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에 누가 빈부격차는 자연스러운거다, 피케티도 20세기 때보다 최근 부의 집중현상이 완화됐다고 그랬다. 그러면서 어그로 끌고 있길래 빡쳐서 피케티 자료 찾아봄.
모 대학에서 올려둔 pdf 슬라이드 자료.

피케티가 언급하고자 하는 내용이랑 완전 딴 얘기 딱 중간만 떼어 와가지고 '사실을 적시한 자료 찾아서 얘기해라'운운하면서 어그로 끌고 있더라.
화딱지 나서 장문의 댓글 달아놓고 왔음.
걍 21세기 자본론을 처음부터 읽어봐야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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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부격차가 나쁘지 않다...계층간 격차가 그렇게 심하지 않고, 한 세대 안에서 움직일 수 있는 계층간 사다리가 여러 곳에 있다면야 빈부격차가 경제생활의 활력소가 된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요. 그런데 돈이 돈을 버는 것이 노동이 돈을 버는 것을 이미 능가하고 있고, 계층사다리가 있어도 걷어차고는 이미 굳히기가 완료된 현실에서 빈부격차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갖는다? 저는 아니라고 봐요. OECD 지니계수 평균을 기준으로 삼는 것도 좀 그런 것이, 지니계수는 상위계층과 중산층, 빈곤층의 비율을 잘 드러내주지 않죠. 전세계적으로 중산층이 사라지고 있고 빈곤층이 늘고 있어요. 토마스 피케티가 최근 몇 년 새 괜히 센세이셔널한 것이 아닙니다. 미국만 봐도 상위 3명이 소유한 재화가 하위 50%가 소유한 재화와 맞먹는다는 조사가 나왔는가 하면, 우리나라 종합부동산세를 10%가 88% 냈다는 올 1월 뉴스도 있죠. 세계적으로 체감하고 있는 경제상황을 그만큼 반영했기에 호응이 있는 거예요. 이런 경제적 상황이 정상이라고 보십니까?
https://bit.ly (토마스 피케티 관련, 2017 기사)
https://bit.ly (한국 종합부동산세 관련, 2018 1월 기사)
우리가 가르치는 학생 중 몇 퍼센트나 상위 10%에 해당하게 될까요? 상대적 박탈감이 날로 심해지면 좋을 게 없어요. 사회적으로 갈등이 심화되고 범죄가 늘어납니다. 그러다보면 저소득층에 대한 편견과 차별도 늘어나죠. 지금은 재분배를 강조해야 하는 시기이고, 아무리 강조해도 과하지 않은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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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부분에서도 비슷한 주장을 하시던데 계속 토마스 피케티 21세기 자본론 얘기를 하시네요. 피케티의 주장은 선생님 주장과 완전히 다릅니다. 피케티가 "About Capital in the 21st century" 에서 "Wealth inequality is currently much less extreme than a century ago"라고 한 맥락은 선생님이 말하듯 부의 불평등이 자본주의적 경쟁에 의해 서서히 줄어들고 있다는 것과 완전히 다른 시각입니다.
아래 21세기 자본론 27~41쪽에 해당하는 내용을 읽어보세요.
(https://bit.ly)


당시 1차 세계대전 직전까지, 유럽 국가들(예로 드신 지표의 스웨덴, 프랑스, 영국 등) 대부분은 1%의 경제인구가 80~90%에 달하는 부를 차지하고 있던 때였습니다. 그리고 전쟁 이후 이 집중현상이 대폭 완화되는데, 피케티는 이렇게 묻습니다.
"Key finding: there was no decline in wealth concentration prior to World War shocks; was it just due to shocks?"
"세계대전 쇼크 이전까지는 부의 집중 감소세가 없었다. 쇼크 때문만이었을까."

(28~31쪽 그래프 참고.)
그래프 보시면 나옵니다. 세계대전 이후 부의 집중현상이 뚝 떨어지는 거. 그리고 최근 들어 슬금슬금 고개를 들며 하락이 완화되어가죠.

