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지/일지 2019'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9.10.09 2학년 수업참관.
  2. 2019.09.16 돈이란.
  3. 2019.09.15 어른되기
  4. 2019.09.09 학부모 상담. 독서 교육.

광주에서 선생님을 모시고 수업참관 일정을 진행했다.

 

1. 우리 학교.

 우리는 면 소재지에서 한참 더 들어가야 하는 6학급 학교이고, 30명 정도에 불과한 소규모 학교이다.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초임발령자이고 5년 이하의 저경력 교사다. 이 학교 교사들이 고민하는 것들을 크게 아우르자면 대충 이렇다. 

ㄱ. 돈 처리: 시골 학교로 쏟아내려오는 수천 만원 사업비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홍보를 위한 공사와 체험학습을 선호하는 학교장의 의도를 적당히 거스르지 않고.)

ㄴ. 생활지도: 학부모와의 연계 자체가 불가능한 소외 계층 아이들의 돌발행동(도벽, 막무가내로 떼 쓰기 등)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이들은 정신과 진료, 상담을 받고 있음에도 변화가 더디다. 교사는 다른 학생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이런 학생들을 무섭게 눌러 통제해야 하는가, 사랑을 표현하며 끌어 안아야 하는가. 군대식 통제를 편하게 여기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거부감을 느끼고 자유를 허용하는 이들도 있으며, 이들은 서로 반목한다.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서열 정립'에 대한 거부감과, '애들을 버릇없게 만드는' 데 대한 거부감 때문이다.

ㄷ. 기초학력 신장: 읽기부진으로 교과서 지문 자체를 이해하기도 어려운 아이들을 데리고 어떻게 성취기준에 도달할 것인가. 교사들 중 일부는 쉬는 시간도 없이 꽉 잡고 전 교과서 2회독 수업을 하는 이도 있고, 매 시간 복습하고 격일로 수학 복습 숙제를 주고 단원평가를 치르고 남겨서 가르치는 이도 있고, 아이가 스스로의 언어로 학습한 내용을 정리하는 과정을 지속적으로 마련하려는 이도 있다. 학원을 다니는 아이들은 거의 없다.

ㄹ. 각종 이해관계로 인한 두통: 각종 승진 점수를 둘러싼 미묘한 갈등. 승진에만 집중하고 수업에 신경쓰지 않는 선배들, 부장점수를 놓고 다투다 나간 선배들에 대한 실망. 기타 가산점을 둘러싼 다툼과 오해. 그로 인해 알게 모르게 서로 뾰족해진 경우도 많고. 점수는 받되 맡은 일은 타인에게 미루는 선배로 인한 갈등도 지금은 나간 선배들이 있을 때는 굉장히 심했다. 원거리 출퇴근이 어려운 교사들 특성상 한정된 수량의 관사를 둘러싼 치졸한 눈치 싸움과 물밑 정치와 눈물들을 목격하기도 했고. 관리자를 둘러싼 편가르기나 욕설이 오가는 상황도 보았고. 여성 교사를 동등한 동료로 보지 않는다고 느낀 상황(불필요하게 감정을 실은 다그침, 부적절한 접촉과 발언 등)로 인한 균열도 일부 있었고-대충 뭉개며 지나간 것도 있고. 당연하다고 느끼는 것 같은 부분도 있고. 사과받은 것도 있고. 나 역시 반감을 가진 경우 뾰족하게 굴었기 때문에 별반 다를 게 없긴 하지만. 수년 간에 걸쳐 스트레스가 많았던 건 사실이라서. 나를 포함해 다들 살짝 미쳤을 수도 있지.

 

고민은 있으되 교내의 다른 교사들과도 소통하기 어려울 정도로 각자 관심사와 의견이 다르며, 지역 특성상 코드가 맞아 함께 공부하는 모임을 꾸리기도 어려워서. 보통 이런 고민들은 학교 교사들 각자만의 고민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고, 수업 준비 자체에 공을 들이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 어떻게 보면 각자 도생하는 학교다. 이야기 시작도 쉽지 않고, 대화를 계속 이어가기도 쉽지 않고, 항상 답은 없고.

