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측에서 주관한 일곱번째 인터뷰 특강 녹취록. 
영어유치원을 거쳐 초중교를 거쳐 특수고교에 진학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서, 대기업 공기업에 들어가거나 '사'자 들어가는 남들이 우러러보는 직업을 갖고, 열나게 돈 벌어서 좋은 차 좋은 집 사고, 스펙 좋은 사람 찾아서 연애하고 정붙이곤 결혼하고, 자식교육도 특급으로 시키고, 노후준비 열나게 하고, 그러고 나서.. 1등이 되지 못한 나머지들의 삶에 무지하고 관심도 없는 1등들이 이끄는 사회, 정작 1등이 되고서도 어딘가 충족되지 못하는 삶에 대해 생각해보자는, 그런 취지인 것 같다. 결국은 '이건 아니잖아, 이건 아니잖아'가 되겠고. 계속 버팅기자니 더럽고 죽겠고, '그럼 바꿔볼까?' '어떻게?' 가 되는거고..거기 대한, 이미 뛰어든 다섯 사람의 대답같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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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같은 세계기구나 다우같은 대기업 홈페이지인 척 짜가 페이지를 개설해두고 거길 통해 들어오는 컨퍼런스나 회견에 열심히 참석해서 평소 그곳에서 발하던 입장과 반대되는 개혁적인 의견을 표명한다든가 적나라하게 그들의 속내를 드러내보이는 발표를 해대든가 했다는 앤디 비클바움의 예스맨 프로젝트가 제일 인상적이었음..실제상황으로 이뤄졌다는 영화도 한 번 보고싶구먼. 재미있는 방식으로 자유무역주의이나 비인간적인 대기업들의 행보에 대한 화두를 널리 던지고 사람들에게 이래저래 생각할 여지를 남기고 인간적인 경제사회를 위한 법과 규제의 설립을 지지하는 게 목표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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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로또밖에 희망이 없는 무한경쟁에 지친 사람들을 보듬을 정치의 가능성에 대해 다양한 정책 아이디어들과 소소한 사회변화 참여책들을 꺼내놓으며 역설한 노회찬씨는..얼마 전 진보신당에서 나왔다던데..이후의 행보가 어떻게 흘러갈지 조금 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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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공지영은 오랜 시간 자신을 따라다녔던 '얼굴 팔아먹고 대중에 영합해서 잘 나가는 작가'라는 비난을 새삼 떠올리며 영국에서의 소설탄생비화를 들어 자신이 소설가로서 무엇을 추구하는지 밝힌다. 가난하고 혹독한 노동에 시달리되 세상을 읽을 눈은 지니고 있었던 영국 노동자들의 욕구에 부응하여 태어난 무수한 고전 소설들처럼, 자신 역시 그저 생각없이 고통없이 쉽게만 읽히는 포르노같은 소설이 아닌, 혁명정신을 지닌 다수를 위한 소설을 쓰고싶다고. 바람직하네..그녀뿐만 아니라 소설가들이 궁극적으로 담아내고 싶어하는 게 결국 그런거겠지. 그녀의 책이라곤 읽은 지 너무 오래 돼서 줄거리도 가물거리는 "무소의 뿔처럼.."뿐이고 더 읽어볼 생각도 안 해봤지만..요즘 뉴스를 보며 도가니같은 책이 나오는 것도 좋구나..하고 있다. 베스트셀러 작가의 긍정적인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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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뱅이의 역습"의 저자, 마쓰모토 하지메. 강요되기만 하는 가치관, 잘못된 상식을 깨기 위한 소동을 벌이자, 여유를 갖고 생각해서 각자가 선택할 수 있는 영역에서 새로운 최선을 만들어내자..는 얘기. 홀로 슬렁슬렁 일을 벌여 끌려서 모인 사람들과 놀고 먹으며 새로운 정보와 아이디어를 쌓고, 거점을 만들어 벌여놓은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모여서 또 재밌고 새로운 것들을 생각해내고..그렇게 해서 또 해롭지 않은 작은 소동들을 벌이고-그게 다같이 무언가 의식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되고..또 누군가가 모여들고..느슨하고 자유분방한 게 좋구나..하지만 역시 이것도 각오와 배짱이 어느 정도 필요한 일이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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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항의 교육강연은..항상 어느 정도 결벽이 느껴진다. 고개를 주억이게 되는 말들이지만 어느 정도 적당히 타협하고 살아가는 어중이 입장에선 묘하게 불편해지는 그런. 대학을 필수라고 여기지 말자..라. 설득의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결국 판단을 내리는 입장이라 생각하면 망설이게 되고 만다. 고교 입시를 맡고 있다던 교사는 김규항의 말을 듣고 자신이 느끼는 당위와 현실 사이에서 결국 어떤 결론을 내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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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슨하고 어중간한 맘으로 흐리멍덩하게 읽기에는 조금 찔리는 책이었음.
노회찬씨의 현 교육정책이나 신자유주의정책들에 대한 비판들, 그가 구상한 대안정책 이야기들을 읽으며 떠올리는게 즐거웠음..군데군데 "...23가지"에서 읽은 시장 규제나 학력 인플레에 대한 얘기부분과 겹치는 부분들이 보여서..이분도 읽으셨나? 싶었음.