아무튼. 계속해서.
Q.: Apart from shocks, what forces determine the long-run level of wealth concentration?
"쇼크와는 별개로, 어떤 힘들이 장기적 부의 집중 수준을 결정했나?"
•A.: In any dynamic, multiplicative wealth accumulation model with random individual shocks (tastes, demographic,returns, wages,..), the steady-state level of wealth concentration is an increasing function of r - g
(with r = net-of-tax rate of return and g = growth rate)
"동적으로,임의의 개별적 쇼크들(취향,인구통계학적, 수익,임금,... ),부의 집중의 정상상태 수준과 함께하는 곱셈의 부의 축적 모델은 r-g의 함수의 증가다." (r = 수익에 대한 총 세율, g = 성장률- 역자 주)


(여기부터는 33쪽 r-g그래프 참고. 보면 g(세금내기 전 자본의 수익)는 거의 유지인데 세계성장률인 r은 뚝 떨어지죠. 이 갭이 문제예요. 근데 피케티는 이 갭이 더 커질거라 예측. 34쪽에서는 "자본성장률은 언제나 세계성장률보다 높았고, 전쟁후 떨어졌다가 점차 회복해서 다시 능가할 것"이라고 하고 있어요.)
•With growth slowdown and rising tax competition to attract capital, r - g might well rise in the 21c → back to 19c levels
"성장이 둔화되고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세금깎아주기 경쟁을 함에 따라, r-g는 21세기에 잘 상승한다.→ 19세기 수준으로 되돌아간다."
•Future values of r also depend on technology (σ>1?)
"r의 미래가치는 기술에 달려있다.(σ>1?)" 기술로 얼마나 세계성장률을 상승시킬 수 있을까요?

(37쪽 빌리오네어 상승률 보십쇼.)
• Under plausible assumptions, wealth concentration might reach or surpass 19c record levels: see global wealth rankings
"그럴듯한 가정하에, 부의 집중은 기록된 19세기 수준에 도달하거나 능가할 것이다: 세계적 부자 순위를 보라."


결국 피케티는 선생님이 중간에 떼어 온 근거자료에서 더 나아가서, "전쟁에 의해 불가피하게 완화된" 부의 집중현상이, 현대에 와서 점점 다시 심화되어서 세계대전 이전으로 돌아갈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40쪽에 나온 피케티의 결론 보세요.
"Between 1987 and 2013, the highest global wealth fractiles have grown at 6%-7% per year, vs. 2.1% for average world wealth and 1.4% for average world income. All growth rates are net of inflation"
1987~2013에 이르기까지, 최상위 세계 부는 6~7% 성장했으나 세계성장률은 그에 비치지 못하는 1%였다. 이 사이에 일어난 모든 성장률은 인플레이션이었을 뿐이라고.

결론은.
빈부격차 자체는 어쩔 수 없이 발생하게 되는 건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정직하게 노동하고 근로하면서, 그렇게 생산된 부를 최대한 공정하게 나누어야 하는 것은 맞지 않겠습니까? 이걸 부정하는 것부터 시작하지는 맙시다.
지니계수가 세계전쟁 전과 비교해서 나아졌는지는 몰라도. 거기 만족해서야 되겠습니까. 근로자들이 10시간 이상 몸과 머리를 써서 일하는 것과, 기업체의 수장이 비전을 가지고 기업의 방향을 이끌어 가는 것. 그 사이에 그렇게 천문학적인 차이의 가치차이가 있는 겁니까. 거기부터 의심을 가질 필요가 있어요. 기업을 이끌어가는 비전은 훨씬 소중한 거니까 그건 당연하다고 하시려나요.
열심히 일하지 않아서, 게을러서 가난한 경우가 얼마나 될까요. 최저입금보다 못한 돈을 받으면서 일하는 사람들은 아직 많습니다.

빈부격차는 자연스럽게 생긴다 치고, 그것을 최대한 줄여 나가야 합니다. 그래야 근로자들의 의욕도 늘고, 생산성도 높아지고, 뭣보다 가난하고 불행한 사람들이 전체적으로 줄어들지요. 새로 태어나는 아이들이 고르게 양질의 교육을 받고 건강한 세대가 될 가능성도 높아지고요. 우리 교육자들은 우리가 가르치는 모든 아이들이 가능한 한 그리 되기를 바라는 사람들 아닙니까?


