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글이가 읽고 있대서 다 읽으면 빌려달라고 했더랬다. 어제 잠깐 업무 관련해서 생글이네에 들렀는데 다른 책을 찔끔찔끔 읽고 있길래 다 읽었으면 약속대로 빌려달라해서는 빌려왔지.
꼬맹이가 뭘 읽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책을 자주 읽는 시간을 가지고 싶은데 좀처럼 시간이 나질 않아서, 조금이라도 책에 대한 기억이나 관심사를 공유하고 싶었기 때문에. 교실 뒤켠에 큰 매트를 사 놓고 둘이 같이 끼고 책이나 읽을까..싶을 때가 종종 있는데. 좀체 여유가 없다. 재량껏 한 주에 한 시간이라도 구성해서 책을 좀 자주 읽히고 싶은 마음임.
방과후 독서논술시간에 가져가야 한다며 꼭 빨리 돌려달라고 그랬던 터라 오늘 저녁에 시작했는데, 금방 읽었다. 몇 쪽 안 되는 책이고 글자가 커서. 
예전 생각이 나더라. 내가 녀석 나이일 적에는 학교 쉬는 시간마다 항상 학급문고에서 뭐든 빼서 붙들고 있었는데. 이런 글자크기의 동화책을 열심히 가져다가 읽었더랬다.
읽다보니 생글이에게는 좀 생소하겠다 싶은 지명이나 표현들이 좀 나오길래. 녀석, 이거 읽고 이해가 잘 됐을까 걱정도 되고. 그래도 이야기 구성 자체는 그다지 복잡하지 않아서. 
눈이 많이 내리는 시골마을. 생글이 또래의 아이가 주인공이고. 아이 주변에는 아이와 아주 친밀하고 신뢰할만한 인물들이 있다. 부모는 등장하지 않는데, 할아버지와 단 둘이 살고 있는 듯. 독논 선생님께서 울 애들 상황을 고려하셔서 꽤 신중하게 선정하신 책인 것 같다. 또래와 조금 다른 환경이지만 주변의 어른들이나 반려동물과 함께 하면서 충분히 사랑받고. 노력한 바에 대해서나 스스로 선택한 바에 대해 충분히 경청받으며 존중받는 아이. 존경하고 사랑하는 할아버지가 무기력해져서 삶을 포기할 지경에 이르자 할아버지의 병환을 낫게 해드리려 직접 수소문하고, 스스로 해결책을 선택하고, 최선을 다한다. 
아이를 둘러싼 어른들의 따뜻한 마음씨와 존중이 드러나는 언행, 다른 사람을 대하는 차분하고 심지 굳은 아이의 태도를 보면서 지금의 내 주변상황을 많이 생각해보게 되더라. 있는 아이들은 잘 키워내야지. 아이에게 어떻게든 영향을 주게 된다면야. 어떻게든 그 삶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하게끔 해주고 싶다. 안그래도 버거운 삶인데. 그 이런저런 흐름에서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는 건강하고 든든한 마음을 길러낸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나이를 먹어갈수록 체감하고 있기 때문에.

역시 마지막엔 너무 안타까워서 눈물이 났다. 그렇게 되기까지 누군가를 순수하게 걱정하고 사랑했던 모습으로 그려진 그 강아지가. 그 마음이 세상에 없는 허구든 아니든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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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크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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