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는 학부모 상담주간이어서 여기저기 전화했다.

초임 때 맡았던 아이의 동생을 맡고 있던 차라, 누나는/형은 어떻게 지내요? 하고 물었더랬다. 

나름 꽤 똘똘하고 리더십도 있다고 생각했던 아이가, 최근에는 도통 공부를 안한다고 했다. 방과후 수업도 받고 오라고 하면 그냥 택시 타고 와버린다고. 뭐가 문제려나..싶었다. 초등학교 때에는 나름대로 우등생이었는데. 

결국은 문해력 문제일 거라는 짐작이 갔다.

초등학교까지는 선생님이 열심히 풀어 설명해주고, 알 때까지 계속 짚어주니까 어느 정도 선까지는 학습을 잘 따라올 수 있는데, 문제는 중학교 가서도 그게 먹히지는 않는다는 것. 중학교 선생님들이 초등 선생님들처럼 하나하나 짚어주면서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담임제도 아니고. 스스로 읽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해야 하는데, 2학년 들어 처음 시험을 볼 시기가 되면 그간의 문해력이 뽀록나게 되는거지. 

시골학교 아이들이고, 도통 읽기를 싫어하는 아이들인데다 휴대폰 게임 중독에 가까운 아이들도 있고. 가정에선 바빠서 신경도 쓰기 힘들다보니. 또래에 맞는 문해력을 기대할 수 있기는 커녕 글자 하나하나를 꼼꼼히 읽어나가는 것도 버거워한다. 생기부에는 보통 좋은 말들로 우회적으로 써 주기 때문에 와닿지 않을테지만..시험을 보게 되고 결과를 직접 받아보게 되는 단계가 되면. 충격받고 공부에도 흥미가 떨어지겠지..

독서교육의 중요성에 대해서 날로 실감하고 있는데, 이걸 어떻게 교과와 함께 연계해서 녹여내야 할지, 어떻게 읽기 시간을 더 확보할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다. 

책은 구매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교육청 동아리 예산을 받아오거나, 문체부에서 지원하는 예산을 받아오거나.

수업시간에 책을 읽을 수 있는 방안은 특정 요일의 국어시간이나 도덕시간을 책읽기로 빼는 것인데, 초등생용 얇은 책을 한 권 읽는 데 한 달 반 정도 걸렸다. 이것보다 더 많이 읽히고 싶고, 더 꼼꼼하게 확인하고 짚어가면서 읽어보고 싶은데, 시간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크다. 국어교과와 연계해서 시간을 빼온다고 하면, 성취기준과 연계한 활동도 더 세세하게 고민해 봐야한다. 아이들 입장에서 재미있을 책 목록도 미리미리 파악해서 사 두어야 하고.
수업시간에 모두 읽기 힘들다면 몇 쪽까지 읽어오라는 과제를 주고 활동지를 풀어오게 하는 방법도 있겠는데. 활동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내가 좀 더 부지런해져야겠지. 미리 읽어보고, 체크할 부분을 골라서 문항을 작성해야 하니까.

아이들 사이에 학력격차가 큰 것도 문제고. 최대한 쉽되 모두가 열중할 수 있는 수준의 책을 골라서. 꾸준히 읽고 확인하는 학습지를 풀리고, 수업시간에는 또 다른 읽기를 진행한다면. 좀 더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까? 

 

올 하반기와 내년에는, 추석 전후로 해서 독서교육계획을 좀 더 치밀하게 준비해봐야겠다.

문집을 위한 글쓰기를 진행했는데 아이들 내면에서 글감이 솟지 않으니까 크게 효과가 없는 것 같다. 인풋을 좀 더 늘리고, 아웃풋의 압박은 좀 줄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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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크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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