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하게 된 후로 주중에는 도통 걸을 일이 없다. 억지로라도 다리를 움직일 필요가 있는데...주말이 아니면 쉽지 않다.

집 주변이나 마을을 몇 바퀴 걷거나, 대형마트를 싸목싸목 부러 싸돌아 다니곤 하는데, 걷기에는 팟캐스트를 함께 듣는 것이 적절.

예전에는 오디오북 팟캐스트인 소라소리나 이승열 케일린의 영미문학관을 주로 들었는데, 최근 들어 이수정교수가 팟캐스트에 합류했다고 해서 정주행중이다. 

그것이 알고싶다에 전문가로 자주 나오시던 것을 계기로 관심을 갖게 된 분인데, 이 분의 말씀을 계기로 외국 살해피해자의 대부분이 남성인 것과 반대로 한국의 경우 여성피해자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독특한 현실. 그것도 많은 경우 가까운 사람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사법제도 역시 피해자의 상황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아 이중 삼중으로 피해를 확대한다는 점을 새록새록 알게 됐었다..

이수정 교수는 전부터 가정폭력이나 미성년자와 성인 여성 대상 성폭력 등. 많은 경우 죽음을 방지할 수 있었던 상황에서도 피해자의 입장이 아닌 가해자의 선처를 더 고려하다보니 계속 피해가 커지고 있는 면이 분명 있다고 꾸준히 지적해 왔다.

가정폭력에 아직도 가정 내부의 문제라고, 결국 가정을 지켜야 된다며 미온적으로 대응하는 상황이 너무 많아 붕괴된 가정이 장기적으로는 소외된 아이들이 범죄자나 성범죄 피해자로 뒤틀리고 마는 온상이 되고 있고, 가깝게는 견디다 못한 아내가 남편을 살해하고 마는데 이를 정당방위로 인정하지 않고 계획적인 살인죄로 판단하여 십수년에서 무기징역에 이르는 무거운 형량을 선고받고 복역하게 하거나, 남편이 결국 아내를 죽이고 마는데 죽일 의도가 없었는데 잘못 때려서 과실치사로 감량받는 경우가 끊이질 않고 있다는 점(이런 점에서 여성이 2등 시민이 아니고 무엇이랴. 당하는 입장은 당해오는 것이 흔하고 일반적이라 대단치 않으며, 가해자는 오랫동안 잘못한 것이지만 이번은 실수한 것이니 감량해주고. 사법 불평등이지. 얼마 전 중년여성은 사회생활 많이 한 바 있다며 성범죄를 감량해 준 판결이나..같은 불법 촬영에 대해 여성가해자와 남성가해자를 이중잣대로 판결한 것 역시. 비슷한 경우라 할 수 있지 싶다). 뒤를 따라붙는 것 이상으로 실질적인 강간이나 생명 피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정말 많기에 꼭 필요하다고 보는 스토킹 방지법 등이 매번 입법 과정에서 좌초되는 등, 사법적인 대응이 '변하고자 노력하고는 있으나' 여전히 상황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하고 느리다는 것이다. 

이수정 교수는 무수한 여성 피해자들과 가정폭력 하에서 불가피하게 가해자의 나락으로 떨어진 무수한 여성들을 만나왔기에, 그들의 불행이 자신과 딸의 삶과 아주 무관하지 않다고 여기셔서-살다보면 어찌될지 어떻게 알겠는가-끊임없이 제도 변화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밝히신 바 있다. 이런 분이 계시다는 것에 조금이나마 든든한 마음이 들고..응원하는 마음이 들 수밖에.

이번 이수정 이다혜의 범죄영화 프로파일에서 이수정 교수는, 여러 가지 범죄영화를 살펴보며 젠더 권력 차이로 인한 가정폭력, 성폭력 등 각종 범죄 외에도 보더라인 증후군, 리플리 증후군 같은 정신병에 기반한 범죄, 불법적인 채권추심으로 인한 범죄 등 다양한 범죄에 대해 전문가로서 코멘트한다. 사회의 이런저런 면을 진단해보는 느낌도 있고. 범죄로 이어지는 다양한 신경증에 대한 흥미로운 얘기도 많아서 재밌게 들을 수 있었음. 영화가 감독의 의도에 따라 제작된, 누군가의 필터를 거친 작품이다보니 그에 대한 이다혜 기자와 이수정 교수 나름의 비평을 듣는 것 역시 재밌다. 꾸준히 들을 생각이다.

Posted by 에크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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