Posted by 에크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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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에 대한 정의에서부터 민족주의의 기원이라든가 역사, 오늘날 민족주의에 대한 논란에 이르기까지. 챕터별로 잘 정리되어 있던 작은 책. 지난 번 시립도서관에 갔을 때 슥석슥석 넘겨보았던 책임. 까먹기 전에 써놔야게뜸.(소설에 비해 이런 책 읽는 게 자주 있는 것도 아니고..-_-)
민족이란 개념 자체도 애매하고 민족이라는 말로 사람들을 이래저래 묶어두는 방식도 애매해서 논란의 소지가 있는데. 거기 더해 과거 이런저런 역사적 맥락에서 유용하게 쓰였을지 몰라도 이러저러한 부작용들도 많고 그걸 무시하기엔 너무 큰 흠이니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되지 않겠나, 라는 이야기로 알아먹었음. 

한민족 운운하며 배타성이 커지게 되면 테두리 밖으로 소외되는 사람들이 생기면서 갈등 생김/민족주의 내에서 여성은 주체가 되지 못하고-대체로 민족심을 고취시키고 외세에 저항하여 지켜내야 할 순결한 '이미지'로서만 존재하게됨. 여성소외.(미군탱크에 희생된 두 여중생 사고 당시. 위안부. 기타 등등.)./민족주의의 그늘에 가려 대립되는 외세만 부각되면서 문제가 유발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준 사회구조적인 골칫거리들과 책임들을 묵과하고 넘어가게 됨(위안부 문제와 관련된 이들은 일본군들 뿐이었을까..)..등등. 

Posted by 에크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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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튜더가 두번째로 쓴 책이라기에 관심이 갔던 책. 한 때 트위터나 게시판 등지에서 한국판이 나오기 전 영문판 전자책에 대한 소개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더랬음..JTBC에서도 나왔고. 노회찬씨도 언급하고 해서. 읽어보고 싶다..했는데 잊고 있다가.
도서관에 있길래 빌려왔음. 어쩐지 신간목록에 아들러 심리학 관련 책들도 많고..내가 관심을 갖게 된 분야의 책들이 왕창 있어서 왠지 좀 신기했음. 내 취향이 대중을 따라가나봄. 전엔 아무리 기다려도 신간 SF는 안 들어오더니. 

