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ai네 방문.

일지/일지 2015 2015. 11. 8. 19:06

설거지 조금. 정리 조금 해주고. 밥이랑 간식이랑 좀 얻어먹고. 퇴마록을 연상시키는 검은사제 보고. 강동원은 남녀를 불문하고 봐도 어여쁜 피사체인 건 맞는 듯. 몰약 향 뿌리며 노래부르는 모습이 화보더구만. 

느즈막히 고속터미널로 어슬렁어슬렁 같이 걸어다니다 김선생 김밥을 먹고. 반디앤루니스에서 품절된 삼체 대신 정소연 단편선을 사들고 돌아가는 길이다. 

12월 12일에 있을 롤링홀의 미야비 콘서트를 기약하고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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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크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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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일지/일지 2015 2015. 11. 1. 19:52

ㅁ. 아부지가 자꾸 가족그룹 카톡에다 글을 올리는데 죄다 '나 심심해. 심심해서 시덥잖은 거 함' 삘이다. 자꾸만 걍 나가버리고 싶은 충동이 인다.. 미술치료연수 때 배운 얘기로는, 이런 게 투사랜다. 미성숙한 처우. 내 안에 아부지랑 비슷하게 찐따인 부분이 있어서 그가 그렇게 싫어지는 그런 거라더라. 나도 잘 알고 있던 바다. 경제적으로 무능하고 인격적으로 미숙하고 타인에게 의존적이면서 자신에게 관대하고 싶어하는. 아부지에게 요즘은 말도 안 하고 얼굴도 마주하기 싫다. 걱정해주고 염려해주는 말이 죄다 노후를 의지하려는 자의 의도로만 읽힌다. 중중이다.. 할아버지가 그렇게 싫더니 이젠 아부지가 싫다. 생리적이랄 정도로 즉각적인 혐오감이 든다...


ㅁ. 과학품의를 올렸더니 지역장터에서 사라고 퇴짜먹었다. 지역경기를 살리자는 취지. 근데 난 이 지역 어디에 과학사가 있는지 아는 바가 없다.. 인터넷 검색해도 안 뜬다.. 2순위로는 학교장터에서 검색해서 사라는데, 그럼 전북지역만 딱 골라서 사야 한다는건가? 인터넷에서 들렀던 사이트는 이미 학교장터에 소속되어 있는 과학사인데. 서울소재다. ...낼 교감님께 고창지역 과학사 아시냐고 함 여쭤보고. 예전에 학교에 들렀던 과학사 아저씨가 주고 갔던 팜플렛 책 어디있나 찾아보고. 퇴짜맞았던 목록 다시 뽑아가지고 대조해봐야겠다..


ㅁ. ... ... 수업을 짜려고 보니 진도가 너무 늦어서 우울하다. 진도 많이 못 뺄 것 같아 우울하다. 나는 내가 싫다. 연수들으러 가서도 우울에 무기력을 흩뿌리고 다니는 통에 악명만 드높이게 생겼다. 미술치료...제길. 내가 치료받아야 되겠다... 아무에게도 속내를 드러내고 싶지 않은데 자꾸만 속내를 까발리려고 든다. 이래서는 아무도 내 주변에 못 둘거다.


ㅁ. 마션. 재밌었다. 근데 책보다 생략된 부분이 많더라.


ㅁ. 수업...생활지도....모두 엉망이다. 나는 래포 쌓기에 실패했고 호구로 전락했다. 아무도 내 의견따위 신경쓰지 않는다. 나는 아이들에게 의미없는 협박이나 해댈 뿐이다. 부모에게 전화한다, 사진 찍거나 녹음하겠다. 그래놓고서 하나도 보내지 않는다. 모든 것이 내 잘못 같고 그냥 나 자신만을 저주할 뿐이다. 상냥하게 굴어도. 보상을 내걸어도. 마음을 얻을 수 없다. 나는 그럴만한 자격이 없나보다. 너무 부족해서. 때리지 않는다고 해도 말로 때리는 것 역시 폭력이라던가. 그 말이 맞다. 나는 전혀 상냥하지도 않고 마음을 어루만지지도 못하며 수업이 충실하지도 못하다. 비루하게 무능한 모습으로 남아있느니 뭐하러 사는지. 정말 우울한 기분이 들 때는 그냥 죽어버리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모두가 우울하고 힘들 뿐이다.


학교가 버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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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크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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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함.

일지/일지 2015 2015. 10. 18. 20:17

바로 할 일들이 있는데 자꾸 책을 보고. 헤닝만켈 소설을 하나 사겠다고 기웃거리고. 쇼핑몰에서 뭘 사겠다고 클릭질을 하고. 카톡을 보고. 한다.

there there을 틀었다. 왠지 딱 지금 기분이랑 맞는 가락같다.

마음이 허하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학교와 관련된 일은.

사람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면서 의존적으로 굴려고 하는 나를 본다. 타인이 나를 싫어할 것을 가정하고 어떻게든 그렇게 만들려고 발악을 하는 것 같다. 아니면. 동정표를 사든가. 

교원상처치유 프로그램 공문에 나온 정신의학과 정보를 주욱 훑어보기를 몇 번, 그만두었다.

몇 달 책이나 읽으면서 쉬었으면 좋겠다.

세 달만 지나면 되는데. 

사람들에게 친절해지고 싶다가도. 상냥해지고 싶다가도. 과한 짓을 하는구나 싶고. 귀찮아지기도 하고. 내 호의의 무게에 대해서 따지는 것이 거추장스럽기도 하고. 복잡한 기분이 된다.

그냥 익명의 삶을 살고 싶다. 남에게 피해주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게으르고 적당히 막나가는 삶을 살고 싶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학교에서 벽화를 그리는 아저씨가 요즘 좀 부럽다. 물론 생계를 위해 나름 바쁘시겠지만. 그림으로 먹고 사는 것이 결코 쉽지 않고. 나름의 책임감도 묵직할 테지만. 누군가와 피상적으로 얽히고 끝나는 관계를 원한다. 혼자 일하고 싶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충고와 조언을 많이 들었지만. 그들이 내가 하는 꼬라지를 보면 적나라하게 짚어주자니 예의를 차릴 수 없어서 였을지 몰라도..갑갑하게 느껴질 것이다. 저건 아닌데..싶을거고. 내가 왜 그렇게까지 관여해야해 싶을거고. 선을 찾기가 버겁다. 무기력해지는 게 싫다. 부정적인 감정에 중독되어 지내는 기분이다. 싫지만. 벗어날 수 없다고 여긴다. 

..책이나 더 읽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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