 

올해 연구부장 자리를 고집해서 맡은 데에는, 매번 학교의 서열 피라미드 저 아래에서 물부장을 맡으며 점수를 양보하니 어쩌니 하며 치이는 데 대한 피로 탓도 있었지만. 연구부장 감투 쓰면 자연스레 불려 다니는 교육청 주관 연수에 다니면서 다른 학교 선생님들과도 만나 그쪽 사정들도 들어 보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고. 솔직히는 교육청에서 나오는 돈을 마음껏 써서 내가 듣고 싶었던 연수들을 듣고 싶다는 이기적인 마음이 컸다. 나 혼자 찾아 듣는 연수, 학교의 다른 샘들과도 함께 듣는 자리를 마련해 보고싶다는 마음도 있었고.

 

냉소적으로 말하자면, 결국 일을 추진한 것은 나의 독단에 가까웠다는 얘기다. 하지만 최소한 나 자신에게라도 울림이 있는 일이라면 나쁠 것 없지 않나. 그리고 신규 선생님들에게도 좋은 기회일 것 같았다. 적어도 나는 엉망인 교실을 부여잡고 울던 신규 시절, 이런 자리를 원했으니까.

 

 

2. 수업참관

보통 우리학교에서의 수업참관은 담임들이 모여서 수업을 보고, 수업설계한 부분들 하나하나의 의도를 묻고, 잘 된 점에 대해 칭찬하고, 아이들의 학습목표 달성을 위해 해당 교사가 어떻게 접근했더라면 더 좋았겠다, 는 각자의 아쉬움을 이야기함으로써 끝나곤 한다.

-도입, 전개, 정리 시간배분의 적절성과 충실도=정리가 잘 안 되어서 학습목표 달성이 어렵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도구 활용이나 컨텐츠의 수준이 학생 수준에 잘 맞지 않거나 불편한 것 같다=어떻게 맞출 것인가.

-학습목표-수업-평가가 일관성이 없거나 연계성이 모호하다=어떻게 바로잡을 것인가.

-지도안 작성시 주의해야 하는 오류=다음에는 어떻게 써야 되나.

등등.

'~했으면 더 좋았겠다, 나라면 어떻게 할 것 같다'는 분명 일반적인 수업에서 참고할 만한 시사점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때로는. 캐묻듯이 지나치게 세세하게 흘러서 이미 흘러간 수업인데 어쩌라고, 하는 마음을 불러 일으키거나 트집잡기로 흐르기도 한다. 실은, 지난 수업공개 시즌이 좀 그랬다. (다른 이의 수업참관으로 화제가 넘어간 후에도 이전 수업자의 수업에 대해 이미 앞서 언급했던 이야기를 또 꺼내고, 활동 하나하나 '왜 그렇게 했어?' 하고 의도를 묻고, 그에 대해 아쉬운 부분을 계속해서 지적하는 과정에서 이전 수업자는 자연히 방어적으로 흐르고, 정작 수업내용을 공유하고자 앉은 수업자는 수업나눔을 진행할만한 시간을 10분 남짓 남겨 놓기까지 계속 외면당하는 것을 지켜보면서-이런 행태가 수업 개선을 위한 지적이라고만은 보기 어렵지 않은가 생각했다. 수업 전에 다함께 논의하며 나온 아이디어들을 최대한 수용해 만든 지도계획이었는데, 의도에 대해 그렇게까지 캐물은 것도 어떻게 보면 아이러니했다. 물론, 취사선택하는 과정을 좀 더 깐깐하게 할 필요가 있었다고는 할 수 있을지도. 이전에 둘 사이에 큰 소리가 날 만한 갈등이 있었던 뒤라 그런 상황이 더더욱 불편해져서, 바보같은 행동인줄 알면서도 거북스러워서 그 자리에 앉아있을 수 없었다.)

더군다나 교원들 사이에서 학생을 보는 시각에 대한 공유, 허용 범위에 대한 것이 전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진행은, 한계를 내포할 수밖에 없다. 서로의 지적을 수용해서 변화하고자 하는 마음도 적다.

우리끼리 융화하기 어렵다면, 외부에서 흘러온 완전히 새로운 물결을 경험해 보고 각자 나름의 충격을 받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승진에 아웅다웅하는 좁은 지역, 고민을 고민으로만 끝내는 우물에서, 더 넓은 곳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고 이런 고민들을 하고 있다. 교사로서 매일 아이들과 만나는 나는 어쩌고 싶은가...새로운 관점에서 세세하게 함께 살피지는 못하더라도. 다른 이의 눈으로 수업과 관계를 바꿔 바라보는 경험.

