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대체 행성 아르테미스로 향하는 2,500여 명의 인간들이 냉동되어 있는 우주선 내부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피해자들은 우주선을 조종하고 유지하는 업무를 맡은 클론들. 수십~수백 년 묵은 이들 클론들은, 무언가 범죄를 일으켜 사형이나 구금 대신 우주선 행을 택한 이들이었고, 아르테미스까지 임무를 완성하고 나면 사면되는 것이 탑승 조건이었다. 
우주선의 생체데이터는 모두 날아간 상태고, 우주선을 운용하는 AI역시 제기능을 못하는 상태. 다행히도 마지막 순간에 누군가가 가까스로 이들의 마인드맵-뇌를 스캔하여 전자상으로 옮긴 데이터-을 따서 새로운 몸으로 재생시켰기에, 다시 살아난 클론들은 누가, 어떻게, 왜 그들을 죽였는지 추리하기 시작한다.


이야기 자체도 스릴있고 재미있지만, 복제인간에 대한 윤리적 이슈, 종교적 이슈 등 여러가지를 생각해보게 만드는 괜찮은 책이었다.
클론이 된다면 어떤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것인가. 수명, 재산, 직업, 취미, ..여섯 클론들의 과거를 통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온갖 것들에 대해 상상해 보는 것도-쓸 데 없는 일이긴 하지만 즐거웠고.
클론은 다른 사람인가, 아니면 한 사람의 영속인가..하는, 윤리적이고 법적인 문제를 소설 속에서 어떤 식으로 처리하고 있는지, 클론과 마인드맵이라는 뇌 처리 기술이 결합되면서 등장할 수 있는 범죄들로 어떤 것들이 등장하는지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웠고.
클론 이슈가 가져올 종교적인 혼란-인간들 사이에서 뿐만 아니라 클론 자신이 갖게 될 혼란이나 수용에 대해 가능성이나, 클론이 등장하면서 죽음이나 사후세계에 대한 개념과 무게가 어떻게 변질될 수 있는가, 그런 것도 다루고 있어서.

아무튼. 사고 실험 한 번 대차게 즐긴 느낌이었음.
클론의 삶은 한 분야에서 혹은 여러 분야에서 기술을 한계 너머로 갈고 닦을 수 있다는 점에서, 혹은 오래도록 그저 방황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긴 하지만. 

어차피 나야 인간으로서 제한된 시간을 살 뿐인지라.
생각에만 머물지 않고 행동으로 옮기면서 다각화된 삶을 살아보려 애써야겠지.
덜 생각하고, 더 행동해야. 좀 더 재밌겠지.
혹은, 간접경험 횟수를 더 늘린다거나-단순한 게임 따위에 매몰되지 말고, 심심할 땐 역시 책을 열심히 읽어야겠어.

Posted by 에크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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