문제는 기울어진 시스템입니다. 정당하게 돈 벌어서 부자되는 거 좋다, 이거예요. 그런데 정당하게 돈을 법니까? 정당하게 벌었으면, 정당하게 분배합니까? 우리는 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선생님은 혼자 당연한거라고, 현재의 빈부격차는 나쁜 거 아니라고 합니다. 피케티 근거 중에 전쟁 이후의 데이터 부분만 딱 잘라와서, 나아져 가고 있다고 짜깁기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가르치는 아이들은 대부분 고소득층의 꼭대기에 앉아있지 않아요. 고소득층은 날로 얇아질거고, 최하위층에 속할 사람들은 늘어가고 있는데. 우리 아이들 중 몇이나 빈곤에 시달리게 될지, 걱정되지 않으십니까.

경제성장기에 정부의 푸쉬와 특혜를 받아가며 제대로 된 분배 없이 돈을 벌어들인 자본가들이, 그들에게 유리하게 판을 짜 놓고 제대로 분배하지 않는 것이 오늘날의 문제가 됩니다. 그 과정을 당연하다고 보신다면, 현재의 빈부격차도 문제가 없는 거겠지요.
그들의 공장 돌려가며 노동법 얼마나 지켰습니까. 16시간 넘게 굴리면서 휴식도 못 쓰게 하고 근로자들 몸을 망가뜨려가며 성장해서는, 그들에게 얼마나 월급을 제대로 줬답니까. 최근에도, 안전장치 하나 제대로 안 갖춰두고 적당히 굴려가며 혹사시키고 벌어들인 돈으로, 소득신고 제대로 안 하고 탈세하고 조세피난처에 숨겨놓는 기업가들이 제대로 된 겁니까? 그들이 80% 이상의 부동산을 가지고 있지요.
그리고 그들은 됐다고 쳐도, 자녀들에게까지 부가 증여되는 과정은 공정한 겁니까.
워킹푸어에 대한 논의는 아주 예전부터 있어왔습니다. 어떤 이는 열심히 일하는데도 박봉을 받고, 어떤 이는 대대로 증여받은 돈으로 별 노동 없이 호의호식하지요. 이건 불공평한겁니다. 대기업 자녀들이 어떤 또렷한 비전을 가지고 있고 그를 실행할만한 능력을 갖추었는지 치열한 검증을 거쳐서 수장으로 추대된 것도 아니잖습니까. 그런데도 윗자리에 앉아서 기업체를 좌우하면서 수천명의 일자리를 결정지을 판단을 하곤 합니다.

노동이 돈을 버는 것보다, 돈이 돈을 벌어들이게끔 시스템이 자본가에게 유리하게 맞춰져 돌아가는 상황입니다. 일반인들 월급 수준 보셨어요? 10년 전이랑 크게 차이 없죠. 그나마도 우리나라 세율 재분배 등 지수를 보면, 세금을 통한 재분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연합뉴스 보시죠. OECD 조사 결과, 한국이 세금을 통한 소득재분배 31위라는 기사입니다.
https://bit.ly

주식이나 채권 이야기 하셨는데, 주식, 채권, 부동산 거래 등의 투자로 벌어들인 불로소득에 대한 세율도 높여야 한다는 논의는 예전부터 있어왔어요. 저도 거기 매우 동의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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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으로 빌려읽음. 마이너스 금리가 나오게 된 경제사의 흐름과. 마이너스 금리가 초래하게 될 미래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해 줌. 시물레이션을 보는 듯한 스토리텔링. 쉽게 풀어 쓴 책인데 두어 번 더 읽어야 이해가 착 갈 듯;
경제불황 속에서 투자와 소비를 늘리기 위한 방책으로서 마이너스 금리는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실제로 도입중인 유럽과 일본의 상황은 어떤지 등등을 짚고있고.
앞으로 마이너스 금리가 한국에도 도입될지 어떨지는 몰라도. 가능성이 제로는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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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TV. 저자와의 대담] 종횡무진 한국경제. 김상조.
2012년 10월 26일 오후 7:37
종횡무진 한국경제.
재벌과 모피아의 함정에서 탈출하라.
-한국 경제의 역사를 종적/횡적으로 분석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 재벌개혁전문가. 