이번 컨설팅 연수는 그런 의도였는데. 다른 샘들은 어떨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만족스러웠다. 그러니 됐다.

 

새삼스럽게 '앗' 하고 와닿았던 이야기들.

1. 교원으로서의 전문성은, 아이 탓, 부모 탓에서 그치지 않고, 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는 데서 출발한다. 는 전제.

--이것이 전제되지 않으면 끊임없는 푸념-좌절의 악순환을 끊기 힘들다. 어차피 안될거야-힘들어-어차피 안될거야. 교사로서 학생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찾고, 시도해야 한다.

2. 가르침 VS 배움

--교사가 가르침을 주입하고자 노력해도, 항상 빛을 보긴 힘들다. 학생은 스스로 배움을 선택한다. 그렇다면 배움을 선택하도록, 수업에 직접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수업놀이를 재구성하는 것도 그 일환.

--개인적으로는 아이들에게 중간중간 수업 상황을 파악하고 스스로의 생각을 유도하는 질문을 하고, 수업 내용 정리와 내면화를 위해 직접 조작할 거리, 활동할 거리를 만들어 주려고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3. 수업 중 아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담임은 소극적인 아이들의 참여, 산만한 아이의 집중을 염려했다. 발표하지 않는 아이. 대답을 꺼리는 아이를 어떻게 하면 수업으로 끌어들일 것인가. 산만한 아이가 집중할만큼 몰입도 높은 수업이 되려면 어떡해야 할까.

--평균의 종말; 교사는 평균적인 아이를 상정하며 수업하지만, 그 평균적인 상에 완전히 일치하는 아이는 사실 한 명도 없다. 학생들이 멍때리지 않고 배움을 선택하도록 하기 위해서는(학생의 수업참여도를 높이려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즐거움을 도입하고, 학생 개개인의 수준과 상태를 파악해서 지원해주는 노력을 좀 더 해야 한다. 보충학습과 수월학습.

--수업 중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것을 규칙으로 지정해도 참여도를 높이는 데에 효과가 있다. 무조건 돌아가며 전원 발표가 원칙이라든가. 수업놀이 상황에서는 질서와 정리가 전제되지 않으면 점수를 얻을 수 없다거나. 보상 상황은 경쟁이 아닌 협력상황을 전제로 하되 소외되는 이 없이 모두에게 보상을 준다거나. 잘한 학생은 다른 이에게 베풀 수 있는 기회를 준다거나.

--보상: 경쟁보다는 협력상황시 보상. 교사의 점수계산이 필요하고, 갈수록 큰 보상을 하게 되는 누점제는 지양. 보상이 통하지 않는 경우에는 참여를 끌어내기 힘들다. 굳이 보상하려면, 수업시간 안에 보상을 끝내도록 하되, 소외되는 학생이 없도록 하고, 잘하는 학생이 여러 번 보상받게 되면 나눌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갈등을 줄이기 위한 규칙을 미리 고안하여 약속하는 세심함이 필요하다.

4. 교사의 말과 행동-이 부분은 미처 다 나누지 못했음.

새삼 저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에서는 발문을 짧게 끊고 벼려서 전하고자 하는 의도를 명확히하고, 아이들이 머리를 굴릴 수 있게 열린 발문을 하는 연습을 자주 해야겠지, 생각했다. 산파술같은 수업. 그리고 그 산파술에 가능한 한 모든 학생이 이해하고 반응하여 답하는 수업. 일부만 발표하지 않게 하려면. 써 보게 하고 돌아가며 얘기해야 할까. 발표하지 않은 학생들을 지적해야 하나.

5. 컨텐츠 활용. 수업목표, '마음을 전하는 글 쓰기'와 관련지어

+그림책 및 문답 활용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그림을 제대로 보여주려는 의도로 복사본을 준비했다. 왜 흑백본인가, 페이지 넘길 때 힘들어 하는 학생들이 있어서 의아해 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내 생각엔 분명 태블릿PC도 고려했을 것이라 본다. 어쩌면 태블릿PC 화면을 넘기다 버튼을 잘못 눌러 꺼버리거나 딴짓할까 염려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안전하게 인쇄물로 준비한 것일지도. 컬러복사 가격 상 여러 개 준비하기 힘드니까 흑백으로 하지 않았을까. 시간과 돈의 여유가 있다면 책을 여러 권 사서 개인/모둠별로 보며 읽었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현실적으로 어렵지.

