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에 있던 300여 명의 교사번개모임을 기록으로 남긴 것이다. 교사여, 분노한 괴물이 되라, 던 권재원 선생님의 페이스북에서 만나자는 얘기가 먼저 나왔고, 처음엔 20명 가량이 모여 교육에 대한 이런저런 담화를 나누고 헤어졌다. 얼마 후 그들은 다시 만나기로 했는데, 이번엔 다른 교사들도 함께 할 수 있게 신청을 받기로 하고 조금 구색을 갖추었다. 저마다의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이러저러한 교사들의 이야기도 듣고, 교사들 스스로 교육에서 바뀌어야 할 부분에 대한 생각도 나누고, 미래의 교육을 직접 상상해보자는 것이었다. 전국각지에서 만나고 싶다는 신청이 쇄도했고, 7월의 어느 토요일 세종시 한 초등학교에서 그들은 만난다.
각종 교육관련 현안을 논하는 회의는 보수측 주최건 진보측 주최건 다를 것 없이 보통 교사들이 한창 수업하고 있을 때 시작해서 퇴근할 즈음 끝나버리고. 국정 역사교과서는 교사들의 의사를 반영하지 않은 채 통보방식으로 결정되었고. 세월호 사건이 아이들과 교사의 안전불감증으로 터지기라도 한 것처럼 이후 교육현장에선 안전교육 관련 공문과 시행령이 물밀듯 들어오고 있고.. 많은 교사들이 학교현장에서 직접 아이들을 대면하고 시대상황에 발맞춰가는 교육에 대한 나름의 철학과 교육방법을 고민해나가는 전문가들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교사를 정부가 교육청이 내리는 지시를 따르는 존재이고, 특정 지식과 가치를 성공적으로 아이들에게 주입하는 일을 맡은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 제조업 부흥기, 19세기 삘 만연한 이런 시각이 교육현장의 변화를 더디게 만들고 있다고 많은 교사들이 공감한다. 의사집단이 연구자나 현장의사들이나 똑같이 목소리를 내고, 현장에서 발견한 사례들을 함께 나누고, 새로운 수술방법을 연구하여 발표하고 공부하며 발전해가는 것처럼 교육계도 현장과 거리가 먼 대학교수나 각종 단체의 목소리보다, 청소년, 학부모와 더불어 일반 교사 하나하나의 목소리를 제대로 정책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교사. 하면 말죽거리잔혹사의 교사들을 으레 떠올리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지만, 현장의 교사들도 예전과 달리 변하고 있다. 교장과 교감의 권위를 줄이고 차라리 내부선거를 통해 돌아가며 맡도록 하자, 위계없이 다같이 둘러앉아 토의하고 아이들을 위한 더 나은 수업을 고민하면 좋겠다는 교사들이 많이 있다. 시험을 통해 줄세우려고 아이들에게 적확한 용어와 지식을 주입하고 암기시키기보다 아이들 생활과 밀접한 주제를 잡아 스스로 미션을 해결해나가도록 돕는 프로젝트 학습법, 영화나 연극을 통해 더 큰 울림을 나누고자하는 수업을 해 나가는 교사들이 있다. 명령과 지시와 윽박지름으로 군림하는 교사나 아이들에게 마냥 휘둘리는 친절하기만 한 교사가 아닌-행복함을 추구하는 자신만의 교육철학과 교사 자신에 대한 이해, 아이들 개개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민주적인 학급을 꾸려가려 끊임없이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함께 고민하는 교사들이 있고, 질 높은 수업을 위해 오랜 시간에 걸쳐 멀티미디어 교육자료들을 제작하고 나누는 교사모임이 있다. 함께 북돋우고 격려하며 교수능력과 아동들을 대하는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자생적인 교사 학습공동체가 지역 여기저기마다 있다.
이들은 보다 민주적인 학교. 교과들이 스펙쌓기의 도구로 전락하지 않은 학교. 학업스트레스를 덜고 마음껏 실생활에서 필요한 논리와 문제해결력을 기르고. 인간대 인간의 관계에서 조화롭게 즐겁게 생활할 수 있는 아이들을 길러내길 바라고 있다. 그들이 교사가 된 이유는 아이들과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고. 그렇지 못한 교사는 존재 이유를 잃고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동감한다.
행복교육학을 강연하는 정유진 선생님의 행보는 많은 귀감을 준다. 교사역할훈련. 학급긍정훈육. 아들러 심리학. 야누쉬 코르착. 배우고 연구하고 시도하지 않으면 행복해질 수 없기 때문에 연수를 듣고 책을 읽고 모임에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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