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이후로 비슷하게 말을 안 듣는 아이들을 어르고 소리지르고 째리고 하면서 수업을 대충 진행하고-지네가 알아먹든 말든, 더 이상 쉽게 가르치는 건 잘 못하겠다, 내가 너무 어렵게만 설명하게 되나본데...뭘 어째야 더 쉬워지는지 나도 잘 못하겠다.
C가 적어낸 각서에 대해 언제 한 번 모두의 의견과 이의를 반영하고, 서명을 받고. 각서를 어겼을 때의 규칙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어 보아야겠다. 지키지 않는 각서는 의미가 없으니. 다만 벌칙이 너무 배타적이고 처벌적이지 않았으면 좋겠는데..방향을 어떻게 끌어낼지 잘 모르겠다. 학습지 풀이를 시킬까..
C와 J와 H와 G를 남겨 수학과 영어를 조금 가르치고. 숙제를 내 주고. 리코더 연습을 봐 주고. 아이스크림을 약속대로 사서 하나씩 물려주고. 어둠 내린 잔디밭에서 그네를 타다가 달리기 경주를 하고. 철봉에 앉아보려 버둥거리는 J를 보며 낄낄거리고. 옷을 잊어버린 C를 기다려주고. 왁자지껄하게 낄낄거리는 꼬맹이들을 차에 태워 데려다 주고. 시시콜콜한 집안 이야기를 들으며 맞장구 쳐 주고. 바이바이 하고.
뭐..나쁘지 않았다. 아마도 끝까지 나는 만만하기만 한 어른 아닌 어른이겠지.
그래도 이런 기억들이 어떻게든 훈훈하게 추억으로 남아있을 것 같다.
이런 나에게 불만을 가지게도 되겠고. 소란하고 통제되지 않는 교실이란 게 학력 면에서는 아무래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겠지만. 그걸 타계해보려고 애를 썼지만. 더 이상 뭘 어떻게는 못 할 것 같고.. 나는 매일 이 정도의 훈훈함이면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