-그림책 '점' 자체가, 3학년 이상이 배우는 도덕 교과서에 등장했던 기억이 있다. 직접적인 표정이나 마음 변화가 씌어있지는 않은 책이라 아이들에게 조금 어려울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그림을 보며 순간순간의 마음을 잘 읽어내더라.

-그림책을 아이들 1회, 교사 1회 두 번 읽고, 내용과 마음파악을 위해 처음부터 한 번 더 훑어보며 질답했다. 언어치료를 받는 아이도 나름대로 큰 소리로 열심히 읽었다. 원래 소리내어 잘 읽었는지, 담임의 격려와 치료효과 덕인지 궁금했다. 다같이 돌아가며 읽는 읽기 열차 활동이 좋아보였다. 선생님이 한 번 더 읽으며 문자와 발음을 서로 매칭하는 연습을 한 번 더 해 보게끔 한 것도 아직 줄글이 어려운 친구들에게는 좋은 활동.

-앉아서 발문 듣고 일부 아이들이 대답하는 시간이 길어지자 모든 아이들 대상으로, 좀 더 활동적인 시간을 제공하자면 어떻게 할까, 생각해봤다. 읽는 과정에서 중간중간 멈춰 교사가 상황+마음파악에 관련된 질문을 하면 아이들이 돌아가며 한 마디씩 발표하고-시간흐름과 마음변화를 정리하기 위해 학생들이 그림만 보고 직접 순서를 배열하며 한 눈에 조망하는 활동을 넣었어도 좋겠다 싶었다. 하지만 또 그림 카드 내지는 학습지를 준비해야 하는 고충이 있으니.

-마음을 전하는 글이기에, 주인공이 선생님께 감사하는 마음, 막막해 하는 친구에게 용기를 주는 마음을 가졌을 거라고 언급하고, 편지 예시문이 하나쯤 있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마음을 전하는 글에서는 '구체적인 상황'과 '마음을 표현하는 낱말'이 들어가야 한단다~하고. 베티의 입장에서 감사나 용기를 전하는 글을 쓰면 어떨까 하는 의견이 있었는데, 그래도 괜찮았겠다. 소재에 대한 고민 시간을 줄여주니까. 잘 쓰는 친구에게는 수월과제를 제공해도 좋았겠다는 의견이 있었다. 담임 샘은 쓰기활동이 어려운 친구에게는 따로 미션을 주고자 했다.

+태블릿PC활용.

수업 중 태블릿PC활용을 자연스럽게 하고 있더라. 적절했다고 생각.

6. 기타-학급 생활지도 전반-교실의 평화와 행복을 위해서는

-- 안전과, 학교에서 꼭 해야 할 것들, 필요한 것들을 위해 단순하지만 명확한 '규칙'을 초반에 미리 지정하고 '학급회의'를 통해 끝까지, 자주 상기시키며 관철해 나가야 함. 그렇다면 굳이 윽박지르거나 자주 개입할 필요가 없음.

-- 교사 홀로 감내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면 상담, 심리치료, 학교 자체적인 규율 등 적절한 지원책 마련.(한국에서는 법률이나 학교 내 절차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어려움이 크긴 하지만.) 나머지 교사가 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

-- 학생 개개인의 소속감(학급에 기여하는 기회주기)과 자존감(유능감, 나아지고 있다는 느낌)을 채워나가기 위해 살펴보고 노력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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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란.

일지/일지 2019 2019. 9. 16. 23:36

교육청에서 이야기마당을 개최한다고 공문이 왔다. 이런저런 수업사례나 교육과정 사례들을 공유하고 싶은데, 발표자들에게 소정의 강사료를 준다고. 그냥 참가자를 모으면 응답이 없을 듯하여 강사료 준다고 쪽지를 돌렸더니, 그래도 참가하겠다는 사람이 나오긴 한다.