반절 쯤 도서관에서 읽고 왔는데. 
세계적으로 민주주의 침체기라고. 언론을 쥐고 입맛에 맞는 기사 내보내며 공허하고 달콤한 공약을 내놓았다가 금세 폐기해버리는 정치인들, 그걸 가능하게 만드는 수준의 국민들, 그걸 어쩌지못하는 감시자 언론 얘기가 나오고. 비전 대신 네거티브에만 집중하며 정책 선점 실패하는 야당의 무능 얘기가 나오고. 한국은 이런 추세로 보아 아무래도 앞으로도 힘들거라고 그러네.ㅎ
그러면서 야당이 어떻게 하면 좀 이길 수 있을까..하는 얘기를 하는데. 하나하나 다 와닿는 얘기가 많고. 다른 나라 사정들은 잘 몰랐던지라 유럽이나 미국이나 전세계적으로 정도가 좀 다르지 많이들 개떡같구나..하는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네. 위안이 된달까 뭐랄까. 원래 세상은 좀 개떡같은 곳인데, 쬐금씩 쬐금씩 좋은 거 만들었다가 또 개떡같아지고, 좀 많이 개떡같아지고, 그러다 쬐끔 더 괜찮아지고..이런 연속인지도 모르겠다. 읽으면서도 딱히 기대는 안 되는 게. 제1야당은 안 될 것 같고. 좀 응원하고 싶은 쪽들은 알면서도 힘이 딸리는 것 같고. 
풀뿌리 정당.. 새로 나오는 거 가능하려나..
요즘 어셈블리라는 드라마 보고 있는데, 어쩌면 진짜로 야당은 됐고.. 여당에서 야당표 긁어모으려고 채택한 비례대표로 선출된, 좀 진상스럽고 진정을 어필할 수 있는 x맨이 나타나고. 실제 정계 돌아가는 면에 빠삭한 의원급 보좌관들이 붙고.. 여타 기회스러운 상황들이 좀 많이 결합되는..그런 판타지적인 상황이 일어나야 나 살아생전 좀 실질적인 변화가 생길까 싶은 생각이 막 듦. 



베를루스코니가 언론을 장악하며 깽판쳤던 이탈리아. 언론들이 끽 소리 못하고 총리를 핥는 가운데 베페 그릴로라는 전직 코미디언이 총리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블로그를 운영했다고. 우리로 치면 김재동이나 나꼼수랑 비슷했던 모양. 그렇게 몰려든 비슷한 생각을 지닌 사람들더러, 정치 얘기를 나누는 지역모임을 가지며 즐기자고 제안했고, 그렇게 5성운동이라는 풀뿌리 정당이 창설됐다고. 5성운동은 현재 이탈리아 최대 정당 중 하나로 발돋움했다. 
다니엘 튜더가 한국에 제안하는 것도 이와 비슷하다. 
기존 야당은 운동권 출신의, 이미 존재하는 무언가에 반대하는 데에 익숙한 인물들로 채워져 있다. 386세대. 중년의 남성들이 주가 되어 전체 국민들을 대표하기에도 적합하지 않다. 인종문제나 여성문제에 대해서도 진보적이라 하기 어렵다. 새누리당만큼의 조직력도 없고 아이디어 선점면에서도 밀리고 네거티브 방식만 고수하는, 거기에 계파들이 판치는 부족집단스러운 상황에 경영능력을 갖춘 인물도 적다.
아예 풀뿌리 운동부터 시작해 정당을 하나 만드는 게 어떻겠냐고. 나꼼수가 했던 것처럼 몰려든 사람들에게 인기있는 명사가 하향식으로 생각을 펼쳐 내리는 토크콘서트 말고, 대등한 입장에서 지역마다 사람들이 모여 토론하는 문화를 만들자고. 다같이 정책을 발언하여 만들고, 인터넷을 기반으로 외부감사단을 들여 투명하게 투표하고, 지역민들의 요청이 얼마간 모이면 지역구 의원들을 만나는 자리도 갖고, 의정활동이나 범죄이력을 철저하게 기록하여 데이터베이스도 구축하고, 통계베이스 등을 구축해서 국회의원 발언의 정확성을 따져보기도 하는. 



