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다지 읽을 생각은 없던 책이었는데. 도서관에서 그저께 충동적으로 빌렸다. 무언가 끊임없이 읽고 싶었고. 호평이 자자했던 책이라 만만하게 집었더랬다. 심지어 09년 문체부 우수도서다..
요약하자면 로맨스물이고. 못생긴 여자를 사랑한 잘생긴 남자 이야기.
아름답고 싶은 욕구. 힘 있고 싶어하는욕구. 부자이고싶은 욕구. 부러워하고. 부끄러워하는 사람들. 그러느라 자본주의의 궤도에서 벗어날 수 없고. 피리부는 사나이의 피리소리에 졸래졸래 이끌려가는 쥐들이 서로서로 비교하고 평가하고 깔보는 게 의미 없는 것처럼. 서로 비교하고 깎아내리고 부러워하고 부끄러워하는 데 여념이 없는 고만고만하고 시시한 사람들. 자신에게서 나온 사랑의 빛으로 스타들을 빛나게해주면사도 그 빛이 어디서 왔는지 무지하다는. 고로 불 꺼진 외양을 보며 서로 또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하는. 그런 얘기들에 주억거리며 읽었다.
여자로서 살아가는 일도. 추한 외양으로 살아가는 일도 참 힘든 사회다. 비혼으로 살아가는 것도. 끊임없는 리스트에 스스로를 맞춰보고. 자기검열하며 살아간다. 초조해하며. 자괴감에 괴로워하며. 나 역시 그렇고. 그 압박을 견디면서 사는 건 세계 어디나 비슷하겠지만...정도 차이는 있겠지. 결국 여주도 이민을 택했지 않나.
어릴 때부터 난 내가 여성이라는 데 대해 크게 중점을 두며 살아오진 않았다. 꾸미는 것. 예쁘단 말에 큰 가치를 두지 않으려했고. 여성스러운 옷차림이나 머리를 하는 것에 대해 거북스러워했고. 항상 바지를 입고 다녔고. 인터넷에서도 대개 남성으로서 자신을 소개해왔더랬다. 듣는 음악도 메탈이나 하드록 쪽이고. 로맨스물을 보는 데 그닥 관심이 없었고...날 좋아한다던 사람에게는 남성으로서의 나는 어떻냐고 물었던 적도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결국은 정말로 지금까지 고수하는 내 취향이긴 하지만서도. 어릴 때부터 여성스러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압박에 대한 반감이 크지 않았나 싶다. 내가 그토록 즐겼던 책 속에서 무수히 이입했던 모험의 주인공들인 남성이 아니라는 것에. 여성스러운 외모. 몸짓. 말투. 옷차림. 부족한 듯하고 겸손해야 한다는 것에. 화장을 해야 하고. 머리를 자르는 것은 여성으로서 대단한 일이란 시각에. 등등등...솔직히 난 중성이라는 말에 끌렸고. 아무 성이고도 싶지 않았던 것 같다.
이 책의 화두와 조금은 벗어난 이야기지만. 여성으로서의 아름다움은 내게 그런 거였다. 완전히 벗어날 수 없는 압박이라 적당히 따르고는 있지만. 스타일이라는 이름으로 적당히 비껴나고 싶어하는. 지금도 마른 몸매를 유지한다고는 하지만 여자다운 예쁨보다는 멋진 근육질을 유지하고 싶다는 욕구가 더 크다. 예쁘다기보단 멋있고 싶고..하지만. 결국엔 자유로울 수가 없던 것 같다.
여자들 나름대로 여러가지 방식으로 그런 압박에 적응했겠지. 책 속의 여자가. 사랑해주는 남자에게서 평생을 간직할 감사하고 소중한 마음. 구원을 얻고..이런 전개가 나로서는 좀 이입이 안 되지만서도. (남자가 그렇게 그녀를 사랑한다고 깨닫는 과정 자체도 뭔가 이입이 안 되지만서도.) 상황이 다르니까. 여러 배리에이션 중 몇몇이라고 보면. 그 소심한 마음이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되는 면도 있고.. 음. 잘 모르겠다.
참. 시시하고 의미없는 부러움과 부끄러움이지 뭐야. 하는 요한의 시시덕만큼은. 그 우울만큼은 꽤. 이입하면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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