학교 샘들 대부분이 영재강사나 각종 시범사업 강사로 뛰고 있고, 결국 돈을 우선시 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수업은 적당히. 하더라도 강사로 뛸 때 보여줄 예시사진이나 예시 영상 등을 위해서 수업을 꾸려 나간다는 느낌도 들고. 내가 좀 많이 뒤틀려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는데. 보여줄만한 가치가 없는 것들은 무시당한다는 느낌도 든다. 혁신적이지 않은 기존의 수업들을 내실화 하는 것이나. 타인의 수업 관심사에 대해서도. 자신의 강의 내용과 관련이 없다면 굳이 참여하지 않는 듯한. 또는. 타인의 수업에 자신이 강의하며 밀고 있는 수업 방식을 추천해 넣어서 사례의 일환으로 활용한다는 느낌도 들고. 아무튼 그것도 나름대로 아이들과 교사의 공동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보면. 윈윈이긴 하겠으나... 한편으로는 가끔 이용당하는 듯한 느낌이 썩 좋지는 않다.

교육청 등에서 부르는 초등교원 강사들도 보면, 일종의 선구자 마케팅으로 뜬 스타강사들이다. 예전에 방황하고 헤맬 때에는 그분들이 참 대단해 보이고, 그분들의 수업들, 그분들의 교실들은 특별히 다를 것이라는 기대도 했었는데. 어쩌면 평교사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개중에는 콜라보 형식으로 기존의 스타 교원 강사들과 함께 하다가 뜬 젊은 교사들도 있는데. 기존 분들과 비교했을 때 크게 발전된 양상의 강의를 하시는 것도 아니라서. 일종의 끌어주고 밀어주는 남성공동체의 수혜자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콜라보해서 책 낸 거 보면..다같이 벌어먹자는 건가 싶을 때도 있고. 비슷한 양상의 책도 어마무시하게들 내시는 것 보면. 예전에는 그저 대단하다 생각했으나.. 이제는 강사료를 높이기 위한 방법인가 싶은 생각마저 드는 것이. 책x권 이상. 이런 게 실제 강사료 지침에 있는지라. 겸임금지라는 직업 특성상 그들은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돈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갖춘 이들인지도 모르겠는거지.

아무튼. 최근들어 강사로 뛰는 인간들도 주변에서 많이 보고 있고. 내가 또 강사 섭외를 여기저기 해대고 있는 중이라서. 좀 많이 냉소적이 된 것 같긴 하다.

그래. 돈은 중요하지. 돈이 인간발전의 큰 모티브가 되기도 하고. 냉소적으로 비아냥 거릴 일도 아니다. 타인에게 내보일만큼 스스로 최선을 다했고 자신이 연구하는 방식이 제대로 교실 안에서 정착이 됐다면야..뭐가 문제겠나. 문제는 그럴싸해 보이는 사진과 영상, 기록물로 검증되지 않은 방식을 효과적이라고 선전하면서 타인과 제 교실 상황을 기만하는 것이지. 

나의 관심사에 대한 강연을 생각해보기도 하는데. 노하우가 쌓이고 쌓여서 확실히 성과를 맛본 후에나 떳떳하게 내보일만한 자격이 있지 않을까 싶다. 그때까지는 더 공부하고 알아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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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되기

일지/일지 2019 2019. 9. 15. 03:44

어른다운 어른이 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어른다움이란. 내면을 성찰하고 발전할 수 있는 것. 타인과 조율해서 조화롭게 지낼 수 있는 것. 약자를 이해하고 배려할 줄 아는 것. 나의 옳음을 타인에게 강요하지 않는 것. 등을 의미한다. 내게는. 

연휴동안 해마다 보아 온 어른들을 만나고. 5촌 6촌들을 만나고. 어르신들이 얘기하는, 소위 사람답게 살기 위한 구실들을 열심히 주워섬겼는데.

소위 그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항상 내키지는 않는 일이다. 툴툴거리지 않고 제사지내고, 어르신들 말씀에 네네 하고. 뭣보다 내 생각에 어른이 된다는 것과는 한참 거리가 멀기도 하고.