다니엘 튜더는 정당정치 얘기만 하는 건 아니다.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와 대처방법에 대한 조언도 하고 있다. 
대처 수상 시절, 영국에서는 오일쇼크와 경제공황 등의 문제로 제조업이 위기를 맞았었고, 대처는 제조업을 포기하고 서비스업을 키우기로 정했다고 한다. 그 결과 런던은 금융서비스 및 컨설턴트 쪽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1인당 순부가가치 171퍼센트를 나타내는 등 고도성장했지만, 북부 잉글랜드, 웨일스, 스코틀랜드 등 나머지 지역은 전체 평균을 밑도는 식으로 런던과 격차가 상당하며 질 좋은 직업을 구하기 어려워졌다고 얘기한다. 일하기보다 복지예산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그런 자들을 비난하는 흐름이 생겼다고. 한국은 그러지 말고 독일이나 스위스의 사례을 본받아 서비스업과 함께 하이테크 제조업을 육성시키라고 조언하기도 한다. 서비스업을 성공에 이르게 하는 데는 생각보다 상당한 투자가 필요한데 아직 한국은 서비스 산업에 대한 인식도 부족한 상태이고 부가가치창출도 제조업의 56 퍼센트에 이르는 등 비효율적이라고.
넘쳐나는 대학들을 줄이고. 모두가 대학에 가야한다는 인식을 버리고. 전문기술교육을 활성화시키고. 하이테크 기술자들이 첨단기술이 집적된 물품을 제조하도록 한국형 미텔슈탄트(중소기업)를 육성하라는 것. 4대강 사업이나 자원외교에 쏟았던 그런 식의 돈을 돌리고, 대기업에 쏟는 정부지원금을 돌리고, 거의 독과점에 가까워 제대로 된 경쟁도 안 하고 소득으로 투자도 거의 안 하는 대기업 맥주회사(ㅋㅋㅋ) 등에 세금을 징수하고, 많은 이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담배세를 인상하는 식으로 재원을 마련해서 전문중소기업에 투자하자고. 
그리고 사회안전망을 마련하고 빈곤층이 중산층으로 올라서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여 사회에 돌려줄 수 있게 하는 투자로서의 복지를 늘리자고 제안한다. 아직 복지에 들이는 돈이 GDP의 9퍼센트 정도로 OECD 평균에 못미치는 수준이라고. 그리고 정당에서 내걸 캐치프레이즈는 성공 후에 돌려달라, 는 식이 되어야지 반값, 무상 처럼 시혜의 뉘앙스를 풍기면 성공지향적인 우리나라에서 어필하기 어려울거라고. 노년층에게 주는 연금도 좀 더 늘려서 관광, 보건, 레저산업을 좀 더 성장시킬 가능성을 생각해보라고 한다. 5,60대처럼 은퇴했지만 일할 여력이 있는 노년층으로 하여금 협동조합이나 벤처기업을 생각해보게 하여 거기에 투자하라고도 한다. 시혜에서 그치지 않는 투자로서의 복지. 꽤 괜찮은 프레임같다.



