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여자를 증오하는 남자들'은 2부나 3부에 비하면 캐릭터들에 대한 설정들 드러내는 데 많은 부분을 할애하는데다-부여된 설정들이 좀 과하다 싶은 면도 많아서..
(여주는 아스퍼거증후군으로 추정?되는 천재해커. 몸 여기저기 문신과 피어싱, 튀는 옷차림. 사회적 금치산자로 분류되어 기관에서 지정한 보호인이 지금껏 딸려있음. 양성애적 성향?을 보임./남주는 밀레니엄잡지사의 기자. 훈남. 잡지사 편집장 에리카와 에리카 남편의 허가 하에 20년 이상 지속적인 관계를 갖고 있고, 에리카 외에도 끌리는 상대와 밤을 보내기도..)
그래서 정작 1부의 실종사건과 관련된 것들은 상대적으로 좀 소홀하다는 느낌도 드는 데 반해, 2,3부에서는 설정들이 어느 정도 소설 속에서 정착하고 여주 살란데르의 가족사와, 거기 얽힌 정부 비밀기관의 음모가 파헤쳐지면서 꽤 흥미로운 양상을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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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반 나치활동, 인권운동에 뛰어든 뒤로 도피생활을 하느라 결혼도 못하고 사실혼관계를 유지하면서 어렵게 살았다는데, 그래서 그런가. 주요 등장인물들 설정이 좀 과하다 싶게 개성적으로 짜인 것도 그런 면이 반영된 게 아닌가 싶다.
좀 과하다 싶기도 했지만 흥미롭기도 했고.
이성애자, 게이, 양성애자, 성적으로 자유분방하거나 한 파트너와의 관계를 중시하거나 하는 다양한 모습이 등장하고, 스웨덴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지리적, 문화적 뿌리에 대해서도 종종 언급된다. 프랑스에서 건너온 조상을 두고 있는 사람, 유태인, 동유럽인, 등등등.
여주인 리스베트를 통해 금치산자로 분류되어 보호자 하에 살아가는 이들이 받을 수 있는 인권침해에 대해 언급하기도 하고.
여성을 증오하고 인정하지 않으려드는 남성들에 의한 성폭행, 연쇄살인, 성매매 등으로 희생되는 여성들+직장에서 상대적으로 기회를 얻지 못하거나 능력에 비해 무시당하곤 하는 여성 직장인들(TV4 여기자, 소니아 형사)+은연중에 사회적으로 권장(?)되는 '매력적인 여인'의 이미지를 벗어났지만 잘만 살아가는 여성 등장인물들(리스베트, 성적으로 자유분방하고 부유한 미모의 편집장 에리카, 안정된 관계를 선호하며 어지간한 남자들보다 신체적 지적으로 뛰어난 세포 요원 모니카)을 통해 여성을 바라보는 고정적인 시각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았던 듯 싶다.
그게..1부의 여성 연쇄살인 부분은 조금은 사건구성을 위한 도구적인 느낌도 들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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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에는 나치즘 신봉자들과 연쇄 성폭행범들에 대한 작가의 증오가(딱 "이런 미친 놈들!"이다. 그들은 그 이상의 고민이나 깊이를 지닌 존재로 그려지지 않는다.) 담겨있다. 또 작가는, 블루칼라 범죄보다 훨씬 큰 영향을 끼치지만 법의 심판은 훨씬 교묘하게 빠져나가는-대기업의 화이트칼라 범죄를 낱낱이 파헤치고 들춰내는 카타르시스도 선사한다.
2,3부의 리스베트-알렉산드르(살라)사건에서는 당시(90년대) 스웨덴의 성매매 실태를 조명하고 규탄하는 한편 정부 권력기관에 의한 개인의 권리침해가 얼마나 쉽게 일어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에 대해서도 화두를 던진다. 특종을 찾느라 인권따위 쉽게 팽개치고 벌떼처럼 몰려드는 습성을 버리지 못하는 언론들에 대한 질타도 있다.
평소 주변인들에게 친절하지도, 자신을 드러내지도 않는 폐쇄적인 리스베트를 위해 남주 미카엘을 비롯한 그녀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열과 성을 아끼지 않는 것. 자신들이 수행하는 법과 위배되는 사항을 보고받았을 때 외면하거나 부정하고 넘어가지 않는 정직한 관료들을 보는 것은 1부에서 느낀 것과 비슷한 즐거움을 준다. 아무도 믿지 않고 무뚝뚝하던 리스베트가 그런 주변인들의 정성에 반응해 서서히 다시금 마음을 열고 신뢰를 쌓아갈 여지를 만들어가는 걸 보는 것도 훈훈함에 일조.(다만 그 소소한 계기들 태반이 결국 매력적이기 그지 없는 훈남 남주로부터 생겨난다는 건 좀 거북스럽지만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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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를 놓치지 않고 파고드는 밀레니엄 잡지사의 대표기자 미카엘 블롬크비스트. 그는 사회의 추악한 일면을 합법적으로 캐고 공표해 바로잡으려는 사람으로, 기자였던 작가의 페르소나다. 경계의 눈을 교묘하게 피해가려 이리저리 꼬아놓은 거대 자본과 거대 권력이 얽힌 범죄들에 대해 합법적으로 접근하고 파악하는 일에는 언제나 한계가 있고, 어렵게 잡은 콩알만한 꼬투리는 심증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해서 그에 대해 처벌이 이뤄지더라도 정의실현에 대한 갈증을 잠재워주지 못하기 마련.
컴퓨터로 기관, 개인 막론하고 어떤 정보든 캐낼 수 있는 세계적인 수준의 천재해커 리스베트 살란데르. 법과 공신력을 믿지 않지만 자신만의 도덕률을 지닌 그는, 언론에게 정체에 대해 보호받는 '정보원'으로서 암약하며 도저히 합법적으로는 얻어낼 수 없는 감춰진 정보들을 미카엘을 통해 언론-밀레니엄에 제공한다. 그녀야말로 허구성 짙은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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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을 통해 밀레니엄 시리즈의 작가, 기자양반은 소설에서나마 평소 추적해오던 세상의 일그러진 부분에 대해 앞이며 뒤며 흑이며 백이며 위며 밑바닥이며 죄다 까발려 옴짝달싹도 못하게 만들고 철두철미하게 단죄해 보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상적으로 행동하는 주요인물들을 통해서나마 사회에 대한 모종의 이상향이 제대로 정착되어 가는 모습을 그려보고 싶었을지도. 다양한 사람들이 잘 어우러지고, 그 사람들이 정의와 공정함을 소중히하기 때문에 제대로 정화되고, 개선되어가는 그런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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