30년 후보다 5, 10년 후의 한국사회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가 더 중요.
30년 후의 변화상에 대한 얘기는 이미 많고, 가감한다고 해서 새로울 것은 없다. 30년 후의 목표에 가기 전에 장애물이 너무 많다. 설계도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목표에 가기까지, 개혁을 성공적으로 해내기까지의 각종 위기 관리 능력이 우리에겐 부족함. 
많은 이들이 얘기하듯, 시장만능주의는 물론 극복해야 함. 연대와 타협의 원리로. 
다만. 한가지 문제가 있음. 경제 후발주자인 한국은 구자유주의 시대의 교훈을 역사로부터 얻을 기회가 없었다. 구자유주의의 원칙=법치주의와 원칙을 제대로 확립시키지 않으면. 연대와 타협은 무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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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가 되는 경제민주화 이야기.
ㅁ.중소기업 99%. 대기업 1%. 고용비율은 88%: 12%.장하준 등이 모여 집필한 쾌도난마 한국경제1,2에서 언급하는-재벌의 성장을 지원하고 상속을 허용하되 투자를 늘리고 고용을 창출하게 하자-는 이미 효과가 없음이 입증되었음.
12%에서 얼마나 더 늘겠는가. 낙수효과라는 것은 없었다.대기업은 더 이상 혜택을 줄 대상이 아님. 삼성의 특허권 수는 이미 세계 2위에 들었음. 대신 법을 철저히 준수하게 해야 함. 법망을 이리저리 빠져나가 항상 논란이 되고 있음.
>>재벌개혁의 필요성? 의문이 없다. 그러나..'그렇다면 사람들은 이제 무얼 먹고 살 것인가.'의 문제에 대한 답을 갖고 접근해야 함.
ㅁ.고용과 일자리 창출, 제대로 된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이젠 당위화된 재벌개혁보다도 하도급 중소기업문제. 자영업자문제. 비정규직문제의 해결이 훨씬 어렵고 중요함. 
중소기업들을 연대화하여 공동으로 구매, 협상 등을 하게 하는 법적 방안을 마련하여 대기업과의 수직적 네트워크를 수평적으로 재구성, 하도급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봄. but 이는 한국법상 담합에 해당. 중소기업의 사례에서 이러한 공동행위가 예외로 인정받은 예는 역사상 단 세 건 뿐임. 새로운 방안이 필요함.
노동자-중소기업-대기업. 현재의 샴페인잔 모양에서 항아리 모양의 경제구성. 10년 쯤 걸릴것임. 쉽지 않을거임.
ㅁ.금융개혁. 은행을 육성해야 할 대상, 산업정책의 수단이자 목적으로 보는 관점이 민주정부 10년과 최근 MB정부를 막론하고 계속 이어져왔음. 모피아의 전형적인 사고방식임. 
한국 금융의 문제? 시장주의가 강하다고? 그렇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이러한 관치금융적 사고가 남아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임.
금융개혁의 기본은 원칙으로 돌아가는 것이 되어야. 법과 원칙을 지키고, 리스크를 관리하고, 소비자를 보호하는 것. 이것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고는 금융을 가지고 무엇을 하든 간에 반드시 위기의 시작이 될 뿐임. 정권의 성격이 어떻든, 모피아들의 관치주의적 금융관점을 가지고 장난을 치게 되면 위기가 올 뿐.
한국의 금융은 외환위기 이전 은행중심, 이후 시장중심이라는 말들을 함. but 그렇지 않음. 예나 지금이나 은행중심, 시장중심 두 금융제도의 단점만 갖고 있고, 이것이 끊임없이 경제 위기를 불러오고 있음.
시장만능주의의 극복을 위해서는 구자유주의의 극복-법치주의와 원칙이 바로서는 단계를 넘어서야 함. back to the basic. 법으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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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생활 소고.
주류 언론에 거의 보도되지 않지만 한국에선 과대평가되어 온 wall street occupy movement. 굉장히 비주류. 철저하게 외면당하며 경찰 진압 관련한 소식만 보도될 뿐.
반면 tv를 틀 때마다 등장하는 미국극보수. 공화당의 핵심주자들. tea party. tea. 보스턴 차 사건-미국독립의 씨앗이 되는 사건에서 따 온 듯한 뉘앙스. tax=enough already. 부자감세. 레이건. 공화당의 가장 강한 정신적 지주. 언제적의 레이건이냐. 미 보수들은 30년 전 레이건 외의 대안은 없는가. 답답. 미국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세계 경제를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가에 대한 비전이 전혀 없음. 오바마도 답답하지만 그 이상으로 답답함. 영감을 얻을 수가 없다. 미국은 지적 쇠락 중인 듯. 여전히 세계의 중심이자 최고라고 생각하기에-무엇이 문제인 줄 모르기에 답이 없는 상태. 선진국이라 칭해지는 미국도 우리보다 특별히 더 낫지 않다고 생각중임.
한국만큼 변화에 대한 소리가 아래서부터 끓어오르는 다이나믹함이 있는 나라가 드묾. 때문에 한국 미래를 낙관함. 다만, 해결할 일이 많아 치룰 대가도 크다. 이러한 비용을 최소화하는 개혁방안을 만들고 실천해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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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계에 대한 소고.
우리나라 보수주의자들은 너무 원칙이 없음.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 자신에게 주어진 시대소명이 무엇인지. 좀 원칙적으로 살아줬으면.
우리나라 진보주의자들은 알파에서 오메가까지 죄다 준비하고 시작하려고 함. 그러나 이런 준비와 가정은 현실에 비추었을 때 맞지 않을 때가 너무 많음. 이런 경우 애써 마련한 대안체계는 작동하지 않음. 좀 유연하게 살아줬으면.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연말에 누가 대통령이 되든 필연적인 실패가 있을 뿐임. 이런 식의 분위기 속에, 준비없이, 최대강령적인 공약만 남발하면서, 집권해서는, 바로 비판세력은 더욱 강고해지고 지지세력은 실망해서 이탈해버리는, 결국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초조감 속에 무리한 정책을 피다가 다음 대통령에게 무거운 짐을 지우고 떠나는 수순이 될 것임. 그 모든 비용은 우리가 짊어지게 됨. 
5년 단임의 대통령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지 말자. 가장 기본적인 것을 요구하자. '당신이 30년 후에 달성되었으면 하는 모습은 무엇인가'를 묻고-'30년 후의 목표를 위해 임기 5년 동안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하자. 우리가 원하는 세상은 5년만에 모두 만들어낼 수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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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답.