p.170

영국이 제조업을 버리고 서비스 산업에 주력하기로 선택한 순간 근본적으로 런던과 나머지 지역의 균형이 완전히 깨지기 시작했다. 런던은 이제 명실공히 세계 제2대 도시로 등극했고 영국의 다른 도시에 의존할 필요가 전혀 없는 독자적인 부자 도시가 되었다. 한편 글래스고 같은 곳에서는 일자리를 구할 수는 있지만 경력 면에서 도움이 된다거나, 가족을 부양할 정도로 충분한 임금을 준다거나, 자긍심을 느끼게 해줄 만한 일자리는 구하기 어렵다. 
영국은 현재 로펌, 경영 컨설팅, 은행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모두 뛰어난 학력을 요하는 분야이며, 자본집약적 도시 중심 산업이다. 이 때문에 지방이 창충하는 1인당 순부가가치는 전체 평균을 밑도는데 런던은 171퍼센트를 나타내는 심각한 지역 불균형이 발생했다. 반면 제조업의 경우, 경제 기회가 넓은 지역에 배분될 수 있으며 학력이 높지 않은 사람도 양질의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 무너지는 제조업을 방치하자는 기조가 팽배했던 대처 시절의 영국 정책 입안가들이 놓친 대목이다. ...현재 영국 최고 부자 지역인 런던 시내와 최빈 지역인 서부 웨일스 간의 격차는 EU에서도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p.179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가장 어려운 문제는 정치 바깥에 있다. 우선 모두 대학에 갈 필요는 없다는 인식이 조성되어야 한다. 아무리봐도 국민 더섯 명 중 네 명이 대학에 가는 것은 이상하다. ...학업에 재능이 있다면 자기가 선택한 분야에서 박사 과정까지 밟을 수 있어야 한다.
...많은 경우, 역량을 키우거나 기술을 익히지 못하고 단지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4년이라는 시간을 허비하는 곳이 한국의 대학이다. ...한때 한국에서도 스위스에서처럼 실업학교를 나와 생산직 일자리를 얻는 것이 이상할 것 없었다. 고용 안정과 상당한 수입을 보장해줄 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의 사회적 위신까지 세워줄 수 있을 때 생산직 일자리 기피 현상이 완화될 수 있다. ...
한국 정보가 다시 과거의 전략을 검토해야 한다고 본다. 그것은 바로 정부 조도의 산업 정책이다. 
...중앙 정부는 미래 성장이 주목되는 특정 산업을 선정하는 일뿐 아니라 창원과 같이 위험에 처한 도시의 상황을 파악하고 R&D 보조금 지급과 세제 감면 혜택 등 전폭적인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정부 지원금은 대기업이 아닌 한국식 '미텔슈탄트' 양성에 집중되어야 한다. 미텔슈탄트는 독일의 중소기업을 뜻하는 말이다. 독일, 일본, 대만에는 주요 기업에 첨단 필수 부품을 납품하는 하이테크 중소기업의 생태계가 형성되어 있다. ...또한 뛰어난 공학박사들의 두뇌 유출을 그냥 보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투자금을 지급해 이들의 창업을 지원해야 한다....현재 한국은 많은 원천기술을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는 형편이다. 한국에는 없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니, 한국의 두뇌를 십분 활용해 원천기술 부문을 강화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은 어떨까?
...지난 수년간 한국정부는 기술 벤처 기업에 수조 원을 투자했다. 예컨대 새로운 앱을 개발하고자 하는 젊은이들은 정부 지원금을 받아 보다 쉽게 창업할 수 있다. 청년들을 지원하고 한국의 마크 저커버그를 양성하겠다는 생각은 물론 좋지만 아직까지는 성공 사례가 드물다. 과거 한국 정부는 주력 제조 산업 선별에 뛰어난 기량을 발휘한 바 있다. 그러한 역량을 한국 공업 도시에 집중해 전문 중소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어떨까?