우리 집안 친가 할배들은 죄다 돌아가셨지만. 제사는 꼭 지내야 한다는 인식이 아직 아부지를 지배하고 있어서. 올해는 열심히 구시렁거려서 가지 수와 양을 대폭 줄이고 닭백숙을 양념순살치킨으로 바꾸기는 했지만 전을 피자로 대체하자는 의견은 아부지 반발로 무산.(아니, 그럼 치킨은 왜 되는건데. 차이가 뭐지. 개인적인 호오인가.) 제사 자체를 없애는 것은 역시나 역부족. 누군가를 전적으로 희생시켜서 유지하는 의식이라면 없애는 것이 낫다는 입장인데. 꾸역꾸역 그걸 받들어주는 양반들이 있으니. 불화 자체를 기피하고 두려워 하도록 길러진 베이비붐 여성들. 이번 추석은 제사도 지내고 심지어 성묘도 하고 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남의 제사 구경도 했네. 우리집 날림 제사만 보다가 다른 집의 격식차린 제사를 보니 더 속이 갑갑하더라. 여자들은 절도 못 하게 하고 여자들이 우글우글 상 차리느라 애쓰는 와중에 남자어른들과 담소를 나눠야 하는 손님이 되니 참 말도 못하게 불편해서 빨리 빠져나오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외가 양반들도 가부장적인 양반들이라 그 우스꽝스러운 의식을 안 보이는 곳에서 수발해주는 사람들의 불편을 잘 캐치하지 못하더라고. 안절부절 못하다 우겨서 돌아온 건 결국 몇몇 뿐. 진짜 자연스레 존경받는 어른이라면, 차마 말하지 못하고 주워 섬기는, 참아내는 사람들의 고충을 이해하는 사람일 것이다. 그렇지 않을까.

결혼하지 않은 사촌들이나, 딩크로 사는 동항렬들이 많은지라 결혼에 대한 압박은 거의 없는데, 그래도 어르신들하고 지내다보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야 하는 얘기를 듣기는 한다. 꼰대스러운 부분들은 넘어가 드려야 하는데. 측은지심을 많이 발휘해야 한다. 정해진 트랙을 아무 의심 없이, 남들이 하는 건 다 해야 한다고 여기면서 밟아온 사람들. 막연하게 가족을 이루면 좀 더 행복하겠거니-하고 살다가 이런저런 풍파를 겪은 가지 많은 나무들인데. 타인과 조율하지 못하고 부딫쳐서는 한 치도 수그리지 않고, 한 치도 더 발전하지 않고 다른 쪽을 신체적인 위협과 정신적인 피로로 잠잠하게 만들어 온 인간들이다. 고독은 그들의 오랜 벗이다. 결국은 자기정당화로 점철된 삶들인거고, 스스로를 견디기 위한 논리를 타인에게도 별 고찰 없이 내보이다보니. 그들이 결단코 나에게 위악스러워지려고 한 건 아니지만. 

누군가가 견뎌야 하는 존재가 된다는 건 비극인데. 그 사실을 모른다는 건 더한 비극인듯. 나 역시 미숙한 부분이 많은 인간이라 누군가는 나를 견뎠을테고, 모른척 해 주고 있겠지. 이를테면 동료라든가, 후배라든가, 우리 반 아이들이라든가. 나 역시 그들을 종종 견디고 있으니. 어떤 점에서 견디고 있을지는 얼추 짐작이 간다. 부족한 부분은 노력해야겠고, 어떤 점은 굳이 변화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내가 그들을 견디는 이유와 같은 이유에서다.

대화로 풀어낼 수 있는 것을 굳이 다그칠 필요가 없고(도저히 대화로 풀 수 없다면 더더욱 다그칠 이유가 없다). 같은 동료들끼리 연령과 연차를 대며 서열중심적인 사고를 따라야 할 이유도 없고. 누군가가 Clumsy하다고 해서 그에 대한 은따에 동참할 필요도 없고. 승진과 돈에 대한 욕망을 일상에 적나라하게 적용해서 이 사람 저 사람, 이 일 저 일, 이 아이, 저 아이 급을 나누어 보이는 것에만 매달릴 이유도 없고. 그렇다고 내게 그런 부분이 없는가. 그건 또 아니었어서. 되려 내가 더 악에 받쳐 있을 때도 있었고. 치사하게 군 적도 많았고. 어차피 승진과 돈에 대한 욕망으로 뭉친 공동체 안에서 내 관심사가 받아들여질 것도 아니었고, 관사니 점수니 뭐니 온갖 이슈에서 손익을 교묘하게 따지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만큼 그런 부분에서 초탈하지 않고는 마음을 나누는 공동체가 새롭게 만들어질 환경도 아니었으니. 어차피 이런 판이라면 그들이 원하는 것을 나도 건드려보자는, 그런거였지.

