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왔다. 첫눈.
1교시에 책을 읽기 전에 미리 할 일에 대해 이야기 나누기 위해 도서관에 갔다. 추우니까 교실에서 하면 안 돼요? 하는 애들을 8단원 내용과 관련있어서 하는 거라면서 설득해서 데리고 가서는 바닥난방을 틀고. 히터를 틀고. 작은 칠판에 여러분은 책 고를 때 보통 어떻게 하는지 이야기 나눴다. 주저주저 하고 딴 짓하고하는 애들 입 열기가 쉽지는 않았다. 그래도 요즘은 내 마음을 읽어주려는. 혹은 빨리 진도를 나가고 선생님과 데이트 나가고 싶어하는 아이들이어서 어떻게 얘기들이 나왔다. 제목. 그림보기. 그림 대충 훑어보기. 등.
그 전략에 맞춰서 책을 골라오라고 하고. 왜 그 책들을 골랐는지 이야기해보고. 함께 책을 읽다왔다. 생각보다 책을 고른 이유가 교과 목표와 부합해서 조금 놀랐다.(지난 번에 읽은 사라, 버스를 타다와 비슷한 내용이려나 싶어 컬러풀월드를 골랐다, 지난 번 읽은 책과 비슷한 '싫어' 시리즈를 들고 와서는 비슷한 내용일까 싶어 골랐다, 는 M. 그림을 훑어보았더니 재밌어보여서 골랐다, 앞으로의 진행이 궁금해서 골랐다는 S. ) 이미 애들은 책 읽기 전에 할 만한 일들을 체득하고 있었다. 굳이 적확한 언어로 이것들을 짚고 외우고 할 필요가 있나 싶긴 했지만 아이들이 평소 간과하는 책 뒤 소개글이나 차례에 대한 이야기들도 함께 나눌 수 있어서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도서관 레고로 몇 십분 놀다가 동아리 활동을 위해 헤어졌다. 레고를 굴리는 와중 M이 눈싸움을 하려면 장갑이 있어야 하는데 없다기에 집에 나도는 스키장갑을 주마고 했다. 근데 아이가 상당히 기대하는 눈치다. 약속에 사인에 복사까지. 하지만 사 주는 건 존심상하는지 주려는 장갑 색이 어떠하냐고 물어보더라. 그냥 좀 짠했다. 그 집 아이들은 장갑 다 가지고 있을까 싶고. 내가 주기로 한 호의를 보고 S가 마음 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S에게 상냥함을 잘 보이지 않는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가. 하는 우려를 하게 된다.

1.2.3. 매직. 읽고 있다. 철저하게 카운팅하는 기법. 아이에게 감정적으로 화내지 않고 휘둘리지 않도록 철저하게 문제행동에 대한 무관심과 카운팅으로 일관하는 프로그램인데. 일리 있다 싶으면서도 조금 거리감을 느끼게 된다. 너무 건조한 느낌으로 보이진 않을까. 그러나 문제행동에 대한 대처로는 나쁘지 않은 것 같으니 적절히 써먹어야겠다고도 느낌.

아무래도 잘 따라와주는 아이에게 좀 더 관심이 가서. 초반에 떼쓰고 무례하게 구는 것들을 무관심으로 (그래봤자 소용없다. 가 잘 전해지는 방식으로)로 일축하고 훈육했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소리지르고. 억지로 일축해버리지 않고 그저 카운팅. 혹은 미리 정한 대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것.

선생님들 사이에 골이 있다. 2학년 선생님과 젊은 샘들의 간극. 모든 선생님과 나와의 간극. 56학년 샘들과 나머지 샘들의 간극. 5학년과 나와의 간극. 서로를 경계하고 불신하는 미묘한 간극. 내 성격과 자격지심 탓이기도 하고. 점수가 얽혀있기도 하고. 그냥 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피곤한 관계지 싶다. 어렵다.
오늘 동아리 활동 중 일어난 즉석 회의에 대해 굳이 2학년 샘이 물어오셨더라. 왜 모였던 거냐고. 혹시 자신을 의도적으로 배재하려 한 건 아닌지 고민하셨는지도 모르겠다 싶어 안쓰럽달까...모르겠다. 그분이 생각하는만큼 나도 거기 잘 섞이지 못하고 있건만. 나만은 그분과 좀 가깝다고 느끼신지도 모르겠고. 어유..나는 걍 모두가 불편함..심지어 나 자신도 불편하고. 요즘 울증스러운 듯. 건들면 이유없이 울 것 같음. 심리상담을 받을까 다시 생각중이다.

공부모임이 절실한데 마음 맞는 사람이 주변에 없다. 공부를 해도 이게 맞는 길인지 종종 회의가 든다. 방향은 맞는 것 같은데 정작 현실에 적용할만한지도 의문이 들고.
학급긍정훈육모임은 생길까? 나를 불러줄까? 이런 생각도 들고.

이해타산적으로 접근하는 동료에게 너무 스스로의 어둠을 오픈하는 게 아닌가 요즘 고민이 든다. 너무 자신과 타인을 막대하는 것 같다. 아무 것도 아닌데 너무 생각과 고민과 어둠이 많다. 음..결국 울증이다.

수업공가 해야하는데. 최선을 다한 사람에게 일상수업을 공개하는 게 좀 부담스러운 느낌. 결국 망설이며 시간만 보내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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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크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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