p.192

여기서 우리는 복지의 '프레임'을 어떻게 짜느냐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복지는 나태를 부추기는 제도로 제시될 수도 있지만, 부유하나 불평등한 사회가 실천해야 할 좋은 일로 제시될 수도 잇다. 또한 수혜자 관점에서는 모든 사람에게 동등하게 주어지는 기회로, 복지를 제공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투자로 제시될 수 있다. 필자 또한 영국 복지제도의 상당한 수혜자다. 우리 부모님은 내 존재만으로 정부로부터 아동수당을 받았다. 덕분에 내 건강보험은 전액 보장되었다. 내가 옥스퍼드 대학에 다닐 때 우리 부모님이 낸 등록금은 1년에 고작 1천 파운드(한화 약 172만 원 정도)였다. ...만일 예전에 옥스퍼드 대한 등록금이 시장가였고 국가보건 서비스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필자는 지금쯤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복지제도가 나를 어떤 사람으로 만들었나? 나태한 버러지? 아니면 경제적으로 자립적인 사람?
...안타깝게도 한국에서는 복지를 확대하려는 사람들조차 그릇된 방식으로 복지를 제시하는 실수를 저지른다. ...복지에 대한 궁극적 메시지는 '복지는 정부가 여러분에게 투자하는 것입니다. 투자를 통해 여러분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 나중에 세금을 많이 낼 수 있을 만큼 성공해서 돌려주십시오'라고 전달되어야 한다. 지위 상승에 대한 열망이 강한 한국에서 특히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반값 등록금, 무상급식 등 '무상' '반값' 타령뿐이다. 정의당은 반값 통신비 실현까지 들고 나왔다. 이런 접근법을 택하면 복지는 상금이 걸린 촌스러운 퀴즈 쇼처럼 보일 뿐 아니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시혜로 비칠 뿐이다. 게다가 복지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복지는 사람들이 공짜를 바라게 만든다"고 주장하도록 도와주는 좋은 구실이 된다. '사회가 지금 여러분을 도울 테니, 나중에 여러분이 성공하면 사회를 도와야 합니다'라는 암묵적 합의가 복지정책에 내포되어야 한다.
...한국은 미국과 더불어 유급 육아휴직을 주지 않는 유일한 OECD 회원국이다. 남성 육아휴직을 포함한 유급 육아휴직을 보장하고 보육시설을 확대하며 공교육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암울할 정도로 낮은 출산율이 높아지기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공공보건 서비스를 확대하고 사람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해, 그들이 조속히 일에 복귀하고 세금을 납부할 수 잇게 해야 한다. 실직한 사람들이 절망적인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실업수당을 제공해 실직 가정 자녀들의 삶이 망가지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그리고 그 아이들이 더 많은 것을 성취하고 더 많은 세금을 내는 모습을 지켜보자. 복지가 없다는 불가능한 시나리오다. 따라서 복지는 투자라고 불러야 한다. 런던 정경대 헨리크 야콥센 클레벤 교수에 따르면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과 같은 북유럽 국가의 노동 참여율이 높은 것은 육아 및 노인 인구 부양에 대한 정부 지원금, 관대한 병가제도, 막대한 정부 보조금으로 운영되는 대중교통 등이 뒷받침되어 사람들이 실질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건대, 복지는 고수익 투자다.


p.203

(젠더차익거래)
골드만삭스 한국 지사는 의도적으로 남성보다 여성을 더 많이 고용한다. 나는 이를 다룬 기사를 쓴 적이 있는데, 기사에서 골드만삭스의 여성 중심 고용을 \'젠더 차익 거래\'라고 이름붙였다. 골드만삭스 취재원에 따르면 한국 기업이 여성을 잘 고용하지 않고, 고숙력 여성을 제대로 대우해주지 않아서 경쟁할 필요도 없이 최고의 여성 인력을 뽑을 수 있었다고 한다. 골드만삭스는 가치절하된 자원을 확보함으로써 비즈니스 우위를 끌어냈다. 이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친여성정책은 사실 기업에 \'비용\'이 아니다.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어지씨들의 전횡을 방지할 수 있으므로 오히려 기업에 득이 된다. 
...이런 주장을 하거나 여성 채용 할당제 도입을 제시하면 \'페미니스트\'라는 소리를 듣는다. 한국에서는 여성들조차 스스로의 이익에 배치되는 성차별주의를 내면화하고 있어 "나는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이라고 말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 정도로 페미니스트라는 단어는 오염되었다.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라고 말하는 여성은 누구든 \'꼴페미\'로 불리며 심지어 레즈비언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받게 된다. 하지만 페미니즘이란 무엇인가? 보수주의나 사회주의와 마찬가지로, 페미니즘도 흑백논리가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모든 사람은 성공할 수 있는 동등한 기회를 부여받아야 한다고 믿는 남자도 페미니스트로 규정될 수 있다. 그런 정의라면 필자는 페미니스트라는 타이틀을 기꺼이 수용하겠다. 다른 모든 조건이 동등할 때,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특별 대우를 하자는 목적이라면 여성 할당제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다른 조건이 \'동등\'과는 한참 떨어져 있는 것이 문제며, 불균형적인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균형점에 도달해서 채용 문화가 바뀐다면 그때 비로소 할당제를 폐지해야 한다.
앞에서 말한 작은 투자회사에 다닐 때 알고 지내던 친구 하나는 삼성에 다니다가 결혼했는데, 임신한 뒤 회사를 관두고 결국 집에 눌러앉았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에서 통계학 석사학위까지 받은 친구였다. 그때 필자는 \'결국 이렇게 될 거라면 화려한 학력이 무슨 소용이지?\'라고 생각했다. ...일터에서 눈부신 활약을 할 수 잇는 재원이 그 재능을 활용할 수 없는 분야에 갇혀버리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는 어마어마한 인적 자원의 낭비다. 
...2014년 골드만삭스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의 여성 경제 참여율이 남성의 경제 참여율만큼 상승한다면 GDP가 13퍼센트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참고로 현재 일본은 한국보다 여성의 경제 참여율이 높다. 21세기 한국 경제의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면 먼저 여성 경제 참여율을 높여보는 것은 어떨까?