ㅁ. 법과 원칙을 세워야 재벌개혁도 가능하다-방식은?
유럽의 기업집단법 연구중. 우리나라에 도입된 많은 제도는 미국에서 들여온 것. 미국법으로 할 수 있는 건 거진 다 했다. 그럼 유럽에선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아보려고 했다. 독일/ 영국/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각 나라그룹마다 특징적인 제도들이 있는데, 한국경제에서 재벌이 갖고 있는 의미를 상기할 때 우리는 이들과 비교했을 때 어떤 비슷한 법도 없다. 이들 나라들에서 취하는 방안 중 우리에게 걸맞는 것은 뭘까..를 생각해 보았음.
다만 영국의 사례를 하나 들자면 이런 류의 법은 영국에서 생각보다 효율이 낮았음. 영국의 행정규율이 되려 효과가 컸음. 우리나라에선 법을 위반한 금융회사 임원들은 자격을 박탈함-예)주가조작 론스타의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 상실-이는 한국에선 금융회사에만 적용되는 법. but 영국은 모든 회사에 적용됨. 1년에 2천 건 씩 해당 사례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임. 불법행위자에게 일관적인 제재 가하는 것이 법을 제정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었음. 이것은 구자유주의의 원칙. 확고한 법치주의. 불법행위자에게 타인의 재산을 운용할 자격을 뺏는 것.

앞으로의 사회에선 갈등보단 협력. 소통과 타협의 질서를 세우는 것이 중요. 계급내. 계급간.
이를 위해선 동시에 소통과 협력의 질서를 깬 이에게 벌을 줄 수 있어야 함. 강력한 제제가 기초가 되어야 함.

ㅁ. 중소기업의 클러스터. 중소기업의 대기업 종속 가정 하에 나올 수 있는 얘기. 그걸 넘어 중소기업 자생을 위한 방안은?
중소기업 지원 육성에 대한 방안은 여럿 나온 바 있음. 기본은 중소기업 자체 경쟁력 제고. 이제까진 생산요소의 공급확대 정책이 많았음.
합리적인 생산요소의 결합방법이 더 중요함. 기업 경영은 하부시스템의 결합으로 나타나는 거고, 중소기업은 사장 혼자 담당하는 경우 많음. 법률적인 지원, 회계조세 컨설팅 등이 생산요소 공급 확대 정책보다 더 중요할 수 있음. 개별 중소기업들이 자생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고. 거기 더해 중소기업 상호간 협력할 수 있는 프레임을 만들고. 이를 통해 대기업과 동등한 관계를 만들고..해 나가자는 거임.

