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빨강. 은 이제까지 흔히 읽던 영미나 일본쪽이 아니라 터키문학작품이다.
옛 오스만제국의 중심지였던 오늘날의 터키의 수도, 이스탄불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김영하의 "랄랄라 하우스"에 잠깐 소개되어있던 거였는데, 도서관에 있길래 지난 일요일 빌렸다.
옛 몽골과 중국화법의 영향을 받은 세밀화가 발달한 오스만제국.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서서히 세밀화의 발전이 쇠퇴하는 한편, 서양의 화풍을 접하게 되면서 새로운 화풍을 도입해보고자하는 세밀화가 세력이 생겨나게 된다. 이 책에서는 크게 신진세력과 반대로 끝까지 정통세밀화의 맥을 고수하고자 하는 세력들 간의 갈등을 그렸다.
당시 오스만제국에서 발달했던 세밀화는, 이야기 책의 삽화와 표지를 위한 그림이 대표적이었고 서양처럼 원근법이나 빛에 의한 효과를 재현하는 방식이 아니었다. 서양화가들이 그리려는 사물을 눈으로 주의깊게 관찰해서 사실과 똑같이 재현하고, 자기자신만의 독특한 화풍을 완성시키려고 한 것과는 달리 종교심 충만한 세밀화가들은 '신이 보시는 대로' 세상을 그리려고 애썼다. 오스만의 세밀화가들은, 이제까지 널리 알려진 세밀화의 대가들의 그림을 몇 번씩이고 모방하고 따라그리는 훈련을 통해 눈을 감고도 그릴 수 있을 만큼 되는 것을 이상으로 삼았고, 그것이 신이 보시는대로 세상을 그리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말이면 말, 술탄이면 술탄, 나무면 나무..그들의 그림에서는 그 하나하나가 똑같은 방식으로 그려졌고, 개성이 드러나지 않는 그 그림들은 단순히 사물이 아니라 여러 개의 의미를 드러내고 분명히 해 주는 상징물과도 같았다. 작가만의 화풍, 개성은 오스만 세밀화의 전통으로보자면 일종의 결함이었고, 세밀화를 '영원을 지향하는 신의 눈에 거슬리는 그림', '한시적인 것으로 퇴락한 그림'이 되게 하는 부정적인 요소였다.
책에서는 오스만 시대의 세밀화들의 특징, 그 속에 담긴 의미, 세밀화를 그리는 데 사용되는 물감 등의 재료, 술탄의 화원에 소속되어 그림을 그렸던 세밀화가들의 삶 등을 잘 드러내 보여준다.
[기억을 돕기 위한 대강의 줄거리(스포)↓]
어린 시절 화원에서 공부하다 서기가 된 주인공 카라는 사랑하는 사촌 셰큐레와의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그녀의 아버지 에니시테에 의해 페르시아로 쫓겨나 방황하다가 12년 후 에니시테의 부름에 의해 다시 이스탄불로 돌아온다.
에니시테는 어린 시절의 교육과 방랑하는 동안 넓힌 견문을 소지한 카라에게, 술탄을 위해 서양 화풍을 도입하여 새로운 이야기 그림책을 만들려는 그의 뜻을 물려주고자 한다. 그러나 술탄을 위한 새로운 화풍의 그림책을 둘러싸고 일어난 세밀화가 사이의 갈등 탓으로, 이미 세밀화가 하나가 죽어 사라진 뒤인 위험한 상황이다. 세밀화가들을 모아 그림책의 제작을 지휘하던 에니시테도 이내 살인범에 의해 목숨을 잃는다.
카라는 셰큐레의 아버지이자 삼촌인 에니시테의 뜻을 이어 그림책을 완성하고 살인자를 찾아내기 위해 목숨을 걸고 고군분투한다. 또한, 12년 동안 잊지 못하고 그리워했던 셰큐레에 대한 사랑을 이루고자 하는데...-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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