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더가 막 전투학교에 들어가 이런저런 부대를 전전하며 이런저런 사람들을 접하고는 그들을 거울삼아 성장해가는 모습을 그린 초반부는 정말 흥미진진했다. 엔더가 구사하는 새로운 전략들을 바라보는 재미도 물론 쏠쏠했고.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정신적 육체적으로 무리하는 엔더를 보는 건 괴로웠다. 아무리 희망이 없다기로서니 꼬맹이 하나에 온갖 막중한 짐을 올려놓고는 몰아붙이는 꼴이라니-비록 엔더가 무척 성숙한 인물이라곤 해도. 그래서 그를 어린아이라고 무시할 일이 아니라곤 해도. 엔더뿐만 아니라 전투학교에 있던 다른 생도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버거와의 3번째 전투를 둘러싼 내막 역시 읽는 내내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사실 애초에 그런 불편한 점들은 작가가 애당초 계획하고 심어둔 거고, 어느 정도 그것들에 대해 조소하고 풍자하는 뉘앙스도 찾을 수 있긴 하다. 또 우리의 비범하고 강한 주인공은 몇 번이고 흔들리긴 하지만 그 정도로 아주 망가지지는 않으며, 끝끝내 그에게 새로이 덮어씌워진 거대한 죄책감마저 나름의 방법으로 극복해낸다. 
하지만..책을 덮고 나서도 역시 이 정도의 마무리로는 뭔가 충분하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전쟁 영웅이자. 전쟁이후 평화와 안식의 기원을 전하며 전 우주적인 성인급으로 거듭난 어린아이라.. -__- 
아이라고 어른처럼 생각하지 말란 법은 없고, 어른과 마찬가지로 복잡한 감정을 느끼고 더 굳건히 견뎌낼 수 있을 수 있다는 작가의 얘기는 어느 정도 동의하지만, 그래도 이건 어른과 대등한 인격적 존재를 그리는 걸 넘어서서 비범한 아이에 대한, 어른인 작가의 로망같은 것을 투영한 것 아닌가 하는 느낌마저 들곤 했다. 모든 걸 결국 고립되고 속고 착취당했던 사람, 최대 피해자 중 하나에게 지우고 끝난 거나 마찬가지인 결말 역시 어쩐지 아니꼬웠고 화딱지가 났다. 
책 앞쪽에는 작가가 쓴 서문이 있고, 작가는 이 책이 책을 읽는 각자의 고된 상황에 대한 대변자가 될 수 있다는 식으로 얘기했다. 과하게 추켜세워져서 고립되기 십상인 영재들이든, 매일을 훈련에 휘둘리며 부대끼는 군인들이든, ...글쎄..모르겠다. 
작가의 의도대로 반응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결국 난 이 책이 그리 달갑지 않다. 후속작으로 "죽은 이의 대변인"이 있다고 하는데, 아마 엔더와 발렌타인의 행보를 그린 이야기겠지만..행여 번역된다해도 보고싶은 마음이 들지는 모르겠다.

Posted by 에크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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