어른이 되려면. 좀 더 노력해야겠으나. 꾸준히 내 교실 안에서 이루고자 꾸준히 연구하고 노력할 것이고. 아이러니하게도 당장 실천해야만 하는 것은 어쨌든 표면적으로나마 함께 할 수 있도록 조율하는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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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크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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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는 학부모 상담주간이어서 여기저기 전화했다.

초임 때 맡았던 아이의 동생을 맡고 있던 차라, 누나는/형은 어떻게 지내요? 하고 물었더랬다. 

나름 꽤 똘똘하고 리더십도 있다고 생각했던 아이가, 최근에는 도통 공부를 안한다고 했다. 방과후 수업도 받고 오라고 하면 그냥 택시 타고 와버린다고. 뭐가 문제려나..싶었다. 초등학교 때에는 나름대로 우등생이었는데. 

결국은 문해력 문제일 거라는 짐작이 갔다.

초등학교까지는 선생님이 열심히 풀어 설명해주고, 알 때까지 계속 짚어주니까 어느 정도 선까지는 학습을 잘 따라올 수 있는데, 문제는 중학교 가서도 그게 먹히지는 않는다는 것. 중학교 선생님들이 초등 선생님들처럼 하나하나 짚어주면서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담임제도 아니고. 스스로 읽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해야 하는데, 2학년 들어 처음 시험을 볼 시기가 되면 그간의 문해력이 뽀록나게 되는거지. 

시골학교 아이들이고, 도통 읽기를 싫어하는 아이들인데다 휴대폰 게임 중독에 가까운 아이들도 있고. 가정에선 바빠서 신경도 쓰기 힘들다보니. 또래에 맞는 문해력을 기대할 수 있기는 커녕 글자 하나하나를 꼼꼼히 읽어나가는 것도 버거워한다. 생기부에는 보통 좋은 말들로 우회적으로 써 주기 때문에 와닿지 않을테지만..시험을 보게 되고 결과를 직접 받아보게 되는 단계가 되면. 충격받고 공부에도 흥미가 떨어지겠지..

독서교육의 중요성에 대해서 날로 실감하고 있는데, 이걸 어떻게 교과와 함께 연계해서 녹여내야 할지, 어떻게 읽기 시간을 더 확보할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다. 

책은 구매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교육청 동아리 예산을 받아오거나, 문체부에서 지원하는 예산을 받아오거나.

수업시간에 책을 읽을 수 있는 방안은 특정 요일의 국어시간이나 도덕시간을 책읽기로 빼는 것인데, 초등생용 얇은 책을 한 권 읽는 데 한 달 반 정도 걸렸다. 이것보다 더 많이 읽히고 싶고, 더 꼼꼼하게 확인하고 짚어가면서 읽어보고 싶은데, 시간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크다. 국어교과와 연계해서 시간을 빼온다고 하면, 성취기준과 연계한 활동도 더 세세하게 고민해 봐야한다. 아이들 입장에서 재미있을 책 목록도 미리미리 파악해서 사 두어야 하고.
수업시간에 모두 읽기 힘들다면 몇 쪽까지 읽어오라는 과제를 주고 활동지를 풀어오게 하는 방법도 있겠는데. 활동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내가 좀 더 부지런해져야겠지. 미리 읽어보고, 체크할 부분을 골라서 문항을 작성해야 하니까.

아이들 사이에 학력격차가 큰 것도 문제고. 최대한 쉽되 모두가 열중할 수 있는 수준의 책을 골라서. 꾸준히 읽고 확인하는 학습지를 풀리고, 수업시간에는 또 다른 읽기를 진행한다면. 좀 더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까? 

 

올 하반기와 내년에는, 추석 전후로 해서 독서교육계획을 좀 더 치밀하게 준비해봐야겠다.

문집을 위한 글쓰기를 진행했는데 아이들 내면에서 글감이 솟지 않으니까 크게 효과가 없는 것 같다. 인풋을 좀 더 늘리고, 아웃풋의 압박은 좀 줄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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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크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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