p.212

한국 경제 대부분의 문제는 단순히 '정상화'가 필요한 비정상적인 상황에 기인한다. 한국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는 좌우의 문제로 봐야 한다. 결혼 후 일을 관두는 여성들의 경력 단절 현상을 보여주는 'M 커브',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대기업의 악습도 모두 정상화가 필요한 문제다. 보수 언론과 재계 기득권은 대기업에 방해가 되면 따지지 않고 무엇이든 좌파로 몰려고 한다. 이는 거대한 지적 사기다. 시장 원칙에 반한다는 근거로 대기업 개혁 정책에 반대하는 것은 리오넬 메시를 제일 좋아한다면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응원한다는 말과 같다. 
한국인들은 오랜 세월 동안 미국이 궁극의 선진국이라고 세뇌받았다. ...보수의 관점으로 미국을 동경하는 담론을 살펴보자. 미국은 경제 사범을 어떻게 다루는가? 대사기극 엔론 사태의 장본인들은 아직도 감옥에서 썩고 있다. 하지만 한화,SK, 현대차 등 한국 재벌 기업 총수들은 세금 포탈, 뇌물 수수, 사기, 폭행 죄로 기소돼도 솜방망이 처벌을 받을 뿐이며, 운 좋으면 특별사면을 받고 대통령과 함께 국제 정상회담도 개최할 수 있다. 최경환 부총리와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투자 진작과 경제 살리기라는 명분으로 기업 총수들이 지나치게 처벌받아서는 안 된다는 '기업인 선처'에 관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마치 재벌 기업의 존립이 기업 총수에게만 달려 있다는 듯이 말이다! 이 모든 시스템은 사실상 오너 가족이 계속 경제 범죄를 저지르라고 용인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은 무엇인가? 원인은 간단하며, 북한과는 관련이 없다(근래에는 북한의 핵 실험 뉴스가 떠도 코스피 지수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 한화,SK, 현대자동차 등에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면 나라도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다른 조건이 같다면 이 기업의 가치는 oo정도 될 테지만 회장은 주주의 돈을 사적 용도로 배임하고, 망해가는 계열사를 지원하는 데도 쓰고, 가치가 뻥튀기된 삼성동 땅을 사거나 아들에게 고용 승계할 가능성이 높단 말이지. 그렇다면 당연히 이 기업의 평가가치를 낮출 수밖에.'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대해 외국 투자자들에게 물어보니 그들도 거의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문제를 일으킨 기업 총수에게 대통령 특별사면을 불허하고, 형기를 채우도록 하는 등 기업인에게 응당한 처벌을 내린다면 비정상적인 패악은 사라지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다. 현저히 낮은 주가수익률PER만 봐도 알 수 있듯이, 한국 기업의 주식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싼 주식 중 하나다. MSCI 세계지수에 따르면 2014년 코스피 상장 기업의 주가 순자산비율은 전 세계 평균보다 50퍼센트 낮은 1.05였다. 한국 기업의 지배 구조가 투명해져 한국 주식시장이 10퍼센트만 가치 절상된다면 어떤 효과를 볼지 상상해보자. 이런 정상화 움직임이 주식 평가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한국 주식시장의 전체 시가 총액은 1200조 원 가량이므로 10퍼센트만 잡아도 120조 원이 증가한다. 국민 1인당 250만 원이 돌아가는 액수다. 국민연금이 한국 주식시장의 전체 7퍼센트에 해당하는 주식을 소유하고 있으니, 연금 수혜자들에게 8조 4천억 원의 이득이 되는 셈이다. 사실 이는 잠재적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아니다. 오히려 잃어버린, 아니 도둑맞은 돈의 가치로 생각하는 것이 온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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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경연인이 사업을 맡는 영미식 기업 모델에도 문제가 있다. 전문 경영인들은 장기 성과를 해치면서까지 단기 수익 목표만 맞추기를 바라는 펀드 매니저들에게 휘둘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너가 5~6퍼센트 지분 소유만으로 거대한 그룹의 경영권을 갖는 가족 경영 행태는 분명 부정적인 인센티브를 야기한다. 부정적인 인센티브를 유발하는 사안들을 적발해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 또한 재벌들이 빚을 내어 덩치를 키우는 행태를 제한해야 한다...
상습적 경제범죄에 대해서는 해당 그룹 해산이 사실상 가능하도록 하는 특별법 도입을 제안하고 싶다. 모든 가족 경영 재벌 기업을 주주 자본주의식 전문 경연인 제도로 탈바꿈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기업들이 법규를 준수하게끔 위협하는 도구로 사용하자는 취지다. 사실 다른 주요 경제국 관점에서 보면, 심지어 우파 성향국가의 관점에서도 저 정도 처벌은 상당히 관대하다. 한국 재벌이 미국 기업이었으면 미국 법무부가 나서서 진즉 해체하고도 남았다. 
정상화 원칙은 가격 담합, 독과점, 수요 독점 등을 통한 하청 기업에 대한 갑질 등 대기업과 관련된 여타 문제에도 적용돼야 한다. 2010년 공정거래 위원회는 3500건의 가격 담합 정황을 적발했지만 실제 과징금을 부과한 사례는 66건 뿐이었다. 과징금 액수도 불법적으로 부당하게 올린 수익의 2~3퍼센트에 지나지 않았다.

