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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10.06 푸난(Funan)2018

푸난(Funan)2018

영상 2018. 10. 6. 19:14
1975년에서 1979년에 이르기까지, 크메르 루즈라는 독재자가 집권하던 시기의 캄보디아를 조명한 애니메이션이다. 프놈펜이라는 도시에서 평화롭게 살아가던 이들을 농촌으로 강제이주시킨 뒤, 자본주의적 허물을 벗기고 공산 혁명에 동참키 한다는 명목으로 열악한 상황에 몰아넣고는 고된 노역에 종사하게 만들고 아이들은 생이별시켜 세뇌교육을 시키던 지옥같은 시기였던 듯.
세 살짜리 아들과 행복하게 지내던 신혼부부가 아들과 생이별한 뒤 몇 차례나 죽을 고비를 넘기며, 주변인들의 고통과 죽음을 경험해가며(몸도 마음도 만신창이...)  생존한 끝에 결국 아들을 찾고 함께 국경을 넘어 태국으로 달아나는 여정을 그렸다. 애니메이션이라 어느 정도 참혹한 장면들이 순화되었을 텐데도 인물들이 처한 상황들이 갈수록 밑도 끝도 없이 최악을 향해 달리고 처참해져서 계속 한숨이 나고 눈물이 났다.
함께 잘 살아보겠다, 좋은 세상을 건설하겠다, 바람직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이상이 함께 살아가는 구성원들의 동의 없이 일괄적으로 강요되었을 때 얼마나 폭력적일 수 있는지, 그리고 그런 이상이란 얼마나 쉽게 권력욕으로 변질되어 모두를 의미없고 비극적인 고통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지. 그런 고통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현재진행형인 고통 속에서 죽어가거나 트라우마에 시달리는지 생각하면  한숨이...크메르 루즈는 끌어내려졌다지만 그런 놈들이 여전히 얼마나 많았고 지금도 많은고 말이다.

삶의 고리를 끊고 해탈하는 방법을 찾아 헤매던 싯다르타가 대번에 이해되는 거. 인류가 이런 식으로 살아가는 걸 보면, 아예 새로운 삶을 만들지 않는 것이 선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태어났다면. 가능한한 다들 존중받고 사랑받으며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아가야겠지.

+
영화는 작가의 어머니와 모든 난민들에게 바친다는 감독의 메시지와 함께 막을 내렸다.

캄보디아 크메르 루즈의 독재는 1979년 베트남의 개입으로 인해 끝났다고 한다.
크메르 루즈의 공산당은 척결되었다지만. 애니메이션에선 1979년 베트남 개입으로 막 혼란하던 당시, 어린이 캠프에 홀로 남겨진 아이들을 훑어보는 씬이 등장한다. 아이들에게 세뇌교육을 시키던 어른들은 죄 어디론가 달아나거나 죽었거나 했겠지. 주인공 가족의 아이는 그를 찾아온 부모와 함께 국경을 넘는 여정에 동참하지만, 다들 어떻게 되었을지. 세뇌교육과 폭력에 길들여진 아이들을 캄보디아가 어떻게 감싸안았을지 막막해지게 만드는 씬이었다.

영화 전반적으로 등장하던 언어는 프랑스어였던 것 같다. 감독이 캄보디아계 프랑스인인가, 캄보디아가 프랑스 식민지였던가, 나 정말 동남아시아의 역사에 대해서 별로 아는 것이 없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
영화에 대한 별다른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즉흥적으로 예매를 하고, 무지했던 세상의 한귀퉁이를 곰곰히 생각해보게 하는 경험을 한다. 영화제는 이런 점이 좋은 것 같다. 표값도 싸고. 평소 잘 못 보던 독립영화나 단편영화, 제3세계 영화를 보면서 눈을 넓혀가게 되는 경험이 썩 나쁘지 않다.

알면 알수록 비극이 참 다양하게 많고, 인간들이 다른 인간들에게 가하는 폭력이 참 창의적으로 만연해서 인간 본성에 대한 신뢰가 바스라지고 진저리치게 되는 부작용도 있는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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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크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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