ㅁ. 지금처럼 한국 내 재벌들이 무소불위의 권력, 이미 시장에 넘어간 권력을 언제까지 행사할 수 있을까. 오래는 못 갈텐데 자체 연구소 등을 통해 대비책을 만들고 있을 것 같은데 그에 대한 정보는 못 들어보셨는지? 신자유주의는 어떻게 변화해 갈까?
재벌들은 제대로 된 보고를 못 받는다. 인의 장막 속에 철저히 감춰져 있으므로. 정보를 왜곡하여 이득을 얻는 사람들 속에 있으므로. 
우리나라의 재벌, 특히 삼성은 정보왜곡을 통해 금전적, 인사적 보상을 받는 사람으로 넘쳐난다.
나는 재벌개혁에 대해 외부자들이 재벌에 대해 요구하는 것도 이제까지 많이 언급했지만, 재벌총수가에 대해서도 요구를 많이 했는데-그것은 '세상 밖으로 나오라'는 것이었음. 사람은 40넘으면 잘 바뀌지 않는다고들 한다. 물론 이건희는 늦었는지도 모르지만 이재용은 변할 수 있다고 본다. 3대 CEO가 되고 싶다면 세상의 평범한 사람들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들어봐야 한다고 조언한 바 있다. 시민단체,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민주노총의 이야기들을 직접 가서 들어보라고.
삼성경제연구소, 발렌베리연구소..각 재벌 그룹들마다 나름의 준비는 할 거임. 뭐. 대책이 없는 건 아니겠지만 그룹 특성들이 너무 다름. 폐쇄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기업들로는 삼성, 한화가 대표적. 경영자들이 굉장히 외부 얘기를 듣지 않는 이러한 그룹들은 심각한 문제를 갖고 있다. 소통과 협력 없이 합리적인 판단이 가능하겠는가.

신자유주의의 향방. 국가들의 입김은 세질 것이다. 하지만 5, 60년대 포디즘 체제로는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세계가 점점 상호의존하는 체제로 갈 것임. 좋든 나쁘든. 우리는 준비가 너무 미흡하지만. 완전한 공적조직도, 민적조직도 아닌 조직들이 더 늘어나 더 많은 역할을 할 것임. 이들이 사회를 통합해 갈 것임. 과도기는 30년 정도 계속되지 않을까 함. 시장도, 국가도 경제를 완전히 통제하지 못하는 과도기가.

ㅁ. 좋은 기업은 무엇일까. 기업문화..라는 측면에서.
월급도 많이 주고 이윤도 많이 내는 기업. 영국의 토니 블레어가 집권했을 때 유럽 전체에서 이런 류의 논쟁이 많이 전개되었음. 주주가치, 기업가치 극대화/ 이해관계자의 공익 보장..등등의 주장이 있었고=이후 유럽이 EU로 통합되면서 법의 조화를 꾀하게 되자 기업의 목적은 이윤극대화. 장기이윤극대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자와 주주들의 공익이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고 얼버무렸음. 
좋은 기업에 대해서는 영원히 논란이 있을 거임. 다만 시장이 논쟁을 장악하진 못할 것임. 단기이익만을 좇는 기업만 양산할 뿐이니. 시장이 해결할 수 없는 영역에서 법과 제도의 개입이 필요.
기업이 어떻게 조직, 무엇을 추구, 어떻게 운영되어야 하는가는 기업이 있는 사회와 경영자가 맺는 계약임. 계약 내용은 우리가 쓰는 것임. 이것만은 지켜야 한다..는 내용을 다양한 법 영역에서, 우리가 요구해야 함.

상식의 미니멈이 법률. 이게 깨지면 사회가 와해되는 것. 이것은 시장에선 달성될 수 없음.
좋은 기업을 정의하긴 어려우나, 적어도 나쁜 기업이 되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상식의 미니멈을 법으로 제정해야 하고, 이를 집행하는 자가 개혁을 성공시키는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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