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새벽.

일지/일지 2017 2017. 3. 2. 01:53

영화 로건을 보면서. 삶의 피곤함과 지리함과 후회와 뒷세대들에 대한 연민과. 온갖 감정들을 느끼면서 영화관을 나온 밤. 당장 내일이 개학이네.ㅎ

무르디 무른 1년이었고. 그보다 무른 재작년이었지만. 올해는 어떻게 될까. 

123 매직 책을 사 두고. 일관성있게 훈육하는 교사가 되고 싶다고 마음은 먹었는데.

3학년을 맡게 되었다고 첫 공지를 받았을 때는. 이번에 가시는 전 담임샘이 나더러 애들을 휘어잡으라, 만만하게 보이지 마라, 휘둘리지 마라, 세게 눌러야 된다, 하셨더랬다.

학급긍정훈육과 비폭력대화법, 그밖의 이런저런. 소위 한철처럼 유행한다는 듯한 교수법에 담긴. 상처주지 않고 훈육하는 방법, 서로 감정 크게 상하지 않고 마음을 돌리는 방법. 말만 그득하고 제대로 공부하지 않은 탓도 있지만. 그래도 통제를 위해 고함지르고 짜증내더라도 그에 죄책감을 느끼는 맘이 좀체 변하지 않는 것은.


삶이란 게 기본적으로 참 피곤하고 개떡같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어릴 때에도 그다지 행복하지 않았다. 부모님의 훈육이니 뭐니와 별개로. 살아가는 것 자체가 그다지 즐겁지 않다는 느낌. 아이에게나. 어른에게나. 사회 분위기 탓도 있고. 여자로 사는 탓도 있고. 공부와 얽힌 경쟁구도 탓도 있고. 유전적인 호르몬 이상 탓이든. 이래저래 찾아보면 아무리 아이를 잘 돌보고 잘 살아가려 애를 써도, 우울하게 살아가는 데는 큰 핑계가 필요 없다. 마음에 어둠을 들이는 것이 참 쉬운 게 삶이다. 


어차피 개떡같은 거. 굳이 공포를 조성하고 열등감을 심어주고 소외당하게 해야 하나. 그런 느낌인거지. 더군다나 시간은 어릴 수록 느리게 흘러가는데 말이다. 


그러다보니 너무 물러지는 것 같은데. 인간이 같이 살아가려면 적응해야 하는 거니까. 상황에 따른 그 모든 슬픔과 부정적인 감정들을 예민한 상태로 받아들여주기만 하는 것 역시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폭력이겠지. 적당한 무시와 사포질로 갈아서 적당히 둥글게 만들어주어야 하는 거지. 


당장 내일 아이들과 만나서 무엇을 할지. 구체적으로 생각해 둔 것이 없네. 대신 새로운 업무관련 예산 안내 공문들을 읽고. 계획안을 수정하고. 예전 업무를 마무리하기 위한 수순을 밟고. 처리하느라 밤을 샜다. 그런데도 덜 끝냈다. 차라리 업무만 했으면 좋겠네. 아이들의 내면. 몰캉몰캉하고 상처받기 쉽고 덜 다듬어지고 열등감과 결핍이 어우러진 그 내면은. 떠올리면 가끔 무섭다. 

실은, 핑계다. 아직 버거운 탓에 도망가고싶은 그런. 

그런 거 생각 말고 덤덤하게 할 일을 해야지.


내일은. 교실정리를 마저 하고. 10시부터 방송사에서 촬영 오는 입학식을 치르고. 11시 쯤 애들 데리고 가서. 12시 10분까지 무언가 해야지.

1학년 때 떼어야 할 한글도 아직 덜 뗀. 수학도 아직 던 뗀 애들을 데리고 수업을 진행할수는 없고. 일단은. 3학년 선생님으로 인식되었던 나와. 애들 간의 정보교환이 먼저 있어야겠네. 


1. 자기소개활동을 좀 해야겠다. 질문도 서로 하고. 

나부터 질문 받고 답을 좀 해야 겠고. 아이들에게도 한 명씩 질문받고 답하는 시간을 갖게 하고. 

**사진찍기 + 폴라로이드.

2. 겨울방학 동안 기억에 남는 일들 이야기하고. 공감해주고. 

3. 1학년 때 좋아서 계속 했으면 하는 일이나. 아쉬웠던 일을 나누고. 2학년 때는 어쩌고 싶은지. 기대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보고. 우리 반 기치 정하고.//~한 우리반.

4. 방과후 수업에 대해 공지하고, 정숙에 대해 잔소리 좀 하고. 시간대 설명해주고 같이 가 주기


다음날은. 

1. 반 기치에 따른 규칙과 행동수칙-수업/놀 때/기분상했을 때/ 간단히 정하기=금요일마다 규칙 잘 지켰나 돌아보기. 룰을 깼을 때는 어쩌면 좋겠는지 이야기하기(숙제/친구 괴롭히거나 때렸을 때/수업시간에 떠들 때)

2. 1인 1역할 정하기. 청소구역. 물고기밥. 책꽂이. 우유당번. etc

3. 자기소개 관련 미술활동하기(2학년 자료 찾아보기)

4. 간단한 학력 점검? 수학/국어(1학년 성취기준 좀 살펴보고)

5. 학부모님께 편지보내기. 학교 준비물 안내.


이 정도면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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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크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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