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함.

일지/일지 2015 2015. 10. 18. 20:17

바로 할 일들이 있는데 자꾸 책을 보고. 헤닝만켈 소설을 하나 사겠다고 기웃거리고. 쇼핑몰에서 뭘 사겠다고 클릭질을 하고. 카톡을 보고. 한다.

there there을 틀었다. 왠지 딱 지금 기분이랑 맞는 가락같다.

마음이 허하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학교와 관련된 일은.

사람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면서 의존적으로 굴려고 하는 나를 본다. 타인이 나를 싫어할 것을 가정하고 어떻게든 그렇게 만들려고 발악을 하는 것 같다. 아니면. 동정표를 사든가. 

교원상처치유 프로그램 공문에 나온 정신의학과 정보를 주욱 훑어보기를 몇 번, 그만두었다.

몇 달 책이나 읽으면서 쉬었으면 좋겠다.

세 달만 지나면 되는데. 

사람들에게 친절해지고 싶다가도. 상냥해지고 싶다가도. 과한 짓을 하는구나 싶고. 귀찮아지기도 하고. 내 호의의 무게에 대해서 따지는 것이 거추장스럽기도 하고. 복잡한 기분이 된다.

그냥 익명의 삶을 살고 싶다. 남에게 피해주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게으르고 적당히 막나가는 삶을 살고 싶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학교에서 벽화를 그리는 아저씨가 요즘 좀 부럽다. 물론 생계를 위해 나름 바쁘시겠지만. 그림으로 먹고 사는 것이 결코 쉽지 않고. 나름의 책임감도 묵직할 테지만. 누군가와 피상적으로 얽히고 끝나는 관계를 원한다. 혼자 일하고 싶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충고와 조언을 많이 들었지만. 그들이 내가 하는 꼬라지를 보면 적나라하게 짚어주자니 예의를 차릴 수 없어서 였을지 몰라도..갑갑하게 느껴질 것이다. 저건 아닌데..싶을거고. 내가 왜 그렇게까지 관여해야해 싶을거고. 선을 찾기가 버겁다. 무기력해지는 게 싫다. 부정적인 감정에 중독되어 지내는 기분이다. 싫지만. 벗어날 수 없다고 여긴다. 

..책이나 더 읽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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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크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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