쎄시봉

영상 2015. 2. 9. 01:18
별로 보고픈 생각은 없었는데 예매해뒀대서 보러갔다. 여섯시 이십분 영화.
시간에 맞춰 여의도에 가느라 애먹었다. 며칠간 뛸 걸 다 뛴 느낌. 영화가 끝날 때까지 기도가 걸걸하고 명치가 아플 정도였다.
외커 평이 낮았던 건 한효주 탓이 꽤 컸던 듯. 후반부가 꽤 늘어지긴 했지만 그런대로 잘 보고왔다.
노래가 대체로 들을만 했다. 포크의 매력은 시대가 간다고 바래거나 사그라드는 류는 아닌 것 같다. 음미할만한 가사. 청량한 기타음색. 그 나름의 아름다움이 넘쳐서.
딴 영화 음향의 두 배 정도 공을 들인 시스템이랬던가? 그랬던 듯.
캐릭터를 따지자면..극중에선 걍 보조적인 역할이고 크게 인기가 많게 그려지지도 않았지만 실제 이장희씨만큼 이장희씨 캐릭터가 제일 멋있게 그려졌던 것 같고. 송창식씨 캐릭터도 배우가 상황에 적당히 유머러스하고 끼 넘치게 잘 소화했던 듯. 강하늘은..마냥 이쁘게만 부르려는 느낌이 좀 작위적인 감이 심해서 별로였는데..그래도 노랜 잘하더라. 가공의 인물인 오근태는 노래는 확실히 딸리던데..러브라인 연기에 치중해 그려진 인물이라 크게 신경쓰진 않았다.
웨딩케잌의 번안곡 가사에서 모티브를 얻은 러브라인이라는데. 말이 많았고 평점을 깎아먹은 원인인 듯 했지만. 별 거부감 없이 그냥저냥 봤다. 엉뚱한 CG나 몰래 바꿔 쓴 가사같은 무리수스러운 데도 있었지만. 친구마저 넘겨버리고 커리어마저 끊어버리는 남자의 순정이라..요즘처럼 눈에 띄는 곳에 여자를 도구처럼 보고 깎아내리기 바쁜 추한 발정남들이 넘쳐나는 시대엔 드문 모습의 복고풍 판타지 캐릭터 같았다. 그런대로 안 거북스랍고 괜찮았다. 후반부에 무너져 펑펑 우는 남자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각자 가정도 있는데..저렇게 마음 정리를 못하면..싶기도 했지만. 그 이상으로 나가진 않아서. 짠함의 범위에 적당히 안착. 영화 타깃이 되는 어르신들 나이만큼 살아가다보면 완전히 갈무리하지 못한 감정같은 게 아무래도 한 둘 쯤 남아 응어리져 있고 그럴 수도 있겠지.

김희애씨는 나름 외모관리에 엄청 신경쓰시는 듯. 밀회 때는 느끼지 못했던 부자연스러움이 얼굴에 넘쳐서 놀랐음. 어쩔 수 없는 게로군..했다.
김윤식씨는..찌든 회사원 중년이라기보다 스릴러 혼자 따로 찍는 것 같은 느낌이 아직 남아있어서. 좀 써늘한 느낌이 조금 있더라. 다 보고 나서 같이 웃으며 그부분 얘기를 했다. 나 니네 친구 아니다. 가 소름끼쳤다고.ㅎ
여튼. 그럭저럭 잘 봤다. 엄마가 좋아할 듯.
마냥 토닥토닥하며 눈물샘을 자극하는 국제시장보단. 세대가 모두 그런대로 같이 즐길만한 아름다운 노래들이 있어서. 더 나은 것 같다. 복고바람 속에서 이것도 나름 흥행 잘 될듯.

옛날은 지금보다 형편없는 일 투성이였을텐데도. 검열과 피터지는 운동들로 점철된 독재시대든 많이들 경제적으로 고꾸라졌던 IMF시대든.. 많이들 그 시절을 그리워하고. 아름다운 기억들을 자꾸 되새김질하듯 찾아낸다는게. 신기하다. 더 늙으면 실감이 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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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크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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