Posted by 에크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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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년 이란의 이슬람혁명 이후, 이슬람 율법주의자들이 통치하는 이란에 대해 그린 작가의 자전적인 만화책. 작가 자신의 인생을 그린 책이라고 보면 됨. 
오랜 세월 이어지는 전쟁의 폭격으로 인한 트라우마나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통치하는 억압 사회를 살아가는 여성들을 조명한다는 점에서, 아프가니스탄을 배경으로 한 "천 개의 찬란한 태양", 과도 겹쳐지는 점이 많음.

영국의 통치시절에는 남녀 모두 자유롭게 학교에서 공부하던 모습이 이슬람 혁명 이후 사라졌고, 여성들은 히잡을 쓰고 보호자인 남성 없이는 외출할 수 없게 되었다. 사상의 통제도 심해졌고 인권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갑작스러운 사회 변화로 많은 사람들이 저항하거나 다른 나라로 떠났다. 주인공의 집안 역시 사회주의를 표방하던 많은 친척들이 끌려가 고문당하고 죽었다.
그래도 작가의 집안은 이란 왕가와 이어져 있고 외국과의 교류로 시야가 트여있어서, 여성에게 무척 억압적인 이란의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부모님이 딸을 해외로 유학시키고, 딸의 심적인 방황을 지켜봐주고, 성급한 결혼과 이혼을 지켜보고 지지해주고, 이혼 후 이란을 떠나 다른 곳으로 떠나도록 해 주는 등 든든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인상적임.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인 지위 상으로나 중산층 이상인 집안이라서, 일반적인 이란 사람들과 달리 작가는 상당히 운이 좋은 케이스.
이슬람 근본주의 하의 이란은 한국상황과도 비슷한 모습이 몇 보이는데, 유학다녀온 여성이 걸레 취급 받는다든가, 여성이 요구하는 이혼이 사회적인 시선 때문에(여기선 남편의 허락이 필요한 일이라) 무척 어렵다든가, 여성 혼자 함부로 밖에 나다니지 못하게 한다든가, 여성의 옷차림이 남성의 음욕을 불러온다고 운운하는 등이..그렇다. 한국상황을 이슬람 근본주의 풍경에 빗대 유슬림이라고들 하던데. 여하튼. 보면서 참 씁쓸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많았음.

Posted by 에크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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