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

일지/일지 2015 2015. 9. 9. 15:42

구질구질한 날.

나는 인간이 싫다. 애쓰지만 따라오지 못하는 아이를 보는 것도 마음아파 싫고 그런 아이를 괴롭히지 못해 안달난 아이들도 보기 버겁고 분위기에 휩쓸려 공부할 순간을 놓치는 아이들도 갑갑하고 농담따먹고 노래부르는 분위기를 주도하며 어디선가 얻어온 상처를 헤집어보이는 아이들도 힘들다. 그런 상황 속에서 버티듯이 허술한 수업을 이어가는 나도 싫다. 노력한다고 했나. 하지만 내가 보기에도 충분하지 않고 허술해서 나 스스로도 내가 용서가 안 된다. 그냥 나는 여기 있지 말아야 하는 인간인가보다. 나보다 나은 사람이 모두를 감싸안고 잘 끌어가 주었더라면 다들 행복했겠지. 

이러다 내가 죽겠다. 정말이지 살기가 싫다. 다시 울증이 찾아왔다. 사직서를 내고 신경정신과에 내원할까 생각하다가 추하게 버티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번처럼 강한 충동이 찾아오면 다시 버틸 수 있을까 싶다.

이 아이들은 나로는 한참 부족하고. 아무리 내 마음을 내보이고 눈물을 쏟고 돈을 들이고 발악을 해도 이렇게 초라한 인간으로는 그 결핍을 채워줄 수 없다는 걸 잘 알게 되었다. 

이젠 폭력만 아니다 뿐이지 무관심이라는 폭력의 영역에 들어선 것이나 다름 아니다. 언성을 높이고 짜증을 내고. 잘도 상처를 안 줬겠다. 나 스스로가 혐오스럽다. 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해 공부한다고 답했던 스스로가 너무 싫어서 사라져버리고 싶다. 12만원짜리 연수는 3분의 1 듣고 내버려두었다. 아무것도 통하지 않는데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람.

그들은 나의 모든 노력을 당연하게 여기고, 그들이 아닌 나를 위한 노력으로 여긴다. 내가 어설픈 호의를 베풀어 그런 태도를 기르고. 그들의 삶을 망쳐놓고 있는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윽박질렀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천하에 몹쓸 부진아들이라고 욕을 하면서 1학년 선생님처럼 소위 조져야 했는지도 모르지. 그럼 조용해지겠지. 타율과 폭력에 젖어. 근데 지금의 나라고 마냥 인격적인 것도 아니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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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크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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