 쓰지도 않을 민자 SOC사업 밀어붙여서 예산에서 나오는 시공보조금+최저운영수입보장금(다행히 06년 이후 사업은 해당x) 갉아먹게하고 높은 통행료로 시민들 힘들게 하고.

10대 재벌 건설사들. 평소 공사 때 비리를 저질러 빼돌린 비자금으로 여기저기 건낼 뇌물이 넘쳐나는 얘네는 워낙 이들을 이뻐하며 사업을 남발해 주는 국회 및 정부 '건설족'들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데다, 언론들도 연줄 압력+광고수주 건으로 장악하고 있고 법조계와도 '관리'의 선이 밀접하게 닿아 있어서 제대로 처벌받지도 않고 처벌받더라도 부정행위로 얻는 이득이 월등히 크기 때문에 아주 뻔뻔하고 대담하게 담합과 로비를 해대고 있다고. 
얘네가 '건설족' 대통령을 위시해 국토부에서 수요도 없는데 과하게 남발되는 공공 사회간접자본SOC사업(14곳 중 적자 11곳인 지방공항들, 텅 빈 고속도로들)이나 민자SOC사업(최저운영수입보장금제에 따라 운영적자를 세금으로 때우다 공기업에 인수시켜버린 천안~논천 고속도로 등)을 통해 예산을 수조원씩 까먹으면, 그만큼 메꿀 돈은 다른 곳, 이를테면 복지예산 등지에서 빠져나가게 된다. 
4장에서 언급된, 소득세와 법인세, 양도소득세, 상속증여세 등을 감세해서 재정건전성 해치고(공공부채 GDP대비 80%이상, 국가채무 36%) 서민경제 어렵게 한(감세효과는 상위 20%가 누리고 하위40%는 세금부담↑, 세금통한 소득재분배기능 OECD 최하위) '부자감세' 를 여기에 겹치면..세금 제대로 내서 예산에 보태는 사람 치고 화딱지 안 나는 사람 있을까.

2011년도에 책정된, 선례없이 많이 책정됐다고 홍보해대는 복지예산 중 상당수가 따지고 보면 허울만 복지예산이고 실상은 '국민주택기금'같이 주택건설사업비나 주택융자금 따위로 나가는 토목공사 관련 예산이고, 건강보험금이나 기초노령연금 같은 의무적인 증가분을 빼고 물가상승률 등을 따지면 되려 예년에 비해 3% 감소했다고. 사회취약계층 복지지원액이 전체적으로 대폭 줄었고, 개중엔 결식아동 25만명 급식지원비 같이 전액 삭감된 것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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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폭로가 통계와 함께 2권에서 줄줄이 더 계속될 모양인데..쉽고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과 별개로 역시 이런 내용들은 버겁다. 알면 알수록 암울해지고. 마지막 페이지를 볼 때까지 몇 번이고 던졌다가 들었다가 했네.
그래도 이런 걸 아는 위치에 있었음에도 끝내 묵인하거나 야합하지 않고. 나서서 폭로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래서 아주 약간은, 든든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당근 이런 책을 읽는 것보단 게임이 더 재밌다..-_- 읽어봤자 허망하다는 생각이 맘 구석탱이에서 안 드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여기서 계속 살아가는 이상은. 아주 의미가 없진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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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조국, 선대인의 북토크 <후배들을 부탁해>. 
프리라이더.Free-rider. 공공서비스 무임승차자. 탈세범들. 총2권. 
김광수 경제 연구소 부소장이자..대한민국의 부동산 문제를 다룬 서적을 몇 권 펴낸 후 이너넷에서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부동산 전문가로 유명한 선대인씨가 내놓은 신간. 
대한민국의 세금과 관련된 이야기다. 
진보의 무기는 팩트라 했던가. 곳곳에 산재한 다양한 통계와 그래프들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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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있는데..이거 읽을수록 화딱지가 나고 땅 파고 들어가는 기분이라 좀 덮고 쉬는 김에. 대충 전체적인 내용을 훑어보자면.. 
-대한민국 세금시스템 자체의 문제(70년대 생산경제 시절에 맹글어져서 현재 주식, 부동산 등 자산경제가 제조업을 비롯한 생산경제를 GDP기준 7배로 추월하고 있는 상황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는 구닥다리 시스템. 이를테면, 근로소득은 원천징수하면서 주식으로 대박쳐도 세금 한 푼 안 떼는, 기묘한 상황. 투명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경제계층의 사정에 맞게 공평하게 납부되어야 하지만..것도 안 되고 있고..) 
-그렇게 삐걱거리는 세금시스템을 둘러싼, 전현직 대통령 및 국회의원, 국세청을 비롯한 정부 고위관료들, 삼성 등 대기업의 탈세 비리와 그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얘기도 있고. 
-예산을 제대로 감독하는 시스템의 부재에 대한 얘기도 있고..
-08년 들어 기업과 고소득자가 많이 부담하는 소득세, 법인세를 비롯, 종부세, 양도소득세, 상속증여세는 내리고 누구나 비슷하게 부담하는 부가가치세는 높이는 부자감세로 하위계층들의 조세부담과 생활고가 급증한 실태에 대한 얘기도 있고.. 
-일단 걷혔으면 제대로 필요한 공공 서비스 분야에 제대로 투입되어야 하지만. MB정부 들어 4대강 사업 및 전국 지방정부관련청사 신축, 지방 공항 건설, 기타 등등..건설사 배불리기식으로 엉뚱하게 흘러 들어가는 현 예산 활용 실태+그 결과 날로 어려워져가는 서민 경제를 증명해주는 분석 통계들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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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그러니까 1장은 2권을 통틀어 세제를 둘러싼 문제점을 소개하는 개괄이고, 2장부터 자세한 설명과 분석 통계들이 그를 뒷받침한다. 
2,3장은 자산경제를 아우르지 못하는 현 세제의 구조적 문제 및 정부 고위층과 대기업 총수들의 탈세문제 등을 다루고, 4~6장은 (부자)감세정책과 4대강 사업을 비롯, 현 정부가 친서민정책이랍시고 내놓은 사업들의 표리부동함에 대해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문제제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나름의 해결방안들도 제시하고 있어서 한층 더 생각할 거리를 준다. '좋은 말이로고, 근데 제대로 된 세력이 집권해서 결국 실현 단계에 오르려면..;;' 같은 생각도. 되게 맹글어야겠지. 그 외엔 길이 없으니. 

세금의 종류가 구체적으로 어떤 게 있고 어떤 체계로 짜여 있는지 거의 문외한이었는데, 읽으면서 구조를 아우르는 개략적인 눈이 생기는 것 같다. 아니까 앞으로는 더 경제관련 뉴스나 신문 기사들에 관심을 갖고 보게 될 듯. 그만큼 설명이 용어에서부터 자세히 접근하는데다 예시나 통계도 구체적이고 쉽다. 
나는 쉬운 게 좋더라...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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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크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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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선대인의 북토크 <후배들을 부탁해>.
09~10년 조국 교수의 언론 기고문들을 모은 것.
총 6장 구성.
+정부/+보수와 진보/+시민/+자본/+법률가에게 고한다/+올바른 법치란 무엇인가

Posted by 에크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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